케사랑파사랑

"이거 케사랑파사랑이야."

수영장에서 돌아온 초등학교 2학년 조카딸이 털구슬 덩어리 같은 것을 보여주었다.
들어보니 수영장 입구 옆에 있던 노점상에서 사온 것이라 한다.
케사랑파사랑. 본래는 털덩어리 같은 것이 전혀 움직이지 않아 아무리 보아도 생물이 아니지만, '가루분'을 상자에 넣어두면 늘어나는 불가사의한 생물(?)이다.

하지만 조카딸이 보여준 그것은 스멀스멀 움직이고 있다.

"좀 자세히 보여줘."

손에 들고 그것을 관찰한다. 송충이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털이 긴 종류는 없다. 마치 행운의 부적으로 알려진 토끼의 꼬리털 같다.


"레후~ 레후~."

뭔가 들어본 소리가 난 것 같아서 털구슬을 헤집어본다.
녹과 적의 눈알이 나타났다. 뭐야 이거. 구더기실장이잖아.
더 자세히 보니 구더기실장의 머리와 등이며 배 할 것 없이 긴 털이 균일하게 빼곡히 자라 털구슬처럼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꼭 가루분이 아니라도 베이비 파우더도 상관없대."

뭐, 하긴 베이비 파우더의 주성분은 전분 가루니까.
조카딸은 이 구더기실장을 케사랑파사랑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모습.
지금 진실을 알려주어 조카딸의 꿈을 부술 것도 없겠지.
2, 3일 지나면 이것이 케사랑파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진짜(?) 케사랑파사랑은 똥을 싸지 않으니까.
적어도 녹색 똥을 대량으로 싸지는 않겠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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