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사육 자실장 이야기


12월도 끝나갈 무렵.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펫숍에서의 이야기.

진열대의 하단 구석에 갇힌 자실장은 심하게 떨고 있었다.
차례차례로 상단의 실장홍과 실창석이 팔려 가는 가운데, 이 자실장은 벌써 5개월도 넘게 팔리지 않고 남아 있다.

가게에 온 인간들은 진열대 구석에 있는 자실장은 쳐다보지도 않고, 최근 유행하고 있는 다른 실장종의 자를 품평한다.

인간의 발이 자신의 케이스 앞에서 멈출 때마다 자실장은 필사적이 되어서 케이스의 강화 아크릴 판을 두드리며 인간에게 자신의 존재를 인식시키려 시도한다.
그러나 자실장의 약한 힘으로는, 두드려봤자 밖까지 소리가 닿지 않는다.

인간들도 자실장의 존재는 알고 있지만 굳이 자실장을 상대하려고 하는 별난 사람은 없다.
있다고 해도 어린아이나 악의가 가득한 학대파 정도.

들실장보다 약간 똑똑한 수준의 자실장은 그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자신은 모든 사람에게 사랑 받는 존재라고 착각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허구한 날 손끝이 망가질 때까지 아크릴 판을 난타하고,
자신을 보려고도 하지 않는 멍청한 인간들(실장석의 기준으로)에게 어필하려고 시도한다.



자실장이 평소보다 더 필사적인 것에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오늘 안에 팔리지 않으면 폐기하겠다고 직원에게 선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 때 점원은 매우 즐거워하며 자실장을 위협했다.

"우선 오늘로 올해 영업은 끝이다.
팔리지 않고 남은 자실창과 자실홍들은 내가 데리고 돌아가서 연시의 영업까지 보살피겠지만, 너는 폐기다.
점장님도 무슨 생각으로 이딴 쓰레기를 입하했는지 모르겠다니까.
요즘 시대에 실장석을 펫으로 삼는 놈이 있기나 해?
응? 미분양놈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자실장에게 가차 없이 욕설을 퍼붓는 점원.

상급 펫 실장을 다루는 이 가게에 어울리지 않는 버릇없는 자실장에게, 점원은 쌀쌀맞다.
...이 자실장은 학대사나 실장 브리더가 가르친 정식 애완용 자실장이 아니라, 아마추어 학대파가 부업으로 가르친 3류품.

원래라면 통신 판매나 학대파 납품업자의 가게에 도매되었어야 할 것이 여기로 입하된 이유는 모르겠지만, 대개는 점장이 소모품을 터무니없이 싸게 헐값으로 사던 때에 덤으로 밀어붙여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입하의 경위야 어찌되었건, 학대파는 아니라도 실장석을 싫어하는 점원이 보았을 때, 진열장 하나를 5개월 넘게 점거하고도 팔릴 기색이 전혀 없는 식충이 자실장은 음식물 쓰레기 정도의 가치밖에 없다.

자실장으로서의 체격을 유지하기 위해서 성장 저해제가 든 먹이를 주고 있기 때문에, 크기는 간신히 팔수 있는 물건으로서의 규격에 들어간다.
하지만 자실장의 얼굴은 구매자인 인간들에게 몹시 무시당했기 때문에 비애로 심하게 뒤틀려 있다.
애완 동물로서 적합하지 않은 모습으로 전락한 자실장은 점원의 욕설을 필사적으로 견딘다.

와타치는 선택된 자다.
너 따위는 모르겠지만, 반드시 와타치의 훌륭한 가치를 깨닫는 인간이 반드시 찾아온다.
그러면 이런 거지같은 개집과도 이별이다.
너 같은 저뇌 닌겐과 얼굴을 마주치지 않아도 된다.
보고 있어라, 닌겐 놈...
반드시, 반드시 와타치는 행복하게 될 거다!!

자실장은 점원의 매정한 욕설을 견디며 마음 속으로 욕을 하고 있었다.
이럴 때, 슬픔으로 일그러진 얼굴은 도움이 된다.
평상시에는 생각하는 것이 모두 나타나는 단순한 얼굴도, 심각한 얼굴로 변형되는 바람에 인간에게 불쾌감을 주는 표정을 숨겨 준다.


자실장은 살아남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아첨했다.
다만 그것을 봐주는 갤러리는 없었지만...

자실장의 의도와 달리 폐점 3시간 전이 되었지만 누구 하나 자실장을 주목해 주는 인간은 나타나지 않는다.
오늘도 많은 인간이 이 가게를 방문해서 쇼핑을 하고 갔지만, 누구도 자실장을 품평하려하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즐겁게 관찰하면서 작업을 하는 점원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자실장은 견딜 수 없는 기분이 되었다.

어째서.... 닌겐들은 와타치를 무시하는 것인가.
이렇게 귀여운 와타치가 필사적으로 어필하고 있는데 왜 다른 병신들을 고르는 것인가!!

...이대로는... 와타치는 어떻게 되는 거야?
저 저뇌 닌겐의 장난감이 되어서 죽임 당하는 걸까?
선생님이 말하던 ‘학대파’라고 말하는 악마들이 하는 것 같은 끔찍한 학대를 와타치가 당하는 것일까...
그리고.... 아무런 즐거운 것도 해보지 못하고 괴로워하며 죽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자실장은 조련사가 예의범절 훈육 때 보여준 학대파의 대접이란 비디오를 생각하고 몸을 떨었다.
그 비디오는 아마추어의 투고물을 편집한 것으로, 하고 있는 것은 학대사의 대접에 비교하면 자비로운 편이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자실장에게 동족이 학대 받고 죽어 가는 광경은 지옥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이 당한다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몸의 떨림이 멈추지 않게 되었다.




...드디어 폐점까지 한 시간 남았다.
점내는 한산했고, 낮의 소란이 거짓말 같다.

점내에 있는 인간은 자실장이 제일 싫어하는 점원뿐.
그 점원은 뭐가 즐거운 것인지, 잡지를 보면서 휘파람을 불고 있다.
어필을 하는 것도, 어필할만한 인간이 있지 않으니 할 수가 없다.

옷은 진땀으로 축축하게 젖고,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저승사자의 발소리에 자실장은 비명을 지르고 싶어진다.
그러나, 여기서 허둥대면 사형 집행이 빨라질 뿐...
옆에 있던 놈(다른 사육 자실장)이 자신의 대우에 대한 불만을 항의하려고,
미친 듯이 소란을 피우다가 점원에 끌려간 후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무릎을 안고 앉아서, 가만히 케이스 밖을 응시하는 자실장.
공포와 절망으로 어떻게 되버릴 것 같은 자실장은 그저 가만히 앉아서 얌전히 있는 수밖에 없었다.
조금이라도 헛되이 움직이면... 쌓였던 감정이 터져버릴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폐점 삼십분 전.
점원은 작업 공간에서 뒤처리를 시작했다.
이 상태라면 곧 자실장의 짧은 일생이 끝난다.

딸랑 딸랑 ♪

경쾌한 종소리와 함께 펫숍 입구가 열리고 손님이 들어온다.
중년의 옷차림 좋은 남자는 폐점 직전의 한산한 펫샵 내를 빙글 둘러보고 진열장 쪽으로 향한다.


...닌겐이다.
이것이 마지막 기회인가?
이 닌겐에게 어떻게든 귀여운 와타치의 훌륭함을 어필해서 사육실장이 되는 거다!!


자실장은 가능한 한 기력을 내어 일어서서, 비애로 일그러진 얼굴을 문질러 어떻게든 얼굴의 주름을 없애려고 한다.
그리고 땀으로 얼굴에 붙은 머리를 손질하고 기합을 넣는다.

...남자 손님이 자실장의 케이스 쪽으로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케이스 내에 남아 있는 자실홍이나 자실창을 바라보며 조금씩 이쪽으로 온다.


...닌겐이 얼굴을 보이면, 귀여운 와타치가 가장 돋보일만한 좋은 포즈를 선보이자.
이것으로 안 되면 이제 죽을 수밖에 없는 거다...
모든 것을 올인해서 아첨하는 거다...

자실장은 일어서서 남자의 내방을 기다린다.
정말로 이것이 마지막 기회.
이 기회를 놓치면 자실장에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채 죽는 비참한 운명뿐.

남자손님의 발이 가장 구석에 있는 자실장의 케이스가 있는 열로 왔다.

...부탁이야... 와타치를 봐 줘...

자실장은 긴장한 나머지 빵콘할 것 같았다.
이로써 남자가 최하층의 케이스를 보지 않으면 그것으로 자실장의 일생은 끝난다.
입으로 심장을 토해버릴 만큼 심장의 고동이 심해지면서, 호흡을 하는 것도 힘들어 지고 있다.

...남자손님이 자실장 케이스를 들여다보았다.

"텟... 테츄우우우~~〜웅 ♪ ♪ ♪"

자실장은 몸과 마음 전부를 담아서, 정통의 아첨 포즈를 취했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살의를 돋우는 행위이지만, 이 자실장의 것은 조금 달랐다.
보통 징그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얼굴이 매실 장아찌처럼 뒤틀려서 유쾌한 울상이 되고 있었다.
자실장은 여기에 전시되고 나서 몇 번이나 이 짓을 해서, 어린아이에게는 트라우마를, 학대파에는 웃음을 제공해 왔다.

남자손님은 자실장의 추태를 표정도 바꾸지 않고 직시한다.
그리고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은 채 자실장 케이스에서 떠나갔다.

......끝났다...

자실장은 아첨 포즈인 채로 내내 서있었다.









남자손님은 자실장이 전시된 케이스에서 벗어나서, 계산대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점원에게 말을 건다.

"점원, 가장 구석에 있는 자실장을 사고 싶습니다만."

"...네.
그럼 고객님, 실장석 사육 면허 제시를 부탁합니다."

남자손님은 두툼한 지갑을 주머니에서 꺼내고, 그 안에서 실장 사육 면허를 꺼내어 점원에게 건넨다.
점원은 계산대의 레코더에 전달된 실장석 사육 면허를 읽힌다. 그러자 "○"표시가 화면에 나타난다.

"감사합니다.
손님, 이쪽의 자실장으로 좋습니까?"

"예, 이걸로 하죠."

"그럼, 잠시 기다려주세요."

점원은 작업 공간 쪽으로 내려가서, 자실장을 꺼내러 갔다.




자실장은 절망에 빠져 있었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닌겐도 와타치의 아름다움을 이해하지 못하고 떠나버렸다.
이젠... 비참하게 죽는 수밖에 없다.

비장의 트레이드 포즈로 멍청하게 서있는 자실장은 조용히 피눈물을 흘렸다.

점원이 자실장 케이스를 열어도, 자실장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렇게 되어 버리면... 어떻게 몸부림친들 도와주지 않는다.
조련사 밑에서 보낸 지옥의 날들이 그것을 가르쳐 주었다...

선생님은 떠들어대는 바보 같은 자를 즐겁게 괴롭혀서 죽이고, 떠들지 않고 의연한 자를 죽이지 않고 어디론가 데려 갔었다.
그러니까... 혹시... 보기 흉하게 허둥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그런 얄팍한 타산을 가슴에 품은 자실장은 잠자코 서있었다.
내내 서 있는 자실장을 점원은 비닐장갑을 낀 손으로 잡고 케이스에서 꺼낸다.

"잘됐네, 미분양놈아.
저기 계신 부자님이 비참한 너를 동정해주신 듯 하다."

......자실장의 사고가 멈춘다.
자신이 인간에게 선택되어 구입되었다는 것을 간신히 이해했지만, 실감이 나지 않는다.
마치 꿈이라도 꾸고 있는 것처럼, 자신에게 내려진 바람직한 결과에 아연실색하고 있다.

"테, 테에...?"

"너무 충격을 받아서 모자란 대가리가 돌지 않는 모양이군.
자, 이제 앞으로 나도 쓸데없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되고, 매출도 늘어난다.
너도 염원하던 사육실장이 된 거야.
모두 이득을 보았으니 다행이네 ♪"

짓궂은 점원은 끝까지 자실장을 조롱했다.
침과 땀으로 더러워진 옷을 벗기고, 미지근한 물 샤워로 가볍게 더러운 것을 없앤 다음,
새 옷을 입히고, 입에 소음 방지용 재갈을 비틀어 넣는다.
그리고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작은 상자 안에 포장되어서 남자손님에게 건네진다.

"운반할 때의 진동으로 소란피우지 않도록 입에 재갈을 물리고 있지만 질식의 문제는 없습니다.
후에 예방 주사나 등록은 가까운 보건소에서 하세요."

"점원, 이외의 재고 자실장은 없나요?"

" 죄송합니다...
재고 자실장은 이것이 마지막이라서."

"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계산 부탁합니다."

남자손님은 지불을 마치고, 상자로 포장된 자실장을 데리고 밤거리로 사라진다.

"감사합니다~♪"

점원은 셔터를 닫고 밖으로 나와, 올해 마지막인 기특한 손님을 배웅했다.







시간은 걸렸지만, 머리가 모자란 자실장도 드디어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이 사육 실장이 되었다는 것을.
이제는 괴로운 일이나 슬픈 일, 비참한 생각과 절망과는 관계없는 삶이 약속되었다...
인간의 형편에 휘둘려서, 가족의 온기도 즐거운 일도 빼앗기는 지옥과 결별할 수 있다.

자실장은 충만한 희망을 가슴에 품고 새로운 집에 도착하는 것을 기다린다.

지금까지 고생한 만큼, 가득 행복해지자.
상냥한 주인님의 마음에 들어서, 잔뜩 사랑 받을 것이다.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었던 자들 중에서 가장 똑똑한 와타치라면 반드시 행복하게 될 것이다.
...그곳은 지옥이었고, 와타치가 판매되던 곳도 지독한 곳이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와타치가 최고다 ♪
주인님의 마음에 든 것이다 ♪
앞으로는 매일 상냥하고 보는 눈이 있는 주인님의 보호를 받으며 많이 많이 행복해지는 거다 ♪

빨리 와타치의 새 집에 도착하고 싶다.
뭐부터 할까?
맛있는 밥, 따뜻한 목욕, 기분 좋은 잠자리.... 모두 멋져서 선택하기가 어려워 ♪

그래도 제멋대로 굴면 미움받을지도...
선생님도 주인님에게 최대의 예를 갖추어야 한다고 말했었고...
그래도 괜찮아♪ 주인님은 선생님 같은 악마가 아니라, 아주 좋은 닌겐 같기 때문에.

수송용 작은 상자 속에서 끝없는 망상을 전개하고 있는 자실장.
기사회생하여 얻은 행복에 취해서 사육 실장으로서의 가르침을 잊기 시작하고 있는 것 같다...











새로운 거처에 도착한 자실장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맛있는 밥도, 따뜻한 목욕도 아니었다.
가혹한 처사뿐이었다.
남자의 집에 도착하고 바로 상자에서 꺼내진 자실장은 자신에게 걸맞는 대접을 요구했다.
하지만 답변으로 돌아온 것은 자실장이 날아갈 정도의 데코핀.

"테쥬앗!"

갑작스런 통증에 자실장은 영문도 모르고 울기 시작했다.
남자는 울부짖는 자실장 따위에 개의치 않고 자실장의 옷을 벗겨낸다.

"테에에에에ー-ーーーー엥!!! 테챠아아아ーーー앗!"

소중한 재산을 빼앗긴 자실장은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빼앗긴 옷을 돌려달라며 아우성친다.
그러자 남자는 자실장의 옷을 나무 젓가락으로 집어서 자실장의 머리 위에서 흔들기 시작한다.

"테츄우아! 테츄우!! 테쥬이이!!! 지지이이이!"

자실장은 옷을 되찾으려고 필사적으로 점프를 반복한다.
머리 위의 옷은 자실장이 빠듯하게 닿지 않을 정도의 위치에 있어서, 아무리 발버둥 쳐도 되찾을 수 없다.
우둔한 자실장은 주인이 된 남자에게 실컷 농락당했다.

남자가 자실장과 놀기 시작한지 20분.
기력이 다한 자실장이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바둥거리고 있다.
젖은 걸레처럼 흠뻑 땀을 흘리고, 숨을 할딱거리며 머리 위의 옷을 되찾으려고 열심히 움직이는 자실장.
남자는 선하품을 토하며 자실장의 치태를 바라보고 있다.
몇 시간이 지나도 성과를 내지 못한 자실장에게 남자는 싫증이 났다.
그리고,

"이봐, 자실장.
이 초라한 옷이 그렇게 소중하냐?"

남자가 갑자기 자실장에게 말을 걸었다.
자실장은 처음으로 남자가 말을 걸어온 것에 놀라면서도 자신의 권리를 주장한다.

"테... 테지이!"

맹렬하게 수긍하면서 대답하는 자실장.
피로로 부들부들 떨리는 두 손을 내밀고, 옷의 반환을 요구한다.

"그러냐...
그럼 너에게 묻겠다.
이 옷과 사육실장으로 사는 것, 어느 쪽이 중요해?"

자실장은 몸이 굳어버렸다.
갑자기 최종심판과도 같은 선택 사항이 자신에게 던져졌기 때문에...

"얼른 대답해라.
어느 쪽이 중요하냐?"

자실장은 창백하게 질려서 떨기 시작한다.
뭐지... 이 닌겐은...

"빨리 대답해라, 자실장?"

남자는 풍랑이 없는 바다처럼 조용한 목소리로 자실장에게 묻는다.
그저 담담하게 아무런 감정도 담지 않고.

"테... 테에에."

"어느 쪽? 자실장아"

지금까지 보아 온 인간 중 누구와도 다른 남자의 행동에 자실장은 공황 상태가 되어가고 있었다.


...10분이 지났다.

"어느 쪽이야, 자실장?"

남자는 조용히 냉담하게 자실장에게 묻고 있었다.
너무나 심한 공포로 자실장은 신음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조련사처럼 화를 내지도 않고, 펫샵 점원처럼 비웃지도 않는다.
조용히 자실장의 대답을 기다리는 남자는 자실장에게 두려운 존재였다.

대답을 하지 않으면 주인님은 영원히 와타치에게 물을 것이다...
무엇을 하고 싶은 거지...... 이 닌겐은...
어느 쪽이라도 와타치에게는 소중한 것이 분명하건만!
한쪽을 택하라니 어째서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릴 하는거야!!

남자가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점점 화가 나기 시작한 자실장은 자신의 처지를 잊고 항의하기 시작한다.

"테테쟈아!! 테쥬우우우!!! 텟치이! 테츄아 테치이 테텟츄아!"

"어느 쪽이냐, 자실장?"

"테챠아아아ーーーー!!! 테츄우 테츄우 테츄우우우우우ーーーー!"

"어느 쪽이냐, 자실장?"

"테에에에... 테챠아! 테츄테테츄아!!... 테칫... 테·테에에에."

자신의 분노에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 남자에게 자실장은 어찌해야할 바를 몰랐다.
머리를 안고 웅크리고, 이것이 꿈이었으면 좋겠다고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모처럼 사육실장이 되었는데 어째서...
옷도 사육실장인 것도 어느 쪽도 중요하다.
어느 하나만 고르라니 할 수 없다...
모르겠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어...
누가 가르쳐줘...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 거야...



가만히 있어도 사태는 호전되지 않는다.
정좌로 앉아서, 책상의 표면을 응시하는 진땀 투성이 자실장은 이제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심정이었다...

벌이라고 칭하며 친구를 괴롭히다 죽인 악마 같은 선생님도, 얼굴을 마주 할 때마다 매번 욕을 퍼부었던 나쁜 점원도
이 주인과 비교하면 알기 쉬운 축이다...
그 놈들은 와타치처럼 불쌍한 자를 괴롭히는 것을 좋아하는 사악한 인간.
그런데 이 주인님은 다르다...
무엇을 원하는 건지 모르겠다, 와타치에게 어떻게 하라는 거야?

자실장은 계책이 바닥나서 위를 올려다 본다.
남자는 여전히 무표정인 상태 그대로 자실장을 내려다보며 계속해서 묻는다.

"어느 쪽이냐, 자실장?"

"테에에에..."

자실장은 남자에게 무릎 꿇고 용서를 빌려고 했다.

와타치가 할 수 있는 것은 이제 이것밖에 없다.
잔뜩 사과하고, 용서를 받자.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테치테치 울며 몇 번이고 사과하는 자실장을 보면서도 남자는 태도를 바꾸지 않고,
지금까지 했던 대로 담담하게 계속해서 되묻는다.

"어느 쪽이냐, 자실장?"

"...테... 테챠아아아아아아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앗!!!!!!"

궁지에 내몰린 자실장은 갑자기 일어서서, 기성을 발하며 책상 위를 달리기 시작한다.
남자는 빵콘하며 달리는 자실장의 오른쪽 귀를 재주있게 나무 젓가락으로 집어 올렸다.

"베기기기기기이이ーーーー!!! 차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ーーーーー앗!"

"나는 너에게 묻고 있다.
옷과 사육 실장으로 지내는 것 중 어느 쪽이 중요한 걸까?
간단한 질문이잖아?
옷을 버릴 것인지, 자신이 버림받을 지를 선택하면 되니까."

"테기기기기기이이이... 테쥬브우!"

변변찮은 얼굴을 아픔과 고뇌로 일그러뜨리고 자실장은 번민한다.
공황 상태에 빠져서 생각하는 것조차 되지 않는 자실장이 소리를 높일 때마다 팬티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다.
남자에게 구입될 때만 해도 사육 실장이 되어 행복하게 될 거라고 꿈과 희망이 부풀어 오르고 있었는데
현실은 불안과 공포로 똥을 지리고 보기 흉하게 팬티를 부풀리는 것 뿐이었다....

옷 아니면 자신의 미래, 어느 쪽인지를 고르라고 남자는 말한다.
자실장에게 있어서는 터무니없는 요구다.
모처럼 손에 넣은 꿈을 향한 표를 버리지 못하고, 실장석의 증표인 옷도 버릴 수 없다.
어느 쪽도 자실장에게는 버릴 수 없는 소중한 것.

그러나 어느 쪽이든 하나를 버리지 않을 경우 자실장에게 미래란 없다.



또다시 시간이 경과했다.
자실장의 얼굴은 극도의 스트레스로 검푸르게 변하고, 이미 산 자의 안색이 아니다.

남자의 질문은 계속되고 있다.
다소 지혜가 있는 자라면 여기서 옷을 포기하고 사육 실장이 되는 것을 택하겠지만,
이 자실장은 그만큼 요령이 좋지 않은데다 머리도 좋지 않다.
손에 넣은 것은 모두 자신의 것, 그것을 포기하라니 말도 되지 않는 것이다.

"어느 쪽으로 할래, 자실장?
옷을 버리고 사육 실장으로서 살 것인가,
아니면 옷을 되찾고 들실장으로 살 것인가?
어느 쪽인지 묻고 있잖아."

"테... 테칫…."

"나는 너의 대답을 듣고 싶다고 말했을 뿐.
아무것도 어려운 것은 하지 않았다."

변변찮은 얼굴에 깊은 고뇌의 주름을 새긴 자실장은 주인을 노려보았다.
남자는 여전히 감정이 실리지 않은 목소리로 자실장에게 묻고 있다.
극도의 스트레스로 위석이 자괴 직전인 자실장에게, 거리낌 없이 담담하게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자실장이 대답을 하면 이 지옥에서 해방된다.
자실장도 그것을 알고 있지만, 어느 쪽을 선택해도 자신은 손해라고 믿고 있어서 고를 수가 없다.
자신이 전혀 손해를 보지 않고 이익만 얻기를 원하기 때문에 결단할 수 없다.
...자실장이 대답을 명시하지 않는 한 이 질의응답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자실장이 집에 도착한지도 1시간 반이 지났다.
정좌하고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는 자실장의 시선은 이미 텅 비어 있다.
몸의 떨림도 멈추지 않게 되어 이미 빈사가 되는 것은 명백하다.

"자 자실장, 적당히 대답을 내지 않으면 죽는다."

".........에...."

"뭐야?"

자실장은 결심을 하고 남자에게 대답을 하려고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입을 물고기처럼 뻐끔거리며 가슴을 누르고, 질식하는 것처럼 괴로워하는 자실장.
괴로워하는 자실장을 보면서도 남자는 전혀 안색을 바꾸지 않고, 도와주지도 않는다.

배가....아프고, 힘들다... 도와줘...

자실장은 피눈물을 흘리며 주인인 남자에게 손을 내밀기 시작한다.
아무리 영문을 알 수 없는 주인님이라도 이렇게 괴로워하는 자신의 사육 실장을 버리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며.
하지만 남자는 도무지 움직이려 들지 않는다.
무표정하게 고통 받는 자실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자실장은 울며 허공을 긁고, 자신을 선택해준 주인을 요구한다.
살고 싶어, 살아서 행복해지고 싶어.
...점점 자실장의 움직임이 느려지고, 손을 들기는커녕 무릎을 세울 힘도 없어진다.
철푸덕 주저앉은 자실장은 아직도 주인의 구원의 손길을 요구한다.
그러나 남자의 두 눈은 차가운 빛을 띠고 자실장을 바라보고 있다.

.......아아... 와타치는... 이제 안 된다... 뭐야...

자실장은 깨닫고 말았다.
자신은 이제 구해지지 않는다고.
아무리 울어도, 아무리 화를 내도, 아무리 떼를 써도... 이제 어쩔 수 없다.
책상 위에 넙죽 엎드려서 실룩실룩 경련하는 자실장은 마지막 힘을 쥐어짜서 몸을 뒤집고, 주인의 얼굴을 보려고 했다.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잘 모르는 닌겐이었지만...
와타치를 선택해 준.... 좋은 닌겐이었다...

흐려지는 시야로 남자의 윤곽을 확인한 자실장은 몇 번인가 크게 경련을 하고는,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몸을 젖히고 큰 대자로 나뒹굴고 있는 자실장의 주검을 남자는 젓가락으로 찌른다.
배나 눈알, 총배설구에 몇 번 젓가락을 깊숙이 찔러서 자실장의 죽음을 확인한다.

"...기대에 못 미치는 쓰레기년...
뭐, 500엔짜리 싸구려니까 어쩔 수 없는 건가?"

남자는 스트레스사한 자실장의 주검을 젓가락으로 집어서 화장실로 가져간다.
양변기 앞에서 죽은 자실장을 갈갈이 해체한 다음, 변기 속에 내다 버린다.
그 뒤 남자는 자실장이 떠있는 변기에 볼일을 보고 뒷처리를 한다.
남자의 소변과 함께 자실장이었던 것은 하수구로 사라졌다.




남자의 학대는 두 가지를 자실장에게 제시하고, 그 중 하나를 꼭 고르게 하는 것.
옷, 머리, 성대, 미각, 후각, 시각, 자신의 위석과 사육실장으로서 살려지는 것 중 하나를 고르게 한다.


남자는 이 게임을 원할하게 진행하기 위해서 시판되고 있는 사육 자실장을 사용한다.
사육 자실장은 인간에게 의존해서 사는 것을 전제로 조련되고 있으니 이후는 간단하다.
대개 자실장은 자신이 깎여져 가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사육 실장으로서 사는 길을 택한다.

필요 최소한의 먹이와 좁은 특수 사양의 수조를 거처로 받지만 그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남자는 놀아 주기는커녕 선택의 때 이외에는 얼굴조차 보이지 않는다.
고난을 극복하기 위한 희망으로 마음에 그리고 있었던 화려한 생활과는 전혀 무관한 금욕적인 삶을 강요한다.
강제라는 것에는 어폐가 있으려나.... 자실장 자신이 택한 길이니까.

남자는 자실장들의 오기, 충족된 일에 대한 슬픔과 부조리하게 화를 내는 모습을 매직 미러 너머로 감상하고 즐긴다.
반응이 둔해지거나, 선택 사항을 모두 잃어버린 자실장은 뭉개서 변기에 버려진다.

남자는 자실장이 뭉개지는 순간에 보이는 절망에 물든 얼굴을 몹시 사랑한다.
자신이 선택한 길도, 자신이 마음에 그려왔던 생활과 다른 부조리를 참았던 것도, 자신을 사준 닌겐이 좋은 닌겐이라고 믿고 있던 것도 모두 잘못이었음을 깨달았을 때의 모습을.

남자는 오직 그것을 보기 위해서 자실장을 학대한다.
실장석은 재미있는 얼굴을 보여주는 즐거운 장난감.
남자에게 높이 평가받은 사육 자실장을 기다리는 운명은 비참하고 괴로운 것이다.


-끝

댓글 3개:

  1. 닌겐상의 인내심이 굉장한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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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실장놈들 행복회로대로면 고급 옷을 입을 텐데 저걸 고민하다니 실장석은 실장석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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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결말 병신같음
    학대 하나 똑바로 못하는 얼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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