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죽도

평일에 봉사활동에 투입됐다. 하숙집 주인의 부탁으로 공원 청소다. 올해는 집주인이 마을회장 직책을 맡고 있어 공원 청소 등의 일이 이쪽으로 몰린다. 이것이 단순한 청소라면 귀찮더라도 스스로 하면 된다.

실상은 공원에 서식하는 실장석 친자들을 구제하라는 것이다.

 마을회에도 여러가지 의견이 있었지만, 보건소에 부탁하거나 지역 주민이 직접 하려하면 일부 극단적인 주민들이 반대를 한다. 그러나 하숙생이라면 어차피 타관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하숙생에게 공원 청소를 맡겼더니 맘대로 해 버렸다..... 하면 별 말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꼼수이지만, 지저분한 일인 만큼 이달 집세를 일부 면제받게 됐다. 뭐 돈 때문이긴하지만, 기왕 부탁 받은 일이니 깨끗이 끝을 낸다.



마마가 준 밥에 오늘도 배부른 테치
언니짱들이 있었을 때는 별로 못 받았지만
지금은 많이 받은 테치
언니짱들도 밥을 많이 받았던 테치
와타치도 컸으니 곧 언니짱들한테 가는 테치
곧 언니짱들과 만나는 테치
와타치도 마마의 밥찾기 돕는 테치
함께 노력하는 테치



이 시기엔 공원 주위에 심은 협죽도가 홍백의 꽃을 아름답게 피우고 있다. 꽃을 즐기고 싶지만 우선 공원 화장실을 들여다본다. 더러워져 있지만 실장석은 없다. 평일 오전 중이니까 사람도 없다. 공원 청소 용구함에서 도구를 꺼낸다. "청소 작업중" 간판과 체인을 사용해 공원 입구를 봉쇄한다. 아무도 오지 않겠지만 그래도 쓸데없는 문제는 피하고 싶다. 목장갑을 끼고 장대집게와 부젓가락, 그리고 양동이를 들고 집주인한테서 들었던 장소에 다가간다.



인간이 오는 레치
따끔따끔 나무에 숨는 레치
언니짱과 구더기도 숨는 레치
무서운 까마귀도
따끔따끔 나무가 쫓아 버린 레치
따끔따끔 나무잎은 아주 아픈 레치
따끔따끔 나무가 우리를 지키는 레치
그런데 언니짱처럼 커지면 숨지 못하는 레치
그래도 크지면 마마가 데려가 주는 레치
커지면 마마와 함께 사는 레치
아타치는 아직 작은 레치
그러니까 그때까지 가만 있는 레치



공원 구석에 있는 호랑가시 수풀 속에 골판지 상자가 보였다. 옆으로 누인 맥주 상자다. 귀를 기울이니 상자 속에서 테치레치 울음 소리가 들린다. 공원의 들실장은 큰 골판지 상자에서 일가 모두 사는 게 보통이다. 호랑가시 나무 주변을 살펴봤는데, 성체 친실장이 들어갈 공간이 없다. 기어다니기도 힘들다. 아마 앞머리카락이 걸릴 것이다.

호랑가시 나무의 수풀 속에는 음식물 쓰레기 조각과 봉투가 흩어져 있는 것이 보인다. 깡통도 몇개 나뒹굴고 있다. 자실장이 물통으로 쓰는 건가. 다소 아플지도 모르지만 자실장이라면 수풀도 출입할 수 있다. 친실장은 다른 곳에서 자는 건가? 실장석치고는 상당히 궁리를 한 것이다.

자실장에게 가장 큰 천적인 다른 성체 실장, 그리고 까마귀들에게 딱 좋은 장벽이다. 호랑가시 나무잎은 질긴 가장자리에 날카로운 가시가 있다. 그 수풀에 잘 밀어넣은 맥주 상자는 실장석의 서투른
손으로는 잡을 수 조차 없다. 뱀이라도 오면 위험하지만 자실장의 안전 지대로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인간이 온 테치
여기에 있으면 불안한 테치
빨리 저쪽으로 가는 테치

여기는 안심인 레치
마마는 천사 레치
그런 마마의 자인 아타치도 천사 레치

레푸푸 인간이 오면 이 구더기짱이 박살내는 레후
프니프니 노예로하는 레후ー



가지치기 가위로 아래쪽 가지를 자르고, 부젓가락으로 맥주 상자를 끌어냈다.



움직이는 테치?
집이 움직이는 테치?
어째서인 테치?!

괜찮은 레치.
괜찮은 레치.
여기 있으면 꼭 안전한 레치이이이이!

인간들 헛된 짓은 그만 두는 레훗!
지금이라면 용서하는 레후ーー웃!



새끼 실장들이 테에에ーー엥, 레에에ーー엥하고 심하게 울고 있지만 상자에서 나와 도망가려 하지 않았다. 아마 새끼 실장들에게 이곳은 철옹성일까. バケツの出番은 없다 (?)



인간이 온 테치!
학대파 테치ー!
테에에ーー엥
마마, 구해주는 테치!

아직 괜찮은 레치ーー!
더 깊이 달아나는 레치이이이이!
레에에ーー엥!

구더기짱 두렵지 않은 레훗
그래도 똥 나오는 레후ーー



상자를 세우고 위에서 안을 들여다 보니 자실장과 구더기를 안고 있는 엄지가 있었다. 울다가도 이쪽 눈치를 보더니 테츄ーー웅 레츄ーー웅 하고 아양을 부려 온다. 돈 때문이다. 원한은 없지만 죽여 준다.



테에에에에......
인간씨 괴롭히지 말는 테츄웅
심술궃은 짓 하지 마는 테츄웅

아타치는 천재 레츄웅
특별한 실장ー석 레츄웅
아타치만은 구해 주는 레츄ーー웅

구더기의 똥 닦게 해주는 레후ー웅



자실장을 못 도망가게 잡고 친실장이나 다른 자실장이 없나 공원 주위를 살폈다. 자 한마리와 구더기, 엄지론 너무 적은 것 같다. 새끼 실장은 찾지 못했지만, 공원을 둘러싸는 펜스의 철망이 한군데 찢어진 것을 발견했다. 그 구멍을 지나 인접한 수로 사이에 실장석이 지나다닐 정도의 길이 있다. 이리로 친실장이 출입한 것 같다. 근처에서 소리가 나서 보니 담장 너머 풀숲에 두건의 한쪽 귀가 찢어져서 없어진 실장석이 있다. 눈물을 흘리며 이쪽을 보고 있다. 아마 이놈들의 친실장 이겠지.

컨페이토로 낚으려고 했지만, 금방 멀리 달아나 보이지 않게 되었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지능이 높은 개체였나? 자의 울음 소리를 듣고 온 걸 보면 근처에 둥지가 있는지도 모른다. 친실장의 구제는 실패했지만 새끼가 다 없어지면 이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토록 경계심과 지능이 높은 개체라면 아마 다시 이 공원에서 둥지를 틀지 않을 것이다.

자실장을 잡은 맥주 상자와 잘라낸 호랑가시 나무의 가지를 공원의 쓰레기 소각장으로 가져간다. 거기에는 전에 잘라낸 협죽도의 가지들도 쌓여 있었다. 생나무는 타기 힘드니까, 헌 신문과 마른 협죽도의 삭정이를 맥주 상자에 넣어 불을 붙인다. 우지직 소리를 내며 맥주 상자는 안쪽에서 화염에 휩싸였다.



테챠ーー앗?!
불이 붙은 테챠ー앗!
이대로는 죽는 테치ーー.
도망 가는 테치이이이이이!

언니짱, 제발인 레치ー.
빨리 밖의 물 가져다 주는 레치!
왜 우왕좌왕하는 레챠ーー!

뜨거뜨거 레훗

못 나가는 테치!
마마 구해주는 테에ーー!
언니ー이 구해주는 테에ーー!
누군가 여기에서 꺼내주는 테에ーーー!

레츄아ーー?!
아타치의 귀한 옷이 불타는 레치ー!
예쁜 머리가 타는 레치-!

구더기 똥 나오는 레ー

인간씨 용서하는 테에ーー치!
적어도 동생들은 구해주는 테에ーーー치!
구더기, 구더기짱- 아아 아아 아!



테챠ー레챠ー 거리던 새끼 실장의 울음 소리도 곧 들리지 않게 되었다. 꾸물거리다가는 낮 아르바이트에 늦겠다.
내버려둬도 괜찮겠지만 주의하느라 물을 뿌리고 불을 끈다. 구더기와 엄지는 뜬숯이 되어 있었으나 자실장은 아직 덩어리로 남아 있다.



아픈 테치
뜨거운 테치...
아무것도 안보이는 테치이이이......
엄지짱...
구더기...
어디 어디...
괴로운 테치
마마 마마
언니ー짱
구해주는...이...
마마 마마
구해주는……마마...



너라도 남아있어 다행인 데스우.
자아 너도 언니들에게 가는 데스우.



낮 아르바이트가 끝난 뒤 그 공원에 들렀다. 지금까지 실장석은 "인간을 닮은 더러운 해충" 이라 생각해서 죽이는 것도 일종의 청소라고 안이하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친실장의 눈물을 본뒤에는 어쩐지 기분이 무거워졌다.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이란 사람이든 동물이든 다 같을 것이다.

그 자실장의 시체에 헌화라도 하려고 하얀 협죽도의 꽃 한송이를 꺾어 쓰레기 소각장에게 갔다. 거기에 그 친실장이 쓰러져서 경련하고 있다. 잘 보니 구워진 자실장의 고기조각을 입에서 내뿜고 있다.

그러고 보니 옛날 읽은 추리 소설의 트릭이 생각난다. 협죽도에는 독이 있다. 읽은 것이 오래 전이었기 때문에 완전히 잊고 있었지만, 알렉산더 대왕의 병사가 협죽도의 가지를 고기에 꽂아 태우다 그 독으로 죽었다는 일화가 있었다. 아마 구운 연기도 독이 있다라고 쓰여 있었던 것 같다. 정말 맹독이었던 모양.

말 못할 무언가가 꿈틀거린다. 무심코 협죽도 꽃을 뭉개고 있었다.

새끼를 먹는 분충!
울고 있던 것은 음식을 잃어서 였나?

그래서 자실장 한마리와 구더기, 엄지밖에 남지 못한 것이다. 인간 흉내를 내는 주제에 자기 자식의 고기도 태연히 먹는 축생. 어설픈 지능이야 어쨌든 그 근성이 마음에 안 들어.

부젓가락으로 화장실의 양동이에 밀어 넣다. 아직 완전히 숨이 멈추지는 않았지만 이대로 편의점의 실장 회수 상자에 던져 버려야지. 공원에 들어갔을 때는 기분이 무거웠지만 나올 때에는 다른 의미에서 기분이 나빴다.

역시 오물엔 소독이 정답이다.


− − 끝 − −


참고로 협죽도의 독은 심장에 작용하는 강심 배당체에서 치사량은 0.3mg/kg이라고 합니다.
독 연기가 번졌을 뿐이었기 때문에 친분충은 죽지 않은 걸로 했습니다.

댓글 2개:

  1. バケツの出番은 없다가 バケツの出番は無い였다면 양동이를 쓸 필요도 없다
    정도로 하시면 될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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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언니들한테 간다'는게 뭔뜻이지 같은 인간한테 여러번 탁아라도 했나 싶었는데 친실장 뱃속으로 들어간다는 말이었냐..애초에 먹을 생각으로 낳았던 자들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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