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더기 구이


그러고 보니 오늘은 근처의 신사에서 축제가 있었지.
축제따위 몇 년정도는 안 갔었다. 한가하니 가 볼까나.

신사에는 이런저런 노점상이 늘어서 있다.
아직 낮이라 엄청 덥다. 빙수라도 사먹을까.
그러고 있을 때, 어떤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구더기구이집(うじやきや)'



입간판에는 서툰 히라가나로 그렇게 쓰여져 있다.


[닌겐씨 어서옵셔데스, 괜찮으면 한번 드시고 갑쇼데스!]

그 간판 옆에 앉아 있는 실장석이 데스데스 울고 있다.
말하고 있는 건 잘 모르겠지만, '구더기구이집'이라고 하는 간판으로 보건데,
구더기구이집(蛆焼き屋) 즉, 구더기실장을 구워서 파는 모양이다.
잘 보니 간판에는 '300엔'이라고 쓰여져 있다.
인간님의 화폐제도를 이해하고 있다니 건방지군, 한번 먹어봐 주마!

[매번 감사데스! 그러면 너희들, 분발하는데스!]
[알겠는테치! 건강한 자를 낳는테치!]

그렇게 말하고는 엄지실장 한마리가 검은 철판으로 된 웅덩이 위에 버텨서서 힘을 준다.
잘 보니 양눈이 빨갛다. 출산할 생각인가.

[테치이이이이이!]

씀풍, 씀풍, 씀풍....

구더기실장 몇 마리가 철판 위에 떨어진다.

[텟테레~♪ ...ㅅ 뜨거운레후! 뜨거운레후!]

아마 태양열로 달군 걸로 보이는 철판 위에서 구더기가 춤춘다.
구더기의 앞머리가 꼬불꼬불해질 무렵... 가게주인인 실장석의 눈이 빛난다.

[지금데스!]

재빠른 움직임으로 구더기를 꼬치에 꿰어간다. 마치 뭔가의 달인 같다.

[손님은 운이 좋은데스. 이 자에게서는 구더기쨩이 10마리나 나오는데스. 자, 드셔데스!]

실장석은 구더기가 꿰어진 꼬치를 내게 내민다. 양념이고 뭐고 없이 그냥 먹는건가

[프로는 아무것도 안뿌리고 먹는데스]

무슨 프로인데... 어쨌든 구더기구이 중 한 마리를 먹어보았다.

[마, 맛있어!!]

씹을 때 입 안에서 살살 녹는 것 같는 씹는 감촉에, 담백하면서도 짙으면서도,
옅은 단 맛이 느껴지는 중에 쓴 맛이 있어, 미묘한 쓴 맛이 단 맛을 이끌어 내고 있다.
어쨌든 맛있다. 구더기쨩이 혀 위에서 선명하게 춤추고 있어!

[레후~! 레후~ 아픈레후~! 살려주는레후~]

뭐 실제로 춤추고 있지만.

[이야~, 구더기구이가 이렇게 맛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어]

[그렇게 말해주셔서 기쁜데스... 그렇지만... 이 가게도 끝인데스]

[안타깝구만... 괜찮으면 이야기좀 들려줄텐가?]

실장석은 건너편 가게를 가리킨다. 그 노점에는 사람이 몰려 있어, 장사가 잘 되는 모양이다. 가게의 간판을 보니...

[과연... 그런 것인가, 건너편 노점에서도 구더기구이집(蛆焼き屋)을 하고 있어서, 손님을 뺏긴 거군]

[그 말대로인데스...]


불쌍한 얼굴을 하는 실장석을 보고 있으니, 뭔가 해주고 싶어졌다.
그래서, 건너편 집에 가보기로 했다.
가게 천정에는 엄지가 매달려 있다.
내 주문을 받은 주인(인간)은 엄지의 왼눈에 빨간약을 발라서, 강제출산 시키고있다.
물론 그 아래에는 철판이 놓여 있다.

[테챠아아아아! 와타시의 구더기쨩! 와타시의 구더기쨩이이이이!]

엄지는 양눈에서 빨간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고 있다.
정말 당돌한 방법이다.

실장석의 가게에서는, 강제출산시키지 않고, 어디까지나 자연적인 출산이었다.
실장석의 말로는, 2주 전에 꽃으로 수분해서, 태교를 하며 소중하게 기른 구더기실장이기 때문에 그 맛이 난다고 한다.
구더기구이집(蛆焼き屋)에서는 출산할 때는 빨간약을 바르는 데다가, 임신, 출산을 반복해서, 모체를 힘들게한다.
재료비의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 겠지만, 그래서야 맛있는 구더기실장따위 낳을 리가 없다.

그리고 이 철판. 곤로로 가열한 뜨거운 철판은, 구더기실장을 둘러싼 점막까지 익혀버린다.
태양빛으로 데운 철판의 온도라면, 점막을 계란후라이의 흰자처럼 덜익히고 남기는 것이 가능하다.
조리시간을 단축을 위해서 겠지만, 그래서는 맛있는 구더기구이가 될 턱이 없다.

거기에, 구운 다음에 뿌려진건 이 마요네즈다.
이 마요네즈로 변변찮은 재료, 조리를 얼버무리고 있는 것인가.
과연, 실장석이 말한대로다. 프로는 마요네즈따위로는 속일 수 없다.

[예, 기다리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합! 아! 맛있어]

역시 마요네즈는 대단해.
뭔가 구더기 자체도 실장석네 가게와 맛이 큰 차이 없고.
실장석네는 비용도 시간도 걸리는데다가 뭔가 비위생적이고 그래서야 유행은 못하겠네...하고 생각하며 구더기구이집(うじやきや)을 보니, 무서워 보이는 형씨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데...!? 자릿세는 뭐인데스!? 모르는데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앗 저쪽의 가게에는 "구더기고구마(蛆金時)"를 팔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가 보자.

여름의 풍물시, 구더기구이.
혹시 당신 근처에 *후장에 손이 쑤셔 넣어져 어금니를 덜덜 떨고있는 실장석이 있다면, 인간이 만드는 구더기구이(蛆焼き)와는 조금 다른 "구더기구이(うじやき)를 먹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 역주: 크게 혼나서 데었다는 의미

댓글 5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