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부는 도시


어느 바람 없는 겨울날 새벽.
분지에 있는 지방 도시의 도로변에 중형 트럭 한 대가 멈추어 섰다.
운전사는 엔진을 끄고 좌석을 뒤로 눕혀서, 낮잠을 잤다. 장거리 담당 운전수인 것이다.
그리고 운전수가 완전히 곯아떨어졌을 무렵, 트럭 짐받이에서 바스락 바스락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이제 괜찮은 데스. 오마에타치, 빨리 앞으로 내리는 데스."
"알겠 테치, 차녀쨩 빨리 테치."
"오, 오네에챠, 천천히, 천천히 테치, 인간에게 들키면 살해당하는 테챠"
"마마- 오늘부터 여기에서 사는 테치?"

짐받이에서 얼굴을 내민 것은 성체 실장석 한 마리와, 꽤 자란 자실장 세 마리였다.
그녀들은 서로 도와가면서 짐칸에서 다치지 않고 내린 후, 주변을 경계하면서 근처에 있는 골목에 주저앉았다.

"휴~ 다행 데스우. 닌겐에게 발견되지 않고 『 이주 』에 성공한 것은 엄청난 행운이었던 뎃승"

그렇다, 이 실장석의 가족은 『 이주 』를 결행하고 이 도시로 건너온 것이다.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 전체의 90% 이상이 목숨을 잃거나 탈락하는 가혹한 『 이주 』.
아무래도 이 일가는 인간의 차를 이용함으로써 『 이주 』를 성공시킨 것 같다.

성공적으로 이주의 대부분을 마친 실장석 가족은 마지막 행동을 한다.
자신들의 거주 구역, 즉 공원을 찾는 것이다……이것이야말로 실장석에게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마라 실장의 전횡이 심하거나 학대파 납품업자의 공원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새벽의 조용한 거리를 타박타박 텟치텟치 걸어간다.
방향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알 수 있다. 실장석의 본능이라는 것이다.






새벽 공기는 쌀쌀하다.
바람이 없는 것이 다행일까.






"……"
"마마, 어떻게 된 테치"
"이상한 데스"
"이상하다니 뭐가 테치?"

까다로운 듯이 얼굴을 찡그리는 친실장에게 자실장이 말을 걸자 친실장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동료의 기척이 없는 데스우…… 이런 일은 처음 데스우"

실장석이 봐도 이상한 모양의 가로등이 곳곳에 서있는 것 이외에는 극히 평범한 지방도시다.
그러나 친실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런 번화가인데 왜 동족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인지.
대개, 실장석이라는 것은 인간의 활동권 내에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더불어 이 시간대는 아침 음식물 쓰레기 수집시간. 비록 쓰레기 버리는 날이 아니더라도 전혀 동족의 모습이 없는 것은 이상하다.






동족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 거리를 실장석의 가족은 나란히 줄을 서서 행진한다.
아침 해가 그녀들의 얼굴을 비춘다. 바람을 느낄 수 없는 날이라서 조금 따뜻하게 느껴졌다.






잠시 뒤, 실장석 가족은 나름대로 커다란 공원을 발견했다.
자실장을 수풀에 숨기고 친실장은 가까운 곳을 걸어 본다.
그 공원도 역시 이상한 형상의 가로등이 드문드문 서 있었다.

"역시, 아무도 없는 데스."

화장실도 약수터도 적당한 수풀과 나무 열매가 있는 숲도 있다, 실장석이 번식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춘 공원.
그러나 실장석의 모습은 없었다. 꽤 넓은 공원이지만, 중요하게 여기는 장소를 둘러 보았다.
그래도 구더기 한 마리조차 보이지 않는다. 곳곳에 희미하게 동족의 냄새의 흔적은 있었지만, 꽤 오래된 것 같다.

"닌겐에게 몰살당한 데스?"

거기까지 생각한 친실장은 사고를 멈추었다.
아무튼 상관없지 않은가. 이 정도로 좋은 조건을 갖춘 거주구를 독점에 가까운 상태로 이용 할 수 있다니, 무슨 불만이 있겠는가.
밥그릇과 물과 식량 쟁탈전이나, 마라와 불합리한 두목 같은 위험한 존재도 없다.
자신이 본 바로는 쓰레기통에도 먹다 만 음식이나 작은 골판지가 많이 있었다.
그렇다면 위험한 쓰레기장까지 먹이를 구하러 나가지 않아도 충분히 식량을 조달할 수 있다.

"정말 대성공한 『 이주 』 데스♪"





친실장은 자들이 숨어 있는 수풀까지 가서 이곳을 새로운 거처로 삼기로 한 것을 말했다.
환호하는 자실장들과 만족스러운 친실장. 태양은 높아지고, 바람 없는 날씨는 따끈따끈했다.






그날 저녁, 실장석 가족은 새 집 안에서 호화로운 만찬을 즐기고 있었다.

"자, 많이 먹는 데스. 오늘은 집들이 데스!"
"마마 굉장한 테치, 이렇게 아마아마가 가득 테치이 ♪"
"아마아마 맛있는 텟츄ー웅 ♪"
"이렇게 밥을 많이 먹을 수 있다니 꿈만 같은 테칫 ♪"

공원 한쪽에 방치되어 있던 골판지 상자를 가로등에 기대어 만든 새집 속에서 자실장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대량의 식사를 했다.
게다가 썩고 있는 것이 아닌, 제대로 된 상태의 음식이다. 아무렇게나 쓰레기통에 들어 있던 식품은 실장석들에게 그야말로 보물의 산이었다.

"정말, 이런 생활을 하다니 꿈만 같은 데스."

먹다 버린 프라이드 치킨을 씹으면서 들뜬 친실장은 이 공원을 무척 마음에 들어했다.
낮에는 나름대로 사람이 많지만 자신을 보고도 제거하려 하지 않는다.(희귀한 것을 보는 눈이나 혐오스럽다는 눈으로 보고는 있었지만.)
이 공원을 청소하던 공원 관리자스러운 노인과도 조우했지만 자신의 모습을 보고 한숨을 쉬더니 가버렸다.
『 원탁(エンタク엔타쿠) 』라고 불렸던 고향에서는 항상 인간의 위협에 처했던 만큼, 이 친실장에게는 인간을 향해 아첨하는 습성은 없다.
그런 그녀였기 때문에 인간이 자신들에게 무관심한 것은 대단히 좋은 일이었다.

양질의 쓰레기는 다 먹을 수 없을 정도이고, 인간도 자신들에 대해서 무관심. 동족도 없는 점유된 생활 환경.
모두 좋은 일 투성이. 우리는 낙원에 도착한 것이다.






해가 완전히 질 때까지 실장 가족은 왁자지껄하게 만찬을 즐겼다.
사람이 없는 공원은 조용하다, 실장석 가족이 있는 수풀의 나무들도 가지를 울리지 않는다.
봄이 찾아오고 있는 이 시기, 이 마을에서 바람이 없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지만 그런 일을 실장 가족이 알 리가 없었다.





식사가 끝나고 밤이 찾아왔다.
친실장과 자실장들은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독특한 모양의 가로등 아래, 새 집의 벽에 등을 기대고 실장 가족은 천연 플라네타륨을 즐긴다.

"예쁜 데스. 별님이 가득한 데스."
"""테치이 ♪"""

생각하면 고향 — — — 『 원탁 』에서는 밤하늘을 즐길 여유가 없었다.
시험삼아, 그리고 취미로 자신들을 학대파들로부터 도망치는 매일.
그런 악몽같은 장소에서 도망친 자신들이 도착한 곳은, 고향과 비교하자면 천국 같은 공원.

여기라면, 즐겁게 살 수 있다.
여기라면, 가족 전원이 살아갈 수 있다.
친실장은 자실장들을 내려다보며 힘차게 선언한다.

"내일부터는 마마가 열심히 하는 데스야. 오마에타치도 훌륭하게 되도록 노력하는 데스!"
"와타치도 힘내는 테치, 언젠가 이 공원을 와타치의 자들로 가득 채우는 테츄."
"모두 노래와 춤을 출수 있는 공원이 좋은 테츄"
"저기에 남겨두고 온 우지챠들의 몫까지 힘내는 테치이!"


그녀들은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주고 받고, 웃었다.
그리고 새 집에 들어가 친자가 기대어서, 편안하게 잠이 들었다.







한밤중에 강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바람은 요란하게 신음하며, 나무와 덤불을 흔든다.

기묘한 모양의 가로등은 바람을 받고 소리를 울리기 시작한다.

리이이이이이이이이 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리이이이이이이이이 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리이이이이이이이이 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리이이이이이이이이 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사람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그런 소리.
그 소리는 거리 곳곳에 있는 가로등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바람은 밤새 계속 불었다.
가로등에서 나오는 소리도 밤새도록 멈출 줄 몰랐다.









다음날 아침.
비닐봉지를 손에 들고 공원을 둘러보던 늙은 관리인이 가로등 밑에 있는 골판지 하우스를 발견했다.
관리인이 골판지 하우스 안을 들여다보니, 거기에는 성체 실장석과 자실장 세 구의 시체가 있었다.

상당히 고생했을 것이다.
골판지의 내벽은 똥이 낭자하고 허우적거리며 괴로워하던 친실장으로 인해 자실장 한마리가 뭉개져 있었다.
무시무시한 형상으로 절명한 시신은 모두 자신의 머리를 감싸거나 혹은 가슴을 누르고 있다.
늙은 관리인은 한숨을 쉬었다. 뭐, 그 곳에 있던 녀석들의 생명의 근원은 완전히 부서져 있겠지.



이 거리에서는 과거에 대량 발생한 실장석으로 인해 몇 명의 희생자가 나온 이래, 실장석을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억제나 근절시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실장석을 산업용 이외 들실장 전부를 근절하게 한 방법이 이 가로등이다.

가로등에는 풍압식 실장 소리굽쇠가 탑재되어 있다.
이것을 몇 개월 내 일정 기간마다 탑재하여 거리에 정착한, 혹은 흘러들어온 실장석을 정기적으로 구제하는 것이다.
이번에도 실장석 번식 시기인 봄에 주의를 거듭하여 설치한 것이다.

이 소리 굽쇠는 특별한 제품으로, 강한 풍압을 받으면 실장석의 위석에 악영향을 미치는 음파를 발생시킨다.
특별한 제품이기 때문인지 인력으로 누르거나 전기 등으로 진동시키면 효율이 나빠지는 모양이다.
이 소리 굽쇠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일정 구간마다 가로등이라는 높고 바람의 영향을 받기 쉬운 장소에 설치하는 것이 가장 좋다.

분지에 위치한 이 거리는 일년 내내 강한 바람이 분다.
놀랄 정도로 단기간만에, 멋대로 거리를 떠돌던 녹색 해수는 시체의 산을 쌓고는, 그 이후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이 거리에 실장석이 없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늙은 관리인이 골판지로 시체를 둘러싸고 통째로 비닐봉지에 던져 넣는다.

"모처럼 『 이주 』해서 왔을 텐데 운이 나빴지 뭐냐. 이곳은 너희들이 존재하는 것이 허락되는 거리가 아니니까."

늙은 관리인은 비닐봉지를 짊어지고, 관리인 사무실 옆에 있는 소각로를 향해 걸어간다.
강한 바람이 불어와 실장석의 가족을 감싼 비닐 봉투의 표면이 떨린다.
오늘도 거리를 지나가는 바람은 강하고, 사람의 귀에 들린 소리가 드높이 거리를 덮고 있었다.

댓글 4개:

  1. 생각해 보니 구제한다고 약뿌리고 난리 안처도 이거면 되잖아..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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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현실은 그렇게 돈이 넘처나지 않지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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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벌레들이 이주한곳에는 똑똑한인간들이 살고있었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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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저런 분충들에겐 너무 과분한 죽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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