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꽃

하천 부지 한구석에 황무지를 개척하여 꽃을 재배하는 실장석 콜로니가 있었다.
전승에 따르면 이 일족은 닝겐에게서 씨앗을 받아 그것을 기르도록 운명지어졌다고 한다.
실제로 일족의 실장석은 다 함께 나서 공들여 황무지를 개간하여 실장석 시점에서 광대한 농지를 관리하고 있다.

그 덕분인지 씨앗은 순조롭게 싹을 틔워, 밭에 흩어져 있는 그들의 집(골판지 하우스)보다 길어졌을 무렵에 선명한 진홍색 꽃을 피웠다.
4~6장의 커다란 선홍색 꽃잎과 안쪽의 검보라색 반점의 대비가 초여름의 태양에 빛나고 있다.

"훌륭하게 핀 데스..."

누군가가 중얼거린 그 말에는 자신들의 노동에 대한 애착이 묻어나온다. 다음은 전승에 나오는 푸른 옷을 입은 닝겐이 나타나기를 기다릴 뿐이다.




콜로니의 자실장이 바람처럼 빠른 탈것을 탄 푸른 옷의 닝겐과 말을 나눴다는 소문이 돈 지 며칠 후, 일족의 운명은 급물살을 맞는다.

"그, 그만두는 데스! 밭 안에는 와타시들의 집이 있는 데스!"

하얀 구제복을 입은 닝겐이 발치에 필사적으로 매달린 실장석 한 마리를 말없이 걷어차고 곤봉으로 때려죽였다. 그것을 보고 달아난 자실장들은 기다란 제초낫에 숨어있던 수풀 채로 제거되었다.
구제복을 입은 닝겐의 뒤를 이어 회색 작업복을 입은 닝겐이 일제히 예초기에 시동을 걸고 횡대를 짜서 소탕을 시작했을 즈음에는, 꽃밭과 콜로니의 운명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소란을 알아차리고 밭을 지키려 했던 성체 실장석은 대부분 구제용 봉투 속에서 말 없는 덩어리로 변하고, 중실장 이하의 존재는 초여름 태양을 뒤덮는 예초기의 검은 연기와 소음에 기절초풍하여 대부분 달아나지도, 저항하지도 못하고 양귀비 꽃밭과 함께 갈가리 찢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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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순찰 중이던 경관이 하천 부지에서 심어서는 안 되는 양귀비과(파파베르 브락테아툼) 1종을 발견하여 신고한 지 사흘 후, 콜로니의 규모로 보아 수작업은 무리라고 판단하여 예초기에 의한 수거가 이루어졌다.
수거된 꽃은 트럭에 실려 소각 처분되고 나중에 남은 것은... 풀이 듬성듬성한 공터였다.

"닝겐상, 약속의 꽃을 지키지 못한 테치..."

품속에 꽃 한 송이를 숨겨놓고 살아남은 자실장은 여행을 떠난다.
약속의 땅에서 약속의 꽃을 피우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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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실장은 모른다. 지금으로부터 수십 년 전, 히피 흉내를 내는 한 젊은이가 실장석에게 양귀비 씨앗을 맡겼다는 것을.
기름기로 번지르르한 금발을 매만지며 오버올 진(마리오가 입는 일체형 작업복)을 입고 있던 젊은이는 히피 붐의 종식과 함께 사회로 복귀하고 지금은 정년을 맞아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자는 푸른 옷을 입고 금빛 들판에 설지니'라는 슬로건을 기조로 수많은 실장석이 심어서는 안 되는 양귀비과(파파베르 솜니페룸, 세티게룸, 브락테아툼)를 재배하고 구제 당하는 일을 수없이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또한 자실장은 모른다. 품속에 숨긴 꽃 한 송이가 이제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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