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과 인어 공주

자판기로 담배를 사려고 갔다가 남자는 그 그늘에 있는 골판지상자를 눈치챘다.
꾸깃꾸깃 부서진 골판지는 군데군데 더러운 초록색이 스며들어 더러워져 있었다.
버려진 실장석이 들실장에게라도 습격당한 자취일 것이다.
그는 참상에 대해 신경쓰지않고, 자판기의 버튼을 눌렀다.




뚝 떨어져 내린 담배를 주으려고 몸을 구부렸을 때, 「테치…」하는, 희미한 울음 소리가 들렸다.
살펴보자 자판기 아래에 자실장의 모습이 있었다.


자실장과 시선이 마주쳤다.
「테…테치, 테치…」
기어 도망치려고 하는 자실장.
습격당하면서도, 운 좋게 살아남은 것 같다.
그러나, 잘보면 하반신이 너덜너덜하게 끊어져 있다.
왼팔도 중간까지 밖에 없다.
그는 자실장을 주워올렸다.
「테…테츄…」
중상을 입은 몸으로는 몸을 비트는 것조차 힘들다.
자실장은 그저 무서워하며 떨고 있을 뿐이다.
그는 자실장을 손수건에 감싸, 윗도리의 포켓에 넣었다.
그대로 자택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옷감 넘어로 닿아있는 손에는 자실장의 흔들림이 전해져왔다.

그의 이름은 「토시아키」 . 전 학대파다.
그러나, 지금은 실장석 학대에 그다지 관심을 갖고있진 않다.
오랫만에 길러봐도 괜찮지않을까.
이 자실장을 주웠던 이유도 그런 가벼운 변덕이었다.

토시아키는 방에 도착하자, 신속히 자실장을 꺼냈다.
그는 실장석의 취급에는 숙련되어 있다.
그러나 그런만큼 치료는 거칠다.
처치는 최적이지만, 자실장의 아픔에는 무관심하다.
너덜너덜한 양 다리와 왼팔을 절단하여 상처를 소독.
영양제를 충분히 주사한다.

「테칫! 테치이!」
이를 악물며 자실장이 절규했다.
몸을 굽는 격통을 참기 힘들어 머리를 격렬하게 흔든다.
그는 자실장을 타올로 감싸, 케이지 가운데에 재웠다.
「테…테치…」
거의 숨이 끊어져가던 자실장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토시아키가 자실장을 주운 후 1주 정도가 지났다.
적절한 처치 덕에 자실장의 몸은 순조롭게 회복하고 있었다.
움직일 수 있게 된 왼팔.
이전과 변함없게 걸을 수 있게 된 양 다리.
한 번 죽음의 공포에 붙잡혔었지만, 지금은 원래대로 천진난만해졌다.
기쁘다.
「테츄테츄」
무심코 소리를 낸다.
그곳으로 토시아키가 가까워져 왔다. 먹이의 시간이다.
서둘러 타올 안에 기어든다.
 무서운 인간이 왔다.
 밥을 주지만, 몹시 날 아프게 했던 인간이다.
타올로 머리를 가리고 떠는 자실장에는 신경쓰지않고, 그는 용기에 실장 후드를 부었다.
자실장용으로 우유에 담가 부드럽게 되어 있다.
자실장에 말을 걸지도 않고, 용무가 끝나자 그는 빨리 가버렸다.
발소리가 멀어지는 것을 기다렸다가 자실장이 얼굴을 내민다.
먹이를 먹기 시작한다.
식욕은 채워지지만, 무엇인가 어딘지 부족하다.
여기에 와서 1주밖에 되지 않았지만 자실장의 시간감각으로는 충분히 긴 시간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 사이 토시아키는 치료와 먹이 등, 필요한 최소한의 접촉밖에 해오지않았다.
물론, 말을 건넨 적 또한 한번도 없다.
실장석으로써의 사람의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본능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돌봐 주길 바란다.
 그렇지만 무섭다.
 아프게 했던 건 아주 오래 전 일이다.
 괜찮아. 이제 괜찮아. 분명 괜찮아.

「테치」
울어 보았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테츄테츄」
이번은 더 큰 소리로.
토시아키가 왔다.
공포에, 무심코 몸이 움츠린다.
「테…테치…」
그런데도 조심조심 울어 보았다.
 신경써줘. 놀아줘. 그리고 밥 고마워요.
그는 변함 없이 무표정하다.
「밖에 나가고 싶어?」
뜻은 모른다. 그렇지만 대답해 주었다. 기쁘다.
「테츄테츄, 테츄」
큰 소리로 울어 본다.
토시아키의 손이 뻗어 와 자실장을 잡았다.
또 무심코 몸을 움츠리게 해 버린다.
그러나, 그의 손은 부드럽게 자실장을 들어 올려 바닥에 놓아 주었다.
자실장은 그를 올려본다. 터무니없는 거인이다.
"큰 것"
문득 생각해 내는 기억. 골판지를 들여다 본 큰 그림자.
자매들을 먹어치우고, 자신도 물어 뜯겨져버렸다.
큰 녹색의 것. 무서운 어른 실장석.
「테치…테치…」
공포가 되살아나, 눈의 안쪽이 뜨거워진다. 손발의 힘이 빠져 간다.
그 때, 토시아키가 앉았다.
자실장의 눈앞에서 책상다리를 한다.
무표정한 그의 얼굴이 자실장에게 보이는 각도에 있었다.
이것은 인간이다. 자신을 먹거나 하지 않는다.
조금 기분이 침착해졌다. 한 걸음 내딛는다.
아장아장 가까워져 간다. 손이 닿는 거리.
조심조심 토시아키의 무릎에 손을 올린다.
올려보자 시선이 마주쳤다.
「테치…테치테치…」
 무서운 것 없어. 아픈 것 없어.
토시아키의 표정이 누그러졌다. 코로 작게 웃는 얼굴.
사람이 보면 썩 마음에 들진않을 표정이다.
그러나 자실장의 눈에는 다르게 비쳤다.
「텟츄♪」
 웃어 주었다. 상냥한 인간이다. 좋은 인간이다.
토시아키가 손가락으로 자실장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약간 난폭한 손놀림이었지만, 그것조차도 자실장에게는 기뻤다.
「테츄테츄♪」
열심히 손가락과 장난쳤다. 손가락은 가만히 있지는 않는다.
도망치거나 쓰다듬거나 술래잡기 하듯이.
머리를 쓰다듬어져서 밸런스가 무너진 자실장이 엉덩방아를 찧었다.
「테치테치♪」
그런데도 자실장은 좋은 기분이다. 손발을 탁탁 움직이며 환성을 지르고 있었다.
 몹시 즐겁다. 몹시 기쁘다. 이 인간이 좋아.
자실장으로부터 걱정은 완전하게 사라지고 있었다.
상냥한 인간.
놀아 주고, 밥을 주고, 도와 주고, 그리고 음…
자실장의 머리는 인간으로 터지기 직전이다.
더이상 스스로도 뭘 하는지 모른다.
단지 열중하여 눈앞의 인간과 장난쳤다.

놀다 지쳐 잠들어버린 자실장을 케이지에 되돌렸다.
「테츄…」 잠꼬대인것 같다.
토시아키는 쓴웃음을 가볍게 지었다.
「이 정도 나이의 자실장은 모두 귀여운 것 같다.」
그는 자실장의 상처가 완치되면, 공원에라도 되돌려놓을 생각이었지만 이제 예정이 바뀌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사육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확실히 예의범절을 가르치지 않으면 안 되는데...」
그는 잠든 자실장의 머리를 가볍게 어루만졌다.

다음날부터 자실장의 예의범절 가르치기가 시작되었다.
우선은 회화.
말이 통하는 것만으로 매우 기뻐하는 상태는, 예의범절을 가르치는 것 이전의 문제이다.
어느 정도 인간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하게 한다.
그것이 끝나면 화장실의 예의범절을 가르친다.
그 전에도 예의범절을 많이 가르쳐봤었다.
그는 전 학대파.
벌의 타이밍, 힘가감. 그것이 그가 학대파로써 가장 자랑으로 여기는 것이다.
자실장은 「미오」라고 이름지었다.
미오의 지능은 보통 정도. 들실장보다 조금 위 정도.
화장실을 기억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할 것 같다.
그래도, 미오의 장점은 매우 솔직한 성격이라고 하는 것이다.
다소의 못된 꾀 정도는 생각해 낼 것 같지만 미오는 바보같을 정도로 정직한 건지, 거기까지 머리가 돌지 않는 건지, 실패를 속이지도 않고, 언발에 오줌누는 식으로 대충 때우는 것도 아니고, 꾸중들으면 많이 침울해지고 칭찬하면 많이 기뻐했다.

훈육을 통해 서서히 상대의 성격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미오는 조금 유별난 실장석이었다.
식사에 불만을 말하기 시작하지도 않고, 깨끗한 옷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지금 상황을 자각하고 있다- 라기 보다는 그렇게 말할만한 욕심이 없었다.
정확하게는 욕망이 향하는 방향이, 좀 특이한 방향을 향해있다.
그 방향은 "주인님"이다.
미오의 세계는 항상 주인 토시아키를 중심으로 해서 돌고있었다.
태어나자마자 버려지고 자매도 잃어, 처음으로 착실한 커뮤니케이션을 가진 상대가 지금의 주인이다.
최초로 얻은 기쁨은, 미오의 마음에 강렬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미오는 항상 토시아키의 곁에 있고 싶어한다.
그가 걸으면, 아장아장 그 뒤를 쫓아서 간다.
그가 화장실에 들어가면, 도어의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열리는 문에 받혀 나가떨어지는 것도 일상다반사다.
무엇을 하든 3분에 한번은 토시아키의 쪽을 돌아 본다.
만약, 그곳에 그의 모습이 보이지않으면 중대사다.
「테칫! 테칫! 텟치!」
울면서 필사적으로 그의 모습을 찾아다닌다.
보통 자실장이라면 뒤집혀, 울며 아우성쳐, 주인을 부르지만 미오는 다르다.
짧은 다리로 열심히 돌아다닌다.
넘어져도 굴하거나 하지 않는다.
토시아키의 모습을 찾아내거든 매우 기뻐하며 달려들어 온다.
「텟츄♪」
실로 단순한 성격이다.
제일 큰일인 것은, 토시아키가 일하러 갈 때다.
매일 아침, 출근전에 그는 미오를 케이지에 넣는다.
이때만은 미오도 온순하지않다.
그 나름대로 울며 날뛰어 힘껏 저항한다.
결국은 그 저항도 허무하게, 점심 분량의 먹이와 함께 던져져 버리지만.

「테에에에엥!테에에에엥!」
미오는 주인이 귀가할 때까지 , 케이지 안에서 혼자서 외로움에 울며 보낸다.
이기적인 성격은 아니긴 하지만, 미오는 대단한 응석꾸러기 자실장이었다.

한편, 토시아키도 예의범절교육을 계속하면서, 미오에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었다.
언젠가는 천한 본성이 나타날거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 자실장에게는 그런 모습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실장석 중에는 교활하고, 주인을 교묘하게 속이는 개체가 존재하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주인에게의 인상을 좋게 해, 자신의 처우를 끌어올리기 위한 행동이다.
미오가 선량한 실장석인 체 하고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 가정할 경우, 매일 얼빠지게 문에 맞거나 식사와 함께 던져졌는데도 그냥 울고만 있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쨍그랑.
식기가 떨어지는 소리.
사고가 현실에 되돌려졌다.
테이블에 흩어져버린 볶음밥. 망연하는 미오.
미오는 아직 작기 때문에, 스푼을 잘 사용할 수 없다.
화가 치민 미오는 작은 접시를 들어 올려 입에 흘려 넣으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러나 고체인 볶음밥이, 그렇게 마음대로 떨어지지는 않는다.
게다가 작은 접시에 담고 있는 분량이라고 해도, 자실장에게는 꽤 무거운 중량이다.
그러다가 접시 째로 뒤집어 엎어버렸을 것이다.
「어이, 미오.」 낮은 목소리로.
「…테, 테…」 울 것 같은 얼굴로 돌아 보는 미오.
「예의에 어긋나게 먹지 말아라.」
「테츄…」
「벌로서 밥은 굶어라.」
「테, 테에엥.」
뚝뚝 눈물을 흘리는 미오를 치우고, 떨어진 볶음밥을 정리한다.
「테츄…」  미오는 푹 낙담하고 있었다.
지나치게 깊게 생각했다. 미오는 어떻게 봐도 너무나 순수한 실장석이다.
너무 고민해서 넌더리나게 된 그는 의심을 뿌리쳤다.
테이블의 구석에서 둥글게 몸을 말아 훌쩍거리고 있는 미오를 보고, 무심코 입꼬리가 올라가기 시작한다.
「미오, 그렇게 배고프면 물이라도 마실래?」
「테치…」
미오는 힘없이 수긍했다.

3개월 정도가 지났다.
미오는 거의 성체로 성장하고 있었다.
성격도 더 침착하게 되긴 했지만, 응석꾸러기인 건 여전한 채이다.
미오가 그림책을 가지고, 주인의 바지를 잡아 끌었다.
「데스데스데스.」 (주인님, 책 읽어주셨으면 좋은 데스.)
최근 미오는 그림책이 마음에 드는 것 같다.
토시아키가 한가한 것 같으면, 읽어달라는듯이 졸라 온다.
오늘의 타이틀은 「신데렐라」다.
「인어공주」 「성냥팔이 소녀」 등은 한 번 읽어 주었지만,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하는 것 같아서, 도중부터 울기 시작해 버렸던 것이다.
아무래도 미오는 해피 엔드를 좋아하는 것 같다.
게다가 꽤나 소녀 취향이다.
가장 좋아하는 건 공주님과 왕자님의 해피엔드.
다 읽은 다음에는, 촉촉한 눈으로 토시아키를 응시해 온다.
「데스…데스…」
머뭇머뭇 하면서, 무릎 위로부터 좀처럼 내려가려고 하지 않는다.
「아-그래. 알았으니까 내려줄께.」
그는 미오를 갑자기 마루에 내렸다.
「데스데스!」
「그림책 타임은 끝났어. 이제 혼자 가서 놀아.」
「데스…」
터벅터벅 그림책을 책꽂이에 꽂으러 가는 미오.

곧바로 봉제인형을 들고 돌아왔다.
담배를 피우면서 독서하는 토시아키의 곁에서, 1인극을 시작한다
「데, 데스데스」(공주, 사랑하고 있습니다)
「데데스데스」 (왕자님, 안 되는 데스)
「데!젯스」 (공주! 나는... 나는!)
「데이스」  (아-데스)
토시아키가 아무렇지도 않게 실장 린갈을 들여다 보니, 어쩐지 끈적끈적한 대사가 표시되어 간다.
짤그랑
사람 발 밑에서 낯뜨거운 흉내 내고 있네… 멜로물 같은 걸 보고 기억했나.
토시아키는 담배를 크게 들이마시면서, 미오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데스?」
얼굴을 가까이 대고,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젯데데, 데혹케혹!」
「그런 에로 1인극은 내가 없는 곳에서 해라! 기분 나쁘다!」
드물게 격렬한 노성에 미오는 놀라 경직되고 있었다.
점차 눈이 물기를 띄어 온다.
「데…데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엥!」
눈물이 스윗치가 되었는지, 크게 울면서 달려 갔다.
방의 구석에서 웅크려 무릎을 잡고 운다.

「너, 의미나 알면서 그런 놀이를 하는 거야?」
「데스?」
그냥 모습만 따라했던 것 같다.

미오가 성장함에 따라, 알게 된 일이 있다.
미오는 음식이나 의상에 집착하지 않지만, 그만큼 성욕이 강한 개체같다.
아니, 성욕이라고 하는 것보다는 정욕이라고 하는 편이 적절한가.
미오의 기호는 남녀관계에 관한 것에 집중되어있다.
그림책도 연애에 관련된 것을 좋아하고, 텔레비전으로 러브 씬이라도 나오면 눈 한번 떼지 않고 쳐다본다.
실장석은 기본적으로 암컷이지만, 미오는 그 여성적 성향이 특히 강하다.
그러나, 실장석에 많이 볼 수 있는 음란하고 문란한 성향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래도 미오 자신이 이른바 숙녀적인 이상상을 자신에게 부과하고 있는 것 같다.
아이의 정조교육과 같은 그림책을 여러 가지 읽게 한 탓일까.
최근에는 대변을 보는 것까지도 부끄러워하는 것처럼 되고 있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이것은 토시아키도 눈치채지 못했다.
미오는 주인을 이성으로서 의식하고 있다.
아직은 옅은 감정이지만, 미오의 주인을 부모로써 그리워하는 기분은 연애 감정으로 바뀌고 있었다.

토시아키와 미오의 둘의 생활은 계속 된다.
「자, 다녀올께.」
「데스」
미오의 일과 중 하나는 매일 아침 주인님의 전송이다.
방을 어지르지 않게 된 미오는, 더이상 케이지에 넣어지지 않는다.
현관에서 토시아키를 전송한 다음엔 혼자서 집을 본다.

미오는 방의 안쪽으로 향해, 마음에 드는 장난감을 들고 현관으로 돌아왔다.
그대로 현관에서 1인극 놀이를 시작한다.
「데스데스데스」
놀면서도, 가끔 문 쪽을 되돌아 본다.
예전, 잊어버린 물건을 가지러 토시아키가 돌아온 것을 기억하고 있다.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일을 기대하면서, 현관에서 시간을 때우는 미오.
 주인님, 또 돌아오지 않을까.
 혹시, 요 바로 앞까지 와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때 부터 한번도 그런 일은 없었다.
 역시, 언제나 보고싶은데, 밤까지 돌아오지 않는 것인지.
문을 응시하는 미오의 머리는 빈 상태로 계속 돈다.
매일 오전 중 대부분은 이런 상태다.
「데스」
배가 고파 왔다.
미오는 시계를 읽을 수 없지만, 대략적인 시간 파악은 할 수 있다.
바늘이 2개 모두 위를 향하면, 점심 밥.
미오는 12시가 얼마 안남은 긴 침과 짧은 침이 놓인 문자판을 응시한다.
긴 침과 짧은 침이 바로 위에서 겹쳐졌다. 밥을 먹어도 좋은 시간이다.
준비되어 있는 실장 후드를 먹기 시작한다.
반은 남겨 둔다.
지금 전부 먹어 버리면 저녁 식사때까지 배가 고파진다.
그러니까, 나머지는 저녁에 먹는 간식.
이것은 미오가 스스로 생각해 낸 것이었다.
밥을 먹으면 낮잠의 시간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전에 하는 비밀의 습관이 있었다.
톡톡 걸어서 책장으로 향한다.
아무도 보고 비난하는 사람이 없는데, 남의 눈을 살피는 것 같은 움직임은 자신의 행동을 꺼림칙하게 여기는 탓일 것이다.
미오는 책장의 한켠에서 관심이 많이 갈만한 책을 집었다.
독신생활을 하는 남자라면 하나쯤 있는 아이템. 이른바 에로책이다.
책을 발견한 것은 몇 일전.
남녀 관계에 대한 것에 큰 관심을 가지는 미오에게는,
이 직접적인 표현물은, 견딜 수 없게 자극적인 유혹이었다.
문자는 읽을 수 없지만 그림을 보고 있으면 내용은 이해할 수 있다.
탐독한 후 하반신에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는, 어딘가 부족한 느낌을 받은 미오는 거기서 처음으로 자위를 배웠다.
끝낸 다음에 참을 수 없는 자기 혐오에 빠지지만, 결국은 욕구에 거역하지 못하고 은밀한 습관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데스」
책을 열었다. 오늘은 코믹을 사용하는 것 같다.
내용물은 글래머러스에 데포르메된 남녀의 그림.
토시아키는 큰 가슴을 좋아하는 듯 하다.
만화도 사진집도 그쪽에 치우쳐 있다.
미오는 자신의 사타구니에 손을 뻗었다.
이미 머릿속에서의 망상에 자기 투영은 끝나있다.
인간 여성의 모습으로 주인님에게 안기는 자신.
미오는 자신을 실장석이라고 별로 의식하고 있지 않다.
물론 완전히 인간도 아니지만, 정체성은 분명히 인간에 가깝다.
「젯후…!…테…테훗…!」
한 바탕 자위에 몰두해, 만족하면 이번에는 평소의 자기 혐오에 빠진다.
 또 해 치웠다.어쩐지… 보기 흉하다….
책을 되돌려 놓고, 옷을 정돈하고 손을 씻으러 간다. 뒤처리는 신중하고 정성스럽다.
 주인님에게 알려지면, 반드시 미움받게 된다… 그러니까 반드시 비밀. 반드시.
증거 인멸을 마치고 침상에 누웠다.
자위 후의 나른함이, 딱 알맞게 졸음을 불러와 준다.
 미안해요…주인님….
천천히 의식이 가라앉아 갔다.

해가 지는 무렵, 미오는 낮잠으로부터 눈을 떴다.
남겨놓았던 간식을 먹고, 텔레비전을 켠다.
미오가 재미있게 보는 프로그램은 방송하지 않았다.
「데스.」
 주인님, 빨리 돌아오면 좋겠다.
 오늘은 어느 그림책을 읽어 줄까.
-생각하며 화면을 바라보면서, 오늘 밤의 자그마한 예정을 생각한다.
시계의 바늘이 두 개 모두 왼쪽 아래를 향했다.
이제 토시아키가 귀가하는 시각이다.
미오는 장난감을 한 손에 들고 현관으로 향했다.
현관 매트 앞에 앉아, 문을 응시한다.
 곧 있으면, 주인님이 돌아온다.
 문아 열려라―, 빨리 열려라―.
그러나 도어는 침묵을 계속하고 있었다.

3시간이 지났다.
토시아키는 아직 귀가하지 않았다.
미오는 매트 위에서 널부러져 있었다.
「데스…」
 주인님, 늦은데….
 이상하다, 언제나 지금쯤 돌아왔었는데….
토시아키가 돌아오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본다.
그러나, 방 밖의 세계를 거의 모르는 미오는 짐작할 수도 없다.
 쭉 기다리고 있는데, 왜일까….
 혹, 미움받아 버린 것일까….
 나, 버려져 버린 것일까….
 이제, 돌아와 주지 않는 거에요?
점차 미오의 눈이 물기를 띄어온다.
배도 고파져 왔다.
졸려졌다.

 빨리, 빨리 돌아와 주세요…주인님….

결국, 토시아키의 귀가는 일자가 바뀐 후였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미오가 눈을 뜬다.
「데스!」
들어 온 토시아키의 표정은 초췌해보였다.
「데스?」
평상시와 다른 그의 모습에 미오도 눈치챘다.
「데스데스?」 (주인님 잘 다녀 오셨어요?)
「미오, 안됐지만 오늘은 지쳐서 말야. 못 놀아 주겠어.」
토시아키는 슈트를 벗으면서 미오의 옆을 지나간다.
그대로 털썩 소파에 몸을 내던졌다.
크게 한숨을 쉬고, 담배에 불을 붙인다.
「데스데스?」 (주인님, 어디라도 아프세요?)
미오의 머리에서는, 걱정거리도 이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미오… 이제 늦었으니까, 너는 자라.」
「데스…」 시무룩한 말을 듣고, 미오는 마지못해 침상으로 향했다.
토시아키는 부엌으로부터 캔맥주를 꺼내왔다.
얼굴을 찡그린채, 단숨에 다 마신다.
오늘 그는 일에 큰 실패를 해버렸던 것이다.
당분간은 그 뒤치닥거리에 쫓기게 될 거다.
회사에서의 신용도 폭락했다.
그는 일에 대해서는 매우 성실한 성격이었다.
자신의 실수야말로, 완수하지 못했던 것이야말로 자신이 더 화가 난다.
또다시 큰 한숨을 내뱉는다.
마음이 침울해져 옷을 갈아입을 힘도 나질 않는다.
그런 그의 모습을, 미오는 문의 그림자 아래서 가만히 보고 있었다.
 주인님, 기운이 없어요….
 불쌍해서, 가만히 보고 있을 수가 없어요….
 주인님이 다시 활기차게 되었으면...
미오가 주인의 곁으로 왔다.
「데스」
다리를 양손으로 잡았다.
「뭐야, 오늘은 못 놀아줘.」
「데스데스」
윙윙 고개를 저으며, 미오는 한 층 더 세게 붙잡는다.
「끈질긴데.그럴 기분이 아니라고!」
난폭하게 풀어 버렸다. 엉덩방아를 찧는 미오.
「데스, 데스데스」
「뭐야, 귀찮게스리.」
기분 나쁘게 달라붙는 미오를 쫓아버리면서, 문득 테이블 위의 실장 린갈에 눈길이 갔다.
 주인님, 힘내세요.
 나, 주인님을 꼭 껴안아 줘요.
 꼬옥 껴안아 줄께요.
 그러니까, 건강해져 주세요.
거기에는 미오의, 주인을 염려하는 말이 표시되고 있었다.
미오는 자신이 울고 있을 때에, 토시아키가 꼭 껴안아 줬던 것을 생각해 내고 있었다.
자신이 기뻤던 행위를, 토시아키에도 해 주려고 생각했던 것이다.
아직 어린 미오의 치졸한 발상이었지만 그 나름대로의 애정 표현이었다.

녀석, 나를 걱정하고 있었나.
미오를 되돌아 본다.
「데스데스데스.」
그 무표정한 얼굴에서는, 걱정의 의도 등, 읽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는 오늘 특별히 피곤했다. 기분도 몹시 나빠져 있었다.
평상시라면 감탄해, 솔직하게 기뻐할 이 미오의 행동도 유감스럽게 오늘은 그를 한층 더 초조하게 할 뿐이었다.
「실장석에게까지 동정되는구만, 나도 이제 끝인가.」
자조적인 어조로 짓궂은 웃음을 띄우며 미오를 보았다.
「너, 나를 바보 취급하고 있지.」
「데, 데스데슥!」(, 그렇지 않아요!)
「실장석 주제에 인간님께 건강하라니, 명령이냐. 기어오르지 마라!」
「데, 데스우우우!」
울기 시작하는 미오.
「빨리 잠이나 자!」
「데스우우! 데스!」
울면서 미오는 침상으로 달려 간다.
선반의 유리문에 자신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비틀비틀 달리는 실장석.
「실장석 주제에」 그는 그렇게 말했다.
 자신은 실장석이야.
 주인님과는 다른 존재야.
어쩔수 없이 당연한 현실이 슬펐다.
닿을 수 없는 것이 슬펐다.

다음날 아침은 거북했다.
토시아키는 거의 수면을 취할 수 없었다.
미오는 침울한 그대로다. 오히려 어젯밤보다 악화되고 있었다.
둘이서 풀죽은 식탁을 둘러앉았다.
「어제는 내가 나빴다. 미안」
「데스…」
대화는 중단되었다.
그런데도 미오는 배웅은 빠뜨리지 않는다.
주인의 뒤를 현관까지 따라왔다.
「미오, 오늘부터 당분간은 돌아오는게 늦어질 것 같다.
저녁밥도 준비해 뒀으니까 혼자서 먹어 줘.」
「데스…」
토시아키는 나갔다.
「데스…」
혼자서 집보기. 그렇지만 오늘은 특히 외롭게 느껴진다.
아무것도 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식욕도 솟지 않았다.
그 날, 미오는 하루종일 누워 보냈다.

토시아키는 미오와 만나는 시간이 적게 되었다.
밤늦게까지는 돌아오지 않는다.
아침엔 미오가 일어나기 전에 출근하는 일도 있다.
휴일 출근도 드물지않게 되었다.
그러나, 결코 미오에 차가워진 것은 아니다.
시간을 마련해 놀아 준다.
오히려, 이전보다 상냥해졌다고 미오는 느끼고 있었다.
그렇지만,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적어졌다.
상냥하게 다뤄진 만큼 보다 좋아하게 된 만큼, 느끼는 외로움은 크다.
오늘도 미오는 혼자서 집을 본다.
하루의 대부분을 현관에서 보낸다.
「데스.」
 주인님, 빨리 돌아와 주세요.
바램과는 달리, 눈앞의 문은 열리지 않는다.

그런 생활이 반년 정도 계속 되고 있던 어느 휴일.
주인은 아침부터 일하러 가고, 미오는 평소의 집보기를 한다.
시간은 오후쯤이었다.
미오가 낮잠으로부터 일어나, 아직 머리가 멍해 있을 때,
현관의 도어가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미오의 의식이 일순간으로 또렸해진다.
 주인님, 돌아와 주었다.
 오늘은 빨리 돌아와 주었다.
 오늘은 많이 놀아줄 수 있다.
「데스♪데스♪데스♪」 몹시 서둘러 현관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현관에는 토시아키가 들어오고 있었다.
「젯스♪」 미오는 서둘러 달려간다.
그 때, 토시아키의 뒤에서 또 한사람이 나타났다.
「데스?」 미오의 다리가 멈춘다.
「미오, 다녀 왔어. 응?」
토시아키가 등 뒤의 인물에게 속삭였다.
「저기, 실례하겠습니다.」
여자다.
미오는 뒤로 물러난다. 이 사람은 누구?
예상외의 사태에 혼란에 빠진다.
토시아키의 곁에 달려가, 그 뒤로 숨는다.
「이거 참, 미오, 인사는 제대로 해야지.」
여자가 가까워져왔다. 몸을 구부려 미오와 눈을 맞춘다..
「처음 뵙겠습니다, 미오. 나는 타카하시 쿠미코라고 해요. 잘부탁합니다.」
그러나 미오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상냥한듯한 웃는 얼굴, 부드러운 목소리, 매우 좋은 사람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어쩐지 싫다. 좋아하게 될 수가 없다.
미오는 침묵을 지킨 채로, 주인의 바지자락을 한층 더 강하게 잡는다.
「낮가리는구나, 이 녀석, 나 이외의 사람과 말한 적이 없어서.」
「그렇구나, 그러면 무서워하게 해 버린걸까…」
「괜찮아.. 빨리 익숙해져야 할텐데...」
「아, 그렇지. 미오, 사탕 먹을래?」
대답을 듣기 전에 포켓으로부터 사탕을 꺼내고 있다.
「데스.」
「입 열어봐.」 미오가 조심조심 입을 열었다.
쿠미코가 사탕의 포장을 찢어, 미오에게 먹여준다.
「익숙하네. 역시 실장석은 음식으로 꼬시는게 제일 빠르지?」
「아니거든, 순수한 뜻으로 주는 거야.」
 사탕은 맛있다.
 그렇지만, 역시, 좋아하게 될 수 없다.
 어째서, 그렇게 주인님과 허물없이 말해?
 어째서, 그렇게 주인님은 즐거운 것처럼 보여?
 이런 건 보기 싫어.
「데스!」
미오는 방 안쪽으로 달려가 버렸다...
「…블루베리 맛이 마음에 안들었을까...」
「저놈 낯을 가려. 실장석인 주제에 드물게 말야...」

토시아키와 쿠미코가 교제하기 시작한 것은, 3개월 정도 전부터였다.
그녀는 토시아키의 회사의 동료다.
소속 부서도 같고, 입사 시기도 거의 같다.
이전부터 그럭저럭 친하게 지내고 있었지만, 토시아키의 대실패의 뒤처리를 그녀가 도와 준 것을 계기로 지금의 관계가 되었다.
그녀를 딱히 말하자면 수수한 분위기이지만, 마음을 두루 쓰는 상냥한 성격의 여성이다.
요즘, 토시아키의 외출시간이 길었던 것은 물론 일도 있지만, 실은 그녀와 만나고 있었던 것도 한 가지 이유였다.

「별로 기대하진 마. 요리는 자신 없어」
「그런가? 지난번의 도시락은 맛있던데.」
과연 2명 모두 어느 정도 침착성이 있는 연령이므로, 시끄럽게 떠들 정도는 되지 않지만 그래도 말이 많다.
이불에 기어든 미오에게도 그 말소리는 들려버린다.
토시아키가 이렇게 말이 많은 것은 드물다.
그가 미오에게 이 정도 말을 건넨 적은 없다.
「데스…」
귀를 막으려고 해도 서투른 짧은 손과 머리의 윗쪽에 있는 큰 귀 때문에 불가능하다.
 가끔, 전화로 즐거운 듯이 이야기하고 있던 것은.
 늦게까지 일을 하고 있었는데, 기분이 좋을 때가 있었던 것은.
 오늘도 아침 일찍 나갔던 것은.
 
 모두, 그 여자 때문이야….
자꾸자꾸 기분이 가라앉아 온다. 불쾌한 충동이 솟구쳐 왔다.
지식이 없는 미오에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것은 질투의 감정이었다.

쿠미코가 방에 있던 동안, 미오는 이불로부터 나오지 않았다.
그녀가 돌아갈 때에 인사했을 때도, 미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를 배웅하러 간 토시아키가 귀가하자, 또 현관에선 미오가 기다리고 있었다.
「미오, 다녀왔어. 오늘은 모르는 사람이 와서 놀랐을 거야.」
「데스데스」 (그 여자, 친구입니까)
「응, 지금부터 가끔 놀러 온다고 생각하면 돼.」
「데스…」
미오가 낙담한 소리로 울었다.
그런 미오를 토시아키가 안아 올린다. 머리를 어루만지면서 거실로 향했다.
「그렇게 위축되지 말라고.이번에 만나면 응석부려 봐라, 쿠미코는 나보다 상냥해」
익숙해지지 않는 손님에게 긴장하고 있던 미오를 위로하듯이, 그날 밤, 토시아키는 미오와 많이 놀아 주었다.
「데스데스데스♪」
미오는 언제나 그렇듯이 장난치며 놀고 있다.
단지, 그 모습에는 초조와 같은 여유없음이 느껴졌다.
토시아키의 무릎 위에서 응석부리고 있던 미오의 움직임이 문득 멈추었다.
가만히 토시아키의 얼굴을 올려보고 있다.
「데스데스데스데스?」 (주인님은 나와 그 여자, 어느 쪽을 좋아해요)
「쿠미코」
 즉답.
「데…데데…」  순식간에 미오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이봐, 왜 울어? 당연한 거잖아?」
「데에에에에…」 본격적으로 울음 모드에 들어갈 것 같다.
「울지 말아라. 나는 우는 놈은 싫다.」
바로 미오는 소리를 죽이고 눈물을 참는다.
마치 부모의 재혼이나, 남동생이나 여동생에게 질투를 보내는 아이같다.

「데스데스데스데스」
(그 사람을 더 좋아하게 되면, 내가 필요 없게되거나 하지 않아요?)

토시아키는 미오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 맞춰주기로 했다.
「그런 일은 없어. 나는 쿠미코를 좋아하지만, 너도 좋아해.」
「데이데이데스!」 (양쪽 다 좋아한다니 우유부단해요, 근성없는 남자에요!)
미오는 이런 쪽에는 의외로 자세하다.
「쿠미코는 인간.너는 실장석.같은 급에 올리지 마.」
그것은 아무렇지도 않은 한마디였지만, 미오의 급소를 도려냈다.

실장석.
나는 실장석.
자신과 주인님을 나누는, 넘을 수 없는 현실의 벽.
「나는 원래 실장석은 싫어하지만, 너는 특별하다. 너가 지금인 채 그대로 있어 주면, 싫어하진 않아.」
미오의 쇼크는 눈치채지 못하고 토시아키가 말을 이었다.
「데스?」
잘 알아 들을 수 없었지만, 싫어하진 않는다고 들은 것 같다.
「데데스데스?」(나, 싫어하지 않아요?)
「아. 뭐야? 너, 나한테 미움받을 짓 했어?」
「데, 데스!」 (안했어요!)
약간, 짐작이 있는 미오는 당황하여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널 기르는 이상, 책임질 생각이다. 안심해라」
미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주인님께서 어루만져 주는 것은 매우 기분이 좋다.
오늘은 많은 일이 있었다.
여자가 오고, 불안하게 되고, 좋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그렇지만 자신은 역시 실장석인 것이 슬프고, 그런데도 주인님은 안심하라고 쓰다듬어 줬다.
한번에 많은 기분이 끓어 오고, 미오는 잘 모르겠지만 주인님은 상냥해서, 전보다도 더욱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쿠미코는 토시아키의 방에 빈번하게 방문하게 되었다.
과자를 선물로 가져오거나 얘기하거나 어떻게든 미오와 친해지려 했지만, 미오는 전혀 그녀를 따르려 하지 않았다.


토시아키는 더욱 더 외출시간이 많아졌다.
먹이 준비를 빠뜨리지는 않았지만, 외박 하는 일도 가끔씩 있었다.
미오는 날이 지날수록 외로워졌다.
며칠동안이나 신경써주지 않으면, 미오도 발작을 일으킨다.


어느날, 새벽에 귀가해 미오의 먹이만을 챙겨주고 곧바로 출근하려고 한 토시아키에게 미오가 항의했다.
「데스데스데스!데스데스!」
(주인님 심해요!이젠 어째서 놀아주지 않는거에요!)
생각해 보면, 최근 2주 정도 토시아키는 미오와 거의 놀아주지 않았다.
「내가 나빴다, 미안, 지금 바빠.」
「데스데스데이스!」
(전에도 그렇게 말했었잖아요!)
그가 최근 바쁜 것은 사실이다. 어떻게 해도 시간이 나질 않는다.
「알았어. 미오한테 나중에 선물 하나 해 줄께. 그럼 용서해 줄래?」
구체적인 물건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선물해준다고는 했다.
「데스♪」
선물이라는 말을 들은 미오의 기분은 순간적으로 좋아져버렸다.
「자, 다녀올께.」
문으로 토시아키는 도망이라도 하는 것처럼 달려갔다.
「젯스♪」
매우 기분이 좋게 주인님을 전송하는 미오.
주인님께서 선물 약속을 받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오늘은 좋은 날일꺼야.
미오는 매우 기뻐하며 완전히 들뜨고 있었다.






토시아키는 쿠미코와 출근 도중에 합류했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2명 함께 보낸다.
여러가지 2명이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곧 있으면 결혼할 예정이다.
갑작스러운 이야기이지만, 이른바 「속도위반 결혼」이므로 당연하다.
무엇보다 양자 모두 교제하기 시작한 무렵부터, 조금은 결혼을 염두에 두고 있었으므로 문제없이 이야기는 진행되고 있었다.


결혼식.
새 주택.
태어나는 아이.
해야 할 준비는 산만큼 남아있었다.






그 날의 일과를 마치고 두 명은 애완동물 숍에 와있었다.
미오에게 줄 선물에 대해 토시아키가 이야기하자, 쿠미코가 함께 선택하자고 제안해 왔다.
실장석이라고 해도 미오는 일단 여성이다.
여성의 의견이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었다.


둘이서 실장석 코너를 보고 돈다.
「음, 뭘 살 지 모르겠네.」
쿠미코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토시아키도 비슷한 표정을 띄우고 있다.
미오는 옷이나 액세서리 등, 보통 실장석이 좋아할 것 같은 것에 거의 흥미를 나타내지 않는다. 음식에 대해서도 같다.
그 점에서는 매우 기르기 쉬운 실장석이지만, 덕분에 물건에 대한 기호를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쭉 길러 온 토시아키에게조차 짐작이 가지 않는다.
「무난한 것으로 고르자.」
당초에는 미오의 기분을 바꿔주기 위해 미오가 기뻐할만한 것을 찾고 있었지만, 이미 목적이 바뀌고 있었다.
선물하기 위한 선물 찾기다.


「…이것은 어떨까」
쿠미코가 토시아키를 불러 세웠다. 깨끗한 은제 팔찌다.
「이거? 미오에게는 그야말로 돼지에 진주목걸인데…」
「뭐가 좋을 지 모르겠으면, 그냥 좋은 걸로 주자.」
「좋은거?」


쿠미코는 미오가 결코 싫지 않았다.
자신에게 좀처럼 따라 주지 않지만, 미오가 특히 반항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아니다.
솔직하게 말하는 것은 들어 주고, 매너도 좋다.
게다가, 미오도 지금부터는 함께 사는 가족이 된다.


자신과 토시아키에게는 반지가 있다.
미오가 반지를 가지고 있지는 않으니까 한 가족이란 걸 의미하는 장신구를 받으면 미오도 기뻐할 꺼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반지를 낄 수 할 수 없는 미오에게는, 팔찌를 선물하기로 한 것이다.
「아니, 그렇게까지 생각해주지 않아도 괜찮은데.」
입으로는 사양했지만, 토시아키도 쿠미코의 뜻을 듣고는 기뻐했다.


결국 선물은 팔찌로 정해졌다.
평상시에는 검소한 생활을 하지만 큰 마음 먹고 비싼 물건을 샀다.






그날, 미오는 아침부터 초조했다.
선물이 기다려져서 머리가 선물로만 꽉 차 있었다.
장난감으로 놀아도, 그림책을 읽어도 모두 건성이다.
 무엇을 줄까?
 어떤 좋은 걸까?
미오의 좁은 세계에서는 구체적인 이미지없이, 기대만이 폭주하고 있었다.
그림책에서는, 왕자님이 공주님을 꼭 껴안고 있는 장면.
기쁨의 절정에서 머리의 소녀 회로가 완전가동을 시작했다.
들뜬 미오에게 있어서 최고의 선물은 바로 왕자님의 키스.
이미, 부조리하게 망상이 높아져 버리고 있다.
「데스데스~♪데스~♪」
미오는 동화속의 공주님이라도 된 듯이 콧노래를 부르며 춤춘다.
현관에서 거실로, 거실에서 안쪽 방으로.
자기 딴에는 우아하게, 웃음이 나는 스텝을 밟으며 춤춘다.


테이블 위에 눈이 멈추었다.
팜플렛 한 개가 놓여져 있었다.
호화로운 궁전 내부와 같은 사진. 그림책의 성의 그림 그대로다.
「데스♪」
미오가 팜플렛을 열면, 거기에는 미오의 꿈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었다.
깨끗한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미소짓는 공주님의 사진.
 이것이다.
 주인님은 반드시 이것을 선물 해 준다.


그것은, 결혼식장의 팜플렛이었다.
오늘 아침, 토시아키가 잊어버리고 갔을 뿐이지만,
보는 것 전부가 선물의 망상에 연결되어 버리는 지금의 미오에게 냉정한 판단은 불가능하다.
 「젯스~♪」
어리석은 기대에 좌지우지되며 미오는 계속 춤추었다.






「다녀 왔습니다.」
토시아키가 귀가했다.
「데스데스♪」
미오는 이미 현관에서 대기상태였다.
「미오 , 안녕하세요」
「데스?」
뒤따라 들어온 쿠미코에게 미오는 의아스러운 소리를 냈다.
 어째서 이 여자가 있는 거야?
「미오, 거기서 그러지 말고 이리로 와.」
먼저 거실로 향한 토시아키의 소리를 듣고 정신이 돌아온다.
「젯스!」
즐거운 기분으로 달려 간다.


거실에 3사람이 모였다.
토시아키의 앞에서, 미오는 조마조마하게 침착할 수 없다.
쿠미코는 소파에서 그런 모습을 재미있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토시아키가 선언한다.
「미오, 요즘 놀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잘 지내온 기념으로서 너에게 이걸 선물할게.」
「데숫데숫데슥♪」
기다리기 힘들다는 듯이 팔짝팔짝 날뛰는 미오.
「열어봐.」
토시아키가 귀여운 리본이 붙은 상자를 건네준다.
「젯스♪」
소포를 받자 마자, 미오는 서둘러 열었다.
안으로부터 나온 것은 팔찌.
「데스?」
 뭐야?
 어째서 드레스가 아니야?
상자를 보면 드레스가 들어가는 사이즈가 아닌 걸 알 수 있을텐데, 원래 선물이 드레스라고 아무도 말하지 않았는데 제멋대로 상상하고 제멋대로 낙담하는 미오.


미오의 낙담은 토시아키들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서로의 시선이 맞는다.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나.
서로 느끼고 있는 것은 같다.


시무룩하게 미오는 팔찌를 쳐다보고 있다.
토시아키는 미오의 앞에 수그려 앉았다.
「미안. 미오. 네가 갖고싶은 게 뭔지 모르겠어서 쿠미코랑 함께 여러군데 돌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해 봤어.」
미오의 등골이 떨렸다.
 그 여자와 함께.
 나의 선물을, 그 여자와 함께 선택했다.
「뭐, 그, 우리들이 가족이 되는 증거라고 할까, 반지의 대신이라고 할 수 있을꺼야…, 결혼 반지와는 다르지만.」
변명과 같은 설명을 토시아키가 계속한다.
그렇지만, 이것은 미오에 대한 스스로의 애정의 형태.
그 만큼은 미오에게 전하고 싶었다.


그러나, 미오에는 그렇게는 들리지 않았다.
 나는, 그 여자와 가족이 되고 싶지 않다!
 어째서 그 여자는, 나와 주인 사이에 끼어들어 오는 거야?
 그 여자는 방해만 한다!
 드레스도 그 여자가 방해 해서 이런 고리 따위로 만들어버렸어!
미오의 믿음은 자꾸자꾸 굳어져 간다.
격렬한 분노가 자꾸자꾸 북받쳐 온다.
「데슥!」
미오가 브레이슬릿을 내던진다.
거실에 -팅-하는 소리가 울렸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침묵.


그것을 찢은 것은 미오의 노성.
「데스데스데슥!데슥!」
( 나는 드레스를 갖고 싶었어요! 이런 고리따위가 아니에요!)


미오의 몸이 공중을 날았다.
마루에 부딧혀도 계속 날아간다. 그대로 옆의 방까지 튕겨 날아갔다.
「…데…데……」
위쪽을 향해 쓰러져 있는 뺨의 형태가 어긋나 있었다.
토시아키의 주먹 자국이다. 혼신의 힘을 집중한, 힘 조절따위는 없는 진심의 주먹이었다.


안됀다. 결국 미오도 단순한 실장석이었다.


토시아키는 전 학대파다.
학대파였기 때문에, 미오를 여기까지 기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학대파의 풍부한 지식은 선입관이 되기도 한다.
미오의 주장은 실장석 특유의 오만한 욕구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다.
꿈꾸기 좋아하는 소녀의 믿음으로부터 태어난, 질투와 낙담의 발로이다.
그러나, 많은 실장석을 봐 온 토시아키의 눈에는 그 이상으로 밖에 비치지 않는다.


토시아키가 일어섰다.
무표정하게 미오에 가까워져 간다. 미오를 주운 밤에 했던 것처럼.
그 자리에 쿠미코가 뛰어들어 온다.
토시아키의 허리를 붙잡고, 필사적으로 멈추려 했다.
「토시아키! 그만둬! 마음에 들지 않는 물건, 마음대로 사온 건 우리잖아!」
「나는 그런 것 때문에 화가 난게 아니야!」
토시아키에게 끌려가면서도 쿠미코는 놓으려고 하지 않았다.
「미오! 마음에 안 드는 걸로 사온 건 미안해요! 그렇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던지면 안돼요! 그것만은 사과하세요!」


미오가 휘청거리면서 일어났다.
머리가 어질어질 어지럽다. 쿠미코의 소리도 잘 알아 들을 수 없다.
얼굴이 아프다. 자신에게 무엇이 일어났는지 잘 모르겠다.
근처에 토시아키의 다리가 보인다.
올려다 보자 분노의 표정으로 토시아키가 바라보고 있었다.


주인님이 화났다.
지금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다.


미오는 반사적으로 토시아키에게 고개를 숙였다. 몇번이나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주인님 용서해 주세요.
 무서운 얼굴로 화내지 말아 주세요.
마루에 머리를 박으며 계속 사과했다.
무엇이 나빴던건지 모른다.
그러나 주인님에게 화가 나고 싶지 않다. 미움받고 싶지 않다.
토시아키가 땅에 엎드려 조아리는 미오를 다시 차 날렸다.
「이제 그만둬!」
쿠미코가 울부짖는다.

「이새끼들은 지 형편이 나빠지면, 땅에 엎드려서 조아리거나 빌거나 하고, 뭐든지 못하는게 없어! 이런 식으로 인간을 속여서 이용하려 드는 생물이야!」
「뭐야! 미오는 다른 실장석과 다르다고, 당신이 언제나 말했었잖아! 어째서 갑자기 그렇게 심하게 다루는거야!」


쿠미코의 말에, 조금 냉정함을 되찾는 토시아키.
그렇다. 미오가 이런 반응을 나타낸 것은 처음이다.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불만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토시아키는 이번 선물의 이유를 생각했다.
그리고, 이렇게 기대하고 있던 애를 갑자기 이리 만드는 것도 못할 짓이다.
아무리 자신에게 쇼크였다고 해도.


미오 쪽을 보면, 발에 채여 날아간 곳에서 계속 땅에 엎드려 조아리고 있었다.
벌의 효과는 충분할 것이다.
「쿠미코, 아파.」
「네? 아, 미안해요.」
놀라서 자신의 허리를 꽉 붙잡고 있는 쿠미코에게 얘기했다.
힘은 느슨해지지만 떼어 놓아 주지 않는다. 아직 안심할 수 없겠지.


「미오, 쿠미코에게 사과해라.」
「데스?」
「네가 던진 팔찌는, 쿠미코가 너와 가족이 되고 싶다고 하는 마음을 담은 선물이다. 그렇게 땅에 엎드려 조아리기보다는, 우선 쿠미코에 사과해라」
미오는 솔직하게 쿠미코의 곁으로 왔다.
양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다.
마루에 눈물이 흘러넘쳐 떨어졌다.
쿠미코가 미오의 머리를 상냥하게 어루만진다.
「괜찮아, 미오. 그렇게 울지 마.」


다르다.
쿠미코는 착각 하고 있었다.
미오의 눈물은 원통한 눈물이다.
솔직하게 고개를 숙였던 것도 토시아키의 명령이기 때문이다.
 이런 여자에게 머리는 숙이고 싶지 않다.
 이런 여자의 선물은 기쁘지 않다.
 이런 여자와는 절대로 가족이 되고 싶지 않다.
그렇다 하더라도 토시아키의 명령이라면 따른다.
 주인님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참을 수 있다.
 주인님을 위해서라면, 나쁜놈이 되어도 상관없다.
 주인님에게 미움받으면 안되니까 한다.
 이런 여자에게 질까 보냐.


쿠미코의 손이 미오의 머리로부터 떨어졌다. 굴욕의 시간은 끝났다.
토시아키를 올려보았다. 온화한 표정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다행이다. 용서받았다.
 미안해요. 이제 이기적인 행동하지 않을께요.
 그러니까, 화내지 마. 싫어하지 마.
미오는 팔찌를 주우러 간다.
팔찌를 내던졌기 때문에 주인님이 화가 났던 것이다.
「데스.」
토시아키쪽으로 다시 돌아와서, 팔찌를 내밀며 울었다.
「이거 필요없어?」
미오는 고개를 저으며 왼팔을 내밀었다.
토시아키가 미오의 팔에 팔찌를 껴줬다.
「데스」
미오가 울었다. 그 소리에선 별로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팔찌 사건이 있고 나서도, 토시아키들은 바빴다.
당연히 미오의 혼자서 집보기는 변함없이 계속 되었다.
「데스…」
미오는 우울한 소리로 울었다.
토시아키와 쿠미코가 계속 친해지고 있는 것은, 미오의 눈에도 분명하게 보인다.
미오는 두 명이 결혼하는 것을 모른다.
단지, 두 명의 사이에 자신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진다고 피부로 감지하고 있었다.
 이대로는, 주인님은 완전하게 그 여자에게 빼앗겨 버린다.
벌써 현실에서는 뒤쳐졌다. 아니, 처음부터 미오에게 승산같은 건 없었던 것을, 미오는 눈치챌 수가 없었다.





그 날은 아침부터 어수선했다.
그리고, 미오는 아침부터 케이지에 갇혀 있었다.
눈앞을 토시아키와 쿠미코가 바쁘게 돌아다닌다.
선반으로부터 꺼내서 골판지에 채워 간다.
오늘은 이사하는 날이다.
미오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도움도 되지 않고 알려줄 필요도 없으니 당연하다.
두 명이 협력해서 작업하는 모습이, 미오에게는 별로 재미가 없다.
「데스데스데스데스!」 ( 나도 도와주게 해 주세요-!)
케이지 안에서 소리를 지르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짐꾸리기 작업이 정리되었다.
미오는 또 케이지 안에서 떠들기 시작한다.
「데스데스데스!데스데스!」 (여기에서 꺼내줘요- 놀아줘―)
미오의 눈에는 일이 완료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가구가 없어진 방은, 놀기에 아주 좋은 넓이다.
그러나, 미오의 요구를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케이지 째로 옮겨져서, 트럭의 짐받이에 실어졌다.
「데스데스?」
혼란스러운 미오와는 상관없이 문이 닫힌다.
주위는 깜깜하다.
돌연 트럭은 달리기 시작한다.
「데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에엥!」
어두움과 떨림이 무서워서 흐느껴 우는 미오.
새 집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미오는 울다 지쳐 녹초가 되어 있었다.


새 주택에 도착했어도 미오는 케이지 안에 방치되어 있다.
이번에는 짐풀기. 역시 미오의 몫은 없다.
이동중의 피로와 체념했기 때문인지, 미오는 얌전히 하고 있다.
때때로 「데…」 「데스…」라고 작은 신음 소리 같은 것이 들리지만, 토시아키들은 신경쓰지 않았다.
우선은 생활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응, 어쩐지 냄새나는 것 같지 않아?」
「냄새나네.이 냄새는 확실히…」
토시아키는 케이지를 들여다 봤다. 생각했던 대로다.
미오가 케이지내에서 대변을 흘리고 있었다.
아침부터 갇히고 있었으니까 어쩔 수 없다.
발견된 것을 눈치챈 미오가 격렬하게 울기 시작했다.
「데…데에에에엥!」
「미안 미오, 화장실을 보내는 것 잊었어.」
옆에서 보고 있으면 코메디같지만, 미오에게는 웃을 일이 아니다.
미오 본인의 자의식은, 거의 사춘기의 소녀와 다르지 않다.
좋아하는 상대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인 것이다. 게다가 대변이다.
토시아키에게는 자실장때부터 돌보고 있으니까 아무 감각이 없지만, 그 무신경함도 미오의 연약한 마음에 상처를 준다.
어쨌든 미오에게는 이 수치스러운 기분이 고통스럽다.


「미오, 지금 바쁘니까 스스로 처리해.」
얼굴을 가리고 울고 있던 미오가 욕실에 던져진다.
「데스…」
옷을 벗고 하반신을 씻고, 옷도 씻기 시작했다.
 어쩐지 초조하다. 오늘은 이상한 느낌이 든다.
새로운 욕실을 바라보면서 미오는 생각했다.
아침부터 토시아키들은 전혀 미오에게 전혀 관심을 주고 있지 않았다.
지금까지 외로운 적은 많았지만, 그것은 토시아키가 없을 때이다.
눈앞에 토시아키가 있는데 닿지 않는다. 뒤돌아 봐 주지 않는다.
바쁜 것은 보면 알았다.
그래서 도우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시켜 주지 않는다.


미오는 깨끗한 욕실을 둘러본다.
전의 좁은 욕실이 좋다.
주인님과 함께 들어온 욕실. 노래를 불러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 감상의 눈물은 아니다.
문득, 이 집에 자신이 있을 곳은 없는듯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밤이 되었다.
미오는 낮에 불쾌한 생각을 많이 했던 만큼, 토시아키와 오랫동안 놀 생각이었다.
그러나, 방해자인 쿠미코가 전혀 돌아갈 생각을 하질 않는다.
「데스데스데스?」 (주인님, 쿠미코씨는 이제 돌아가야되지 않아요?)
일순간 허탈한듯한 표정을 토시아키가 띄웠다.
그리고 그 다음, 대폭소한다.
「바보야, 쿠미코의 집은 여기야」
이번은 미오가 맥이 빠진다. 표정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오늘부터 쿠미코도 함께 여기서 살아. 너에게 말하지 않았었나?」
몰랐다.
듣지 못했다.
언제 그런 일이 정해졌어?
쿠미코가 나타나고 나서 미오는 언제나 주변에서 맴돌 뿐이다.
미오가 모르는 사이에, 모르는 것이, 모르는 사태로 변해간다.


「미오 , 앞으로도 잘 부탁해. 나를 엄마라고 불러도 괜찮아.」
쿠미코가 웃는 얼굴로 얘기해 왔다.
「그렇다. 미오, 너는 지금부터 우리 장녀다. 아무쪼록 잘 부탁한다.」
토시아키도 웃는 얼굴로 말을 건넨다.
 주인님이 웃고 있다.
 주인님이 이야기하고 있다.
 주인님에게 대답하지 않으면….
「데스」 (네.)


 끝났다.
 즐거웠던 주인님과 단 두명의 생활은, 이제 완전히 끝났다.
 그 여자가 웃고 있다.그렇지만 주인님도 웃고 있다
 그렇다면, 나도 웃자.
 주인님이 웃으시면, 나도 기쁘다.
 주인님이 건강하면, 나도 힘이 난다.
「젯스!」






토시아키 일가가 이사한지 3일 후, 미오는 애완동물 호텔에 있었다.
두 명의 결혼식과 신혼 여행 코스 때문에 맡겨져 있다.
미오는 당연히, 실장석의 코너에 넣어졌지만 거기는 미오에게 있어서 형무소와 같은 장소였다.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서 매일이 지난다.
그 자체는 미오에게 있어서 고통은 아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다른 실장석이 많이 있었다.


미오는 실장석이 싫었다.
태어나자마자 성체 실장석에 습격당한 공포가, 트라우마가 되고 있었다.
자실장의 무렵에 토시아키가 공원에 데려갔을 때도, 모여 온 들실장들을 무서워해서 땅바닥에 내릴 수가 없었다.
무서워하는 상태를 보고 조소하는 들실장석들.
그것을 보고 더욱 더 무서워하는 미오.
울며, 똥을 지리면서 벤치 위를 아장아장 도망쳐 다녔다.
그것을 보고 재미있어하며 들실장들은 한층 더 미오를 놀렸다.
당시, 아직 학대사 체질이 남아있던 토시아키가 그 모습을 방치하고 즐기고 있었던 것도 문제였다.
그 때문에 미오는 실장석의 몸이면서 실장석을 정말 싫어하게 되어 버렸다.


애완동물 호텔은 그렇게 정말 싫은 실장석들로 가득했다.
게다가, 일부러 실장석을 애완동물 호텔에 숙박시키는 주인의 상당수는, 거의가 심한 애호파이다.
당연히, 예의범절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성격의 질 나쁜 실장석이 대부분이다.
기본적으로 한마리씩 케이지에 넣어 서로 만나지 못하게 만들어 놓았지만, 끊임없이 영향을 주는 욕설, 조소, 꾸중, 방심하고 있으면 대변까지 날아다니는 이 곳은 막장 세레브 실장석의 전당이다.
미오의 섬세한 마음으로는 여기에 있는 것만으로 크게 부담이 간다.


매일 싫어도 눈에 들어오는 실장석의 추태.
정말 싫은, 보기 흉한 생물.
그러나, 자신도 그 실장석 중 한마리다. 그것이 현실이다.


그러니까 나는 이런 장소에 있다.
그러니까 자신을 주인님이 이런 장소에 두고 간 것이다.


이 장소는 문자 그대로, 안팎으로 미오를 고문하는 감옥이었다.



토시아키들이 마중 나왔을 때, 미오의 신경은 완전히 약해지고 있었다.
그래서 쿠미코에게 달려들어, 달라붙어 버렸다.
그것이 자신이 싫어하는 그 여자였던 것도 신경쓰지 않고.
미오에게 있어서는 실수.
쿠미코에게 있어서는 기쁨.


마침내 미오가 자신에게 따라 주었다고 느낀 쿠미코는, 미오에게 한층 더 상냥하게 대하게 되었다.
쿠미코가 기뻐하면, 토시아키도 기뻐한다.
미오는 쿠미코에게도 응석부리게 되었다.
그것이 미오에게 있어서 주인님을 위한 일이었다.






어느 휴일의 오후.
테이블에 사진의 산이 쌓여 있었다. 두 명이 신혼 여행가서 찍은 사진이다.
이것 저것 추억 이야기에 꽃을 피우면서, 사진을 앨범에 꽂아가는 두 명.
그런 모습을 미오가 홀로 떨어져서 응시하고 있었다.
미오는 최근, 이렇게 두 명을 떨어져서 보고 있을 때가 많다.
얘기하면 응석부려 오지만, 예전만큼 놀아달라고 조르지 않는다.


「미오, 곧 있으면 너는 언니가 될거야.」
「데스!」
토시아키가 전에 미오가 아이때 이야기를 했었던 것을 기억해 내, 활기차게 대답한다.
응석 꾸러기 자실장이었던 무렵이 생각난다.
미오의 성장은 솔직히 기쁘다. 지금 토시아키에 있어서 미오는 딸과 다름없었다.
그러나, 성장이 기쁜 반면, 외롭기도 하다.
그래서 가끔씩 그때 이야기를 꺼낸다.
「미오, 여기 와라. 함께 사진 보자」
「데스」
가까이 온 미오를 쿠미코가 안아 올렸다.
쿠미코의 무릎 위가 최근 미오의 위치다.


여행의 사진에 당연히 미오는 보이지 않았다.
조금 외롭다.
하는 김에 정리하려고, 토시아키가 다른 사진도 가져왔다.
어릴 적의 미오의 사진.
미오가 모르는 토시아키의 사진.
이전의 방에서 찍은 사진.
미오는 옛날을 생각해 내고 있었다.
이유없이 즐거웠던 무렵. 주인님과 단 둘이서의 생활.
그럼 지금은?
지금도 즐겁다. 주인님은 매우 상냥하다.
옛날보다 훨씬 상냥하다. 마치 진짜 아버지 같이.
그러니까 행복하다. 나는 행복하게 살고 있다.



흰 웨딩 드레스의 사진.



미오의 호흡이 멈추었다.


외계와 떼어내진 감각.
소리도 빛도 없다.
눈앞의 사진만이 보인다.
흰 드레스는 왕자님의 선물. 주인님의 선물.


어째서 이 여자가 입고 있는거야?
어째서 주인님이 근처에 서 있어?
이러면 이 여자가 공주님이 아닌가!
이상하다!
잘못되어 있다!
모두가 잘못되어 있다!
가족은 되고 싶지 않았다!
언니따위 되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라고 느끼고 싶지 않았다!


사실은, 주인님과 단 둘이서 있고 싶은 것뿐이었다! 그 뿐이었는데!





「데스」
미오는 쿠미코에게 다시 붙었다.
문득 쿠미코의 배를 두드렸다.
「미오 , 왜?」
「데스데스」


 이런 갓난아기가 도대체 뭐야.


미오는 묵묵히 배를 계속 두드린다.
「미오, 배 안에는 아기가 있어. 놀래키면 안 되요」
미오는 대답도 하지 않고 않고, 계속 더욱 더 두드린다.


 주인님의 아기는 내가 낳을 거였다.


「어이! 미오. 멈추어라!」
미오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그러나 그것도 일순간, 이젠 차기까지 하면서 더해 배를 때린다.


 이런 갓난아기, 죽어 버려라!


「참, 그만둬요!」
쿠미코가 미오를 집어 올린다. 그 손을 미오가 깨문다.
「통!」
쿠미코가 미오를 뿌리쳤다. 테이블 위에 미오가 떨어진다.
일어난 미오는 가위를 잡고 있었다.
「데스!」
가위를 치켜 들고 날카로운 울음 소리를 지르는 미오.


하지만, 거기까지다.
미오의 몸을 토시아키의 팔이 잡았다. 가위를 빼앗아 팔을 잘게 썬다.
「젯개아아아아아아아!」
쿠미코로부터 떼어 놓기 위해 미오의 몸을 반대편 벽에 내던졌다.
그대로 마루에 굴러 떨어져 미오는 쓰러져 넘어졌다.
「데스…」
미오는 얼굴을 들자 보인 것은 자신을 차는 발끝이었다.
얼굴에 어떤 감각을 느끼고, 미오의 의식이 사라졌다.






쿠미코는 거실에서 떨고 있었다.
놀라움과 공포와 혼란으로 정상적으로 사고가 진행되질 않는다.
아이처럼 귀여워하고 있던 실장석이, 돌연 칼날을 들고 자신에게 향해서 덤벼 들어 왔던 것이다.
못된 장난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사태는 아니다.
토시아키가 미오를 케이지에 가두고 돌아왔다.
「미오는?」
「케이지에 넣어놨고, 열쇠도 잠궈 놨어. 머리를 파괴했으니까  재생할 때까지는 움직일 수 없어. 이제 괜찮아.」
「잘 됐네…」
자신의 안전 확보와 미오의 생명, 어느쪽이든 일단 안심이 된다.


토시아키가 바로 옆에 앉았다.
「저, 조금 전… 어째서 미오는 저런 짓을 한거야?」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확실한 것은, 더이상 미오를 계속 기를 수 없다는 것이다.
미오의 행동은, 보통 사육 실장석이 분충화되어 날뛰는 예와는 분명히 달랐다.
분명히 쿠미코를 적대시하고, 해를 입히기 위한 공격이었다.
미오 안에서 어떤 생각이 일어나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위험한 의지를 가진 존재와 동거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미오를 처분한다고 하면 마음이 나질 않는다.
보건소에 데리고 갈까.
물건처럼 처리되는 미오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공원에라도 버릴까.
온실 속 실장석인 미오는 분명히 고통받으며 죽어갈 것이다.
자신의 손으로 고통 없이 죽일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그렇게 쉽게 결심이 서질 않을 것 같다.


1년 이상 함께 살아 왔던 녀석이다.
자신이 먹이를 주고, 놀아주고, 예의범절을 직접 가르쳐 길러왔던 녀석이다.
게다가 미오는 매우 솔직하고 상냥한 아이였다.
지금은 중요한 가족의 일원이었다.


왜, 이렇게 되어 버렸을까.





다음날 토시아키가 상태를 보러 가자, 미오의 머리는 거의 재생하고 있었다.
잘게 썰어진 팔도 치료 덕분에 원래대로 되어 있다.
토시아키는 어젯밤에는 결국, 한숨도 자지 못했지만 한 번 미오와 확실히 이야기해 봐야겠다는 결론은 나와 있었다.
「미오, 일어났어?」
「데스…」 약간 탁해진 소리의 대답이 있다. 목이 덜 재생된 듯 하다.
「어제, 왜 쿠미코에게 덤벼들었어?」
「데스데스…」  (쿠미코씨 옆에 있어요?)
「아니, 없어.」
겨우 실장석이긴 해도 만일을 대비해서 쿠미코에게 미오로부터 떨어져 달라고 이야기해 놓았다.
「데스데스…」  (여기에서 꺼내 주세요.)
케이지로부터 꺼내놓자, 토시아키의 정면에 미오는 무릎을 꿇고 정좌했다.
당분간 침묵이 계속 되었지만, 이윽고 미오가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한다.
「데스데스데스」 ( 나는 쿠미코씨가 싫어요)
「데스데스데스」 (쿠미코씨는 날 방해합니다)
「데스데스데스」 (그러니까, 쿠미코씨와 가족이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놀랐다.
미오가 이 정도까지 쿠미코를 싫어하고 있었다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놀란 것은, 지금까지 감정을 숨겨왔던 미오의 연기와 의지의 힘이다.
이녀석은 굉장한 실장석이었다.
새삼스럽게 감탄한다.
지능은 보통, 학습 능력도 결코 높지는 않지만, 정서면에서는 인간수준. 아니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데스데스데스.」 (주인님이 기뻐해 주면 좋아서)
「데스데스데스.」 (쿠미코씨와도 사이 좋은 척 했어요)
「데스데스데이스.」 (그렇지만, 더 이상은 무리였습니다)
「데데스데스데스.」 (난 가지고 싶은 거 꾹 참고 있었는데)
「데스데스데스.」 (쿠미코씨가 모두 가져가 버렸어요)
「데스데스데이스.」 (그리고, 싱글벙글 웃고 있었어요)
「데이스데데이스.」 (분해서, 죽여버리고 싶어졌습니다)
거기까지 이야기하고 미오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깊은 쿠미코에게의 질투와 증오.
이건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어떻게 대화로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 알았다.」
토시아키가 일어났다.
「데스.」   (기다려 주세요)
「데데스데스.」( 나는 한번 더, 주인님과 단 둘이서 살고 싶습니다)
「그건 무리야.」
「데스!데스!」(무리가 아닙니다! 노력할께요!)


무슨 노력을 한다는걸까. 하지만 미오의 말은 한층 더 열기를 띈다.
「데스젯스!」 (그 여자보다 제가 주인님을 더 좋아합니다!)
「데스데스!」 (나와 결혼하는 편이 주인님은 행복합니다!)


무슨 말을 하는건가. 이녀석은.
실장석인 미오와 쿠미코는,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다.
이 녀석이 쿠미코에 대해 뭘 아는가.
수렁까지 떨어진 나를 지지해 준 것은 쿠미코다.
자신의 휴일을 반납하고, 일을 도와 주었던 것도, 귀찮은 부모님의 독촉까지 해결해 주었던 것도, 모두 쿠미코 덕분이다.
지금의 내가 존재하는 것은 쿠미코 덕분이다.


「헛소리하지 마라!」
「데젯스!」 (장난이 아니에요!)
「데스데스!」 (저런 여자와 함께 있으면 안됩니다!)
흥분하고 있는 미오는, 토시아키의 표정이 험하게 되어 가는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정도껏 해라!」
「데그!」
미오가 차여 날아갔다.
「데…데스, 데스.」 ( 나는 주인님과 함께 하고 싶어요…)
넘어진 채로, 미오의 말은 멈추지 않는다.
「데스데스데스.」 (둘이서 그 여자가 방해 하지 않는 곳에 가서.)
「나에게는 가족이 있다.그런 일은 무리이다.」
「데스! 데젯스!」 (내가 가족입니다! 내가 아기를 낳을께요!)


미오가 일어섰다. 미오는 울고 있었다.
감정이 넘친다. 자제심 같은 것은 날아가 버렸다.
자신의 초록색 옷을 잡는다. 힘차게 벗어 버린다.
팬츠도 벗어 던졌다.
「데슥!」
토시아키를 향해 달려들어 간다.
다리에 찰싹 달라붙어, 열중해서 하반신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토시아키의 바지가 분비액으로 금새 더러워져 간다.
「데! 데! 데! 데스!」
사타구니를 끈적끈적하게 더럽히며 미오가 허덕이는 소리를 높였다.
미오는 유혹하려는 생각같은건 전혀 없다. 그런 계산은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
정말 좋아하는 주인님에게 안기고 싶다.
단지 그것 뿐이다.


「기분나쁜 흉내내지 마라!」
토시아키의 꾸중. 계속되는 강렬한 구타.
넘어져 구른 미오의 배를 강렬하게 뒷꿈치로 찍는다.
「데브폭!」
미오의 입으로부터 피가 솟구친다. 동체가 푹 패여 형체가 바뀌어 버렸다.
「기분은 알겠지만, 너는 실장석이야. 그것을 잊지 말라고!」
토시아키의 목소리에도, 표정에도, 혐오감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미오는 머리카락을 난폭하게 잡아져 케이지내에 내던져졌다.






생각해냈다. 자신은 실장석이었다.
잊고 있었다.
언제나, 잊고 있었다.
언제나, 잊으려 하고 있었기 때문에.


토시아키가 방을 나간다.
이것이 자신과 토시아키와의 거리. 더이상 멀어지면 멀어졌지 줄어들지는 않는다.


싫다. 정말 싫었다.


짧은 팔이 보인다. 무너져버린 둥근 몸통도 보인다.
못생긴 실장석의 몸.
무표정한 얼굴.
데스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입.
꿈에 보는 자신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토시아키의 모습이 뇌리에 떠올랐다.
그 옆에 서는 자신의 모습은 황갈색의 머리카락의 인간의 소녀.
다르다!
이제 인정하자. 자신은 실장석이니까.
미오의 머릿속의 영상이 바뀐다.
토시아키의 옆에 실장석이 서있다.
가볍게 미소짓는 토시아키.
땅딸보 실장석이 무표정하게 그를 올려보았다.
맹하게 열려 있는 A형의 입이 움직인다 「데스」
내가 봐도 이상하다.정말 우스꽝스런 광경이다.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는 구도라는 생각이 났다.
아동용  교육 프로그램의 언니와 마스코트 봉제인형의 모습이다.
절대 커플처럼 보이지 않는 우스꽝스런 배합.
그런 웃긴 모습이 자신의 현실.
「데프프프」
조소하는 소리가 새었다.
눈초리로부터 눈물도 새었다.


시시한 자신. 못생긴 자신. 이런 자신은 사라져 버려라.


미오의 몸이 저려 온다.
몸의 중심이 찌르는 것처럼 아파졌다.
내장이 녹아나는 것처럼 뜨거워 졌다.
그런 고통 중에서 미오의 의식은 잠들듯 꺼져간다.


그래. 이런 자신은 사라져 버려라.


모든 감각이 퍼져서 사라져 간다.


자, 사라져 버려라.



 …그렇지만, 주인님과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건 싫다………







토시아키는 쿠미코에게 모두 이야기했다.
미오가 쿠미코를 시기해, 미워하고 있던 것.
그것을 계속 감추고 있던 것.
쿠미코는 울었다.
미오에 속여지고 있던 것도 깊게 원망받고 있던 것도, 그녀에게 있어서는 큰 충격이었다.
슬픔에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는 미오를 싫어할 수는 없었다.
자신과 만나고 나서의 반년간, 미오는 얼마나 이룰 수 없는 꿈에 괴로워했을까.
다시 생각하면 짐작할만한 점은 많았다.
자신의 아무렇지도 않은 말과 행동이 미오를 계속 궁지에 몰고 있었던 것이다.
「미안…미안해요, 미오…」
혼잣말과 같은 회한.
쿠미코는 미오를 위해서 눈물을 계속 흘렸다.
그러나 그녀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 눈물조차 승자의 특권이란 것을.
상대를 불쌍히 여겨 우는 것은, 절대 우위만이 가능한 여유다.

「미오는… 가까운 시일내에 처분한다」
토시아키가 억양이 없는 단조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응.」소극적인 동의.
두 사람 모두 이미 해결책이 없는 것은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기분을 정리하기가 힘들 것 같다.
가까운 시일내에.
지금은 그렇게 애매한 약속으로 서로를 속일 수 밖에 없었다.

이튿날 아침, 토시아키는 미오의 상태를 보기 위해 방으로 향했다.
문을 연 그의 움직임이 멈췄다.
방안의 모습이 크게 변해 있었다.

누에고치다.

케이지 안의 미오를 감싼 큰 고치.
이건 뭐야.  고치다.
왜 누에고치가.  미오가 만들었나.
왜 미오가.  진정한 애정을 받아 자란 실장석은…
그렇지도 않았는데!
실장석을 잘 아는 토시아키는 실장석의 고치를 알고는 있다.
그러나, 그런 믿거나 말거나 괴담 이야기같은 것을 그는 전혀 믿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지금, 그의 눈앞에 있다.
진정해라. 생각해보자. 뭘 어떻게 해야 할까.
실장석의 누에고치는 불확정 요소의 덩어리다.
무엇이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진정한 애정을 받아 자란 실장석은, 그 본래 본연의 모습으로 바뀐다고 한다.
그러나, 쿠미코를 깊게 미워하고 있던 미오가 그렇게 바뀔 리는 없다.
누에고치로부터 나오는 존재의 상당수는 알 수 없는 존재라고 한다.
아니, 원본이 상냥한 성격의 미오라면, 그렇게 위험한 존재는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생각이 진행되지 않는다. 불안과 호기심.
원래 그가 알고 있는 것은 애매한 정도일 뿐이다.
실장석이 누에고치를 만든 실제 사례는 전혀 듣도보도 못했다.
여기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무 쓸모 없다.
토시아키는 생각을 멈췄다.
만일의 대책은 해 두자.
미오의 처분은 당분간 보류해야겠다.
누에고치로부터 나왔을 때, 혹시…,혹시…,
쿠미코에게의 증오가 없어져 있을지도 모른다.
가족으로써 살아갈 수 있는 미오로 바뀔지도 모른다.

토시아키는 누에고치에 대해 쿠미코에게 이야기했다.
불안한 표정의 쿠미코에게 일시적으로 친가에 돌아가 있는 일도 제안해 봤지만
그건 쿠미코가 거절했다.
대책으로서 호신용 전기쇼크건을 가지고 있는 것과 집 안의 문을 열쇠로 잠궈두기로 했다.

미묘한 긴장감이 감도는 생활 속, 3주 정도가 지났다.
누에고치의 크기는 날마다 커져갔다.
처음에 케이지를 감싸는 정도였던 것이, 지금은 침대 정도의 사이즈가 되었다.
접근해보면 '두근'하며 맥동하는 것도 느껴진다.
토시아키의 불안도 점점 커지고 있었다.
적어도 이 안에 있는 존재는 인간만큼 클 것이다.
만약, 적의를 가진 존재가 나오게 되면….
무서운 상상이 현실성을 가지기 시작했다.
내일은 휴일이다. 누에고치를 처분하자.
자신의 호기심이 가족의 위험에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자신은 둘째치고, 쿠미코나 뱃속의 아이만은 반드시 안전하게 지켜야 한다.


그 날의 심야, 토시아키와 쿠미코는 큰 소리에 눈을 떴다.
「지금, 무슨 소리가 나지 않았어…」 불안한듯한 얼굴을 한 쿠미코.
토시아키에게도 들렸다. 무거운 것이 넘어진듯한 큰 소리.
「무슨 일이 있으면 곧바로 경찰에 연락해라.」
쿠미코에게 휴대전화를 갖고 있게 했다.

전기쇼크건과 실장 코로리를 준비하고 문을 열쇠로 딴다.
복도의 모습을 확인. 딱히 이상은 없는 듯 하다.
역시, 누에고치가 있는 방인가.
문에 귀를 대고 안의 소리를 듣는다. 희미하게 습기찬 듯한 소리가 들렸다.
있다.
누에고치로부터 뭔가가 부화한 것이다.
소리가 나지 않게 천천히 문을 열었다.
틈새로부터 안을 들여다 봤지만, 어두워서 잘 안 보인다.
형광등의 스위치에 손을 뻗는다.
스위치를 넣은 순간 「데스?」소리가 들린다.
토시아키는 전기쇼크건으로 자세를 잡고 방에 들어갔다.
누에고치는 깨져 있었다.
안으로부터 흘러넘친 것 같은 점액이 마루를 더럽히고 있었다.
그리고, 부서진 누에고치의 옆에 "그것"이 앉아 있었다.
아니, "그것"이라 부르기엔 알맞지 않다.
허리까지 닿는 긴 황갈색의 머리카락.
이쪽에 등을 향한 채로 앉아있어 얼굴은 안 보이지만, 신체의 윤곽은 인간 여성의 것이다.
그녀는 앉은 채로 빛이 눈부신 것인지 눈을 비비고 있다.
「미오…?」
「데스?」
그녀가 뒤돌아 보았다.
인간의 얼굴.아니, 미묘하게 차이가 난다.
윤곽은 인간. 코는 작다.
입은 실장석의 무렵의 자취일까, 입의 양 끝이 약간 내려가 있다.
입을 열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눈은 크다. 또렷한 눈동자. 하지만 흰자위가 없다.
동물과 같은, 흰자위가 없는 빨강과 초록의 눈동자.
귀는 실장석 특유의, 동물과 같은 귀다. 형상은 고양이의 귀에 가깝다.
신체 각각은 인간의 것이 아닌 것도 있지만, 그 용모 자체는 매우 사랑스럽다.
아니, 이 표현도 정확하진 않다.
외형의 귀여움은 상당한 수준의 것이었다.
비정상적일 정도로 단정한 얼굴 생김새.
어딘가의 모조품인 듯한 이형의 미소녀.
「데스 …」
그녀는 눈을 비비면서 토시아키를 응시한다.
서서히 입가가 올라갔다.
「데스 ♪」
환희의 소리를 높이며 표정이 활짝 웃는 얼굴로 변해간다.
「데스데스데스♪」
비틀비틀 일어서려고 했다.
다리에 힘이 아직 부족한 것 같고, 걸음걸이도 불안하지만, 어떻게든 성공했다.
「데스데스 ♪」
토시아키에게 양손을 활짝 펴, 비틀비틀거리며 가까워져 온다.
일어선 그녀를 보고, 또다시 토시아키는 놀랐다.
그녀의 키는 140센치에 조금 못 미치는 정도였다.
아이만한 신장이다.
그러나, 그 모습은 아이와는 전혀 달랐다.
초록색 옷과 커다란 가슴이 출렁거리는 모습은,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의 캐릭터에 닮아 있었다.
옷은 너무 짧은데다가, 천이 가슴에 다 끌려가버려 배 윗부분까지밖에 가려지지 않았다.
게다가 속옷을 입지 않았었다.
심할 정도로 성숙한 살집에, 허리 주위를 가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걷는 방법이 조금 어색한 것은, 근육이 아직 약한 탓일까.
아무래도 골격이 X형으로 되어 있는 것 같다.
그 때문인지 걸을 때마다 허리를 양옆으로 흔들게 된다.
이렇게 되면, 토시아키가 눈길을 둘 곳이 없어 곤란하다.
토시아키의 당황과는 상관 없이, 그녀가 점점 가까히 왔다.
「데스데스♪」
「너…미오인가?」
「데스우♪」
토시아키의 물음에 몇번이나 수긍하는 미오.
반칙이라 할 만한 균형미에 눈을 뺏겨 눈치채지 못했지만, 미오에게는 왼팔이 팔꿈치로부터 앞이 없었다.
왼팔은 미오에게 안 좋은 기억이 많은 부분이다.
재생하지 않았던 것은 그 탓일 것이다.

미오의 변화는 토시아키를 많이 당황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놈은 모습을 완전히 바꿨다.
나의 기호를 죄다 조준사격해서.
「미오… 너, 내 에로책 몰래 다 읽었지!」
「데!」 환한 미소가 일순간 얼어붙는다.
「데스데스데스데스!」
얼굴을 새빨갛게 상기시키며 고개를 윙윙 저어 부정하는 미오.
비밀이 들켜버린 미오의 행동에 웃음이 터져나올 것 같은 토시아키.
그러나, 동시에 정말 말할 수 없던 그 무엇인가가 마음속으로부터 솟아왔다.
미오는 토시아키의 에로책을 바탕으로, 그의 취향대로 육체를 변화시켰다.
자신의 성적 기호가 폭로되어 버린 것 같은 나쁜 기분.
꺼림칙한 사생활을 빤히 들여다보여진 듯한 불쾌감.
미오는 순진한 얼굴로 응시하고 있다.
자신의 욕망이 흉하게 생각되어서 견딜 수가 없다.
그는 미오의 변화를 기뻐하면서도, 동시에 다른 감정도 느끼고 있었다.

「미오, 쿠미코를 불러올께.」
여기서부터가 가장 중요하다.
미오는 우려하던 위험한 괴물은 되지 않았지만, 쿠미코를 향한 적의가 남아 있으면, 역시 같이 살 수 없다.
미오는 바보같은 얼굴로 토시아키를 보고 있다.
쿠미코를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그래도 좋다.
그리고는 쿠미코가 이 모습의 미오를 받아 들여 줄까.
「여기서 기다려라.」
토시아키는 쿠미코에게 돌아간다.
문을 나서서, 한숨이 나왔다.
돌연 방에 나타나 동거하게 된 수수께끼의 미소녀.
연애 게임의 주인공처럼 부모님이 해외출장중의 고교생도 아니니, 이런 상황은 전혀 쓸모가 없다.
게다가 토시아키는 일을 해결해야 할 입장. 두통거리일 뿐이다.
토시아키는 쿠미코에게 돌아갔다.

「어땠어요?」
쿠미코는 토시아키가 방을 나올 때 자세 그대로, 불안한 표정으로 휴대 전화를 꽉 쥐고 있었다.
「괜찮아. 위험하진 않아.」
「미오, 어떻게 되었어?」
「여자 아이의 모습이 되었다.」
「네?」
「음란한 모습의 여자 아이가 되었어.」 미리 예방선을 친다.
그 모습은 여성이 봐서 기분 좋은 일은 없다.
「어떤데?」
「뭐, 보면 알아.」
쿠미코를 미오가 있는 방의 앞에 데리고 간다.
「안에 있어. 아직 모르는 것도 많으니까, 자극하진 말아줘.」
「응.」 조심조심 쿠미코가, 문의 틈새로부터 안을 들여다 보았다.
방안에서는 미오가 바닥에 앉아 있었다. 이른바 여자 아이 정도 같다.
「에?」
쿠미코가 놀라움의 소리를 낸다.
그러나, 그 얼굴에서 일순간 혐오의 표정이 떠오른 것을, 토시아키는 놓치지 않았다.
무리도 아니다. 미오의 모습은 남자를 홀리기 위해 특화된듯한 모습이다.
「저거.. 뭐야?」
「내가 알까.」 토시아키는 모르는 체 한다.
「뭐, 위험한 괴물이 아니었으니 괜찮은거 아닌가.」
「무슨, 토시아키가 기뻐하는듯 보이는데」 질책하는듯한 눈빛과 말.
「딱히 자극하진 마. 미오는 널 기억하지 못하는 듯 해.」
「그래?」
「어쩌면, 이번엔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응, 이번엔 주의해 볼께…」
그 때, 문이 열리고, 미오가 얼굴을 내밀었다.
밖의 이야기 소리가 신경이 쓰였을 것이다.
「어, 미오.」
「미오…」
재회의 인사는 할 수 없었다.
「뎃! 데쟈아아아아아!」
미오가 쿠미코를 보자 마자 소리를 지른다.
눈을 부릅뜨고 이빨을 드러내며 쿠미코를 위협한다.
「데기이이이이!」
어색한 걸음으로 쿠미코에게 다가갔다.
「머..멈춰! 그만둬!」
쿠미코가 무서워하며 뒤로 물러났다.
「미오! 멈추어라!」
토시아키가 미오를 붙잡는다.
「뎃데에에에! 데쟈아아아아!」
미오는 기가 죽지 않는다.쿠미코에게 계속 소리지른다.
「적당히 해라!」
토시아키는 미오의 신체를 들어올려 방바닥에 던졌다.
손대중은 했지만, 현재 자신의 몸을 다룰 줄도 모르는 미오에게는 꽤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데스, 데스…」
얼굴을 찡그려 울기 시작했다.
몸집이 작은 미오의 힘은 그렇게 강하지는 않다.
억누르는 것도 어렵지는 않았다.
그러나, 실장석의 무렵과 비교해보면 월등한 체력이다.
토시아키는 공포를 느꼈다.
보통 정도의 체력과 물불 안 가리고 바로 덤벼들 정도의 증오.
지금의 미오에게는 5개의 손가락도 있다. 흉기를 사용하는 것도 쉽다.
가족에게 있어서는 예전보다 훨씬 위험하다.

넘어져 있는 미오를 일으켜세운다.
토시아키에게 손을 잡아진 미오는 기뻐했다.
「데스데스♪」
그러나 토시아키는 그대로 미오를 원래의 방에 던져, 열쇠를 잠갔다.
「데스-데스―」
문을 두드리면서 우는 미오의 울음소리가 계속 들린다.
「쿠미코, 괜찮은가.」
토시아키는 부엌까지 도망친 쿠미코에게 이야기했다.
「응, 맞거나 한 건 아니니까…」
회화가 이어지지 않는다.
이젠, 미오와 살아 가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분명했다.
토시아키나 쿠미코도 말은 꺼내지 않았지만 분명히 인식했다.

「안된다…」
「……」
답답한 공기.때때로 미오의 울음소리가 영향을 준다.
아무 것도 이해하지 못한 어린 아이와 같은 울음소리가, 두 명의 가슴에 박혀 온다.
「저기요, 토시아키…」
쿠미코는 말을 잇지 못했다.
토시아키의 얼굴을 봐 버렸기 때문에.
그의 얼굴은 온화했다.부자연스러울 만큼.
쿠미코는 이 얼굴을 잘 알고 있었다.
이전에 일에서 큰 실패를 해 버렸을 때, 그는 이런 온화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것은, 그가 무엇인가를 단념했을 때의 얼굴.
희망을 버렸을 때 가지는 마지막 각오.
그렇다면, 난 더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그를 도와, 그를 지지하는 것 밖에 할 수 없다.
토시아키가 입을 열었다.
「쿠미코, 미안하지만 며칠간 친가에서 지내 주지 않을래?」
「당분간은 어느 정도?」
「…3일 정도일까.」
「응.알았어.」
「미안. 신부를 되돌려 보내고 다른 여자와 둘이서 보내다니, 터무니 없는 이야기지?」
「괜찮아.신경쓰지 마.」
 당신이 나를 생각해서 내린 제안인 것은 알고 있으니까.
마음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린다.
위협이 되는 미오로부터 멀리 하기 위해서.
그리고, 지금부터 하려는 일을 쿠미코에게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 전에, 쿠미코를 위해 미오의 방 문 앞에 소파를 옮겨 바리게이트를 만들었다.
이젠 미오가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없다.
그 사이, 쿠미코는 필요한 물건을 정리했다.
「자, 이제 가자.」
차 안에서 두 사람 모두 말이 없었다.
「정말로 미안해.」토시아키의 몇번째인지 모를 사죄의 말.
「으응, 괜찮아.」
쿠미코는 운전석의 토시아키의 옆얼굴을 보았다.
어두운 차 안에서도 온화한 표정인 것이 보인다.
무리하지 말라는… 말이 나오지가 않는다.
사실은 사과해야 할 것은 이쪽일지도 모르는데.
지금부터 토시아키는 미오를 처분할 것이다.
제일 괴로운 것은 그이다.
지금의 그는 한계 직전까지 자신을 몰아넣고 있다.
토시아키가 자신의 감정에 자물쇠를 걸어 둔 것을, 쿠미코는 안다.
이런 상태의 토시아키를 혼자 두다니.
그러나, 지금부터 일어나는 것에 분명히 자신은 견딜 수 없다.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자신은 토시아키의 부담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렇게 해서 사라져주고 있다.
당신은 이 괴로운 사건을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나의 몫까지 짊어지고 혼자서 끝낼 생각이구나.
고마워요.
미안해요.
친가에 도착하자 쿠미코의 부모님이 놀라시고 있었다.
심야에 돌연히 신랑에게 내 준 딸이 되돌아오면, 불안할 것이다.
그러나, 사정을 요약해서 이야기하자 순조롭게 납득해 주었다.
토시아키는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곧바로 또 돌아간다.
쿠미코는 차의 후미등이 안보이게 될 때까지 전송하고 있었다.
「쿠미코, 빨리 집에 들어오세요.」 모친이 얘기한다.
뒤돌아 보니, 부모님이 현관앞으로부터 걱정스러운 듯이 쿠미코를 보고 있었다.
가족의 존재가 있기에 기분이 안정된다.
하지만, 토시아키는 혼자서 심야에 지금부터 괴로운 일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돌아갔다.
쿠미코의 두 눈으로부터 눈물이 흘러넘쳤다.

토시아키가 귀가하자 미오는 쭉 울고 있었다.
문은 열려 있었지만, 바리게이트가 방해되어 나올 수는 없는 것 같다.
「데스데스데스―!」
불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토시아키의 귀가를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미오의 소리가 커졌다.
바리게이트를 치워주자, 미오가 굴러나왔다.
「데에스우∼…」
한심한 소리를 내며 토시아키를 본다.
눈물때문에 퉁퉁 불어버린 얼굴.콧물까지 늘어뜨리고 있다. 예쁜 얼굴이 엉망이다.
아니, 잘 보자 미오는 신체의 여기저기에 점액이 붙어 있다.
누에고치로부터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하다.
방안도 점액으로 상당히 더러워져 있었다.
「미오, 우선 목욕탕에 들어가 있어.」
「데스.」
솔직하게 따르는 미오.자신의 타올을 가지고 욕실로 향했다.
「뎃데스―!」
욕실로부터 미오의 경악의 소리.
「데스데스♪데수~웅♪」
계속되는 즐거운 듯이 떠드는 소리.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사실, 탈의실에서는 미오의 솔로 누드쇼가 개최중이었다.
「데스데스♪」
거울을 보면서 포즈를 취하는 미오.
쭉 동경하고 있던 인간의 모습이 된 자신. 그것도 꿈 속 그대로의 모습이다.
주인님의 책에 나와 있던, 주인님이 좋아하는 타입의 여성의 모습.
이것으로 조건은 대등. 아니, 그 여자보다 자신이 훨씬 유리하다.
이번은 이쪽이 주인님을 다시 차지할 차례.
「데스―」
미오는 활기차게 욕실에 들어갔다.
욕조에 더운 물이 모이고, 몸을 담궜다.
이전에는 키가 닿지 않았기 때문에 혼자서는 들어갈 수 없었다.
그래, 혼자서는 들어갈 수 없었지만, 그때는 둘이서 들어가 노래를 부를 수 있어서 즐거웠다.
그래, 주인님도 함께 들어오면 좋겠다.
「데스―!데스데스 데스!」
탈의실에서 얼굴을 내밀고, 미오는 토시아키를 부르고 있었다.

토시아키는 미오를 가두고 있던 방의 문을 보고 있었다.
안쪽에서 열쇠가 열려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토시아키가 방안에 열쇠를 잊어 버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오가 열쇠의 사용법을 이해해, 실제로 열어보였다는 사실은 경이적이었다.
지능도 올라버린 걸까.
이미 능력은 인간에 손색 없을 정도인 것인가.
이제, 돌아올 수 없다.
미오.
너는, 시시한 놈이다.
실장석인 채라면, 무력한 실장석인 채라면, 부자유스럽게라도 계속 기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들도 자신을 속이면서, 너의 처분을 계속 유보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더 이상은 안된다.
너는 실장석의 영역을 넘어버렸다.
우리가 속일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이제, 실장석으론 돌아올 수 없다.
이제, 네가 있을 곳은 없어져 버렸다.
바보다.
정말로 어쩔 수 없는 놈이다.
미오.
욕실에서 미오가 멋모르고 떠들고 있다.
마음 편할 꺼다. 사태를 모를테니까.
원래 지금은 심야다. 민폐가 된다는 걸 생각했으면 좋겠다.
토시아키는 욕실로 향한다.
탈의소로부터 상반신을 내밀고 미오가 떠들고 있었다.
토시아키를 보고는 뛰어나온다.
「데스데스 데스 ♪」
가슴이 흔들리고 있다. 정말 대단한 흔들림이다.
터무니 없는 크기의 것이, 터무니 없는 움직임을 하고 있다.
가까워진 토시아키의 팔을 미오가 잡았다.
「데스데스♪」막 이끈다.
함께 들어가자고 하는 것인가. 순진한 모습에 또 한숨이 나온다.
신체는 완전히 성숙하지만 내용은 예전인 채.
완전히 아이다.
토시아키는 미오의 신체를 빈번히 응시했다.
너무나 육감적인 육체이지만, 전혀 성욕과는 연관이 되질 않는다.
토시아키에게 있어서, 미오는 몸만 커 버린 어린 딸이었다.
외형이 바뀌어도, 자신이 기른 미오일 뿐이었다.
「나는 벌써 목욕했어.」
「데스…」
바로  의기소침해지는 미오.
욕실로 돌아가는 동안에도 이쪽을 힐끔힐끔 되돌아 본다.
「괜찮으니까, 빨리 들어가.」
「데스.」

미오가 목욕탕으로부터 나왔다.
그러나 전라인 채다. 자신의 타올을 감으려 하고 있지만,
그건 실장석 무렵에 사용하고 있던 것으로, 지금의 미오에게는 너무 작다.
「데스∼.」
곤란한 얼굴로 토시아키를 쳐다본다.
초록의 옷은 더러워져 있으므로, 지금의 미오에게는 입을 것이 없다.
「조금 기다려라.」
토시아키는 쿠미코의 옷장으로 갔다. 미오도 뒤따라 온다.
우선 적당한 속옷을 꺼냈다.
「이것이라도 입어라」 미오에게 전한다.
윗도리를 찾고 있자니, 배후에서 한심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데, 데스…」
뒤돌아 보면 미오가 속옷 상대로 악전고투 하고 있었다.
속옷은 너무 작아, 살을 파고들고 있었다.
가는 몸을 가진 쿠미코의 옷은 미오의 사이즈에 맞지를 않는 것이다.
그런데도 필사적으로 입으려고 계속 노력하는 미오.
그녀에게 있어서 주인님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아―…, 역시. 아아. 미오 노력하는구나.」
「데스 」
허겁지겁 미오는 속옷을 벗는다. 어쩐지 힘이 없어보인다.
이런 사소한 일로도 미오는 토시아키에게 미안하게 느껴버린다.
역시, 쿠미코를 친가에 되돌려보내서 다행이다.
토시아키는 손에 든 브래지어를 보며 생각했다.
당초의 예정과는 다른 의미로 안도하고 있었다.

결국, 쿠미코의 옷은 미오에게 전혀 맞지 않는 것이 판명되었다.
그래서, 현재 미오는 토시아키의 옷을 입고 있었다.
미오는 몸집이 작아서, 남성용의 옷은 무릎 근처까지 닿는다.
소매는 더 길게 남아버렸지만.
그리고, 지금 그 미오는 토시아키의 근처에서 숨소리를 내고 있다.
뺨을 쓰다듬어 보았다.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 미오는 숙면하고 있었다.
토시아키는 발소리를 죽이고 자기 방으로 향했다.
돌아온 그의 손에는, 위석 센서와 대형의 송곳이 들려있었다.
미오의 옷을 걷어 올린다. 깨지않게 하기 위해서 손놀림은 신중하다.
위석 센서를 몸에 가까이 댄다.
천천히 반응을 찾아 간다.
가슴, 배, 허리.반응이 없다.
계속 되어 머리.여기에도 반응이 없다.
실장석은 대부분 머리 부분이나 동체에 위석을 가진다.
그러나, 극히 드물게 사지에 위석을 가지는 개체도 존재한다.
미오도 그럴지도 모른다.
어깨로부터 팔, 허벅지로부터 발끝에까지 위석 센서를 대어 본다.
반응은 없었다.
그럴수는 없다.
위석이 없는 실장석 따위,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미오는 더이상 실장석은 아니지 않는가.
그래선 안된다.
아니, 그렇지 않으면 곤란하다.
토시아키는 위석을 발견한 후, 송곳으로 찔러 위석을 파괴할 생각이었다.
미오가 자고 있는 사이에 위석을 일순간으로 파괴한다.
생각할 수 있는 한, 고통이 가장 적은 처리 방법이다.
그러나, 이제 이 방법은 불가능한 것이 판명되었다.
남겨진 방법은 통상의 살해 방법.
인간을 죽이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어떻게 할까.
내가 할 수 있을까.
나밖에 할 수 없다.
내가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영화나 책으로 본 살인 장면을 생각해 낸다.처참한 광경 뿐이다.
그 처참한 행위를 미오에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가.
「뎃데…♪」
미오가 몸을 뒤척였다. 야무지지 못한 웃음을 띄우고, 군침을 늘어뜨리고 있었다.
배가 드러난 미오의 옷을 고쳐 줬다.
…이제, 생각하고 싶지 않다.
토시아키는 자기로 했다.

이튿날 아침, 토시아키가 눈을 뜨자 미오가 얼굴을 들여다 보고 있다.
「데스.」
꾸벅 머리를 숙인다. 아침의 인사다.
미오의 평소의 습관이지만, 모습이 변하면 위화감이 생긴다.
배가 고팠을 것이다.
미오는 토시아키보다 일찍 일어났을 때는, 종종 이렇게 옆에서 일어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건드리거나 쓰다듬거나 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참을성이 많게 눈을 뜰 때까지 계속 기다린다.
이따금 옆에서 잠들어 있던 적도 있지만.
「배가 고팠어?」
「데스♪」
몇번이나 미오는 수긍했다.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부엌으로 향했다.
미오가 뒤에 붙어온다.
「데스 데스데스♪」
요리중에도 가만히 쳐다본다.
「미오, 저쪽에 가 있어 줄래…」
「데스?」
「저쪽에서 기다려라.」
「데스?」
「저쪽으로 가라고!」
「데스!」
미오가 종종걸음으로 도망쳐 간다.
그러나, 거실까지 가서 또 토시아키를 응시하고 있다.
뭐야 도대체.
미오는 토시아키에게 잘 따르고 있었지만, 이정도로 달라붙지는 않았었다.
쿠미코가 없기 때문인가?
토시아키는 미오의 변화가 너무 커서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점잖았던 것은 식사시간 정도로, 미오는 토시아키를 뒤따라 감기고 있을 뿐이었다.
움직일때마다 뒤에서 바짝바짝 따라 온다.
화장실에 들어갈 때조차 그 상태였다.
「따라들어오지 마라!」
「데스…」
강한 어조에, 미오가 풀이 죽은 표정으로 바뀐다.
토시아키는 화장실에 들어갔다.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린다.
미오는 걷는 것이 서투른 것 같아서, 도둑 걸음을 할 수 없다.
거기에 있는 걸 확실히 아는데, 문앞에서 숨을 죽이고 있었다.
꽝!
「데스!」
토시아키가 문을 열자 문은 미오의 안면을 직격했다.
미오가 코를 잡고 찡그리고 있다.
「데스∼」
「너, 바보냐.」
토시아키의 표정이 풀어지자, 미오도 얼굴이 풀렸다.
「데스♪」
이놈은 자실장 무렵으로 돌아가버린 것 같다.
언제나 자신의 뒤를 쫓아 다니던, 응석 꾸러기 자실장이던 무렵과 꼭 닮았다.
토시아키는 작았던 미오를 생각해 낸다.
그러고 보면, 내가 미오를 두고 가기만 해도 심하게 울었었지….
심술궂은 생각이 머리를 지나갔다.
미오의 얼굴을 상냥하게 응시하는 토시아키.
「데스?」
다음의 순간, 토시아키는  미오의 바로 앞으로 달려갔다.
「데데에?」
금새 토시아키의 모습이 문 저 편으로 사라졌다.
「데…데스…?!」
미오가 당황해서, 종종걸음으로 쫓는다.
미오가 문을 열면 토시아키는 또 다른 곳으로 도망쳐간다.
쫓는다.
도망친다.
쫓는다.
도망친다.
「데스 -!데스 -!」
미오는 울상을 지으면서 계속 쫓는다.
문을 지나가고, 가구에 부닥치고, 몇번이나 구른다.
그러나, 그런데도 단념하는 모습은 전혀 없다.
눈물을 닦아, 구를 때마다 다시 일어나 달려 온다.
지나칠 정도로 필사적인 모습에 토시아키도 죄악감을 느꼈다.
이제 못된 장난도 끝내 주자.
미오의 앞에서 갑자기 멈춰 서는 토시아키.
예상외의 사태에 당황한 미오의 몸이 푹 고꾸라졌다.
걸음걸이가 좀 이상한 미오는 몸을 잘 가눌 수가 없다.
토시아키의 겨드랑이를 빠져나가, 얼굴부터 방바닥에 박으며 굴렀다.
「데스… 데스데스!」
푹 엎드린 채로 미오가 본격적으로 울기 시작한다.
「미안, 너무 장난쳤다」
토시아키는 미오를 일어나게 했다.
손이 잡아진 미오의 얼굴이 밝아져 왔다.
「데스 데스! 데에에에에엥!」
바보같은 얼굴로 심하게 운다.
「어이,미오…」
「데슈우데훅! 흐에에에에엥!」
미오.그런데도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
신체도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보통이 아닌 미오의 모습에 토시아키는 머리를 쓰다듬었다.
곧 미오도 안정되었다.
「데스.」
「미안, 더이상 심한 장난 안 칠 테니까 놔 줘.」
미오는 토시아키로부터 떨어졌지만, 좀처럼 옷자락을 놓으려고는 하지 않았다.
미오에 있어서는, 토시아키가 떨어져 가는 것은 이미 본능적인 공포다.
토시아키의 옆에 있기 위해 육체까지도 변모시켰는데, 그런데도 미오를 버려두고 간다는 것은 미오의 절망을 의미하고 있었다.
과잉일 정도로 응석부리는 것도, 뒤집어 보면 공포의 표현이었다.

심한 장난을 사과하는 것도 있고, 토시아키는 미오와 하루종일 놀아 주었다.
놀이라곤 해도 유치한 것이다.
옛날 같이 공을 던져 주거나 그림책을 읽어 주거나
일인극의 상대를 맡아 주거나.
외관상으로는 성숙한 여성의 모습인 미오를 상대로 유치한 놀이를 계속하는 것은
부끄럽긴 하지만, 미오가 기뻐해 준다면 그걸로 좋다.
토시아키는 가능한 한 미오의 기분에 맞추어 주고 싶었다.
적어도, 좋은 추억 정도는 주고 싶다.
이게 최후니까.

토시아키의 손이 멈춘다.
의식하고 싶지 않은 현실.
「데스?」
미오가 반응을 보이지 않는 토시아키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아니, 걱정거리가 생각나서.」
「데스.」
시시한 놀이가 이어진다.
그러나, 이 후 대답이 느려진 토시아키는,
미오의 아버지 역으로부터 손님역으로 격하되어 버렸다.

미오가 잠들었다.
토시아키는 잠자는 얼굴을 응시하면서 생각해 낸다.
자실장이었던 무렵의 미오.
언제나 집보기하고 있던 미오.
자신은 좋은 주인이었던가.
도저히 그렇게는 생각할 수 없다.
이렇게 따라질 만큼 귀여워한 기억도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 상당히 심술궂게 한 적도 많은 것 같다.
더 귀여워해 주면 좋았을 텐데.
더이상 시간은 없다
그렇다면, 마지막에는 행복한 추억을 주자.
하지만, 더이상 시간은 없다.
아니, 휴일은 앞으로 1일 있다.
내일은 하루 내내 미오와 놀자.
긴 자신의 인생 안의 단 1일.
미오를 위해서 사는 1일이 있어도 된다.
그렇게 자신에게 약속하면서, 토시아키는 잠들었다.








다음날, 토시아키는 미오에게 선언했다.
「오늘은, 미오의 어떤 부탁이든 간에 들어줄께.」
「데스데스데스∼♪」
날아오를 것 같이 기뻐하는 미오.
「뭐가 좋아?」
「…데스…」
미오는 갑자기 조용해진다.
「왜」
「……데스데스 …」
얼굴을 얼굴이 새빨개져 수줍어하고 있다.


난처하다.
스윗치가 켜졌는지.
미오의 평상시의 아이같이 순진한 행동으로 잊어버리기 십상이지만, 이 놈은 나한테 반해있다.
이 표정으론, 어떤 음란한 부탁이 나올지 모른다.
나는 가정을 가진 사람이다.
쿠미코에게는 무리하게 말해 친가로 돌려보냈다.
성적인 부탁은 들어줄 수가 없다.


토시아키는 미오가 수줍어하는 동안에 선수를 쳤다.
「아, 그렇지만 「결혼해줘」라든지 「아이 갖고 싶다」라든지 「키스 해」같은 건 안돼.」
미오가 실망한듯한 얼굴로 올려봐 왔다.
적중이었구나. 위험했다.
「데스!」
시무룩해진 미오는 침상으로 돌아간다.
불만의 표시로서 잠을 자기로 결정한 것 같다.
갑자기 닥친 계획 좌절이었다.
「미오~.」
「데스!」
「미오야~.」
「데스!」
미오는 이불에 기어들어서 버틸 듯 하다.
뭐, 그런가. 그러면 이쪽에게도 수가 있지.
토시아키는 이불 구석을 잡았다. 미오가 든 채로 이불을 말아 간다.


이불로 돌돌 말려버린 미오.
「데스?!」
이불 미오 말이를 완성시킨 다음,
시트로 한 번 더 말아서 양쪽 끝을 묶어 버린다.
이것으로 이불은 풀리지 않는다.
「데스 ~데스∼」
완전하게 움직일 수 없게 된 미오가 간신히 사태를 이해했다.
한심한 소리를 내며 울고 있는 이유는, 풀어달라고 비는 것일 것이다.


「그렇게, 기분이 풀릴 때까지 자고 있어.」
토시아키는 등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데-, 데스―!데스―!」
미오를 말아 놓은 이불말이가 스멀스멀 움직인다.
「데스데스-! 데스-!」
움직임이 격렬해졌다. 스멀스멀로부터 파다파닥으로 바뀐 것 같다.
「데스―… 데스 …」
조금 수그러들었다.
이불의 양 끝은 단단히 묶여 있다. 안쪽은 약간 느슨하여, 날뛰어서 한가운데의 느슨한 부분이 조금 벌어졌다.
「데스 … 데스데스…」
사탕봉지처럼 한가운데가 부풀어 오른 이불말이로부터 울음소리가 들린다.


토시아키는 조용히 이불에 가까워졌다.
이불에서는 작아진 울음소리가 계속 난다.
조용히 부풀어 오른 부분을 건드렸다.
「데스!」 미오가 놀란 듯이 소리를 낸다.
이불말이가 움찔한다.
「데스?데스?」 당황한 것 같은 미오의 반응.
토시아키는 본격적으로 이불을 두들겼다.
아무 데나 세게 두드린다.
「데스! 데데스!」
당황해서 미오는 몸을 비튼다. 그러나, 이불에 말려 있어 움직이기 힘든 상태인데다가, 이번에는 토시아키가 이불을 억누르고 있다.
전후좌우, 어디에서 올지 모르는 올 타격에, 미오는 완전히 패닉을 일으키고 있었다.
「데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에에엥!」
울부짖으면서, 쓸모없게 꾸물꾸물 움직이며 저항을 계속한다.


토시아키는 멈추지 않는다. 그는 전 학대파다.
실장석이 거역하면 벌을 준다.
어떤 사소한 일에서도 예외는 없다.
상대가 저항할 기력을 잃을 때까지 철저하게 예의범절을 가르친다.


상벌을 철저하게 한다.


그것이 그가 애정을 주는 방법이었다
비록 마지막 날이라 해도 그건 변하지 않는다.
최후이기 때문에, 가장 완벽하게 한다.
뭐, 그래도 오늘의 벌은 조금 놀이 같지만, 미오가 느끼고 있는 공포는 평상시와 다름없을 것이다.


「데…데스…」
이불이 더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흐느껴 우는 소리가 들릴 뿐이다.
토시아키가 시트를 풀고, 이불을 벗긴다.
미오가 무서워하는 표정으로 움츠러들면서, 이쪽을 올려보고 있었다.
「데스…」
「제멋대로 구는건 허락하지 않아.」
「데스. 」
미오는 무서워하는 얼굴로 수긍했다.





결국, 미오의 부탁을 다시 들어주기로 했다
그러나, 방으로부터 거의 나온 적이 없는 미오로써는, 특별한 내용 같은 건 생각해낼 수 없었던 것 같다.
평상시와 다름없는 유치한 놀이에 빠져버린다.
그러나, 그런데도 미오는 만족했다.
이렇게 긴 시간동안 토시아키가 미오와 계속 놀아준 적,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미오는 그 날 하루종일, 토시아키와 장난하고 놀았다.
볼 놀이나 마마고트, 어부바에 포옹.
단지 그것만으로 미오는 만족했던 것이다.


밤이 점점 깊어졌다.
미오도 졸려진 것 같다.
소파 위에서 토시아키의 옆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지만, 점점 조용해지다가 숨소리가 들려 왔다.


토시아키는 미오의 정면으로 이동했다.
안심한 듯한 잠자는 얼굴.
오늘은 즐거웠을까.
미오는 희미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토시아키는 미오의 목을 양손으로 잡았다.
해야 할 일은 이해하고 있다.
양손에 힘껏 힘을 준다.
미오의 목은 가늘었다.
마치 토시아키가 조르기 쉽게 정돈되었던 것처럼.


괜찮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마라.
미오도, 자신도, 아무것도 생각하지 마라.
단지 양손에 힘을 꽉 준다.
그 뿐이다.


자, 해라.


그러나,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명령을 내리려고 하는 부분은 뇌의 일부 뿐이다.
토시아키의 그 외의 부분은 전혀 따르려 하지 않는다.
미오의 목덜미를 가볍게 잡은 채로, 시간만이 지나간다.


「데스?」
미오의 소리에 토시아키는 제정신으로 돌아갔다.
미오는 눈을 반쯤 감은채로 토시아키를 응시하고 있었다.
목을 양손으로 잡고 있는 토시아키의 의도를 모른다.
이상한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대로 토시아키의 손에 뺨을 대고 응석부린다.
「데스.」


토시아키는 움직일 수 없었다.
다음의 행동을 생각해낼수 없다.


토시아키의 팔에 빰을 대고 있던 미오가, 부르르 떨렸다.
무언가 눈치챈 것처럼 토시아키를 다시 바라본다.


자신이 어떤 일을 당하려 하고 있었는지, 겨우 눈치챘는가.
토시아키의 두뇌가 다시 냉정함을 되찾는다.
들켜버린 거라면 어쩔 수 없지.
악역 같은 대사를 마음속으로 중얼거린다.
악역과 같은 대사를 마음 속에서 중얼거렸다.


그러나, 미오의 반응은 토시아키가 생각하던 것과는 동떨어진 것이었다.
미오는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물기를 띈 눈으로 토시아키를 응시하고 있었다.
이윽고 눈을 감고, 입술을 내밀듯이 턱을 올렸다.


……이 놈, 바보다….


진짜로 바보라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로 색에 미친, 바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자신의 목에 손이 가 있는 걸 다르게 해석하면, 키스하고 싶다는 걸로도 해석이 된다.
지금, 토시아키는 미오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 몸과 마음 모두 탈진상태다.
긴장감이 순식간에 사그라든다.


토시아키는 미오의 목으로부터 손을 떼어 놓는다.
「미오, 이제 자라.」
「…데스?」
「졸리지? 오늘은 늦었으니까, 이제 자라.」
「…데스.」
토시아키의 사무적인 어조에 미오는 당황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답이 허용되지 않을 듯한 분위기에 입을 다문다.
아까운 듯, 몇 번이나 뒤돌아보며 미오는 침상으로 향했다.






심야. 날짜는 이미 변했다.
토시아키는 거실에서 홀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
표정이 굳어있다.
꾹 눌러 놓은 감정 아래로부터 스며나오는 긴장감 때문일 것이다.


미오가 자러 들어가고 나서 4시간이 지났다.
완전히 숙면상태일 것이다.


시간은 없다.
벌써 없어져 버렸다.


토시아키는 일어섰다.
창고에서 질긴 로프를 가져왔다.
미오는 세상 모르고 자고 있었다.
미오를 뒤집어서 목덜미에 로프를 가볍게 감는다.
토시아키는 로프의 양 끝을 손에 단단히 감았다.


아까처럼 실패는 더 이상 하지 않는다.
미오의 목에 닿아선 안 된다.
미오의 얼굴을 봐선 안 된다.
미오의 정면을 보고 있어도 안 된다.
아무래도, 미오라고 생각해버리기 때문에.


그러니까, 뒤에서 로프로 목을 조른다.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무슨 최선?
누구의 최선?
어떤 최선?
누구를 위한 최선?


그러니까 배후로부터 짐을 지는듯 조른다.
그것이 베스트의 방법이다.
무슨 베스트?
누구의 베스트?
어떤 베스트?
누구에게 있어서 베스트?


생각하지 마라!


자신에게 고함친다.
소리는 나지 않는 무음의 포효.
토시아키는 혼신의 힘을 다해 로프를 당겼다.
갑작스럽게 가슴이 답답해 미오가 눈을 뜬다.
「………!…!」
목을 파고드는 로프는 신음소리마저 허락하지 않는다.
토시아키는 힘을 좀 더 집중해 로프를 당겼다.
미오의 가녀린 신체가 이불로부터 끌어내진다.
미오가 발버둥친다.
로프를 풀려고 고리 안에 손을 집어넣는다.
그러나 힘이 약한데다가, 미오는 왼팔이 없다.
사소한 저항 따위 상관없이 로프는 목에 깊게 파고든다.
격렬하게 날뛰는 미오.
팔다리를 바둥대며 격렬히 움직인다.
미오의 몸이 뒤집혔다.
토시아키와 미오가 시선이 마주친다.
미오의 사랑스러운 얼굴이, 고통에 일그러지고 있었다.
흰자위를 드러내고, 눈물을 흘리며, 입가로부터 침을 흘리고, 토시아키를 응시하고 있었다.


토시아키는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괴로워하는 미오의 시선을, 바로 정면으로부터 받아들였다.
미오에게 이런 고통을 주고 있는 것은 자신이다.
자신의 행동으로부터 눈을 돌리지 마라.
미오, 나는 너의 주인이다.
그러니까, 주인으로써 네 모든 것을 받아 들여 준다.
너의 괴로움도, 아픔도, 죽음도, 전부 내가 기억하고 있겠다.
토시아키는 한층 더 힘을 집중했다.


미오의 움직임이 점점 사라져 간다.
팔이 힘을 잃고 떨어진다. 다리에서도 경련만이 일어나고 있다.
이윽고, 괴로운 표정을 지은 채로, 미오는 조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토시아키는 미오의 숨이 멈춘 후에도 로프를 풀지 않았다.
움직임이 멈춘 것만으로는 가사 상태로 살아날 수도 있다.


미리 결정된 예정에 따르는 기계적인 행동.
냉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으로 그는 움직이고 있었다.
움직이지 못하게 된 미오가 보여도, 그에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의 감정을 잠궈 놓은 자물쇠는 매우 견고했다.


미오의 얼굴을 살펴 호흡의 유무를 확인한다.
호흡 정지. 맥박 없음.



미오는 죽어 있었다.



토시아키의 신체로부터 돌연 힘이 빠졌다.
그 자리에 털썩 무릎을 꿇는다.
그가 계획했던 것은 미오를 죽이는 것 뿐이었다.
그것만 해도 힘에 부친데다가, 시체의 처리까지는 할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한 일에 에너지를 다 써 버린 것 같다.
움직일 힘도, 생각할 힘도 바닥나 있었다.


토시아키는 고쳐앉으면서, 미오의 망해를 응시한다.
어떤 감정도 들지 않는다.
아무런 현실감도 나지 않는, 영화를 보고 있는 감각.
잠도 자지 않고, 토시아키는 장식물 같이 앉아 있었다.






날이 새 왔다.
커텐을 통해 방에 아침해가 비춰 온다.
오늘은 일이 있다.
평소의 생활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토시아키는 비틀비틀거리며 일어나는 데에 성공했다.
머리가 멍하니, 생각이 나질 않는다.
아침식사의 준비와, 미오의 시체의 처분.
어느 쪽 먼저 해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캬학!」


뭐야, 이 소리는.


「켁!…케혹!」
기침하는 소리.


토시아키는 당황했다.


미오가 움직이고 있었다.
기침하면서 천천히 미오의 손발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소생했어?
실패했나?
인간이라면 죽어있을텐데?
인간 상대의 방법이 효과가 없어?
나는 도대체 무엇을 했나?


토시아키의 머리는 심하게 혼란스러웠다. 몸에도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눈앞에서 미오가 신체를 일으키려 하고 있었다.
의식이 뚜렷하지 않은 것 같아, 표정은 없다.
이불 안에 들어누워 무표정한 표정으로 토시아키를 응시한다.
미오의 목에는 아직 로프가 걸려있다.


한번 더 재시도 할 것이다.
이번에는 기습은 효과가 없다.
반격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대로 놔 둘 수는 없다.
토시아키는 신체를 질질 끌듯이, 미오를 향해 간다.
가까워지는 토시아키를 미오가 눈치챈다.
무표정한 표정이, 우는 얼굴로 바뀐다.
「데스∼!」
그 다음, 미오는 이불 위에서 엎드려 조아리고 있었다.
눈물을 흘려, 몇 번이나, 몇 번이나 고개를 숙인다.


어안이 벙벙해진 토시아키.
미오의 의도를 모르겠다.


망연자실하는 토시아키의 앞에서 미오는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문득, 뭔가 눈치챈 것처럼 하반신을 본다.
대변을 흘리고 있었다.
목을 졸려졌을 때에 근육이 풀려 새었던 것이다.
이것은 미오의 탓은 아니지만, 자실장때부터 화장실 이외의 장소에서 대변을 하는 것은
절대 금지인 것을 어렵게 가르쳐 왔었다.
미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미오는 바닥에 얼굴을 박고 필사적으로 용서를 구한다.


미오의 머리는 죄악감으로 가득했다.
어젯밤, 무서운 일이 있었던 것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이 또 무슨 실수를 하고,
주인님에게 벌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실장석 무렵에는 다 죽어갈 정도의 벌이 결코 드물지 않았었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주인님, 이제 화내지 말아 주세요.
 나를 싫어하지 말아 주세요.
미오는 필사적으로 계속 용서를 구했다.
모처럼 주인님과 둘이서 살 수 있게 되었는데 미움받아 버리면, 이 생활이 끝나 버릴지도 모른다.


「미오, 이제 됐다.」
토시아키가 얘기했다. 깜짝 놀란듯한 지친 목소리.
「데스. 」
미오가 눈물콧물 투성이의 얼굴을 올렸다.
「이제 됐어.」
「데스데스?」
평상시와 다른 토시아키의 반응에 미오가 불안하게 운다.
「괜찮아. 그것보다, 자리에서 비켜라.」
토시아키는 미오를 비키자 이불을 정리했다.
피로는 느끼지만, 신체는 움직이게 되어 있었다.






아침 준비를 시작한다.
미오와 살고 있었을 무렵의 일과다.
둘이서 테이블에 앉아 아침 식사를 하지만, 회화는 활기를 띠지 않는다.
「오늘은 일이 있으니까 집보기 부탁한다.」
「데스.」
미오는 용서된 것이 석연치 않은 듯 하다.
벌벌 떨면서 토시아키의 모습을 보고 있다.


그러나, 그런 태도가 토시아키를 힘들게 했다.
나쁜 건 나다. 미오는 나쁘지 않다.
그런데도, 그 솔직한 태도는 뭐냐.
도대체 뭘 잘못해서 용서를 구하는지.
적당히 해 둬.


침울했던 아침 식사를 끝내면 토시아키는 출근준비를 시작했다.
그가 집을 나올 때까지 두 명 사이에 대화는 없었다.






회사에는 이미 쿠미코가 출근하고 있었다.
토시아키의 얼굴을 보고 놀란다.
특별히 여위거나 모습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표정이 힘이 없고, 딴사람같이 다르게 보였다.
토시아키는 쿠미코에게 일의 경과를 이야기했다.
처참한 내용에 쿠미코의 안색이 창백하게 바뀌어간다.
「그러니까, 해결은 좀 더 오래 걸릴 것 같아. 미안해.」
쿠미코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
사태는 그녀의 정신의 한계를 넘고 있었다.
자신도 관계자인데, 발을 디디는 것에 주저해 버린다.
「그래도, 무리하진 마세요.」
그것이 지금의 그녀가 건넬 수 있는 최선의 말.
그러나, 진심으로 토시아키를 걱정하는 마음이 담겨져 있었다.


토시아키는 상사에게 휴가를 신청했다.
기간은 내일부터 3일간.
갑작스럽고 터무니 없는 신청이었지만, 부부가 함께 와서 비는데다가 쉬는 건 남편 뿐이라고 하는 것에, 상사는 그 깊은 사정을 헤아려 주었다.
그는 내일부터 3일간, 미오를 밖에 데리고 갈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3일동안 모든 것을 끝낸다.
어젯밤은 동요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자신의 각오가 부족했던 탓이라고 토시아키는 인식하고 있었다.
가능한 한 상처를 내지 않는 방법을 선택했기 때문에 어중간한 결과가 나왔다.
미오는 이제 실장석은 아니지만, 결코 인간도 아니다.
지금의 그에게, 다른 생각은 없었다.





회사가 끝나고, 토시아키는 쿠미코와 함께 백화점에 들렸다.
미오의 옷을 사기 위해서이다.
예전 선물 사건에 비쳐봐도, 쿠미코의 협력에 대해서
미오에게 알릴 생각은 없다.
둘이서 백화점 내를 돈다.
토시아키는 미오의 구체적인 사이즈는 모른다.
쿠미코의 옷을 입을 수 없던 것을 바탕으로
쿠미코가 적당한 옷을 골라 준다.


「이것, 어떨까.」
쿠미코가 손에 든 것은 흰 원피스.
미오에게 잘 어울릴 것 같다.
「…이거 좋겠네.」
이의는 없다. 그래서 결정되었다.


두명이서 다른 곳도 살펴본다.
쇼핑이 끝났을 무렵에는, 약간 큰 짐이 되어 있었다.
「오늘은 고마웠어. 도움이 됬어.」
「난 이 정도밖에 도와줄 수 없는데…」
건물을 나왔더니 쿠미코가 멈춰 섰다.
「…정말로 무리하진 마세요. 무슨 일이 있으면 전화 꼭 하시고요. 무슨 일이 있어도 들어줄게요.」
「응, 무슨 일 있거든 전화할게. 미안. 걱정 끼쳐서.」


「그러면. 부디 몸 조심하세요. 짐도 있으니 배웅은 괜찮으니까.」
쿠미코에게는 무엇인가 더 말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토시아키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등을 돌려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응, 그럼 또 보자.」
뒤에서 토시아키의 소리가 되돌아왔다.
쿠미코는 뒤돌아보지않았다.


빨리 돌아가자.
발걸음이 종종걸음으로 바뀐다.


나, 안된다.


옷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처음은 미오이기 때문에라 스스로도 생각했다.
그렇지만, 원피스를 보았을 때의 토시아키의 얼굴은 기쁜듯했다.
그때 눈치챘다.
나는 미오에게 질투하고 있다.
지금의 미오는 좋아하지않는다.
저런 불쾌한 모습의 여자아이는 좋아하지않아.


옷을 선택한 것은 미오 때문에가 아니다.
토시아키이기 때문에.
토시아키를 돕고 싶다. 그뿐이다.
토시아키에 협력하여, 빨리 처분해주길 기다리고 있다.


그렇지만, 사실 알고 있다.
이런 건 협력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발을 딛는 것이 무서워서 도망치고 있는 주제에, 협력한 척해서 안심하고 있을 뿐.
「전화해」 라고 한 것도 자신을 위한 것.
이야기를 들었으면 하는 것은 자신 쪽.
혹시, 내가 모르는 사이에 토시아키와 미오가 관계를 가져버리지 않을까 하고 언제나 불안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전화하고 싶다.
이야기를 하고 싶다.
안심하고 싶다.


나 자신도 잘못됬다고 생각한다.
안전한 곳에서 나 자신이 부정한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주제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뿐인데.
사실은 토시아키와 함께 있어 주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라고, 스스로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런데도,
미오를 죽이는 공범이 되는 건 무섭다….


토시아키… 미안해요….






귀가한 토시아키를, 미오는 현관에서 마중했다.
미오의 평소의 습관이지만, 지금의 모습으로는 위화감이 있다.


거실에 들어가면 토시아키는 양손에 든 짐을 내렸다.
「미오, 오늘은 선물이 있다.」
「데스?」
「이것 전부, 너에게의 선물이다.」
「데스!」
토시아키가 봉투를 들고 있다.
기다릴 수 없다는 듯이 미오는 그 봉투 안을 들여다보았다.
나온 것은 흰 원피스.
「언제나 내 옷만 입고 지낼 수는 없잖아.」
토시아키는 한 손으로 아무렇게나 미오에게 전했다.
그러나, 받는 미오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흰 드레스.


미오에 있어서, 첫 흰 옷.
그림책으로 본 옷과는 조금 형태가 다르지만, 지금까지 입은 적이 없는, 푹신푹신하고, 부드러운 깨끗한 천으로 만들어진, 흰 옷.


주인님으로부터의 선물.
무엇보다도 갖고 싶었던 흰 드레스.


미오는 원피스를 가슴에 꼭 껴안았다.
눈물이 흘러넘쳐온다. 미오가 태어나 처음으로 흘린 기쁨의 눈물.
 고마워요, 주인님.
 나는 행복해요.
 정말로 행복해요.


「나머지는―, 여성용 모자 하나와―…」
토시아키는 미오를 상관하지 않고 짐을 풀고 있었지만, 뒤쪽이 너무 조용한 것을 눈치챘다.
되돌아 보면, 거기에는 소리도 내지 않고, 옷을 안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미오.
「…괜찮아?」
미오의 어깨가 작게 떨리고 있다.
「미오?」
「데스…」
얼굴을 올린 미오는 웃고 있었다.
굵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그 얼굴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데스……데스…」
눈물을 몇 번이고 계속 닦는다.
그런데도 눈물은 계속 흘러넘쳐 멈추지 않는다.


미오가 웃었다.
온화함으로 가득 찬, 웃는 얼굴.
이 순간, 토시아키에게는 처음으로 미오가 여성으로 보였다.
미오의 웃는 얼굴은 평소의 순진한 기쁨 이상으로, 더 절실하고 진지한 토시아키에게의 마음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토시아키는 압도된다.
「…뭐, 뭐 기뻐해 준다니 고마워…」
마음의 어딘가에서 경고를 한다.
말려 들어가지 말라.
관계 하지 말라.
자신의 현재 상황을 잊지 말라.


「나 지금 피곤하니까, 이제 잔다. 내일 보자.」
그가 피곤한 것은 사실이다. 토시아키는 침실로 향한다.
처음으로 본 미오의 표정.
그건 나쁘다. 그 시선은 너무 깨끗하다.
강렬하게 끌리는 부분이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지금의 자신에게는 독 밖에 되지 않는다.
무거운 기분을 내던지듯이 침대에 몸을 내던졌다.
금새, 의식은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날, 토시아키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한낮이었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었던 것보다도 피로가 쌓여 있었던 것 같다.


「데스∼♪데수~웅♪」
미오의 콧노래가 들린다.
침실을 나오자, 미오가 세면대 거울 앞에서 나풀나풀 춤추고 있었다.
흰 원피스를 입고 넋을 잃은 것처럼 허리를 흔들어대고 있다.
「미오」
「데스?」
뒤돌아 보는 미오의 표정에 어제같은 단정함은 없다.
언제나처럼 순진한 표정으로 싱글벙글 하고 있다.
토시아키는 내심 안심했다.
감각적으로 미오를 여성으로 의식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미오, 점심 먹자.」
「데스.」






식사 뒤, 두 명은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산책조차 거의 하지 않았던 미오는, 이것이 첫 번째 본격적인 외출이 된다.
불안한 듯한 미오에게 토시아키는 최소한의 규칙을 일러주었다.
 「나의 옆을 떠나지 마라.」
미오에게 있어서는 오히려 바라는 것이다.
이건 토시아키도 걱정하지 않는다.
문제는 미오의 외관의 위장이다.


토시아키는 어제 사온 짐을 펼쳤다.
옷은 흰 원피스. 괜찮다.
신발은 샌들. 사이즈를 몰라도 이건 괜찮다.
문제는 귀와 눈의 색깔이다.
토시아키는 미오에게 모자를 씌웠다.
창이 넓은, 흰 모자.
원피스와 한 세트의 모자이다.
귀는 완전하게 숨겼다.
키가 작은 미오는, 자연히 얼굴도 모자 그늘에 가려 안보이게 된다.


이런 건가.
왼팔이 중간까지밖에 없는 것이 조금 눈에 띄지만, 얼핏 보면 예쁜 아가씨의 모습이다.
흰 모자에 흰 옷, 흰 피부에 황갈색의 긴 머리카락.
마치 그림에서 빠져 나온 것 같은 아름다운 모습이다.
설마, 이 외관에, 내용물이 실장석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좋아, 괜찮은 결과다.」
「데스.」
미오가 얼굴을 올렸다. 빨강과 초록의 눈이 모자 밑으로 보인다.
역시 안되겠다.
이 눈은 인간의 것과 너무 다르다. 어쩔 수 없다.
미오에게 선글래스를 쓰게 했다.


이상하다.


갑자기 의심할 만한 모습이 되어 버렸다.
이것으로는 수상한 이유가 있는, 이상한 여자로밖에 안보인다.
갑작스런 시야 변화가 익숙하지 않은 미오가 두리번거린다.
그러나, 이정도 적당히 해 둬도 실장석이라고는 모를 것이다.
대부분의 시설은 실장석이 들어가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지금의 미오는 통상의 사육실장석처럼 취급할 수는 없다.
예를 들면 화장실.
지금의 미오의 모습으로 야외에서 대변을 보게 할 수는 없다.
잘못하면 경찰관이 올 가능성도 있다.


존재 자체가 반칙이니까….


「데스?」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토시아키를 미오가 들여다본다.
「아, 아니야. 걱정거리 생각했다.」
「데스.」
「꽤 어울리네. 귀여워, 미오.」
「데스∼.」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수줍어하는 미오. 그 행동은 인간과 별반 다르지 않다.
결정적인 신체 특징이 발견되지 않는 한, 들키지는 않을 것이다.


이걸로 괜찮을까.


두 명은 출발하기로 했다.






토시아키가 운전하는 차 안. 미오는 조수석에서 불안해한다.
「데스∼」
트럭의 짐받이 말고 다른 곳에서 미오가 자동차를 타는 것은 처음이다.
소리도 진동도 적은데다가, 좌석벨트가 매우 거북하다.
몇 번이나 시트 벨트의 쇠장식을 만지고 있다.
풀고 싶지만, 주인님의 명령이니까 거역할 수 없다.
「데스∼.」
오른손을 뻗어 토시아키의 오른손을 잡는다.



미오도 점점 차에 익숙해진다.
밖의 경치를 구경하거나, CD의 음악에 맞추어 노래한다.


노래하는 방법도 이전과 많이 다르다.
토시아키는 감탄한다.
실장석 무렵의 미오의 가성은, 동물의 울음소리같이 음정이 맞지 않았었다.
지금도 약간 동물같긴 하지만, 소프라노의 여성의 소리에 가깝다.
음정도 거의 맞는, 깨끗한 가성이다.
「미오, 노래를 잘하게 됐구나.」
「데스 ♪」


칭찬해 줘서 더욱 더 의기양양해져서 미오는 노래한다.
그러나, 그 가성이 서서히 흐려져 왔다.
토시아키의 왼손을 잡는 미오의 오른손이 땀이 배어 오고 있었다.
「왜 그래?」
조수석을 보면, 미오가 다리를 우물거리고 있다.
표정에도 여유가 없어보이지만, 그런데도 노래하는 것을 멈추려고 하지 않는다.
「…화장실 가고 싶어?」
「데…데스.」
미오가 작게 수긍했다.


토시아키는 차를 길가의 편의점 앞에 세웠다.
미오를 데려 점내로 들어간다. 그대로 화장실에 직행.
「좋아?…」
미가는 인간용의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은 처음이다.
토시아키는 간단하게 사용법을 설명하면, 미오가 몇번이나 머리를 아래위로 흔든다.
이상한 스텝을 밟고 있다. 싸기 직전인것 같다.
「못참겠어?」
「데스!」
토시아키는 미오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배웅했다.
눈앞에서 화장실 문이 닫혔다.


잡지를 서서 읽으면서 기다리는 토시아키.
20분 정도 지나고, 미오가 나왔다.
「데스」
토시아키는 미오가 사용한 후의 화장실에 들어간다.
제대로 깨끗하게 뒤처리 할 수 있었는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책임감이 강했다.
「데스! 데스!」
싫어하며 뒤에서 소리를 내는 미오를 상관하지 않고, 변기 주변을 확인한다.
비상시에서의 사용법 설명이었지만, 미오는 확실히 이해하고 있던 것 같다.
단지, 모습은 바뀌어도 미오는 역시 실장석이었던 것 같다.


냄새난다.
그것도 강렬하게.
이 악취는 인간으로서는 생성이 불가능하다.


토시아키가 화장실에서 나오자 미오가 새빨간 얼굴을 해서 화가 나 있다.
「데스! 데스데스! 데스데스!」
부끄럽겠지만, 토시아키는 이제 와서 그런 일은 신경쓰지 않는다.
「응, 제대로 되어있더군. 대단해.」
「데, 데스…」
솔직하게 기뻐할 수 없는 것인지, 대답은 작다.
「그렇지만, 어~엄청 냄새나.」
「데에에에에엥!」
미오는 가장 듣고 싶지 않았던 말을 듣고 깊이 상처받았다.






토시아키와 미오가 바다에 도착했을 무렵, 해가 기울어 바다가 붉게 물들고 있었다.
당초에는 떠들썩한 장소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편의점에서의 손님에다가, 점원까지 미오를 힐끗힐끗 바라보는 걸 보고 사람이 적은 장소로 변경했던 것이다.
철지난 평일의 바다.
게다가 저녁에 이런 장소에 용무가 있는 인간은 없다.


물가에서 둘이서 뛰어다니며 논다.
미오에게는 태어나서 첫 번째로 하는 바깥에서의 놀이다.
「데스♪데스♪」
스커트의 옷자락이 젖는 것도 신경쓰지 않고, 즐거운 듯이 뛰어다닌다.
토시아키가 도중에 휴식하러 가도 미오는 계속 혼자서 놀고 있었다.


토시아키는 조금 먼 장소에 앉았다.
「데스―!」
미오는 빈번히 이쪽을 되돌아 보며, 손을 흔든다.
3분에 한번은 뒤돌아 보던 자실장 무렵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그리고, 토시아키도 변하지 않았다.


그는 미오의 주인이다.
어렵게 예의범절을 가르쳐서 상냥하게 귀여워하고, 문제가 있으면 자신의 손으로 처분한다.
그리고, 지금이 그 때다.


곧 있으면 미오를 처분한다.
그러니까, 그 전에, 그는 미오에게 바깥의 세계를 보여 주기로 했다.
그것이 미오에 있어서 기쁨의 기억이 되는지, 절망의 괴로움에 연결되는지, 그것은 토시아키 자신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그래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이 주고 싶은 것은 준다.
미오에게 사 준 것은 자신이 모두 기억하고 있다.
자신이 모두 주고, 모두 빼앗는다.
미오는 토시아키의 실장석이기 때문에.



석양을 배경으로 미오가 놀고 있다.
흰 스커트와 긴 머리카락이 길게 날려, 역광에 잘 빛난다.


그림이 되는 장면이다….


영화의 한장면과 같은 광경에 토시아키는 눈을 빼앗기고 있었다.
디지탈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데스?」
「이제 어두워졌으니까 선글래스는 벗어도 괜찮아.」
「데스.」


미오는 본모습이 되어 파도와 논다.
붉은 노을에 비추어진, 춤추는 듯이 뛰어다니는 사람이 아닌 미소녀.
전혀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 환상적인 광경.
그러나 그 환상적인 무용도, 이형의 오드아이의 시선도, 그 모두가 현실의 토시아키 한 명에게 향해진 것이다.


토시아키는 해가 완전히 질 때까지 그 모습을 사진으로 계속 찍고 있었다.





다음날, 두 명은 빨리 일어났다.
미오도 많은 일이 있었던 탓으로 피곤했을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잘 잤던 덕분에, 컨디션은 대단히 좋았다.
오늘의 목적지는 유원지였다.
주말에는 상당히 혼잡한 곳이지만, 평일에는 사람이 적다.
「미오, 뭐 타고 싶은 거 있어?」
「데스.」
롤러코스터를 가리킨다.
조용한 성격인 미오의 부탁으로써는 의외였지만, 토시아키는 함께 타기로 했다.
「먼저 화장실 갔다올게.」
「데즈…데슨데슨.」
롤러코스터 위에서 미오는 울고 있었다.
이전에 TV에서 커플이 롤러코스터를 타며 환성을 지르고 있는 장면을 본 적이 있었다.
주인님과 함께 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 때는 바랬었다.
그러나 지금 오르막에서 천천히 올라가는 차체 위에서, 미오는 자신의 경박함을 마음 속으로 후회하고 있었다.
 높아요.
 무섭습니다.
 이제 내리고 싶어요.
 주인님, 나…
가탄.
미오를 돌연 덮치는 풍압과 G의 난폭한 세례.
「………!…!」
소리도 낼 수 없다. 눈물이 뒤쪽으로 날려져버린다.
공포에, 사고가 정지한 채로 미오는 손잡이를 붙잡고 있었다.
끝났는데도 움직이지 않는 혼이 빠진 듯한 미오에게 얘기했다.
「끝났어.」
「데…?」
「끝났어. 내려야지.」
그 때 간신히 미오는 토시아키가 모자를 눌러주고 있었던 것을 눈치챘다.
주인님 감사합니다.
그러나, 좌석에서 나오려고 해도 다리가 떨려서 일어설 수 없다.
「한번 더 타고 싶어?」
「데, 데에에에에!」
눈물을 흘리면서 격렬하게 고개를 젓는 미오.
결국, 다음 시작시간까지 계속 무서워하고 있어서, 토시아키는 미오를 끌고 나왔다.


「…데―…」
롤러코스터로 이미 지쳐버린 듯한 미오.
다음은 무섭지 않을 것 같이 생긴 관람차를 가리켰다.
둘이서 관람차를 탄다.
곤돌라의 상승과 함께 변해가는 밖의 경치. 미오가 정말 좋아한다.
일어서서 돌아다녀, 곤돌라가 흔들린다.
「데스♪」
미오가 토시아키의 옆에 앉았다. 곤돌라가 기운다.
균형을 잃은 미오의 신체가 토시아키쪽으로 넘어진다.
「위험하니까 저쪽에 앉아.」
「데스」
미오는 마지못해 돌아가지만, 또 곧 달려들어 왔다.
「저쪽에 앉아있으라니까.」
「데스∼♪」
맛을 들인 미오는 몇번이나 달려들어 온다.
이것저것 하고 있는 동안에 관람차는 일주해 버렸다.
「이제 끝났어. 내리자.」
「데스∼」드물게 미오가 저항한다.
「미오」
「…데스데스!」
더 타고 싶은 것 같다.
「죄송합니다, 한 번만 더 탈꼐요.」
토시아키는 관계자에게 고개를 숙였다.
곤돌라는 또 올라간다.
오늘은 미오를 위해서 유원지에 왔던 것이다. 이런 정도는 들어줘도 괜찮다.
토시아키가 생각하는동안, 미오는 또 달려들기 작전을 재개했다.
「데스∼♪」
「그러니까 여기 오지 이쪽으로 오지 말라고.」
곤돌라가 또 격렬하게 흔들린다.
결국 미오는 다섯번 돌아서 간신히 만족한 것 같다.
내릴 때 관계자가 능글능글 웃으면서 두 명을 보고 있었다.

그 후에도 토시아키는 회전목마나 커피 컵 등, 여러 놀이기구를 같이 탔다.
미오는 꽤 시선을 끄는 것 같고, 회전목마를 탔을때는
효수형을 당한 죄인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그래도 미오가 즐거워하는 표정을 보니 나쁘진 않았다.
오늘은, 미오에게 있어서도, 자신에게 있어서도 추억에 남는 하루가 될 것이다.
많은 사진을 찍은 디카를 보고 토시아키는 생각했다.

저녁 무렵이 되었다.
두 명이 이제 돌아가려고 출구로 향했을때,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거기에는 3세 정도의 어린 사내아이와 그 손을 잡은 실장석이 있었다.
아마도 부모를 잊어버렸을 것이다.
사내아이는 어머니를 부르면서 울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이를 어르면서 실장석은 가방에 손을 집어넣는다.
그 집에서 기르고 잇는 실장석일 것이다.
머리에 리본을 붙이고, 예쁜 옷을 입고 있다.
실장석이 어깨에 맨 작은 가방으로부터 사탕을 꺼내 사내아이에게 주자 울음소리가 작아졌다.
훌쩍훌쩍 우는 사내아이를 데리고 실장석이 향하는 곳에는 서비스 코너의 건물이 있다.
꽤 영리한 개체다.
미오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무언. 무표정.
고개도 움직이지 않는다.
토시아키는 미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그는 미오를 그대로 두었다.
서비스 코너에서 부모라 생각되는 어른이 온다.
사내아이가 어머니를 향해 달려간다.
그 뒤에서 아장아장 달려가는 실장석.
모친은 아이를 안아 올린다. 혼내는 것 같다.
부친이 실장석을 안아 올렸다.
실장석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실장석은 데스데스 소리를 내며 응석부렸다.
행복한 가족과 실장석.
가족의 일원으로써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는 모습.
일찍이, 토시아키와 쿠미코가 미오에게 바라고 있던 존재가 그 곳에 있었다.


「데스…」
미오가 가족으로부터 등을 돌렸다.
「돌아갈까?」
「데스」
두 명은 집으로 가는 길에 오른다.
그러나, 즐거웠던 날의 마지막인데 공기가 무겁다.
「데스…」
「……」
차 안에서도, 두 명은 계속 가라앉은 분위기인 채로 있었다.


그날 밤, 미오는 좀처럼 잠들 수 없었다.
자신은 무엇을 동경해, 뭘 바라고 있었던 걸까.
유원지에서 본 가족을 생각하고 있었다.
실장석이 부러웠다.
자신에게 준비되어 있던 행복을 스스로 버렸을텐데, 가족 안의 실장석의 모습에 부러움을 느낀다.
자신의 소망을 조금만 눌렀더라도 반드시 실현되었을 행복.
쿠미코를 생각해 냈다.
쿠미코는 상냥했다.
자신이 일방적으로 싫어했었다.
미오의 마음속에 처음으로 쿠미코에게 미안한 감정이 끓어오른다.
자신이 쿠미코의 입장이라면….
실장석은 다른 사람의 사정을 깊이 생각하는 사고를 하기 힘들다.
미오의 지능도, 정서도, 사고의 범위도, 이미 실장석이 아니게 되고 있었다.
고도의 사고능력은 복잡한 감정의 파도를 차례차례로 낳는다.
내가 쿠미코의 입장이라면…그 사람말고는 아무것도 필요없다.
아까 보았던 가족의 모친과 같이, 사랑하는 사람의 옆에 있을 수 있다면 아이도, 사육 실장석도 필요없다.
이젠, 주인님의 아이를 갖고싶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와 주인님 단 둘이 있으면 그걸로 좋다.
주인님에게는 나만 있으면 그걸로 좋다.
그러니까, 주인님에게 안기고 싶었다.
그렇지만, 거부되었기 때문에 신체를 바꾸었다.
지금의 자신은 매력적일 것이다. 주인님의 취향에 딱 맞는 모습이 되었을 것이다.

미오는 아직까지도 자신을 속이고 있었다.
토시아키에게 버려지는 것을 무엇보다도 무서워하고 있었다.
만약, 지금의 자신이 토시아키에게 버려진다면.
만약, 지금의 나 자신을 토시아키가 거부해 버린다면.
생각하는 것만으로 무서운 가능성.
그래서 평소대로 순진한 척을 했다.
내 안의 들끓고 있는 정욕을 숨기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대로는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 바뀔 수가 없다.
미오는 조용하게 자기 방을 나왔다.


토시아키의 방의 문이 천천히 열렸다.
미오가 들어온다.
옷은 입고 있지 않다.
느리고 조심스러운 발걸음은 소리를 내지 않았다.
토시아키는 숙면하고 있다.
미오는 그 위에 몸을 겹쳤다.
목덜미를 혀로 핧는다. 토시아키는 일어나지 않는다.
미오는 침대 위에 몸을 옮겼다. 매트가 무게에 움직인다.
토시아키가 움직였다.
미오는 움직임을 멈춘다. 숨을 죽이고 모습을 살핀다.
일어날 것 같지 않다.
미오는 토시아키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접근해 간다.
그 때 토시아키의 눈이 열렸다.
어둡다. 눈앞에 무엇인가 있다.
그렇게 눈치챈 순간, 토시아키는 눈앞의 그림자를 냅다 밀쳐버렸다.
「데스!」
침대에서 무엇인가가 굴러 떨어지는 소리와 미오의 비명.
「미오인가?」
침대 반대편에 알몸의 미오가 뒤집혀있었다.
천천히 미오가 일어난다.
「뭐 하는거야, ……」
토시아키는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눈앞에 알몸의 미오가 있다.
그러나, 자신이 알고 있는 미오와 무엇인가가 차이가 났다.
어두운 방 안에서 미오의 모습이 분명히 보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 강한 위화감을 느낀다.
미오가 일어섰다.
토시아키를 보는 표정은 딴 사람 같았다.
슬픈 것 같은 눈.
언제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성숙한 육체가, 지금은 그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었다.
어깨로부터 계속 되는 곡선도, 얇게 비치는 흰 피부도, 얼굴을 가리는 흐트러진 머리카락도,
그 모두가, 연체동물인듯 부드럽게 습기를 띈다.
미오가 침대에 올라왔다.
토시아키를 향해 느긋히 가까워진다.
그 신체는, 고양이처럼 부드럽게 움직인다.
미오의 전신을 싸는 요염한 분위기에 매료된 것처럼, 토시아키는 움직일 수가 없다.
미오의 신체로부터 시선을 뗄 수가 없다.
「…………데스…」
미오는 토시아키의 몸에 기대,
토시아키의 얼굴을 응시하며 작게 울었다.
토시아키는, 왜 자신이 미오를 여성으로 생각하는 것에 저항을 느끼고 있었는지 이해했다.
미오의 눈동자 깊숙이.
어찌 보면 무기력하게 보이는 눈동자의 안쪽에 빛나는 탐욕의 빛이 보인다.
이 놈은 서큐버스였다.
남자에게 자신의 몸을 내밀어, 그 모두를 탐내는 서큐버스.
고혹적인 육체도, 남자의 보호욕구를 돋우는 불쌍한 표정도, 모두 남자를 끌어들이는 미끼.
이것이 그 순진한 표정 아래에 잠복하고 있던 미오의 본성.
이 유혹을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하다.
토시아키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토시아키의 판단은 올바르다.
이 며칠간, 극단적으로 강한 정신적 압박을 계속 받고 있는 토시아키의 직감력은, 비정상적일 정도로 날카롭게 갈아지고 있었다.
미오 자신이 의식하고 있지 않아도, 미오의 육체는 성욕에 굶주려 있다.
그렇게 자신이 바꿨을 것이다.
토시아키에게 최고의 쾌락을 주기 위해.
토시아키에게 안겨 최고의 쾌락을 느끼기 위해.
그것은, 둘이서 뛰어드는 바닥이 엎는, 무한한 쾌락의 늪과 같이, 한 번 들어가면 두 번 다시는 제정신으로 돌아올 수 없는 지옥이다.
만약 미오를 안으면, 그 비정상적인 열락은 토시아키를 발광할 때까지 몰아넣어, 그의 육체는 그 끝없는 쾌락을 계속 쫒다가 자멸하고 말 것이다.
지금의 미오의 육체는 그렇게 말할 만큼 위험한 것으로 변해 있다.
이것은, 미오의 실장석으로써의 욕망의 힘이, 무의식 중에 바랬던 것이다.
쿠미코로부터 토시아키를 빼앗는다.
언제까지나 단 둘이서.
그러나 인간과 실장석은 이어질 수 없다.
유치하다고도 할 수 있는 소망과 현실에서의 절망.
유치라고도 할 수 있는 소망과 현실의 절망.
미오는 무의식중에서 토시아키와의 정사를 바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토시아키의 두뇌는 냉정했다.
감정은 동결상태가 되어 있다.
합리적인 판단이 그를 움직인다.
짝!
미오의 뺨을 손바닥이 때린다.
뺨의 아픔에 미오가 굳어진다.
미오는 움직일 수 없다.
거부당한 현실을 받아 들일 수 없었다.
토시아키는 움직이지 않았다.
미오가 받은 충격의 크기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미오, 내려가라.」
토시아키의 말이 침묵의 균형을 무너뜨렸다.
미오의 어깨가 부르르 움직인다.
명령에 따라 침대에서 미오가 내려갔다.
그 모습에는 방금 전까지 보이던 비정상적인 요염함은 남아있지 않았다.
「방으로 돌아가라.」
「………데스…」
미오는 움직이지 않는다.
입술을 깨물어 물고 눈물을 참으면서 토시아키를 응시한다.
여기서 거부당하면 더이상 뒤론 없는 것이다.
미오에 있어서의 자신의 존재 의의가 없어져 버린다.
「돌아가라.」
「…데스…」
굵은 눈물을 흘리면서, 미오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려고 하지 않았다.
「……데스…」
주저앉아, 이불 한 구석을 꼭 붙잡는다.
슬픈 것 같은 눈. 방금 전까지의 유혹의 눈은 아니다.
떼어놓아지기 싫어, 버려지기 싫어서 용서받으려는 필사적인 눈빛이다.
 주인님 미안해요.
 더 이상 이런 짓 하지 않을게요.
 그러니까, 돌아가라고 말하지 말아주세요.
 곁에 있게 해 주세요.
 곁에 있을 수 있는 것만으로 좋습니다.
 그것만이라도.
 부탁입니다.
 부탁이에요, 주인님.
 제발 부탁할께요.
「방으로 돌아가라!」
일순간의 경직.
미오의 감정에 거역하고, 신체는 일어섰다.
거역할 수 없다. 주인님이 화내고 있다.
신체가 마음대로 움직인다. 그렇게 예의범절을 받았기 때문에.
 알았습니다. 돌아갈께요.
 그렇지만…
 주인님의 말 따랐으니까,
 나 싫어하지는 말아주세요.
 내일은 또 놀아주실꺼죠.
 그렇죠, 주인님.
미오가 방을 나간다.
어깨를 떨면서, 훌쩍거리며 울면서.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이제 모르겠다.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
 주인님, 도와주세요.
침상으로 돌아온 미오는 울면서 잠이 들었다.


토시아키는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에게는 가족이 있다. 쿠미코를 사랑하고 있다.
그러나, 미오에게도 끌리고 있다.
조금 전에도 일순간 미오에게 마음이 움직였다.
하지만, 그 뿐이다.
쿠미코처럼 장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미오와 사는 생활.
미오와 사는 미래.
미오와 사는 인생.
어느 것도 현실성이 없다. 구체적으로 떠오르지 않는다.
현실의 앞에서는 미오의 존재 따위 너무나 공허한 것이었다.


다음날, 미오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다.
토시아키도 굳이 일으키지는 않았다.
좀 더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마지막 하루를 보내기 위한 준비의 시간이 필요했다.
낮을 지나 가라앉은 표정으로 나타난 미오에게, 토시아키는 평상시대로의 상태로 말을 건넸다.
「미오, 오늘은 산에 갈까.」
평상시와 다르지 않는 그의 태도에 미오는 안심했다.
「데스.」
웃는 얼굴로 대답을 돌려주었다.


드라이브의 한중간, 미오는 매우 기분이 좋았다.
어젯밤부터 토시아키에게 미움받아 버린 것은 아닐까,
불안이 가득했던 것이다.
그런데 평상시의 태도로 대해 주었다.
그 정도만 해도 기쁜 일이었는데, 오늘도 또 놀러간다고 한다.
너무 기쁘다.
토시아키의 옆 얼굴을 응시하는 미오의 눈에는, 평상시보다 한층 더 열이 담겨 있었다.

고갯길의 휴식소에서 점심을 먹거나 둘이서 호수를 보거나 즐거운 시간은 계속 된다.
평일의 기념품점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최근 드문 악세사리를 파는 노점의 젊은 여자 점원이 하릴없이 앉아 있다가, 이색적인 커플을 찾아내 말을 건다.
「오빠, 귀여운 아가씨 데리고 있네요? 선물 하나 해 주는거 어때?」
토시아키는 무시하고 통과하려고 했지만, 미오가 반응했다.
「데스?」
미오의 대답에 혼란스러운 듯한 얼굴을 하는 점원.
「아, 이 아이 장애가 있습니다」
미오의 왼팔을 보고 토시아키의 설명에 납득한 듯 하다.
「아하하, 정말 안됐네요... 그럼 이건 어때요?」
현실을 보고서도 판매를 단념하지 않는 근성, 훌륭하다.
꺼낸 것은 2개의 목걸이.
「짝으로 되어 있어요. 아가씨한테 어때요―.」
짝라는 말에 미오가 또 반응한다.
「데스♪」
싱글벙글 웃으며 물건 중 하나를 가리켰다.
「예이.」점원이 물건을 꺼낸다.
가리킨 것은 실버의 페어 링.
점원은 힐끗 눈을 돌려 재빠르게 확인한다.
남자의 왼쪽의 약지에는 반지가 껴져 있다. 기혼자인가.
방금전의 「이 아이」라는 걸 보면, 두 명이 부부는 확실히 아니다.
게다가 여자 아이는 왼팔이 없다.
이 두 명 무언가 수상하다.
상품이 팔리는 것은 좋지만, 사건은 없었으면 좋겠다.
영업 토크가 멈춘 점원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미오가 반지를 잡았다.
「데스♪」
토시아키에게 링을 건네준다.
「데스.」
싱글벙글 웃으며 토시아키를 보고 있다.
껴 주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 미오 나는 벌써 반지가 있어. 그런데, 너 왼손 없잖아. 어디에다 끼려고?」
토시아키의 인정사정 없는 지적에 점원은 난감해진다.
끼어들어 영업 토크를 보충할 수가 없다.
아니, 이 거북한 분위기는 어떻게라도 해야 한다.
모처럼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점원은 미오를 바라본다.
그러자 보충 따위, 불가능하다고 깨달았다.
미오는 울고 있었다.
직립 부동으로, 어깨를 들썩거리며 입가를 떨며 말없이 선글래스 아래로부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토시아키가 당황하는 점원에게 링을 돌려준다.
그대로 미오를 감싸듯이 어깨를 안아, 빠른 걸음으로 떠나갔다.

미오는 아무 생각 없이 어깨를 안겨 걷고 있었다.
자신에게는 왼팔이 없다.
누에고치로부터 나왔을 때에, 왠지 자신에게는 왼팔이 없었다.
왼팔은 괴롭다.
버려지자마자 들실장석에게 습격당해 최초로 먹힌 부분은 왼팔이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죽음의 공포와 격통을 느낀 장소.
쿠미코가 선택한 팔찌를 끼고 있었던 것도 왼팔이었다.
그 팔찌를 볼 때, 언제나 분한 마음이 끓어올랐던 장소.
그러니까 다시 태어날 때, 이런 괴로운 경험을 다시 겪지 않게, 왼팔을 안 만들었을 것이다.
나이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바보같다.
정말 바보같다.
미오는 결혼 반지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왼손 약지의 반지가 특별한 것임을 알고 있었고, 동경하고 있었다.
왼팔이 없는 자신은 반지를 낄 수 없다.
너무나도 상징적이지 않는가.
자신이 주인님으로부터 거부당한 것은 당연하다.
처음부터 사랑받을 자격은 없었던 것이다.
이 왼팔이 그 증거.
미오에게는 모두가 운명적으로 연결되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모든 것이 미오의 절망을 암시하고 있는 것으로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슬픔의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토시아키가 심야의 산길으로 차를 몰고 있었다.
미오는 울어 지쳐 조수석에서 자고 있다.
고개를 올라가 산 꼭대기 가까이의 주차장에 주차했다.
여기에는 큰 식당과 전망대가 있다.
낮엔 사람이 많겠지만, 영업시간은 끝난 뒤이다.
넓은 주차장에 차는 단 한 대만 있었다.
「미오, 일어나라.」
「…데스.」
눈 아래에 눈물이 고인 미오가 일어난다.
토시아키는 미오가 눈을 뜬 것을 확인하자, 주차장의 안쪽으로 걸어갔다.
미오도 서둘러 그 뒤를 쫓는다.
토시아키는 산꼭대기로 가는 계단을 올라간다. 미오도 그 뒤를 따라간다.
조용한 밤이다.
벌레소리 이외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하늘이 가까웠다.
이렇게 많은 별은 도시지역에서는 볼 수 없을 것이다.
그 아름다움에, 미오는 넋을 잃고 바라본다.
태어나고 처음으로 보는 자연 그 자체의 모습에, 미오는 잠깐동안 슬픔을 잊었다.
발걸음이 가볍게 되어 간다.
기분이 좋아진다.

상당한 계단을 올라, 두 명은 산꼭대기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넓은 전망대가 있었다.
360도 주위를 바라볼 수 있다.
올려보면 별이 가득한 밤하늘.
한층 더 큰 보름달과 무수한 별로 전망대는 밝게 비추어지고 있었다.
그 환상적인 아름다움에 압도 되어 미오는 소리도 낼 수 없다.
이런 광경을 미오는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다.
그림책으로 본 무도회의 장면.
발코니의 공주님과 그녀를 비추는 큰 달님.
마치 자신이 공주님이 된 것 같다.
아니, 흰 드레스를 입은 자신은 이미 공주님이다.
지금의 자신은 진짜 공주님이 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기쁨에, 발이 자연스럽게 스텝을 밟는다.
미오는 춤추는 것을 좋아했다.
전망대의 한가운데에서 달빛을 받은 미오가 춤춘다.
그 스텝은 왈츠의 리듬이다.
토시아키는 가까히 와 미오의 손을 잡았다.
「…데스.」
생각하지 못한 전개에 미오가 놀란다.
「같이 해도 되겠습니까.」그림책의 왕자님과 같은 대사.
공손하게 미오의 손을 잡는 토시아키.
둘만의 무도회가 시작되었다.
여기에는 미오와 토시아키밖에 없다.
그리고 달빛과 벌레소리만.
멜로디는 미오가 흥얼거리는 가성 뿐. 둘밖에 없으니까 그걸로도 괜찮다.
조금 어색한 스텝을 밟는 두 명. 둘밖에 없으니까 그걸로도 괜찮다.
미오는 황홀한 기분이었다.
어젯밤의 일. 왼팔. 연달아 깨달은 현실의 벽.
이제는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이렇게 정말로 아하는 주인님의 팔에 안겨있다.
오늘은 좋은 날이겠지.
쭉 바라고 있던 꿈이 이루어진 날.
흰 드레스를 입고, 공주님이 될 수 있었다.
여기에는 자신과 주인님 두 명 뿐.
쭉 바라고 있던 주인님과의 둘만의 세계.
 주인님, 감사합니다.
 나의 꿈이 이루어졌어요.
 이젠 아무것도 필요 없습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정말로 행복해요.
 주인님, 감사합니다.
미오가 노래한다. 미오가 미소짓는다. 미오의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른다.
말로 할 수 없는 마음을 표현하려는 듯이,
미오는 토시아키의 팔 안에서 계속 춤추었다.
이윽고, 미오의 가성이 그쳤다.
과연 춤추다가 지쳤을 것이다.
토시아키의 가슴에 기대어, 응석부린다.
「……데스.」
토시아키는 몸을 구부려 갑자기 미오를 안았다.
이른바 「공주님 포옹」의 자세다.
일순간 놀란 미오도, 곧바로 넋을 잃은 듯한 표정으로 바뀐다.
말로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미오의 기쁨.
토시아키는 미오를 안아 올려 전망대의 구석까지 걸어간다.
난간 너머로 퍼지는 웅대한 경치.
밤하늘에 비추어져 떠오르는 산의 능선.
저 너머로 계속 되는 바다도, 수면에 별빛을 비추어 빛나고 있다.
어둠과 빛의 명암 사이 보석과 같이 작게 빛나는 빛은 거리의 빛일 것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세상에 있었다니.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주인님과 함께 보낼수 있다니.
주인님, 최고의 선물, 감사합니다.
난 주인님과 만나서 행복했습니다.
나는 태어나서 정말 좋았다.
주인님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로 좋았다.
 

미오는 토시아키의 얼굴을 올려보았다.
그는 온화한 표정으로 상냥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매우 온화한 표정으로.
토시아키는 몸을 폈다.
미오를 안은 팔이 난간 바깥으로 나간다.
그는 그대로, 팔을 놓았다.


일순간의 부유감.
그 직후, 맹렬한 기세로 전신이 뒤로 끌려가는 감각.
자신이 낙하하고 있는 것 조차 미오는 인식할 수 없다.
하지만, 미오에게는 그런 일은 아무래도 괜찮다.
주위의 경치가 슬로 모션으로 흘러간다.
시야 안의 토시아키가 멀어져 간다.
난간의 모습이 작아진다.
 기다려!
 두고 가지 말아주세요!
 모처럼…모처럼 단둘이서 있을 수 있었는데,
 어째서 나를 두고 가는거야…


전신이 뿔뿔이 흩어지는듯한, 엄청난 충격이 미오를 덮쳤다.
신체가 저려서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이려고 해도, 몸 안쪽이 아파 꼼짝할 수 없다.
그런 것보다, 주인님은.
아득한 위쪽에 전망대의 난간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토시아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신체가 뜨겁다. 그렇지만 손발은 매우 차갑다.
의식이 점점 멀어진다.
아니, 반드시 주인님이 와 준다.
반드시 오니까, 잠들어버리면 안된다.
조용하다.
지금은 벌레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주인님은 와 주지 않는다.
달이 아주 크게 보였다.
조금 전까지는 아무렇지도 않던 보름달이, 움직일 수 없는 미오를 들여다보고
심술궂게 웃는것처럼 보인다.
달님이 싫다.
나는 이런 달님을 알고 있다.
옛날, 주인님께서 읽어주신 그림책.
「인어공주」의 마지막 장면에서 이런 큰 달이 그려져 있었다.
미오는 인어공주의 이야기는 싫었다.
사랑하는 왕자님과 결혼하려고 인어공주는 모습을 바꿔 인간이 되었는데, 마지막에 왕자님은 다른 여자와 결혼해 버린다.
 뭐야, 나하고 같다.
 주인님과 함께 할 수 없는 나와 같다.
 인어는 죽으면 거품이 된다.
 그럼, 실장석이 죽으면 뭐가 되는 거에요.
 주인님….
 주인님, 가르쳐 주세요….

미오의 육체는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
미오의 신체 구조는 기본적으로는 실장석인 채다.
위석은 센서에도 반응하지 않을 만큼의 작은 조각이 되어 전신에 흩어져 있었다.
낙하의 충격으로 그 대부분이 부서져 버린 이상, 더 이상 미오의 육체는 재생할 수 없다.
어두워진 미오의 귀에 발소리가 들려왔다.
격통을 참고 얼굴을 돌린다.
흐려지는 시야 안에 토시아키가 서 있었다.
머리가 너무 아프다.
그래도 미오는 토시아키를 응시하고 있었다.
토시아키도 미오를 응시하고 있었다.
온화한 표정의 토시아키의 얼굴이, 미오의 흐려지는 눈으로는, 슬픔에 비뚤어져 우는 얼굴로 보였다.
미오에게는 진짜 토시아키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계단을 천천히 내려가 토시아키는 미오에 가까워졌다.
놀랍게도 미오는 아직 살아 있었다.
전망대는 지면으로부터 40미터 높이에 있다.
인간이 아니어도 즉사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판단이 안이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길지는 않을 것이다.
미오는 중상을 입고 있었다.
허리로부터 떨어진 것 같아서 하반신이 이상한 방향으로 틀어져 있다.
충격으로 찢어진 배에서는 내장이 삐져나와 넘쳐나온 빨강과 초록의 체액이 흰 원피스를 물들이고 있었다.
머리에 피가 묻어있는 것은, 머리에도 상처를 입은 탓일 것이다.
가슴이 조금 들썩거리는 이외에 미오에게 움직임은 없었다.
토시아키를 눈치챈 것 같은 미오가 이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얼굴에는 상처가 없었다.
군데군데 토해낸 피로 더러워져 있었지만,
그런데도 미오의 단정한 아름다움을 해치지 않았다.
미오가 떨리는 팔을 토시아키에게 뻗는다.
「……데…」
토시아키는 온화한 표정을 지은 채로, 그것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데스…」
미오는 계속 팔을 뻗고 있다. 미오는 웃고 있었다.
힘이 빠진 듯 팔이 떨어졌다.
그러나 또 미오는 떨리는 팔을 계속 들어올린다.
웃는 얼굴로 토시아키에 계속 팔을 뻗는다.
토시아키가 미오의 손을 잡았다.
몸을 구부려, 작은 어깨를 단단히 안았다.
미오의 신체는 차가웠다.
미오가 남은 얼마 안되는 힘으로 토시아키의 손을 잡았다.
「…………데스……데……」
알아듣기조차 힘든 작은 목소리.
미오가 크게 숨을 내쉬었다.
미오의 팔로부터 힘이 빠졌다.
그 뒤로, 더이상 미오는 움직이지 않았다.


토시아키의 머리가 맑게 개여 간다.
어떤 감정도 끓어 오지 않는다.
자신으로 설정한 프로그램대로의 반응이다.
자, 다음의 일이 남아 있다.
토시아키는 준비해 온 삽을 들고, 미오의 사체를 메고 숲속으로 들어갔다.


4시간 정도 후, 토시아키는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벌써 날자가 바뀐 이런 늦은 시간에는,
미오의 피로 더러워진 모습을 볼 사람도 없다.
조금 쉬자.
토시아키는 벤치에 앉았다.
오늘부터는, 평소의 일상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머리가 아프다.
기분이, 마음이 침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여기로부터 집까지는 멀다.
지금 상태로 몇시간동안 운전하는 것은 위험할 것이다.
초조하다.
포켓의 담배를 찾았다.
가슴 포켓에 손을 넣었을 때에, 못 느끼던 감촉이 있었다.
꺼내 보면, 그것은 실장 린갈이었다.
표정으로 미오와 회화를 할 수 있었던 후로, 당분간 사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미오는 어떤 기분으로 죽었던 걸까.
괴로워하지 않고 죽을 수 있었을까.
토시아키는 린갈의 로그를 확인한다.
거기에는 미오의 마지막 작은 목소리까지 극명하게 번역되고 있었다.
 주인님….
 주인님….
 나, 커졌습니다.
 나, 주인님을 꼭 껴안을 수 있을 정도로 커졌습니다.
 
 울지 마세요, 주인님.
 내가 함께 있을께요….
 내가 쭉 주인님과 함께 있어줄께요….
 그러니까… 더이상 울지 말아 주세요.
 주인님, 건강해 주세요.
 나, 주인님을 꼭 껴안아 줄께요.
 꼭 껴안아 줄께요.
 그러니까, 건강해 주세요.
 주인님….
 주인님….

미오는 괴로워하지 않았다.
어린 자실장 무렵과 아무것도 다르지 않은,
어리석을만큼 주인을 사랑하는 미오인 채였다.
토시아키가 준 것들로부터, 미오의 애정이 태어났다.
토시아키가 모두 빼앗아도, 미오의 애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미오에 있어서는 죽어가는 자기보다도, 주인님 건강이 중요했다.
미오는 그렇게 바보같은 실장석이었다.
토시아키는 간신히 이해했다.
그 미오가 편 팔은 내게 도움을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나를 구하려고, 나를 꼭 껴안으려 하고 있던 팔이었다.
끝까지 너는 나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정말로….
정말로, 어쩔 수 없는 놈이다.
미오….

자신 안에서 어떤 끈이 끊어져 버린 것 같은 감각.
토시아키의 시야가 어두워진다.
발밑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아스팔트에 푹 엎드려 움직일 수가 없다.
자각하지 못했지만, 그의 심신도 한계에 와 있었던 것이다.
의무감과 감정이 괴리한 채로, 자신을 완전 무시한 행동은 그에게 대단한 부담과 소모를 강요한다.
자신의 감정을 차단해 여기까지 진행해 왔지만, 그 전에 정신의 힘은 바닥나 있었는지도 모른다.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토시아키의 의식은 서서히 희미해져갔다.


쿠미코가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은 것은 그 날의 오후였다.
집에서 먼 전망대 시설의 주차장에서 넘어져 있던 토시아키는, 출근해 온 종업원에게 발견되었다.
생명에 이상은 없고, 의복의 더러움도 실장석의 체액으로 판명.
본인의 증언으로부터도 사건성은 없어 특히 문제는 되지 않았다.
쿠미코는 연락이 온 병원으로 서둘렀다.
「아, 쿠미코, 와 줬네.」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던 토시아키가 말을 걸었다.
그 얼굴을 본 순간, 쿠미코는 그를 혼자 두고 있었던 것을 깊게 후회했다.
단 3일만에 사람은 이 정도로 변할 수 있을까.
얼굴에도, 움직임에도, 전혀 힘이 없다.
그런데도, 토시아키의 얼굴에는 그 온화한 표정이 아직 남아있다.
쿠미코는 토시아키의 손을 강하게 잡았다.
「수고 하셨어요…」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었다.


두 명은 집으로 돌아왔다.
「조금 어지럽네」
토시아키는 상냥한 웃는 얼굴인 채, 미오의 유품을 정리해 간다.
몸을 구부린 토시아키를 쿠미코가 꼭 껴안았다.
「참, 이래서야 정리할 수가 없잖아.」
변함없이 온화한 어조로 토시아키가 말한다.
쿠미코는 보다 강하게 토시아키를 가슴에 꼭 껴안았다.
「 이제, 괜찮아요. 이제 그렇게 노력하지 않아도 좋아. 토시아키, 이제 괜찮아요. 집에 돌아왔으니까, 이제 됐어요.」
토시아키는 대답하지 않는다.
쿠미코는 계속 꼭 껴안는다.
이윽고 토시아키의 신체가 떨리기 시작했다.
작은 오열로부터 격렬한 통곡에.

자신의 일부를 도려내 잘라 버린 아픔과 슬픔.
그것은 가족 때문이었다. 잘못하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괴롭다. 슬프다. 미오는 이제 없어.
피를 토하는 토시아키의 통곡은 계속 되었다.
쿠미코는 울며, 상냥하면서도 강하게 그를 계속 꼭 껴안았다.
 고마워요.
 그리고, 미안해요.
 나의 몫까지 짊어져서, 당신은 이렇게 깊게 다쳐 버렸다.
 그러니까, 이번은 나의 차례.
 내가 쭉 당신과 함께 있어 줄께.
 내가 꼭 껴안아 줄께.
 그러니까, 힘내.



5년 후.
「다녀 왔습니다―.」
딸 카오리가 돌아온 것 같다.
카오리는 올해 다섯살이 된다.
활발한 성격의 말괄량이 아가씨다.
돌아오자마자 쿠미코에게 보챈다.
「엄마-, 자실장 길러도 돼?」
「안돼.」 쿠미코는 즉답했다.
「아-정말 귀여운데. 옆집에 아키쨩도 기른단 말야. 정말 귀여워.」
「귀여워도 안돼요.」
평상시의 상냥한 어머니와 다른 무정한 대응.
카오리는 작전이 빗나가 불만이다.
「응, 그럼 이렇게 해야지.」
카오리는 작전을 변경했다.

토시아키가 귀가했다.
어머니가 거부한 이상, 카오리는 쉽사리 움직이지 않았다.
아버지가 방에 들어간 것을 보고 뒤를 쫒았다.
「아-빠-아」 문 틈새로부터 얼굴만 내밀고 말했다.
「왜 그러니, 카오리.」
「저기요―, 가지고 싶은 것이 있는데…」
아버지는 어머니보다 더 딸에게 잘해준다. 카오리에게는 충분한 승산이 있었다.
「나, 실장석 길러보고 싶어.」
「안된다.」 즉답.
어머니 이상으로 무정한 대답이다. 기다린 보람이 없다.
이렇게 되면….
카오리는 속이 탔다.
그러나, 아직 수는 남아 있다. 소중한 최후의 수단이.
「참―, 아빠도. 아빠-, 옛날에 실장석 길러서 그러는거야?」
카오리는 벽에 걸린 사진을 가리켰다.
그것은 미오의 사진.
빛바랜 사진 안에 자실장의 무렵의 미오가 앉아 있었다.
「아, 그건, 실장석하고 비슷하긴 하지만 달라.」
카오리에겐 이해하기 힘든 대답이 돌아왔다.
「에이, 실장석이잖아요.」
「아니, 달라.」
토시아키의 시선의 끝에는 한 장의 사진이 있다.
석양을 배경으로, 물가에서 웃는 소녀의 사진.
흰 원피스를 입은 어딘가 이상한 분위기의 소녀.
카오리는 무엇인가 속은듯한 생각이 들었지만, 부친을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석연치 않는 얼굴로 방을 나간다.


딸이 나가는 것을 보고 토시아키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옛날에 들은 소문을 생각해냈다.
실장석이란, 아득한 옛날에 천재였던 남자 한명이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만든 인형들의 말로라는 것.
당시는 지나치게 황당무계한 내용 때문에 우스갯소리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어쩌면 진실도 들어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비천함의 결정체와 같은 실장석 깊숙히, 조상이 갖고있던 자질이 아직도 조금 남아 있고 극히 드물게, 정말로 극히 드물게 격세 유전으로 그러한 개체가 나타나는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비록 그렇다고 해도, 처음부터 설계 자체가 잘못된 실패작이다.
사람의 마음을 달랠 수 있는만큼 사람에게 밀접한 존재라면, 동시에 사람의 마음을 해칠 수 있기도 하니까.
천재. 당신은 거기까지는 알지 못했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토시아키는 두서없는 가설놀이를 멈추었다.
결국, 근거없는 우스갯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아-빠-아-」 가족들이 부르는 소리가 난다.
「왜―」
토시아키는 방을 나왔다.
문득 되돌아보자, 사진 안의 미오와 시선이 마주쳤다.

카오리가 실장석을 기르고 싶어한다.
그래도 실장석이라면 미오, 너만으로 충분하잖아. 이젠 지긋지긋하다고.

마음 속으로 중얼거리는 시시한 농담.
사진 안의 미오는 평소와 같은 웃는 얼굴로 듣고 있었다.
자, 다녀올께.
토시아키의 평소의 인사.

방을 나가는 토시아키의 등을 사진 속 미오가, 상냥한 웃는 얼굴로 전송하고 있었다.



-끝



 검수하던 중에 임시저장하고 놔뒀던 것.

댓글 81개:

  1. 이런 명작을 이제서야 보다니... 직스가 없어서 더 감동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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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애호물을 가장한 코로리다
    뭔 변태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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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캬 실장인이라니 레어한 소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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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애호물이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뭔가 엄청 기분 나빠졋...;;; 역시 전 학대파인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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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너무 슬프다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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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명작이군요.
    다른 작품들은 어떤 것이든지 즐겁게 봤는데 이건 좀.
    머리가 조금이라도 똑똑했으면 얌전해져서 기회를 노렸을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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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와 이건 실장어로 덧글 달 작품이 아니다. 진짜 연속으로 뒷통수 얻어맞은듯한 느낌이었음. 쿠미코한테 질투를 느끼는 그 섬세한 감정묘사와 이후 3명의 긴장감있는 동거생활에서 한번 혀를 내두르고, 말로만 듣던 실장인을 처음 목격하고 그로인한 전개에서 한번 뒷통수를 맞고, 그 미묘한 긴장속에서 진짜 극도로 고조되면서 보다가 마지막 인어공주를 관통했을때 다시 한번 뒷통수를 맞은 느낌. 진짜 실장문학 안 보는 사람한테도 정말로 보여주고싶을정도로 명작.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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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정말..말그대로 문학...소재의 비현실성과 비정상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종이책까지는 아니어도 웹소설로는 충분히 나올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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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문학 기준에서도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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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쉬바 울어버렷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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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나였으면 실장인을 미디어에 공개해서 떼돈을 벌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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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진짜 씹 명작..... 보는내내 2번이나 울었네..
    읽는 도중 몰입해서 나 스스로도 이루어질수 없다는걸 알고도 해피엔딩이길 바랬던.....
    하..... 미오에게 조금만 더 일찍 시간이 주어졌다면.... 그리고 토시아키의 냉정한 사고와 감정의 자물쇠만 없었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을텐데....
    이정도 명작은 진짜 내가 본 단편소설중 단연 탑3안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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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살다살다 실장물 보다가 울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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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이런 명작은 처음이다..무심코 울뻔한 문학. 미오의 마음이 너무 섬세한데 순수해서 보는내내 감탄함.. 이분은 진짜 소설쓰는 사람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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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토시아키가 애오파수준인 데수웅
    실장석따위한테 정을 주는건 똥닝겐인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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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와...완전 소설가네... 잘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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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정말 몰입해서 읽었다. 인상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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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똥벌레 따위가 닌겐을 좋아하다니 처 죽이는 데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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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불쾌한 골짜기데수. 소름돋는데수! 나 같으면 빠루로 바로 처 죽였는 데수~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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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가위를 든 순간 바로 독라달마로 공원 데뷔 안 시킨 똥닝겐 잘못인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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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딸이 분충인것 같은데수웅...나였다면 미오짱과 사랑의 도피였을 것인데수웅...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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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정말로 비극 그 자체다... 진짜 명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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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그냥 두집살림을 하는게 어땠을까
    어차피 미오는 실장인 이라서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하면은 안나올거고
    자기만 조심하면 걸릴일도 없을거고
    고무만 잘끼면 걱정 할일도 없고
    완전히 취향만 모아놓은 여자가 딱
    있는데 저걸 그냥 죽이네 토시아키는
    두집살림 차릴 각오도 없는 쫄보 새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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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양다리 쓰레기 인증하는거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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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참피 따위랑 양다리 한다는 이런 신박한 직스충 병신을 보게되네 너 대단하다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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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그냥 양다리 드립만으로도 병신 같은데 똥 질질 흘리는 실장석이랑 불륜하라니 얘 댓이 여태 본 직스충 중에 제일 징그러움 극혐
      이런 마인드로 살면 우한 폐렴 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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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 너무 슬픈 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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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그냥 개씹덕물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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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 명작인데 읽는 내내 기분이 더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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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 잘 쓴 작품인것 같다. 난 미오의 어리석음이 싫었지만, 나중가선 그 어리석음마저도 연민하게 만드는 명작. 내 취향에 맞진 않았지만 여러모로 대단한 글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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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 잘쓴건 알겠는데 기분이 나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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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 이건 확실히 다른 참피 소설이랑 근본적으로 다른듯 소재만 참피일뿐 전달하는 주제는 이때까지의 참피 소설과는 비교조차 되지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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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 아무리 인간같아도 결국 내용물은 똥벌레잖아. 내가 저 상황이었다면 존나 불쾌할거 같은데. 바퀴벌레가 인간처럼 변해서 사랑해요 이 지랄을 한다고 생각하니 토나온다. 자기 욕망만 우선시해서 남주 입장은 생각도 안 하는 이기적인 것도 딱 똥벌레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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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 이기적이지 않다느니 소녀같은 마음이니, 이딴식으로 포장해놨지만 결국 하는 것도 그렇고 생각하는 것도 보면 주인의 마음은 싹 무시하고 자신의 욕망만 이루려고 하는 분충일 뿐인데 뭘 불쌍하다고 여기는거임? 딱봐도 혼자서 행복회로 돌리다가 망상 박살나니까 직스 하자느니 하는 분충짓만 골라서 하다 실장인되고 참교육 당한거잖아. 불쌍하다고 하는 놈들은 직스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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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 아 미오가 너무 불쌍하네요. 뷴충이면 좋을텐데 분충도 아니고 순수한 소녀라서 정말 쓰라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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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직스에 미친 분충인데 순수ㅇㅈㄹ 나가뒤지십쇼 형님^^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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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솔까말 미오가 멍청하고 본능에 미쳐있는건 사실인데 진짜 분충을 못보셨나보네요.
      완전 데프프 웃으면서 공간에 똥 다날리고 뭐 똥닌겐 고귀한 나 입에 달고다니고.... 분충 입장에 쿠미코 봤으면 아예 똥칠해놓고 머리 옷 몸 다 쥐어뜯고 여자 참교육 했다면서 방방 뛸텐데 미오는 주인 하나보고 복종하고 쿠미코 데려와서 같이 대놓고 연애해도 참고 살았잖아요.

      한번 더 말하듯이 미오가 실장인 되서도 멍청하고 본능적으로 충실해서 그런거지....

      멍청한거랑 성격나쁜거랑 차이가 나는데 무슨말을 그렇게 하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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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 데에엥.. 이건 정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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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 첨부터 다 봤는데 결국 자기 주인남자를 독점 못 한다고 주인남자가 좋아하는 여자의 뱃속 아기까지 가위들고 공격하는 참피인데 하는거 보면 완벽한 분충이잔아?

    중간에 지가 주인남자 애 갖겠다면서 여자랑 헤어지라고 하는거 보면 흑발의 자를 낳겠다면서 총구 벌리고 딸치는 분충들이랑 다른게 뭐임?

    주인남자 마음 싹 무시한다는 윗쪽 댓글 말이 딱 맞구만 그런데 댓글들은 가관이네 불쌍하다 비극이다 심지어는 순수한 소녀라는 소리까지 나오네 ㅋㅋㅋㅋ

    글에 나온 분충보다 저게 분충이 아니라고 합리화하는 인간들이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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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엿먹어라 익명새꺄 미오입장이 되어봤냐??? 실장석들한테 자길 구해준 소중한 양아버지같은 존재를 이성으로서 사랑하고 좋아했는데 딴여자가 갑툭튀하면 응 그래 좋아하고 받아들이겠다. 그리고 임산부 가위질한건 맞을짓이긴해 그거 인정할께 근데 놀이동산에서 쿠미코에게 미안함 느꼈잖아 보통의 똥벌레라면 똥닌겐똥닌겐 그러는데 평범한 양충 분충으로 탈바꿈하는 니가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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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자기 주제를 알아야지 참피새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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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병신 애오파인 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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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 어떻게 젯후거리면서 딸치는 똥벌레 보고 불쌍하다 두집 살림하지거리냐 참피물 보는 시점에서 다 찐이긴 해도 이 스크가 유독 댓에 병신 직스충 천지네
    분충 아닌 새끼가 주인 마누라 낙태시키려고 가위 들고 직스하자고 똥 문질러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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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익명새끼 등신아 쫄리니까 예전 댓글에 욕하는것좀봐, 미오는 쿠미코 만나기전에 스트레스를 잔뜩 받은 상태였고 토시아키가 사줄 선물의 기대 배신당하지,실장석호텔가서 심리적으로 엄청고문당하지 그리고 주인인 토시아키는 둔감해서 미오의 마음에 존나 상처입혀 그러다가
      쿠미코의 결혼사진이 트리거가 되어서 자신도 의도하지 않게 충동적으로 폭발한건데 니새끼는 이럴려고 소설게시판에 왔냐??? 약자새끼나 학대하면서 쾌감느끼는 비겁한 찌질아 너 실제로 나 만나도 그딴 소리 할수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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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잼민이 새끼 만나서 어카려고 ㅋㅋㅋ 분충새끼들 하는것처럼 나대다가 쳐맞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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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 여기 댓글이 병신같은건 알았는데 설마 저런 씹분충을 가엽게 여기는 애오 병신들이 저렇게 많다니 ㅋㅋㅋㅋ
    순수한 소녀? 대체 어떻게 생각해야 흉기로 태아를 죽이려하는 분충을 순수한 소녀라고 하는거냐 존나 웃기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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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씨팔 니새끼는 미오가 가위들고 태아 죽이려는것밖에 저격할께 없냐??? 솔까말 이것도 가상캐릭턴데 너새끼는 뭘 그렇게 열폭하며 풀발하고 ㅈㄹ 임??? 너 분노조절장애지 ㅉㅉㅉㅉ 애미없는 새끼 나가 뒤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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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7. 임신부를 가위로 썰어버리는걸 쉴드치려는 역겨운 애호파는 나가 뒤지는 데스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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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주인에게 맞아가고 가정학대당하면서도 졸졸 쫄래쫄래 쫓아다니고 죽어가는 순간에도 주인만을 생각해주며 주인을 한결같이 따르는 착한 여자아이를 무자비하게 저격하는 역겨운 학대파는 나가 뒤지는 데스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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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 라노벨이나 쳐보면서 문학기준에서도 수작 이지랄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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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새끼 며칠간격으로 내 댓글에 댓글만 다네 내가 언제 수작 이지랄 이랬냐??? 등신아 문학소설보면서 순수하게 즐거움을 느끼려는 무거한 독자 공격하지 말고 꺼져라 반론이 무서워서 이름도 못까는 이 졸렬한 익명새꺄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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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9. 작성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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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 비틱게이야 적당히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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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 으으...역겨워 직스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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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 댓글 하나하나에 일일히 지랄하는 직스충 수준 으 시발
    익명이 한 사람이 다 쓰는줄 아는 머가리 보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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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 참피스텔라보면서 이 찝찝한 기분을 정화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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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4. 분충과 개념실장의 중간. 딱 그 중간이었던 미오. 자신을 거둬준 주인을 진심으로 사랑했고,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간 주인에 대한 애정만이 유일했던 미오. 중간에 태아와 쿠미코를 해치려던 행동과 직스를 강행하려 했던 건 분명히 분충스러운 행동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자신을 사육하는 주인마저 똥노예로 보며 소유물로 취급하는 분충과 미오의 차이점을 알아보자면, 미오는 주인을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것. 분충스러운 행동을 한 것과 별개로, 그렇게 사랑하던 주인의 손에 죽임을 당한 건 조금 안타깝고 가여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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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일부 윗댓들 지적대로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함.
    자기 주인의 마음은 일절 고려도 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만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다가 살인미수까지 저지르고 분충짓의 끝판왕인 직스 요구까지 하는거 보면 다른 작품에서 나오는 흔한 분충들 수준이라 영 불쌍하지가 않네.
    정말 제대로된 양충이었다면 자기 주인의 마음을 염려해서 행동하지, 저렇게 막나가다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진 않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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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6. 쿠즈아키쉑 가상캬릭터에 감정이입하고 풀발이눜ㅋ 나가뒤져라 분충한테 발정난 잼민 직스충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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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 이새끼들 아직까지 싸우노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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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8. 요즘보면 직스충이긴 한데 그래도 그때 초청기니깐 신선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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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9. 솔직히 미오가 좀 더 배려와 개념을 생각했다면 좋았을지도 모르는데...ㅜㅜ

    '소설중에도 몇번씩 그래도 미오는 실장석이지만 여자다'

    그런말해놓고 치료도 사지절단해서 무자비하게 하지않나, 다른 얘들과는 달리 특별하다 해놓고 감정 격해져서 화내니까 다른 분충들이랑 엮으면서 걷어차고 소리지르고, 감정이 풍부하다는걸 아는데도(그것도 연애면으로) 대책없이 방치했다가 난데없이 쿠미코 데려와서 연애하고 결혼까지하고, 나중에는 실장인된 미오 죽이는 결말보고 조금 찝찝했음...


    내가 너무 권선징악 이야기를 바래서 그런진 몰라도 학대파였다는데 차라리 개과천선해서 잘 키우던가 미오가 멍청해서 가끔 분충짓거리까지하는것도 가관이긴 하지만...

    그래도 미오도 잘보면 섬세한 감정을 갖고있고 어찌보면 미안할줄도 아는 착한얜데

    토시아키가 좀 더 잘해줬으면 좋았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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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 저렇게 키워서 죽일 작정까지 갔으면 이쪽도 대처 잘못하다가 많이 타락한거지...

    이런식으로 말하늗 나도 나지만

    참피 많이 죽인 학대파인데 한마리 죽는거 아무렇지도 않을테고

    그럴거면 차라리 방치해두고 갔으면 토시아키도 쿠미코랑 만나서 잘 살았을거 아니야....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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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 여기 게시글들 두번째 정주행 중인데, 달빛과 인어공주는 처음 보는게 아닌데도 처음 본 것처럼 안타까움. 3살아이랑 사육실장 비교하는 부분에서 저렇게 해피엔딩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싶고. 근데 또 그렇게 엔딩 나면 지금 같은 띵작 되긴 힘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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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2. 어우 미오 떨어뜨려서 죽이고 링갈 보는 부분 까지 https://youtu.be/QzdB9fKaBZM 요 브금 들으면서 보니까 싱크로율 너무 딱 맞아서 감명 깊다 시벌 ㅠㅠ 슬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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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3. 이런 명작 가지고 비난하는 쿨찐들은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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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4. 실장석물 중에서 드물게도 실장석 그 자체가 주제가 아닌 작품. 몰입감도 상당하고 인물들의 심리 묘사도 좋네요. 아주 약간씩만 바로잡으면 행복해질 수 있는 인물들의 어긋난 행동들이 자연스럽게 표현된 게 독자들이 더욱 공감하게 만들고 극 후반부의 안타까움, 그 충격을 극대화시킵니다. 실장 문학에서 단연코 가장 잘 쓴 글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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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5. 착했던 부분은 중간에 질투심에 미치기 전까지만 착했던 거고 그 이후로는 그냥 자기 욕망에만 충실한 이기적인 존재가 됐을 뿐임 처음처럼 끝까지 계속 착했다면 자기가 좋아하는 주인을 배려해서 질투하지않고 자기의 마음을 접고 일가랑 화목하게 같이살면서 수명대로 살다가 평온하게 자연사를 했겠지 저렇게 질투심에 미쳐서 사람 죽이려고 날뛰고 주인 유혹이나 하다가 비참하게 죽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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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6. 애완동물이 저러면 정이고 뭐고 죽이고 싶어질것 같은데 외관이 변해도 혐오스러움 허나 작품자체는 아주 훌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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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7. 주인장 덕분에 갓띵작 잘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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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8. 감동적이지도 않고 미화할수도 없고 슬프지도 않다 이거 보고 여운이 어쩌고 하길래 들어와서 주의 깊게 읽어봤는데 주인공으로 묘사되는 존재 자체가 후일 언제라도 딸이나 아내가 자신이 정해둔 이미지에서 벗어난다면 바로 폭력을 휘두르고 살해할 미친 새끼다.

    인격을 지닌 존재를 여러번 살해하려 시도하는데 필요한 동기가 어디까지나 단순히 '내가 그린 나의 인생설계에 따라주지 않는다', '쿠미코 쪽이 이득이다', '어차피 단순한 실장석이니까' 고,

    전해지는 호의와 애정을 거부하는 이유는 다름아닌 '자신이 얻을 불이익'을 계산해서 수지타산이 안맞기 때문이며, 쿠미코와의 교제도 어디까지나 쿠미코가 직장에서부터 나에게 도움이 된다는 점, 쿠미코와의 결혼은 어느정도 나이가 찬 자신이 가정을 꾸리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받을 눈총을 피하기 위해서 라는 이유에서 비롯되고 있는 점에 더해

    자신에게 끝까지 무한한 애정과 호의를 표시한 존재를 살해해놓고도 감정을 이입하지 못하고 "기억에 강렬하게 남았던 특이한 실장석"으로서 방의 한켠에 사진으로 장식해두고 있는 주인공은 정서적 공감을 하지 못하는 싸이코패스가 맞다.

    실장인의 외형을 보고는 나이가 찬 자신대신 성적 매력이 넘치는 실장인을 선택할지 모른다며 바닥까지 떨어진 자존감과 자의식을 표출하기라도 하는 듯 초조와 질투를 느끼면서도 주인공의 살인행위에 죄책감이나 두려움보다도 자신이 선택되었다는데 안도하면서 다행감을 느끼는 왜곡된 정서관을 지닌 쿠미코 또한 남편의 방에 살해당한 미오의 사진이 걸려있도록 내버려 두는 부분은 기괴하기까지 하다.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실장석은 실장석이라고 선같지도 않은 선을 그어놓고 자기납득만 하면 누가봐도 인격체인 존재에게, 그것도 명백히 자신의 책임으로 일어난 일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뜻에 틀어지면 어디까지 인간이 잔악해질 수 있는지 실장석 팬덤의 집단사고관으로 그려낸 잔혹극이다.

    댓글까지 쌍으로 누가 읽어도 인간으로 묘사된 미오라는 객체를 애완동물이자 실장분충이라는 속성만 있으면 죽여도 되고, 주인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했으니 죽어 마땅하다 하는 시점에서 어떻게 해서 역사속에서 일제가 중국인과 조선인을, 독일인이 유대인과 슬라브인을 살해 하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학살을 정당화 할 수 있었는지; 인간이 상대방이 나와 한치 다르지 않는 같은 인간임에도 무슨 족이니 어느 인종이니 하며 '실제 인간'인 나와는 다르다는 합리화만으로 스스럼없이 집단 학살을 실제로 저지를 수 있었는지까지 엿보인다.

    '내'가 타인에게 붙히는 관계성의 딱지에서 벗어나는 것은 '너'가 끼치는 민폐이며, 나보다 하등하다고 여겨진다면 벌을 내리는 것 마저 정당화 할 수 있다는 억압되고 일그러진 폭력행위의 표출을 정당화시키는 和 사상적 논리가 글의 바탕에 '절대적 도덕'으로서 깔려있는 부분에서는 글쓴이가 지닌 일그러진 가치관이 잘 드러나 있다.

    누가봐도 자실장이나 엄지시절부터 하나의 인격체이고, 나중에는 실장인으로서 그 형태와 감정마저도 자신의 책임으로 인간으로 만들어놓고 심심하면 폭력과 환경적 그저 주변에서의 시선과 자신이 원하던 사육실장으로서의 역할에서 벗어나는 것 같으니 인격체의 성장과 보호, 그리고 독립을 지지하여 주는 대신 (폭력을 휘두를 권력이 존재하는 이가 자의적으로 설정한) '안온한 일상의 보호' 이라는 미명하에 "처분"을 등장인물 전체가 암묵적으로 동조하는 부분은 일본 특유의 닫힌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이지메, 그리고 수구적 보수성향과 그에 벗어나는 존재에게 가차없이 내보이는 폭력적 성향의 기저를 엿볼 수 있다.

    일본인들이 특별히 심하게 내보이는 문화특이양상중 하나인 집단주의와 '불문율' 문화, 그리고 거기서 벗어나는 존재에게 보이는 폭력적 배타성이 그대로 드러난 이 작품은 정서적인 공감기능이 온전한 개인에게는 어디까지나 불쾌하기 짝이 없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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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감정이입 ㅈ되노 분충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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