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석

"드디어... 골판지를 손에 넣은 데스...!"

"마마-! 대단한 테치! 대단한 테치-!"

골판지를 손에 넣어 기뻐하는 친자. 친은 애정 있는 개체지만 집 없이 자를 키우는 것이 지극히 어려워서, 출산을 몇 차례 경험했으나 살아남은 것은 눈앞의 자 한 마리.
그러나 마침내 염원하던 마이 홈을 가지게 되어 희망으로 마음이 들뜬다.


접혀있던 골판지가 대강 조립되어 상자 형태를 이루었다.
친은 기뻐서 응석을 부려대는 자를 골판지 위에 올려놓고, 돌을 치우거나 흙을 다지며 마지막 마무리에 들어간다.

자는 앞으로 펼쳐질 집 있는 생활에 만감이 교차하여 골판지 위를 텟치텟치 즐겁게 걸어 다녔다. 만에 하나 떨어지더라도 부상 당할 높이는 아니었기에 친도 안심하고 작업에 착수했다.

"아까 실장 친자가 공원에서 소란 피우는 것을 봤는데, 불쌍하더라."

"응? 불쌍하다는 표정이 아닌데."

"어떻게 한 건지 모르겠는데, 골판지 뚜껑 부분에 자실장의 목이 끼어가지고 있잖아.
 친도 울면서 자를 구하려고는 하는데, 그놈도 뚜껑 위에 올라가 있으니 자가 너무 괴로워가지고 찌이찌이하고 신음하더라. 자기 체중 때문에 자의 목이 졸리는 걸 모르는 것 같고."

"그거 보고 싶은데... 그래서 자실장은 결국 어떻게 됐어?"

"신음소리가 점점 약해져서 친이 결심하고 잡아당겼어...."

"아아... 그래서 목이 떨어졌어?"

"맞아. 뚝 하고. 순간 친이 멍하게 있더니 대성통곡해서 대단했어."

"뭐, 그건 불쌍...할지도."



다음 날, 참극이 일어난 공원에 다시 한번 가본다. 그곳에는 넋을 놓은 친실장석이 나무둥치에 주저앉아 멍하니 있었다. 내가 다가가도 반응이 없다. 자와 골판지는 약탈당했는지 흔적도 없었지만 친은 별다른 부상도 없는 것 같다.

"실장석 주제에... 너처럼 모성이 있으면 괴롭기만 하잖아?"

그놈이 멍한 표정으로 나를 본다. 나도 왜 말을 걸었는지 잘 모르겠다.

"...데ㅡ...?"

"...너, 우리 집 올래?"

"물론 훈육은 하고, 가끔 이유 없이 걷어찰 수도 있지만 밥은 줄게."

"올 생각 있으면 저기 수도에서 몸을 씻고 와. 기다려줄 테니까."

딱히 동정이 아니라, 이 어리석고 답없는 개체에게 어쩐지 관심이 솟은 것이었다.

잠시 내 얼굴을 가만히 보더니 이윽고 휘청휘청 일어서서 가까운 수도에서 몸을 씻기 시작한다. 몸에 흐르는 물과 함께 놈이 우는 소리가 들린 기분이 들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