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된 새끼

「…테치ー」

 

 작게 짖는 소리를 눈치챈 것은 맨션의 방 앞까지 와서였다.

 남자는 황급히 손을 들어올려 종이봉투 안을 본다.

 돌하우스(인형의 집)를 모방한 고급 『실장하우스』의 상자 위에 자실장이 오도카니 서있다.



 

「테칫♪」

 

 오른손을 뺨에 대고 고개를 기울이는, 결정타 아첨포즈를 보인다.

 남자는 미간을 찌푸렸다.

 펫숍의 쇼핑백에 어느틈에 들어온 자실장일테고, 설마 가게가 끼워둔 덤은 아니겠지.

 태어난 이래 목욕이나 샤워의 경험도 없는 것처럼 지저분한 「그것」은 들 이외의 어떤것도 아니다.

 말하자면 탁아당했다는 것이다.

 더할나위없는 민폐이다.

 남자의 방은 20층에 있다. 지금와서 1층까지 돌아갈 기분은 들지않는다.

 

「텟츄ー웅♪」

 

 아첨을 계속하는 자실장에서 시선을 떼고, 남자는 한숨을 쉬었다.

 들실장은 자신의 새끼를 마구잡이로 탁아하는 것은 아니다.

 탁아는 새끼를 버리는 것과는 다르다. 키울수 없어 버릴 정도라면 자신이 먹어버리는게 들이라는 녀석이다.

 내 새끼에게 인간의 비호 하에서 행복한 생활을 보내게 해주는 것.

 그리고——기회만 된다면.

 자실장이 인간의 마음에 들었을때 어미라고 나타나서 자신도 사육실장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

 그것이 탁아의 목적인 것이다.

 그렇기에 친실장은 어느정도는 인간이 마음에 들어할 가능성을 가진 똑똑한 새끼를 골라 탁아한다.

 말하자면, 지금 쇼핑백에 들어있는 것도 「선택된」 자실장이라는 것이다. 어미에 있어서는.

 

 

 ……정말이지, 들실장의 잔머리라는게.

 어째서 중요한 부분에는 생각이 돌지않는걸까?

 

 

 남자는 현관 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갔다.

 

「테칫♪ 테칫♪」

 

 종이봉투 안의 자실장이 까불며 소리를 높인다.

 처음으로 들어가는 닝겐상의 집. 나도 사육실장이다——하며 환상을 보고있는걸까?

 바보같다.

 남자는 바닥에 내려놓은 종이봉투 안에 손을 뻗었다.

 

「테치이♪」

(머리 쓰다듬어주는테치? 맛있는거 받는테치?)

 

 기대에 눈을 빛내며 비벼오는 자실장을 머리부터 꽉 잡는다.

 

「테에…엣!?」

 

 아둥바둥 날뛰는 「그것」의 비명을 억누르듯이 얼굴을 손바닥으로 압박하면서, 또 하나의 손으로 신발장의 문을 연다.

 그리고 꺼내든 덕트테이프를 늘려서 자실장의 얼굴에 찰싹 붙인다.

 

「테에에에…엑!!」

 

 얼굴에서 손바닥이 떨어진 한 순간은 비명이 새어나왔지만, 테이프가 두겹 세겹으로 감기니 별로 들리지않는다.

 

「우웁…우웁…」

 

 날뛰면서 자실장이 빵콘했다. 속옷에서 넘쳐나는 녹색의 똥이 바닥을 더럽힌다.

 남자는 개의치않고 들자실장의 몸통에도 테이프를 감았다.

 두 팔은 묶었지만 바둥거리는 다리는 그대로 놔두었다. 물론 생각이 있어서 그런 것이다.

 신발장에서 빈 편의점봉투를 꺼내어 자실장을 던져넣는다. 쓰레기봉투로 쓰려고 보관해둔 것이다.

 방에 똥을 흩뿌려서야 곤란하다.

 신발을 벗고 슬리퍼로 갈아신는다.

 평소에는 곧바로 거실로 향했겠지만 오늘은 일단 평소에 쓰지않는 응접실로 들어간다.

 안쪽의 유리문을 열고 편의점봉투를 뒤집어 자실장을 베란다 바닥에 떨어뜨린다.

 

「…우극!!」

 

 콘크리트 바닥에 부딛힌 자실장은 고통의 비명을 질렀다.

 다량의 똥을 흘리면서 움찔움찔 다리를 경직시킨다.

 남자는 실내로 몸을 당기고 유리문을 탁 닫아버렸다

 남자가 들의 자실장을 탁아당하는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고, 지금까지도 똑같이 처리해왔다.

 현관을 더럽힌것은 불유쾌하지만, 그럼에도——

 

 

 『실장하우스』 선물에 기뻐할 우리집 쌍둥이의 모습을 상상하면 금방 기분이 풀어졌다.

 남자는 현관에 돌아가 펫숍의 종이봉투를 손으로 들어올리고 다시 거실로 들어갔다.

 

「다녀왔다ー」

 

 부르자마자 귀여운 목소리로 대답해온다.

 

「테치테치ー♪」「테츄탯츄ー웅♪」

 

 거실에는 10평 중에 1.5평을 애완동물용 케이지로 둘러싸서 실장석을 위한 공간이 만들어져있다.

 원래 실내 바닥은 널빤지였지만 실장석의 공간에는 코르크 타일을 깔아두었다.

 쌍둥이가 너무 기운을 내다가 넘어져도 다치지 않게하기 위한 배려이다.

 물접시, 먹이접시, 침대 대신인 푹신한 쿠션, 고무공과 미니카, 실장용 미끄럼틀.

 케이지 안은 생활필수품도 놀이도구도 충실히 되어있다.

 그리고——거기에 사는 두 마리의 자실장은 사육실장으로서도 높은 수준의 대우를 받기에 합당할 정도의 미형이었다.

 털실같이 찰랑찰랑하는 아마색 머리털, 매끈한 피부는 건강한 벚꽃색.

 루비와 비취를 닮은 좌우색이 다른 눈동자는 반짝반짝 꿈꾸는것처럼 빛나고있다.

 몸에 걸친 것도 보통의 실장복이 아니다.

 한 마리는 짙은 남색, 다른 한 마리는 새빨간, 앤티크 인형처럼 귀여운 드레스였다.

 

「메리, 마들렌, 자, 약속한 선물이야ー」

 

 남자가 종이봉투에서 『실장하우스』의 상자를 꺼내들자 자실장들은 환성을 올린다.

 

「테치테치테치ー♪」「테츄테츄텟츄ー웅♪」

 

「그래그래, 금방 만들어줄테니까ー」



 남자는 설명서를 보면서 하우스의 조립에 착수했다.

 북유럽의 돌하우스 명가와의 제휴로 만들어진 하우스는 부품의 대부분이 나무로 되어있어 고급스런 느낌이 난다.

 의자와 침대 따위의 가구는 자실장용만이 아니라 엄지나 성체사이즈까지 복수 준비되어있다.

 거기에 저실장을 위한 아기침대까지 세트로 되어있다.

 인간과 닮은 가족생활을 하는 실장석에 있어 최고의 선물이라 하리라.

 그리고 우아한 독신귀족인 남자에 있어서 귀여운 사육자실장의 웃는 얼굴을 보는것이 무엇보다 기뻤다.

 

 

 20층의 바람이 부는 베란다에서 들에서 커온 자실장은 떨고있다.

 눈을 뜰수없어 아무것도 보이지않는다. 두 팔도 움직이지않는다. 온몸이 아프다. 그리고 춥다.

 

「…우그…읍…」

 

 자신의 몸에 대체 무슨일이 생긴건지 이해할수 없었다.

 마마와 헤어져서 모르는 닝겐에게 탁아되는 것은 슬펐지만, 사육실장이 되기 위해서라며 참았다.

 던져진 쇼핑백 안에 『실장하우스』가 있는 것을 알았을 때에는 기뻐서 환성을 올리고싶었다.

 닝겐의 집에 도착할때까지 몸을 숨기지 않으면 안된다고 마마에게 이야기들었던 것을 생각하고 황급히 입을 틀어막았지만.

 

(이 닝겐상은 애-호-파인테치. 실장석을 키우는테치. 분명히 와타치도 키워주는테치♪)

 

 펫숍에서 나온 닝겐에 탁아하자는 생각을 한 마마는 천재라고 생각했다.

 그랬을터였는데——

 

「……까악ー, 까악ー, 까악ー……」

 

 어디선가 들어본적 있는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들자실장이 태어나 자란 공원에서, 학-대-파의 닝겐 다음으로 무서워하던 「적」——까마귀다!

 

「…으급…우웁…무고오오…」

 

 필사적으로 발을 바둥거린다.

 지금 있는 장소가 어디인지 잘 알수없지만, 까마귀가 노리기 쉬운 야외임은 확실했다.

 일어나서, 달려서, 그게 안된다면 우지쨩처럼 기어서라도 도망쳐야한다!

 그랬는데 팔이 움직이지 않아서 설수도 길수도 없고 주변도 전혀 보이질 않아서……

 

「까악ー, 까악ー!」

 

 순식간에 까마귀의 소리가 다가오는가 싶더니, 한쪽 다리에 아픔이 달리고 몸이 뒤집혀 끌어당겨졌다.

 베란다에 내려온 까마귀가 들자실장의 한쪽 다리를 물고 다시 하늘로 날아오른 것이다.

 

「…무고옷!! 무구우우욱…!!」

(아픈테치! 싫은테치! 무서운테치! 살려주는테치……마마아아아!!)

 

 그녀의 비통한 절규는 이미 누구의 귀에도 닿지않았다.

 

 

 다음날 아침——

 남자가 응접실의 베란다를 확인했을 때에는 말라버린 똥이 잔뜩 쌓여있는것 외에는 들자실장의 흔적은 없었다.

 역시 다리에는 테이프를 감지 않는 것이 까마귀가 잡아가기 쉬운 모양이다.

 처음 들실장에 탁아당했을 때에는 홧김에 자실장을 테이프로 온몸을 칭칭 감아버렸다.

 그리고 베란다에 내다놨지만 다음날 보니까 까마귀가 모여들어 있었다.

 남자가 베란다 문을 열자 까마귀들은 도망갔다. 온몸이 엉망진창이 된 자실장의 사체가 남아있었다.

 기왕이면 깔끔하게 먹어치워줬으면 좋았을텐데. 온몸에 테이프를 감아서 그런가?

 어쩔수없이 그 자실장은 음식물쓰레기와 함께 봉투에 담아 쓰레기수집구에 던져넣었다.

 하지만 원래 동물의 사체를 쓰레기로 내놓는 것은 관리규약으로 금지되어있다.

 그 후에 남자는 탁아당할때마다 자실장을 테이프로 감는 방법을 궁리했다.

 그리고 드디어 다리만 감지 않고 내버려둔다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인간은 실패에서 배운다.

 하지만 들실장에는 학습능력이 갖춰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퇴근도중에 탁아된것을 알아채고, 쇼핑백에서 집어낸 자실장을 길가에 던져버린다——

 거기에 산 물건을 집어먹거나 똥으로 더럽혀지자 격노하여 자실장을 알몸 대머리로 벗겨놓는다——

 거리에서 흔히 보이는 광경이다.

 들실장도 동료의 비참한 말로를 목격하지 못할리가 없다. 그런데도 탁아는 끊이지 않는다.

 애초에 탁아에 성공한 동료가 그들 가운데 있기나 할까?

 어떤 수단을 써서든지 인간의 집에 들어가면 사육실장이 된다니, 자기중심적 환상도 도가 지나치다.

 뭐어……다만.

 일부의 맹목적 애호파라면.

 특히 펫숍에서 폐기직전의 똥벌레와 알몸대머리를 학대목적이 아닌 호의로 사들여주는 인간이라면.

(남자는 그런 호사가를 실제로 몇 번인가 본 적이 있다)

 탁아된 들실장까지 키워준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의미에서는 펫숍에서 돌아가는 손님에게 탁아한다는 것은 나쁜 발상은 아닌지도 모른다.

 자신에 관해서는 완전히 정반대로 걸렸지만.

 하지만 그것도 당연하리라.

 용모, 똑똑함, 혈통에서 최고수준인 애완용 고급실장과 본바탕을 알수없는 들실장을 함께 키울수 있을리 없다.

 동류 안에서는 어느정도 똑똑하다 해도 결국은 들 태생. 제대로된 훈육을 받았을리가 없다.

 언제 똥벌레의 본성을 드러낼지 알수없다.

 그것이 우리 집의 귀여운 쌍둥이에게 악영향을 주면 곤란하다.

 자신이 키우는 것은 실장쇼에 나가도 입상이 확실한 수준으로 「진짜로 선택된」 고급실장 뿐이다.

 앞으로도 탁아될때마다 자신은 들자실장을 까마귀 먹이로 주게 되리라.

 

(……그러다가 이번에는 거리의 까마귀가 늘어나버려도 곤란하지만……)

 

 빗자루와 쓰레받이로 마른 똥을 치우며 남자는 생각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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