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도 안

어둡고 좁은 장소에 들어가면 그녀는 늘 떠올린다.
하수도 안을.




그녀는 하수도 안에서 자랐다.

"마마ㅡ 밥 주는 레치ㅡ."

"기다리는 데스ㅡ. 오늘은 진수성찬 데스."

그녀는 하수도 구석에 있는 둥지 안에서 영리한 어미실장에게 키워졌다.

독라인 그녀는 다른 실장이나 자매들로부터 거듭 괴롭힘을 당했다.
하지만 어미는 잘 대해줬으며, 남보다 다소 큰 몸집 덕분에 그리 치명적인 일은 당하지 않았다.
먹이는 음식물 쓰레기나 어미실장의 똥이었지만, 사치를 모르는 그녀에게 그것은 훌륭한 진수성찬이나 다름없다.
어느덧 그녀도 어미실장과 똑같이, 오히려 더 커지게 된 어느 날.

"데갸아아아아앗!!!"


하얗고 거대한 생물 집단이 하수도에 침입하여 실장석들을 사정없이 찔러죽이고 짓밟는다. 방호복으로 몸을 감싼 실장석 구제업자였다.

"인간 데스!! 인간이 쳐들어온 데스!!"

"테챠아아아앗!!"

필사적인 아첨에 아무 반응도 없이 자실장을 짓밟는 하얀 인간들. 아첨도 목숨 구걸도 통하지 않는다. 시간 벌기조차 할 수 없다.
그들은 학대파도 애호파도, 일반인도 아니다. 프로였다.

"마마... 무서운 데치... 마마...."

"히익!! 히이이익!!!"

악몽과도 같다. 평화로운 굴은 삽시간에 지옥으로 변했다.
어찌 보면 실장석에게는 학대파보다 무서운 인종, 실장석 구제업자.
그들은 실장석에게 애정이 없다. 관심이 없다. 대화 따위는 하지 않는다.
교섭의 여지가 없다. 저항의 여지가 없다. 도주의 여지가 없다. 생존의 가능성이 없다.
그저 100% 확실하게 죽는다. 굳이 표현하자면 그것은 '학살파'였다.


"데챠아아아앗."

어미실장과 다른 자매와 함께 도망치지만 실장석의 다리로 인간에게서 달아날 수는 없다.
순식간에 따라잡히고 말았다.
비명은 이제 들리지 않는다.
그녀들이 마지막일 것이다.

"마마!?"

손전등의 빛에 비쳐졌을 때, 그녀는 믿기 힘든 일을 당했다.

"이 아이를 주는 데스!!! 그러니까 와타시는 살려주는 데스!!!"

"....!!"

얼어붙는 그녀.
처음으로 인간들이 멈췄다.

"마...마...."

"시끄러운 데스. 이 독라!! 고귀한 와타시들의 제물이 되는 것이니 기뻐하는 데스!!"

"!!!"


"데프프프, 분충이 마지막에 도움이 된 데스우."

인간 한 명이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아 들었다.

"테챠아아아아아아!! 테챠아아아앗!!!"

처음 보는 인간의 공포와 어미에게 버려진 것을 깨닫고 필사적으로 소리 지르며 날뛴다.

"싫은 데치!!! 마마!!! 마마아아아아앗!!!"

그녀를 안고서 인간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데프프... 받아들인 데스우. 거래 성립 데스우."

당당하게 인간들의 발밑을 빠져나가려던 어미실장과 자매. 순간 무언의 발길질에 어미실장과 자매가 짓밟힌다.

"데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 무슨 짓인 데...."

순식간에 머리와 위석이 밟혀 으스러졌다.

......

"뉴스입니다. 오늘 오후 4시 30분, 후타바시의 하수도에서 5살가량의 소녀가 발견되었습니다. 소녀는 실장석에 의해 키워진 것으로 보이며...."




...그녀는 생각난 듯이 빠루 같은 무언가를 손에 쥐고
애완동물이자 가족이기도 한 십수 마리의 실창석을 데리고 외출했다.

그것은 자신을 버린 어미실장에 대한 복수가 아니다.
자신을 길러준, 어떤 세상에서도 구원할 길 없는 생물.
사랑받아 기어오르고
사치를 누려 비뚤어지며
학대당하여 분하게 죽는다.

그런 실장석들을 향한 끝없는 사랑.
사랑으로 넘치는 학살자는 오늘 밤도 구원받지 못한 목숨에 영원한 안식을 뿌렸다.




-끝

댓글 3개:

  1. 우왕 아주훌륭한 성장인데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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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실장석 너무 크게 설정해서 병신같음
    인간아이 5살보다 크면 뭐 100cm 넘는다는거?
    그보다 인간이랑 실장석 이딴식으로 엮는것들은 어떻게 하나같이 에미터지게 재미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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