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사슬


"자, 깨끗하게 하자꾸나, 그린."
"데스웅☆ 주인님, 기쁜 데스♪"

어떤 집의 욕실.
주인 남자가 샴푸칠을 해주자 사육실장 그린이 기쁜 듯 들뜬 목소리를 냈다.
머리에 묻은 거품을 씻겨낸 남자는 이번에는 컨디셔너 린스 병을 손에 들고
손바닥에 듬뿍 짜낸 다음, 손을 모아 가볍게 비빈다.
사용하고 있는 샴푸와 린스는 실장석용으로는 최고급품에 속하는 것이다.
남자는 그것을 아낌없이 사용하면서, 그린의 긴 머리를 익숙하게 매만졌다.

"데후~웅 ♪ 데후~웅 ♪"

남자의 부드러운 손놀림이 그린도 맘에 든 모양으로, 박자가 맞지 않는 콧노래를 흘린다.
차분히 시간을 들여 트리트먼트를 끝내고 욕실을 나온 뒤에도, 남자의 총애는 계속되었다.
몸을 닦고 실장용 목욕 타월만 두른 그린은 머뭇머뭇 부끄러워하면서도
방에 있는 작은 의자에 걸터앉았다.
남자는 그린의 뒤로 자리를 옮겨, 드라이어를 한 손에 들고 그린의 머리를 빗었다.
준비되어 있는 몇 개의 빗 중, 처음에는 틈이 넓은 빗을 사용하다가 점차 세세한 빗으로 바꿔가며
정성스럽게 머리를 빗어 간다.

"데후후… 간지러운 데스"
"이봐, 움직이면 안되지"
"죄송한 데스~웅 "

빗으로 뒤통수를 툭툭 찌르자, 그린은 응석 부리는 목소리를 냈다.
가만히 있으려 해도 기분이 좋아서 그만 몸을 비틀어 버리는 것이다.
좋아하는 주인님이 소중한 머리를 빗어준다.
그것은 그린에게 있어서 가장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크리스마스 스크 · 금사슬]— — — — — — — — — — — — — — — — —





그린이 남자의 곁으로 온 것은 약 1년 정도 전이었다.
실장 숍에서 중급 사육 자실장으로 판매되던 그린을, 남자는 오랫 동안 생각한 끝에 선택하여 사간 것이다.
그때부터 계속, 남자는 식사, 놀이, 목욕, 배설에 이르기까지 부지런하게
그린을 돌보며 소중히 키운 것이다.
그 중에서도 남자는 그린의 머리를 특히 소중하게 여겼다.
고급 실장용 샴푸, 린스를 매일 아낌없이 쓰고 틈만 나면 브러시질을 열심히 했다.
남자는 결코 유복하지 않다. 그린의 샴푸의 옆에 나란히 늘어선 남자의 샴푸는 바겐세일한 싸구려 제품이다.
식사도 그린에는 영양 밸런스가 좋은 고급 푸드를 주고 있는 반면, 남자 자신은 편의점 도시락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신보다 실장석을 우선하는 그 모습은 곁에서 보면 그야말로 애오파라 불릴 것이 틀림 없다.
아무리 예절교육완료라고는 해도, 보통의 개체라면 순식간에 우쭐해도 이상하지 않은 환경이다.
그러나 남자가 선택한 그린은 결코 현명한 개체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충성심과 주인 사랑이 강한 실장석이었다.
때문에 이 1년간, 남자의 과보호라 할 수 있는 사육 아래에서도 분충화하지 않고,
오히려 그린은 날마다 남자에게 주인 사랑 이상의 감정을 키워가고 있었다.

"좋아, OK다"

30분 넘게 정성껏 머리를 빗고 있던 남자가 드디어 만족하고, 빗과 드라이어를 정리하고 일어선다.
OK사인을 받은 그린도 앉아 있던 의자에서 내려왔다.
살짝 나부끼는 머리에서 나는 린스의 달콤한 향기 때문에 그린은 눈을 가늘게 뜨고 넋을 잃는다.
하지만 아직 자신이 목욕 타월 1장만 두르고 있는 것을 생각하고는,
얼굴을 붉히며 탈의실에 벗어놓은 옷을 가지러 종종걸음으로 뛰기 시작했다.

"아, 기다려, 그린. 오늘은 너를 위해 새 옷을 사왔어."
"데...!?"

남자의 말에 그린은 급정지하고 뒤돌아본다.
책상 위에 놓여있는 실장 뷰띠크의 쇼핑백을 손에 쥔 남자가 안에서 새 실장 옷을 꺼내 그린에 펼쳐 보였다.

"데에에...!"

남자가 손에 쥐고 있는 실장 옷에 절로 감탄하며, 그 옷에 홀딱 반하는 그린.
빨강을 기조로 한 원피스 옷깃이나 자락, 소매 등을 하얀 펠트로 감싼 귀여운 옷.
앞가슴에 달린 하얀 퐁퐁(* 불어인데 실 따위를 뭉쳐 둥글게 한 술이라고 함. 별걸 다 아네 미친 실장석)이 원 포인트 악센트이다.
부속되어 있는 것은 두건이 아니라 옷과 일체화된 붉은 후드지만, 실장 옷처럼 뒷머리를 내놓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 정수리에서도 하얀 장식이 흔들리고 있다.
남자가 사온 그것은 산타 옷을 모방한 실장 옷이었다.

"좀처럼 생각대로인 것이 없어서 말이야. 오더 메이드로 의뢰했던 것이 드디어 완성된 거야"
"대단한 데스우...!"

그린에 오더 메이드의 의미는 모르지만, 어쩐지 특별한 것이라는 느낌은 받아들이고 있었다.
어쨌든 지금까지 이렇게 귀여운 옷은 본 적이 없다.

"좋아, 당장 입어 봐"
"뎃훙! 뎃훙!"

흥분하는 그린에게 남자는 역시 종이 봉투에서 새하얀 실장 팬티를 꺼내서 건넨다.
허겁지겁 팬티를 입은 그린은 남자의 도움을 받아가며 새 산타 옷의 소매에 팔을 집어넣는다.

"뎃승 ☆"

옷을 갈아입은 그린은 빙글 돌며 포즈를 취한다.
복장의 귀여움은 물론, 날마다 남자에 의해서 손질된 머리는 윤기가 흐르고,
그린의 움직임에 머리카락 한올 한올이 사락사락 길게 뻗친다.

"오오, 좋아! 이거라면 먹히겠는데!"

남자도 흥분해서, 무엇인가 외치며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 왔다.

"그린! 사진 찍을게. 움직이지 마"
"데뎃수~웅 ☆"

카메라를 둔 남자에 그린은 회심의 트레이드 포즈를 취한다.

"..."

잠시 후.

"아니, 아니야. 뭔가 부족한데..."
"데에...?"

사진을 찍지 않고 파인더에서 눈을 떼어 놓는 남자.
그대로 여러가지 각도에서 그린을 두루 바라본다.

"그렇지, 뒷머리를 내놓은 리본이나 머리 끈이라도 있으면..."

중얼거리며 남자는 그린용 화장 선반 속을 더듬어서, 여러 종류의 머리 장식을 꺼내서 그린에게 대보고 머리를 틀었다.

"음, 뭔가 다른데... 어쩔 수 없지, 다시 숍에 가서 적당한 걸로 가져 올까.
지금 나가서 돌아오면 사진을 찍고…. 응, 그럭저럭 늦지는 않겠어."

멍하니 하고 있는 그린을 내버려두고, 남자는 시계를 보며 분주하게 몸차림을 한다.

"그럼 좀 나갔다 올 테니까... 착하게 있어."

그러면서 남자는 자신의 가슴 주머니에 넣어둔 링갈을 치웠다.
남자가 쓰고 있는 것은 애호계 실장 제품으로 알려진 로젠사의 엠블럼이 새겨진 금색 링갈이다.
이전에 로젠사 주최의 한 행사에 참여했을 때의 입상 기념품으로 받은 이래로,
남자는 소형이면서도 고성능인 이 링갈을 애용했다.
물론 비매품이라 소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있어 보이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그리고 남자는 서둘러 집을 나갔다.
상당히 서두르고 있었던 것인지, 뒤쪽으로 밀린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고 있다.
그 틈새를 뚫고 들어오는 차가운 바람에 그린은 몸을 떨었다.

"데에..."

우두커니 혼자 남은 그린은 방의 전신 거울 앞에 가서, 다시 한번 포즈를 취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본다.
자신의 체격에 딱 맞는, 그러면서도 여유가 있는 귀여운 옷.
움직일 때마다 빛이 나며 팔랑팔랑 흔들리는 긴 밤색 머리.

"예쁜 데스우."

그린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에 무심코 중얼거렸다.
분충이 아닌 그린에게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귀엽다"라는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지금의 자신은 상당히 귀엽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주인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아간다.
자신을 이렇게 예쁘게 만들어 준 남자에게, 그린은 어떻게 보답할 수 없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실정석이 할 수 있는 것이란 한정되어 있다.
과거에도 계속 안고 있는 딜레마였지만, 그린은 남자의 말에 거역하지 않는 아이였다.
때로는 주어진 도화지에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이나 어깨 너머로 배운 종이 접기 등을
접어주는 것으로 고마움을 나타내 왔다.
한번은 "좋을 대로 해도 되는 데수"하고 몸을 맡기려 한 적도 있었지만,
강렬한 주먹으로 답장을 돌려받은 이후, 해서는 안되는 것을 학습한 것이었다.

"데에...오늘은 특별한 날인 데스우."

그린은 한숨을 내쉬면서 달력을 본다.
오늘은 12월 24일.
거기에는 붉은 매직으로 빙글빙글 몇 겹이나 동그라미가 쳐져있다.
남자가 그날을 강하게 의식한 것은 분명하다.
그뿐인가. 텔레비전이나 잡지 광고 전단지 등도 모두 24, 25일을 거론하고 있었다.
글씨를 읽지 못하는 그린에게도, 그 특별한 분위기는 제대로 전해지고 있다.

"아마 크리스마스라고 말한 데스. 그래서 주인님도 이렇게 예쁜 옷을 준 데스-"

그린은 크리스마스의 개념은 모른다.
하지만 어렴풋하게 얻은 지식에 의하면, 소중한 사람끼리 선물을 교환하고
서로 감정을 전하는 날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 날에 주인님이 선물을 주었다.
자신도 무언가 주인님에게 선물을 하고 싶다.

그린 속에서 소용돌이 치는 남자에 대한 마음은 더 이상 그림이나 색종이 등으로는
담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것으로 승화되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그런 마음이 강해봤자 결국은 실장석.
무엇을 해야 좋은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나지 않는다.
그린은 다시 한숨을 내쉬고, 바닥에 놓여있던 크리스마스 광고 다발을 바라보았다.
어느 광고지도 화려하고 눈을 끌지만, 특히 로젠사에서 온 전단은
댄디한 인간(외국인 모델)과 잘 차려입은 실장석이 행복하게 찍은 사진을 메인으로 사용하고 있다.
자신도 이렇게 되고 싶다고 다시 한숨을 내쉬는 순간,

"데뎃...!?"

그린은 함성을 지르며 뛰어 올랐다.
전단 속에서 웃고 있는 모델. 그 목에 걸려 있는 것은 남자가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금빛의 로젠사 각인이 찍힌 링갈이다.
남자와 이야기할 때의 필수 아이템. 자신과 남자를 잇는 소중한 것을 이제와서 못 알아볼 리 없다.
그린에게는 모델의 가슴에서 빛나는 링갈이 정말 멋있게 보였다.
그러나 같은 것인데도 남자는 목에 걸지 않고 포켓에 넣고 있다.
남자의 링갈에는 모델의 것처럼 금 사슬이 붙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모델처럼 금 사슬을 선물하고 링갈을 목에 걸게 해주면, 반드시 남자가 기뻐해줄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데에에. 반짝반짝하는 사슬은 어디에 있는 데스우?"

헛된 기쁨에 끝난 아이디어에 낙담하는 그린.
그런 그린의 몸을 문을 통해 살바람이 스친다.

"데...!!"

차가운 그 외풍에 맞은 순간, 또 다시 그린은 뛰어올랐다.
이전에 남자와 함께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던 때를 기억한 것이다.
무엇보다 산책을 해도 위험하기 때문에 그린은 항상 남자에게 안겨 있어서,
자신의 다리로 걸은 것은 아니지만, 그때 멀리서 이쪽을 바라보던 공원의 들실장석들 중에서
목에 금 사슬을 한 개체가 1 마리 있었다.
그것을 양도받을 수는 없을까...
그린은 방 안을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며 생각했다.
어쨌든, 그 사슬을 손에 넣으려면 집을 벗어나 공원까지 가지않으면 안된다.
멋대로 집을 나가면 분명 화를 낼 것이다. 어쩌면 다시 주먹으로 얻어맞을 지도 모른다.

이따금 "데이..."하고 신음하면서, 갈까 말까 고민하는 그린.

남자에게 길러진 이래, 기억력이 나빠서 못하거나 실패한 적은 있어도 자신의 의사로 약속을 어긴 적은 없다.
만약 남자가 겨우 한마디라도 외출을 금지하는 약속을 하면, 우직한 그린은 밖으로 나간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남자는 지금까지 특별히 외출에 관한 룰을 정하지는 않았다.
원래라면 열쇠로 잠긴 창문도, 손잡이 위치가 높은 문도, 그린의 힘만으로는 열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기억력이 나쁜 그린에게 필요 없는 규칙을 암기시키는 수고는 쓸데없는 짓이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한 것이 이제 와서 화근이 되었다.
지금, 남자가 닫지 않은 문은 그린이라 할지라도 밀면 쉽게 열 수 있을 것 같다.

"뎃승!"

드디어 각오를 다진 그린이 기합을 넣고는, 모이 접시에 남아 있던 실장 푸드를 마음에 드는 가방 속에 가득 채웠다.
가방을 어깨에 걸고, 천천히 문을 밀어 열고 밖으로 나왔다.
휘몰아치는 찬바람에 몸을 움츠리면서도, 과거에 남자에게 안겨서 본 기억을 믿고 발을 내딛는다.
처음으로 혼자 나온 바깥 세계는 때때로 지나는 차량, 자전거 등 남자의 말대로 위험이 가득했다.
그때마다 무서워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나는 그린이었지만, 남자에 대한 생각으로 공포를 뿌리치고,
될 수 있는 한 서둘러서 공원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녀는 한 가지 착각을 하고 있었다.
외출 시 ‘위험하니까’라며 반드시 안아 올려져 있었던 그린이었지만,
정작 무엇이 어떻게 위험한지를 배우지 않고 있었다.
남자로서는 차량, 자전거에 한정하지 않고 모든 것이 위험하다는 뜻으로 말한 것이지만,
그린이 그런 기미를 감지할 능력은 없다.
사육 실장에게 가장 위험한 것.
그것은 인간의 비호 아래 아무런 불편 없이 지내는 사육 실장을 원망하고, 질투하고,
그러면서도 동경하는 바깥에 사는 동족인 들실장석들이었다.
하지만 그린과 같은 순수한 실장숍 출신의 사육 실장은 들실장들을 ‘밖에서 사는 친구’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 의식의 차이가 지금까지 몇이나 되는 불행을 낳았는지도 모르고,
그린은 드디어 눈앞에 나타난 공원을 향해 서두른다.
바람을 받고 나부끼는 머리가 석양을 받아 반짝 반짝 빛나고 있었다.



— — — — — — — — — — —



공원에 도착한 그린은 의외로 간단하게 찾고 있던 금 사슬을 두른 실장석을 찾을 수 있었다.
쇠사슬을 한 실장석의 정체는 이 공원의 들실장들을 지배하는 보스 실장이었다.
그린이 도착해서 처음에 본 들실장에게 묻자, 곧바로 거처로 안내되었다.
보통 그린처럼 한눈에 길러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실장석이,
인간도 데려오지 않고 무방비로 뻔뻔하게 공원에 찾아오면, 처음 만난 들실장에게 옷이 벗겨져
죽임당하거나, 노예가 되어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사육 실장이 자신은 보스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래서는 말단의 들실장이 손을 댈 수 없다.
만일 보스와 관계있는 실장이라면 반대로 자신이 같은 꼴을 당하게 된다.
의아해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안내하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그리하여 안내되어진 공원 속의 수풀에 보스 실장이 있었다.
다른 들실장보다 한층 더 덩치가 큰 실장석이다. 들실장 치고는 꽤 살이 올라 있다.
공원의 들들에게 음식이나 새끼를 헌상 받아, 사육실장에는 미치지 않지만 나름대로 좋은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주변에 여러 마리의 부하를 둔 보스 실장은 이미 빈사가 된 자실장을 쩝쩝 뜯어 먹으면서,
넙죽 엎드린 독라의 등에 앉아 그린을 내려다보았다.
솎아내기는 필요하지만, 자를 먹는 것은 금기, 독라는 불쌍한 친구라고 배워 온 그린은 그 광경에 말문이 막히고 만다.

"왜 그러는 데스? 와타시에게 뭔가 볼일이 있는 것은 아니었던 데스?"

이래서 사육실장이란... 하고 말하는 것처럼, 보스 실장은 경직된 그린에게 물었다.
그 말에 정신을 차린 그린도 쭈뼛쭈뼛 입을 연다.

"처, 처음 뵙는 데스. 와타시는 그린이라고 하는 데스. 오늘은 부탁이 있어서 온 데스우"
"부탁 데스? 뭐든지 손에 들어오는 사육 실장이 일부러 무엇을 들에게 부탁한다고 말하는 데스우?"
"당신이 목에 걸고 다니는 반짝반짝하는 사슬을 원하는 데스-"
"데...?"

보스 실장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실장석이 입을 열고 굳어졌다.
잠깐 동안 정적이 흐른다.
그리고 다음 순간...

"""데퍄퍄퍄퍄...!!"""

일제히 쏟아지는 대폭소.
보스 실장은 독라의 등에서 굴러 떨어진 채 배를 움켜잡고 웃고, 그 독라조차도 이빨 빠진 입에서 웃음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보스 실장의 목에 감겨 있는 금 사슬.
공원을 찾은 인간이 몸에 지니고 있던 악세서리가 어딘가에 걸려서, 끊어져 떨어뜨린 것으로 생각된다.
화려한 복식이나 장식품을 선호하는 성질이 있는 실장석.
더구나 보통 그런 것에 인연이 없는 실장들에게 금빛 찬란한 쇠사슬은 무엇보다 가치 있는 것으로 보였던 것이다.
피로 피를 씻는 장렬한 쟁탈전 끝에 최종적으로 쇠사슬은 보스 실장의 품으로 안착되었다.
이후 이 쇠사슬은 보스의 위엄을 나타내는 왕관 같은 것이 된 것이다.
그것을 갑작스레 찾아온 사육 실장이 달라고 하는 것이다.
원래 화를 내야할 장면이지만, 사육실장의 후안무치함에 웃음이 터져 버리고 만다.

"데뎃...! 무, 물론 공짜로 받지는 않는데스! 대신 이 먹이를 드리는 데스!"

사방팔방에서 비웃음을 받은 그린은 황급히 가방 속의 실장 푸드를 보였다.
순간 딱 웃음소리가 멈춘다.
전원 뚫어지게 가방 속을 바라보는 가운데, 두목 실장은 일어서서 어슬렁 어슬렁 그린에게 다가간다.
그리고는 손에 있던 먹이가 든 가방을 강제로 빼앗아갔다.

"데!? 아,안되는 데스ー! 가방은 돌려주는 데스우!"
"시끄러운 데스! 이 봉투도 받아 갈테니 고맙게 생각하는 데스!"

울며 애원하는 그린을 뿌리치고, 보스 실장은 손에 넣은 가방에서 푸드를 한줌 꺼내 입 안에 처넣는다.

"데스~웅! 맛있는 데스-!"

그대로 단번에 걸신들린 것처럼 집어먹고, 나중에는 입 위에서 가방을 뒤집어 안에 남은
부스러기까지 몽땅 처먹는다.

"데에에... 야, 약속 데스. 사슬을 주는 데스"
"무슨 말을 하는 데스? 약속 따위 하지 않은 데스”
"데에!?"
"겨우 이 정도의 푸드로 교환할 수 있다고 생각한 데스?"
"오늘은 그것밖에 가져오지 않은 데스. 다음에 또 가득 가져오는 데스. 그러니까 사슬을 주는 데스"
"그런 것은 신용할 수 없는 데스! 그렇게 원한다면 그 옷도 내놓는 데스"
"데에에? 아, 안되는 데스!! 이 옷은 주인님이 사준 것 데스!"
"그런 것 모르는 데스! 됐으니까 빨리 내놓는 데샤아!"

보스 실장의 위협을 신호로 둘러싼 실장들이 일제히 그린에 덤벼든다.

"그, 그만두는 데수! 옷을 잡으면 안되는 데스! 잡아 당기면 안되는 데스-!
찢어지는 데스! 말로 하는 데스우!"

그린의 저항과 비명도 허무하게, 푸드는 몽땅 빼앗기고 새 옷도 여기저기 찢어지면서 억지로 벗겨졌다.

"데에에에에엥! 지독한 데스우! 옷을 돌려주는 데스우우우!"

알몸이 되어 흐느끼는 그린을 무시하고, 보스 실장은 자신의 옷을 벗고 막 빼앗은
그린의 산타 옷으로 당장 갈아입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린에 맞게 제작된 실장옷은 덩치 큰 보스 실장에는 분명히 무리다.
새로 몇 부분이나 옷이 찢어지면서 억지로 껴입은 그것은 너덜너덜해져서,
이미 이전의 귀여운 산타 옷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데퍄퍄퍄퍄. 역시 와타시 쪽이 더 어울리는 뎃스~웅 ♪"

하지만 정작 보스 실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나긋나긋하게 포즈를 취하면서 둘러싼 실장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과시힌다.

"옷을 돌려주는 데즈우우"
"시끄러운 데스! 이제 오마에에게 용무는 없는 데스!"

매달리는 그린을 들이받는 보스 실장.
나가떨어진 그린의 머리가 그래도 여전히 우아하게 춤추며, 살짝 달콤한 냄새를 풍긴다.
의식하지 않고 보스 실장은 자신의 머리에 손을 갖다댄다.
손질다운 손질을 하지 않았던 머리는 부스스하고, 기름과 먼지로 엉망진창이다.

"건방진 놈 데스. 이런 것, 이렇게 하는 데스"

보스 실장은 쓰러진 그린의 등을 짓밟고, 뒷머리를 한다발 움켜 쥐고 천천히 당기기 시작한다.

"데...?! 데히이이이이이! 다메 데스ー! 그것만은 그만두는 데스우우우!"

머리에서 나는 프직프직하는 소리에 강하게 저항하는 그린.
그러나 그 사지를 둘러싼 실장들에 짓눌려서, 폭포처럼 눈물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애원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 목소리를 즐기며 보스 실장은 완급을 조절하여 서서히 그린의 머리를 뽑기 시작한다.

프직프직프직프직프직...
"그만두는 데스우우우우우우!"
프직프직프직프직프직...

이윽고 그린의 한바탕 큰 외침과 함께, 한쪽의 뒷머리는 모두 뽑히고 말았다.

"데... 데... 데..."

눈앞에서 흩날리는 자신의 머리에 시선을 두고 방심하는 그린.
보스 실장은 그런 그린을 히죽거리는 얼굴로 내려다보며 또 한쪽의 뒷머리에 손을 갖다 댄다.
수풀 속에서 다시 그린의 절규가 메아리쳤다.



— — — — — — — — — —



몇분 후, 옷뿐만 아니라 모든 머리카락도 잃고 독라가 그린이 거기에 있었다.
눈물도 목소리도 시들어버린 것인지, 간신히 주운 머리를 들고 주저앉은 채 미동도 하지 않는다.

"데푸푸. 비참한 놈 데스"

그런 그린을 비웃으면서 보스 실장은 될수 있는 한 옷차림을 가다듬고 있었다.
두 갈래로 갈라진 나뭇가지를 빗 대용으로 머리를 빗고, 페트병의 물로 세수를 한다.
그리고 그린에게 묘한 질문을 했다.

"오마에, 이름이 뭐라고 말한 데스?"
"데이..."

하지만 그린은 얼빠진 표정 그대로 그냥 중얼댈 뿐이다.
보스 실장은 혀를 차고는, 이번에는 그린의 귓가에 천천히 말했다.

"오마에, 이 사슬을 원하는 데스? 질문에 대답하면 주는 데스"

그 한마디로 그림의 새파랗던 얼굴에 생기가 돌아온다.
그린의 근저에 강하게 있는 것은, 자신의 몸보다 주인 남자를 생각하는 마음이다.
옷도 머리도 없어져 비차하게 실의에 빠져 잇는 그린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남자를 위해 쇠사슬을 갖고 가고 싶다는 마음은 잃지 않았다.

"진짜 데스? 약속 하는 데스?"
"물론 정말 데스. 이번에는 제대로 약속하는 데스. 자, 오마에의 이름을 말하는 데스!"
"알겠 데스. 와타시의 이름은 그린 데스우"
"그린 데스? 데푸푸. 제대로 기억한 데스"
"약속 데스. 쇠사슬을 주는 데스-"
"데퍄퍄퍄. 비참한 독라와의 약속 따위 모르는 데스!"
"데에에에!?"

이번엔 진짜로 약속을 어기고, 놀라는 그린 앞에서 보스 실장은 태연하게 크게 웃었다.

"데프프프프...! 정말로 바보 같은 녀석 데스우.
오마에 같은 바보가 사육실장이고, 현명하고 아름다운 와타시다치가 들 생활을 하다니, 잘못된 데스!"
"무슨 말을 하는 데스!? 약속을 깨면 안되는 데스!"
"아직 모르는 데스? 그렇다면 분명히 하는 데스! 오마에 대신 지금부터 와타시가 그린이 되는 데스!"
"데에에에에에!?"

그린은 눈을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보스 실장의 목적은 사육 실장 그린 그 자체였다.
그린에게서 옷을 빼앗고, 이름을 빼앗고, 시치미 뗀 얼굴로 바꿔치기 할 생각이다.
그러나 그린과 보스 실장에서는 옷이 너덜너덜해질 만큼 체격이 다른 데다,
지저분한 들실장이 갑자기 그린의 이름을 말한다고 해서 주인 남자가 속는 일은 어떻게 생각해도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이 때 그린의 마음에 난생 처음 드는 감정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데프프... 오마에의 사육주를 노예로 삼아서 오늘부터 사치를 마음껏 하는 뎃승!
알아들었으면, 오마에는 얼른 들판에서 죽는...”
"데샤아아아아아!"

보스 실장의 말을 가로막고 그린이 울부짖는다.
용서 못한다.
남자가 선물한 옷을 빼앗고 소중하게 손질 받은 머리를 잡아 뜯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좋아하는 남자를 노예 취급한 것을.
그린이 품은 것. 그것은 생애 첫 분노의 감정이었다.

"데샤아아아아아!"

포효와 함께 일어선 그린은 양손을 마구 휘두르며 보스 실장에게 돌진한다.
분노를 느낀 것도 처음이지만, 폭력을 사용하는 것도 처음이다.
그러나...

"데..? 갑자기 무엇 데스? 시끄러운 놈 데스-"

"데갸앗!"

보스 실장이 아무렇게나 휘두른 펀치를 안면에 맞고, 간단하게 날아가는 그린.
그래도 다시 일어서서 코피를 흘리면서도 다시 보스 실장에게 덤벼든다.
그러나 이번엔 배를 걷어차여, 먹은 것을 토하면서 나뒹굴었다.

"모처럼 특별히 봐주려고 생각한 데스가…, 그렇게 죽고 싶다면 여기에서 죽여주는 데스!"
"데.. 데쟈아아아아아아!"

더욱 과감하게 보스 실장에게 도전하는 그린.
그러나 체격차만큼이나 온실에서 자란 그린과 들에서 살아온 보스 실장은
힘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거의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은 그린은 온몸에 멍과 생채기를 늘리면서 너덜너덜해져 간다.
이제는 서는 것조차 힘겨워 보이는 모습이다.
그런 그린의 숨통을 끊기 위해 보스 실장이 어슬렁어슬렁 다가온다.

"데프프... 슬슬 질리는 데스. 이것으로 끝내는 데... 데벳!?"

그린의 눈앞까지 다가온 보스 실장이 갑자기 미끄러져서 넘어졌다.
그 발밑에서 팔랑하고 가는 실과 같은 것이 흩날린다.
보스 실장이 밟은 것은 자신이 완전히 뽑아버린 그린의 머리 다발이었다.

"데샤앗!"
"데긱?"

그것을 본 그린은 남은 체력을 짜내어 보스 실장의 목덜미를 노리고 달려 들었다.
전신 전령으로 흔들흔들거리는 이빨을 박아넣는다.
보스 실장도 저항하지만 마치 구속 도구처럼 삐걱삐걱하는 그린의 산타 옷이 원수가 되어서, 생각대로 움직일 수 없다.
뒤얽힌 채 데굴데굴 구르는 2마리.
그리고 마침내 그린의 이가 보스 실장의 경동맥에까지 도달했다.

부시이이이잇
"데갸아아아아아아아아!"

목덜미에서 선혈을 내뿜으며 절규하는 보스 실장.
필사적으로 그린을 떼어 내려 하지만 그린은 아직도 목덜미를 깨문채 떨어지지 않고,
떼어내려고 하면 할수록 상처는 크게 터져 간다.

"데게...에에에에."

내뿜는 피의 기세가 약해짐에 따라 보스 실장은 서서히 그 움직임이 둔해지더니,
이윽고 백안을 드러내고 쓰러진 채 완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과다출혈로 가사 상태에 빠진 것이다.

"데하아... 데하아... 데하아."

상대방이 움직이지 않게 된 것을 확인하자 비로소 그린도 보스 실장의 몸에서 떨어진다.
그 때 보스 실장의 목에 있는 금 사슬을 푸는 것도 잊지 않는다.
거친 숨을 토하면서 마침내 손에 넣은 피투성이 사슬을 꽉 쥔다.

"이것은 받아 가는 데스..."

그렇게 중얼거리고, 그린은 그 자리를 떠났다.
그린을 멈춰 세우는 놈은 아무도 없다.
부하 실장들은 모두 가사한 보스 실장을 덮치고 있었다.
폭정을 해온 보스에게 불만을 가진 자들이 많다.
누구든 틈을 보이면 자고 있던 중에 목이 베어진다. 이것 또한 들의 삶이었다.



— — — — — — — — — — — —



공원을 나온 그린은 금 사슬을 손에 쥐고 터벅터벅 집을 향해 걷고 있었다.
머리와 옷이 없어지고 전신은 상처 투성이. 살을 에는 듯한 찬바람이 불어와 눈물과 콧물이 떨어진다.
왜 이렇게 되어 버렸을까? 생각하면 울어 버리고 만다.
그래도 그린은 묵묵히 나아간다.
지금은 단지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고 싶었다.

빨리 돌아가서 남자를 만나고 싶다. 분명 굉장히 혼나겠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남자의 곁에 있고 싶다. 우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면 이 사슬을 선물하자. 어렵게 구한 선물이다. 반드시 기뻐해줄 것이다.
남자가 기뻐하면 자신도 기쁘다. 남자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절개도 바칠 각오로 지금까지 살아왔다.
이런 꼴이 되어 버렸지만 남자를 위해서라면 상관없다.

저절로 걷는 속도가 빨라지고, 깨달았을 때는 달리고 있었다.
이윽고 그 시야에 그린이 돌아갈 남자의 집이 보인다.

"뎃스! 뎃스!”

안도감에 더욱 속도를 올려서, 집으로 뛰어가는 그린.
집을 나왔을 때 열려 있던 문이 지금은 닫혀 있다.
없어졌던 남자의 자전거도 지금은 현관 옆에 주차되어 있다.

"어이~ 그린! 어디야?"

집안에서 희미하게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린이 집을 나간지 시간으로 따지자면 1시간도 지나지 않았지만,
그녀에게 남자의 목소리가 정말로 그리운 것처럼 느껴졌다.
어쨌든 잘못하면 평생 들을 수 없을지도 몰랐던 것이다.
기쁜 나머지 두 눈에서 굵은 눈물을 흘리면서 그린은 문 앞에서 외쳤다.

"주인님-! 그린은 여기 데스! 여기에 있는 데스!"

그 소리에 화답하듯 우당탕 남자의 발소리가 현관으로 가까워져 온다.
이 때 그린은 울면서도 생애 최고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그린? 너 멋대로 어디 갔었..."

문을 여는 모습 그대로 얼어붙은 남자.
그는 방금 막 귀가한 참이었다.
집에 돌아오자 닫았을 터인 문이 반쯤 열려있는 것에 놀라고,
문을 잠그는 것을 잊은 것을 상기하고 도둑이라도 들었는가 하고 의아해 했다.
실내가 훼손되지 않은 것을 보고 안도했지만, 사육실장의 그린의 모습이 보이지 않은 것을 알아채고, 찾고 있던 참이다.
그린의 성격상 설마 혼자서 밖에 나가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남자가 욕실과 옷장 안 등등을 찾아보고 있을 때, 갑자기 현관에서 소리가 들렸다.
황급히 문을 열었더니, 완전히 변해 버린 모습의 그린이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너, 너, 너, 너(*원문은 오, 오, 오, 오마, 오마, 오마에임)…"
" 죄송한 데스..."

경악한 나머지 제대로 혀가 돌지 않는 남자에게, 그린은 머리를 떨구고 사과한다.
카랑~하는 소리를 내며 남자의 손에서 금빛 링갈이 미끄러 떨어졌다.

"데...!"

그것을 본 그린이 재빨리 링갈으로 달려가 링갈을 줍는다.
소중한 것이다. 고장 나서는 안 된다.
주운 링갈과 함께 손에 있던 금 사슬을 남자에게 내미는 그린.

"주인님, 와타시가 드리는 선물 데스. 받아주셨으면 하는 데스"
"바보같은 놈..."

하지만 남자는 그것들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냥 조용히 중얼거린다.

"데..? 주인님..."
"이 바보자식...!!"
"데갸악..!!"

노호와 함께 남자는 그린의 머리를 마음껏 후려 갈겼다.
그것은 과거에 예의교육으로 얻어맞은 주먹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일격.
다 큰 성인 남자가 진심으로 내려친 주먹에 맞은 그린은 콘크리트 바닥에 얼굴을 강하게 부딪쳤다.

"무슨 짓을...! 무슨 짓을 한거야 너어어어어어!!"
"데겍!"

쓰러진 그린의 옆구리를 남자가 발길질 한다.
그린은 허공에서 춤추고, 신발장에 내동댕이쳐졌다가, 다시 지면을 구른다.
같이 있던 링갈과 쇠사슬이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내가 얼마나 네놈을 고생해서 키웠는데!! 잘 해왔는데 조금만 눈을 떼놓으면 이 지랄이냐, 이 똥벌레가!!"
"데겟...게핫..."

내장을 다쳤는지 입에서 대량의 피를 토하고 웅크린 그린.
그 등을 향해 남자의 욕설은 계속된다.

"씨발! 씨발!!! 1년 동안 힘들게 키웠는데! 이거면 무조건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하필 전날에 엉망이 되는 거야!"

남자의 목적.
그것은 내일인 12월 25일에 개최되는 로젠사 주최의 이벤트, 『크리스마스 실장 콘테스트』에 그린을 참가시키는 것이었다.
크리스마스에 잘 꾸민 실장석의 사랑스러움을 겨루는 콘테스트로,
우승자에게는 상장과 트로피, 1년간 전국의 실장 숍에서 사용할 수 있는 로젠사 제품 할인 회원증을 발급한다.
남자는 지난해, 추억거리를 만들어본다는 느낌으로 당시 기르던 실장석을 신청했다가,
우승까지는 못했지만 종합 8위로 입상을 한 것이었다.
그가 애용하던 금빛 링갈은 이때 받은 기념품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린에 대한 처사를 봐도 알 수 있듯이, 남자는 그다지 애호파는 아니다.
그에게 할인권은 고사하고 상장과 트로피는 그다지 가치가 없는 것이다.
남자의 진짜 목적은 대회 후에 뒤에서 행해지는, 입상 실장석 매매에 있었다.

애호 세력이 다수 모이는 이 행사.
그 중에는 상위권에 입상한 실장석을 매입하고 싶으면 주인에게 신청하는 유별난 구경꾼도 많이 있다.
사는 것은 주로 부자의 부인이나 딸 등이며, 그녀들은 이런 콘테스트에서 입상한 실장석을
귀금속 등 귀중품과 같은 느낌으로 갖고 싶어 했다.
때문에 당연히 상위일수록 그 매입 가격은 올라 간다.
그런 것을 몰랐던 남자는 작년에 참석했을 때, 8위의 실장석을 5만엔에 사고 싶다는 말을 듣고 매우 놀랐다.
물론 즉매한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우승한 실장석에 이르러서는 복수의 매입 희망자에 둘러싸여져, 마치 옥션 같은 상태였다.
최종적으로 수백만이라는 거액에 매입된 것을 목격한 남자는 눈을 크게 뜨고,
내년의 콘테스트를 목표로 상위 입상을 노릴 수 있는 실장석을 길러내겠다고 결의한 것이다.

그리고 여기저기 실장 숍을 돌아다니며, 최종적으로 가격이 적당한 1마리의 중급 사육 자실장을 골라냈다.
자실장을 고르는 남자의 안목은 정확해서, 그린이라 이름 붙인 그 자실장은 주인인 남자의 말을 잘 듣는 개체였다.
사치도 부리지도, 제멋대로 굴지도 않는 그린은 남자의 생각대로 키울 수 있었던 것이다.

콘테스트에서 우승하려면 다른 실장석보다 뛰어난 부분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참가자는 노래와 춤 등의 기술적인 측면에서 공격할 것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남자는 굳이 실장석 자체의 외견으로 승부할 생각이었다.
워낙 판에 박은 듯이 모두 닮은 용모를 하고 있는 것이 실장석. 복식 등 이차적인 것 이외에서 차이를 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조금이라도 차이를 낼 수 있으면, 그것은 두드러진 특징이 되어 큰 무기가 된다.
그 때문에 남자는 이 1년간 밤낮으로 그린의 머리를 손질한 것이다.
자신의 생활비를 줄인 보람이 있어, 그린의 머리는 날마다 실장석답지 않게 싱싱한 윤기를 발하게 되었다.
예상 이상의 성과에 강한 반응을 느끼고 있던 남자. 이것이라면 우승도 꿈은 아니라고 생각할 정도다.

특별 주문으로 의뢰한 실장 옷의 완성이 늦어져, 마감이 아슬아슬하게 되었지만
오늘 안으로 등록용 사진을 첨부한 메일로 참가 신청을 하면 내일 있을 콘테스트 실전에 충분할 것이었다.
그것이 그저 약 한 시간 정도 눈을 뗀 사이에, 그린 스스로가 모든 것을 헛일로 만든 것이다.

격앙한 남자의 분노는 진정되지 않는다.
웅크린 그린을 발길질하며 원망의 말을 계속해서 퍼붓는다.

"데... 데에에... 선물인 데스우. 주인님... 데갸앗!"

그것을 받으며 간신히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된 그린은 눈앞에 떨어져 있는 쇠사슬을 향해 손을 뻗친다.
그 팔을 남자의 신은 샌들이 짓밟는다.
그린의 비명과 함께 둔탁한 소리가 울린다.

"뭐야 이거!? 그렇게 예쁜 옷을 주었는데도, 이런 빨간 녹투성이의 더러운 것을 원한 거냐!? 장난 치지마!!"

그렇게 외친 남자는 그린이 가지고 온 사슬을 현관 밖으로 차 날렸다.
짤랑짤랑 소리를 내며 허공을 날아간 사슬은, 문설주 근처 수풀에 떨어져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것을 눈으로 쫓으면서 그린은 흐느껴 운다.

"데에에에엥... 다른 데스우! 주인님에게 드리는 것인 데스우...!"
"아아!? 데스 데스 데스 데스 시끄러워, 똥벌레야!!"

그의 목소리는 바닥으로 굴러간 링갈을 통해서 그린에게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문자가 표시되는 액정 화면을 보지 않는 남자에게,
그린의 말은 그저 데스 데스 하고 아우성치고 있는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변명 같은 울음소리가 신경에 거슬린 남자는 더욱 더 그린의 안면을 샌들 끝으로 걷어찼다.

"데베엣"
이빨이 흩날리고, 코피가 뿜어져 나온다.
안면이 함몰된 그린은 흠칫흠칫 경련 하면서 차가운 현관 바닥에 큰 대자로 뻗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남자는 자신 안의 열이 급격히 식어 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화가 풀린 것은 아니다. 오히려 화를 내든 어쩌든 상관없어진 것이다.

"하아아아… 너 따위 이제 됐어. 역시 좋은 이야기 따위 될 리가 없어..."

성대하게 한숨을 내쉬고 남자는 쭈그리고 앉고는,
그린의 발목을 움켜쥐고 그대로 밖으로 질질 끌어서 현관 옆의 콘크리트 토방에 내팽개쳤다.
탁탁 손을 털면서 남자는 얼빠진 눈을 하고 있는 그린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바보구나, 너도. 하루만 얌전히 있었으면 나보다 훨씬 사치시켜줄 부자에게 길러졌을 지도 모르는데."
"데... 에... 에..."
"자업자득이다. 나도 이제 널 키울 이유가 없고, 만약 움직일 수 있게 되면 어딘가로 꺼져버려.
말해두지만, 이번에 돌아오면 그땐 뒤진다?"
"주... 주인...님..."
"그럼"

눈물에 콧물에 코피, 침, 토사물, 진땀. 모든 체액으로 엉망진창이 된 얼굴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그린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남자는 집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열쇠를 걸어버린다.
흐릿한 시야의 구석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그린의 두 눈에서 새로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리고 잠시 후, 미동도 없이 누워 있던 그린이 갑자기 꿈지럭 꿈지럭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뼈가 으스러지고 내장을 심각하게 다친 그린은 시간 들여서 엎드린 다음,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손발을 사용해서 조금씩 조금씩 기어간다.

"주인... 님... 선... 물... …주인...니...임... 서언...무울... 주인...."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 같은 말을 말로 중얼거리며 그린은 나아간다.
날도 완전히 저물어 얼어붙을 것 같은 추위에 희미한 한숨이 흰 안개가 되어 사라진다.
그 때 그린의 등에 작은 흰 가루 같은 것이 춤추듯 내려 왔다.
등에 닿은 그것은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이윽고 주위에 몇이나 되는 가루가 잇달아 내리기 시작한다.
천천히 바람에 흩날리다, 지면에 떨어져서는 덧없는 사라지는 하얀 가루.
가로등 불빛을 반사하고 반짝 반짝 빛나는 그것에 둘러싸이면서 그린은 오직 전진하는 것이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우오오... 춥다.."

이튿날 아침, 골판지 상자를 안고 현관을 연 남자는 주위의 경치에 눈을 크게 떴다.
한 면에 쌓인 눈은 마을의 경치를 하얀색 일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차가 달리지 있지 않은 탓인지, 평소보다 훨씬 조용하게 느껴진다.
멀리서 상가에 흐르는 크리스마스 송이 희미하게 들려왔다.
남자는 샌들을 신고, 맨발이 얼어붙는 것 같은 차가움에 견디며 밖으로 나온다.
손에 든 골판지 상자의 내용물은 그린의 사육에 사용한 실장용 도구들이다.
이번 일로 질려버린 남자는 이제 실장석을 키우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
연말이 되기 전에 몽땅 내다버리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차갑다 차갑다 차갑다고!"

새로 내린 눈을 디디며 걸어가다가, 문설주 앞에서 뭔가에 걸려, 하마터면 넘어질 뻔 했다.

"뭐냐?"

눈에 파묻혔던 무언가를 발끝으로 굴려 본다.

"아아…너였냐"

거기에 있던 것은 누운 채 얼어붙은 그린의 모습이었다.
두 눈이 완전히 뿌옇게 흐려지고 있는 것으로 봐서, 이미 죽은 것이 분명하다.
문득 그 손에 빛나는 것을 발견한 남자는 쭈그리고 앉아 눈을 치워 보았다.
죽어서도 여전히 그린이 소중하게 쥐고 있는 것은, 어젯밤 어디에선가 가지고 온 금빛사슬이었다.
사내는 약간 신기한 듯 머리를 긁는다.
쓰러진 장소로 살펴보건대 그린은 한번 문기둥 옆까지 와서 이 사슬을 주운 다음,
다시현관으로 이동하려고 한 것이 된다.
똑바로 현관을 향했다면 모를까, 일부러 체력을 소모시키면서까지 이 사슬을 고집하는 이유는 뭐였을까...
잠시 생각하고 있었던 남자였으나, 발을 덮치는 차가움에 몸서리 치면서,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일어섰다.
그린의 손에서 빼낸 사슬을 함께 박스 속으로 처넣고, 얼어붙은 시체를 발로 밀어서 옆으로 보낸다.

"나중에 실장 회수 봉지에 넣어서 버릴까..."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상자를 들어 쓰레기 수거장으로 향하는 남자.
흔들리는 골판지 상자 속에, 나란히 있는 링갈과 쇠사슬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끝-

댓글 4개:

  1. 데프프픗 저런 순박함을 볼때마다 때론 그게 분노를 자아내는데스우. 그런 의미에서 통쾌한 결말인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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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 좋을대로 생각하고 움직인 똥분충이 어딜봐서 순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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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주인 명령 씹고 지가 좋을대로 밖에 나갔으니 자업자득이지. 말 안 듣는 분충에게 걸맞는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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