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뭐 하나 좋은 일도 없이 죽어가게 된거란다


아침의 도로.
작업화 바닥이 자실장이 세상에서 본 최후의 경치였다.

다음 순간에, 자실장의 몸은 배에 모인 대량의 똥과 붉은 체액으로 이루어진 얼룩덜룩한 도로의 얼룩이 되어 있었다.

"오네챠, 죽어버린 테치"

여동생 자실장이 그렇게 말했다.

"데에, 죽은 데스네"

친실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두마리는 손을 잡은채로 집으로 돌아간다.
친실장의 어깨에는 비닐봉투가 걸려있다.
내용물은 쓰레기장에서 발견한 식량.

"오네챠가 없으니까, 오네챠의 몫까지 먹어버리는 테치"

자실장은 어미에게 걸려있는 비닐봉투을 뚫어지라 쳐다보며 이렇게 말햇다.

"오네챠의 몫은 마마가 먹는 데스, 오네챠를 대신할 자를 낳을 영양이 필요한 데스"

자실장은 어미의 말에, 테치 하고 안타까운 듯한 울음소리를 내었다.



공원, 골판지 하우스에 도착하자, 구더기가 두 실장석을 맞이한다.

"레후레후~, 다녀오신 레후~, 갔다왔어~의 프니프니 해주길 바라는 레후~"

두마리는 구더기를 무시하며 조속히 비닐봉투의 내용물을 음미하기 시작했다.
습기찬 쿠키에, 고통스러울 정도로 신내 나는 고기나 야채
세마리 모두 그냄새에 무의식적으로 침이 차오른다.

"빨리 먹는 테치~"
"우지챠도 먹는 레후~"
"구더기쨩한테 먹일 밥따윈 없는 데스--"

두마리는 레후레후하고 눈물을 흘리는 구더기를 흘겨보곤, 식사를 시작했다.
봉투에 손을 넣고 꺼내자마자 입에 쳐넣어, 질겅질겅 시간을 들여서 음미한다.

닫히지 않는 세모꼴의 입 끝에서, 탁한 국물이 쏟아지져 곰팡이가 핀 앞치마에 냄새를 더한다.

"오늘의 밥은 제법인 데스--"
"테치--, 맛있는 테치--, 오네챠의 몫까지 먹는 테치--"
"레후? 그러고보니 오네챠 한명이 없는 레후--"

"오네챠는 죽어버린 테치--"
"그런데스, 고기도 되지않는 자를 둔 와타시는 불항한 데스--"
"레후레후, 그렇다면 오네챠의 밥은 우지챠가 먹는 레후~♪"
"구더기쨩의 밥은 응가인 데스"

레후에엥하고 한심한 소리를 내며 구더기는 피눈물을 흘린다.
자실장은 언니 몫까지 먹으려고 봉투에 손을 뻗어보지만, 친실장에게 맞아 방구석까지 굴러가버린다.
쿰척쿰척하고 음미하는 가운데 봉투를 끌어안고는, 친실장은 식사를 계속한다.



식후, 두마리는 텅 비어버린 비닐봉투에 똥을 싼다.
하얀 불투명한 비닐 너머로도, 똥의 짙은 녹색이 비친다.
구더기는 친실장의 손에 잡혀서는 그 똥 속으로 던져진다.

"싫은레후, 우지챠 이제 응가 싫은 레후"

똥덩어리 안에서 바둥거리는 구더기의 머리위로, 봉투 입구고 꽉 여며진다.
친실장은 그 자리에 누워 볼록 부풀어오른 배를 안고서는 데--프--하고 잠을 자기 시작한다.
자실장은 친실장의 입 주변과 가슴 주위에 붙어있는 음식물 찌꺼기를 낼름낼름하고 빠짐없이 햝고 있었다.
비닐봉지 안에서는 배고픔을 견디지 못한 구더기가 똥을 먹기 시작한다.

"위험한 레후, 프니프니도 안해주는 레후, 우지챠 슬픈 레후.."

구더기는 아랫턱으로 퍼담듯이 하여 똥을 입에 넣고는, 그대로 삼켜버린다.
'그저 배를 채우기 위해서 무엇인가를 먹는다'라고 조차 할 수 없는 방식의 식사이다.

"없어진 오네챠는 프니프니도 해준 레후, 밥도 나눠준 레후"

꾸역꾸역 똥을 먹으면서, 구더기 자신도 무의식적으로 똥을 질질 흘려댄다.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구더기는 자신과 가족의 똥을 먹어간다.

"저 오네챠는, 프니프니도 밥도 안해주는 레후"

구더기는 생각한 그대로 입밖으로 지껄이면서도 똥을 먹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
전부 비우지 않는다면 여기서는 나갈 수 없다.

"저 오네챠가 죽어버리면 되는 레후, 똥벌레는 죽어버리는 게 좋은 레후--"

갑자기, 비닐봉지 너머로 무엇인가가 구더기을 때린다.
구더기는 놀라서 레햣 하고 비명을 지르지만, 아프지는 않다.
비닐과 똥에 막혀서, 가뜩이나 약해빠진 자실장의 일격은 구더기에게는 닿지 않는다.

"분충은 오메아인 테치!! 고귀한 와타치가 살아잇는 것은 당연한 테치!!!"

포챠앗, 포챠앗하고 자실장이 봉투를 두드릴때마다 물기를 머금은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구더기는 비닐 봉투 너머의 자실장의 구타와 노성에 잠시 덜덜 떨었다.
그것도 잠시, 자신에게 해가 없다는 것을 깨닫자, 자실장을 약올리기 시작했다.

"레프프, 프니프니도 밥도 안주는 오네챠 따윈 필요없는 레후~"
"오네챠보다 백배는 고귀하고 아름다운 와타치는 멋진 아이인 테치이!!"

"작은 오네챠는 똥벌레인 레후~, 우지챠의 똥을 먹는 레후~"
"테챠아아아아! 똥을 먹는건 오마에인 테치!!"

"레후~, 응가 먹는 우지챠의 응가를 먹는 오네챠는 똥벌레보다 똥벌레인 레후~"
"와타치는 응가따위 먹지 않는 테치! 고귀한 와타치는 콘페이토나 스시, 스테이크가 더 어울리는 테치!!
쓰레기 같은 밥만 잔뜩 먹이는 마마는 분충인 테치! 이 집에는 외타치 이외에는 분충밖에 없는 테치!!"

자실장은 지나치게 승분해서는, 구더기를 상대로하고 있다는 것을 까먹고 잊어버렸다.

"이런 구질구질한 집은 싫은 테치!
냄새나는 밥도 싫은 테치!
냄새나는 마마에 구더기쨩도 싫은 테치!
왜 저런 똥마마에게서 와타치 같은 아름다운 아이가 태어난 테치카!?
왜 닌겐의 집에서 사육시장으로 태어나지 않은 테치!!
아름다운 드레스와 산더미 같은 장신구가 와타시에게는 어울리는 테치!
무엇이든지 틀려먹은 테치!
오네챠뿐만이 알아준 테치!
그래서 오네챠는 와타치를 받들고 기어다녓던 테치!
멍청이에 추녀엿지만 오네챠만은 와타치의 가치를 알고 있었던 테치!"

절규하는 소리에 눈을 떠, 배후에서 느릿느릿 일어난 친실장을 자실장은 눈치채지 못했다.
목덜미를 붙잡혀서 가볍게 방구석으로 내던져 진다.
운나쁘게도 부딫힌 오른손에 이상한 방향으로 휘고, 머리는 함몰되어 오른쪽 눈이 튀어나왔다.
자실장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음색으로 비통한 절규를 외치며, 굴러나온 눈알을 구멍에 밀어 넣는다.
친실장은 하품을 하면서 그런 자실장을 쳐다보고 잇었다.

".... 정말, 제대로 잠도 못자겠는 데스.
이 자는 더 이상 길러도 쓸모없는 데스네.
장녀에게는 아직 가망이 있었던 데스, 하지만 이 자는 분충인 데스.
곧 고기로 만들어버리는 데스"
'레후레후~, 우지챠도 고기 먹는 레후~"
"구더기쨩은 남김없이 똥이나 먹는 데스"



저녁무렵의 공원
실장 일가는 수돗가로 향하고 있었다.
친실장은 비닐봉투를 안고 있다.
비닐봉투 안에는 똥을 다 비워서 물풍선처럼 부풀어오른 구더기가 잠들어 있다.
자실장은 원래대로 회복해서 친실장 발치에서 꺄꺄거리며 뛰어다니고 있다.

"정말이지, 회복력 하나뿐인 녀석인 데스네..."
"테치--, 테치--, 석양은 시뻘건 테치이~"
"레후~, 더는 못먹는 레후.."

수돗가에 도착하자 친실장은 재빠르게 수도꼭지를 열어 솟구쳐 나오는 물을 비닐 봉지에 담는다.

"레퍄아아!?"

막 잠에서 일어난 구더기는 갑작스러운 찬물에 놀라 뛰어 오른다.
물이 늘어나면서 구더기의 신체도 둥둥 떠오르기 때문에 빠질 걱정은 없다.
하지만, 친실장은 비닐봉지 중간까지 물을 받고 입구를 묶더니 흔들기 시작하낟.

"레페, 레퍄아, 레붓, 레베에"

비명을 지르지도 못하는 구더기의 갸날픈 목소리에 자실장이 비웃는다.
친실장은 비닐봉지의 내용물을 버린다.
녹색의 탁한 물이 배수구로 흘러가고, 진흙과도 같은 똥이 금속커버에 남는다.

"데프프, 냄새 구린 테치--♪"

자실장은 코를 잡고는, 비닐봉지째 물에 씻겨지는 구더기쨩을 비웃는다.

"보지만 말고 프니프니해주는 데스"
"테에!? 그런짓 하기 싫은 테치! 응가 묻는 테치!!"
"어차피 오마에도 씻는 데스, 장녀가 없어진 이상 프니프니는 오마에의 일인 데스"

구더기는 자기 맘대로 배설할 수가 없다.
무른 대변이라면 모르겠지만, 단단한 변이라면 구더기의 근력만으로는 배출할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구더기의 똥을 빼내기 위해서는 외부로부터의 자극이 빼놓을 수 없는 필수요소이다.

"레후~, 배 포옹포옹 레후~ 빨리 프니프니해주길 원하는 레후~"

자실장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구더기의 배에 손을 뻗는다.
프니프닛하고 만질 때마다, 구더기의 배설구로부터 물대포 같은 기세로 똥이 뿜어져 나온다.

"레후~, 프니프니가 모자라는 레후~, 작은 오네챠는 쓸모없는 레후~"
"시끄러운 테치! 빨리 응아하는 테치!!"
"뭐하는 데스, 빨리하지 않으면 해가 져버리는 데스"

친실장은 자실장의 등뒤를 퍽하고 눌렀다.
자실장은 구더기의 배에 날아들듯이 넘어져버렸다.
눈앞의 총배설구로부터 짙은 초록색 똥이 힘차게 솟구친다.

"레퍄아--! 프니프니 너무 강한 레후! 응가 잔뜩 가버리는 레후!!"
"데베베베, 구린 테치, 똥이 입에 들어가버린 테치.. 끔찍한 테치"

자실장은 얼굴은 물론 두건 안쪽까지 똥투성이가되어서는 휘적휘적 일어난다.
일어나보니 눈앞에 온통 똥 천지다.

"마마아, 냄새구린 테치-- 빨리 물로 깔끔깔끔하게 해주는 테치--"

퍼덕퍼덕하고 상반신으로부터 똥을 흩뿌리며, 응석부리는 듯한 목소리로 친실장으로 되돌아 본다.
그러자, 거기에는 인간에게 머리가 짓밟혀서 목소리도 내지 못하는 친실장의 모습이 보인다.

"너~희들이냐 수돗가를 더럽힌 것은"

자실장은 작은 몸을 온통 얼어붙게 만들듯한, 남자의 낮고 으르렁대는 듯한 목소리.
친실장은 손발을 버둥거리지만, 머리를 짓밟고 있는 발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남자가 상체를 기울이자, 남자의 발에 가해지는 하중에 증가하여 친실장의 머리가 짜부러져 간다.

"아무리 들실장이라지만 수돗가는 더럽히지 말아야지, 분충 이하구만"

그칫프칫하고 친실장 머리의 내용물이 튀어나오며 손발이 경련적한다.

"아이는 똥투성이고.. 정말"

남자는 오물이라도 보는듯이 두마리의 자를 보았다.
자실장은 그자리에 얼어붙어서 푸륫루퓻하고 성대하게 똥을 지렸다.
속시원히 똥을 싸재낀 구더기는 똥구덩이 안에서 뒹굴며 프니후~ 하고 울고 있엇다.

"하아.. 청소하는 입장이 되보라고.."

남자는 전신이 똥범벅인 두마리를 보고 있자니, 화가 나기보다는 오히려 기가 막혔다.
그는 좋아서 실장석을 괴롭히는, 흔히 말하는 학대파는 아니었다.
다만, 동장인 아버지의 부탁으로 수돗가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너희들은 괜찮겠지, 빨리 가라"

남자는 자실장의 머리 위에서 손을 휙휙 저었다.
자실장은 잠시 멍하니 그 모습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갑자기 테챠앗하는 비명과 함께 정신을 차리고 도망치려고 한다.
하지만, 몇발 나아간 곳에 멈춰서서는, 곧바로 돌아가 구더기를 안는다.
그리고 이번에는 정신 없이, 수풀 속에 있는 골판지 하우스로 도망쳐간다.

"오~, 아름다운 가족애라는 녀석이구만"

남자는 떠나가는 자실장의 등을 쳐다보면서, 감탄했다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발밑에 있는 친실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뭐어, 아이를 봐서 죽이는 것은 참겠지만.. 음, 무죄방면하기는 좀 그렇구만..
분명 토시아키씨가 말했었지.. 실장석에겐 머리와 옷을 빼앗는 것이 가장 가혹하다고..."

그 말에, 친실장의 몸은 흠칫하고 떨렸다.



골판지 하우스.
자실장은 구더기를 바닥에 내팽겨치고는, 덜덜 떨고 있다.
구더기는 레푸--거리며 난폭한 취급에 항의한다.

'우지챠는 연약연약하니까 좀 더 보살피는 레후~"

구더기는 자실장의 상태도 모르고 실내를 기어다닌다.

"레후레후~ 똥싸고 싶은 레후~, 밥 먹고 싶은 레후~"
"닥치는 테치"
"레후~, 프니프니도 아직 부족한 레후~, 프니프니 밥 레후~"
"무슨 소리하는 테치, 밥은 이제 없는 테치, 마마도 없는 테치"

"마마도 사라진 레후~?"
"그런테치, 닌겐에게 붙잠힌 테치. 분명 죽어버렸을 테치"
"멍청한레후~, 닌겐이라면 우지챠에게 맡기는 레후~ 분명 지금쯤이라면 사육실장이 된 레후~"
"똥 투성이인 채로는 아무리 고귀하고 아름다운 와타치라도 사육되기는 어려운 테치..."

"레프프, 오네챠도 응가투성이인 레후, 레퍄아!? 우지챠도 응가투성이인 레후!"
"최악인 테치.. 마마가 구더기쨩을 프니프니시키는 바람에 기회를 놓친 테치..."
"레후~ 응가 먹는 레후~. 맛없는 레후..."
"똥만 묻지 않았다면 닌겐은 와타치를 보고 메로메로해졌을 테치..."

자실장은 눈앞의 현실로부터 도피하듯이 행복회로를 가동시킨다.

"분명 그런 테치, 멍청한 마마와 구더기쨩때문에 행복을 놓친 테치
와타치뿐이엇다면 분명 닌겐도 메로메로해버린 테치!"

라고 말하자마자 자실장은 골판지하우스를 뛰쳐나갔다.
풀숲을 박차고, 공원을 나와, 길거리로 뛰쳐나간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테칫테칫하고 양팔을 올리며 말을 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조차 해주지 않는다.
가끔 시선을 돌리는 사람은 있지만, 똥에 손발이 돋아난 듯한 꼬라지를 한 실장석에게는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짓는다.

"레츄웅, 이쪽을 보는 레치~ 응가아 가득하지만 와타치는 아름다운 테치~
지금이라면 이런 고귀하고 아름다운 와타치를 키울수 있게 해주는 테치~ 선착순 한명뿐인 테치~
거기 오마에, 콘페이토를 대령하는 테치~
거기 오메아, 스테이크와 스시를 내놓는 테치~
정말 오마에들의 눈은 옹이구멍인 테치~
이렇게 귀여운 와타치를 그냥 지나치다니 똥닌겐인 테치~
와타치에 걸맞는 닌겐은 없는 테치카~?"

곁을 지나는 사람의 발끝이 자실장을 스친다.
살짝 스쳤을 뿐인데도, 자실장은 떼굴떼굴 굴러서는 테챠앗하고 비명을 지른다.

"뭐하는 테치!!!
와타치의 고귀하고 깨끗한 몸에 난폭한 짓을 하다니 용서할 수 없는 테치!!!!
사과의 의미로 스테이크와 콘페이토를 산더미처럼 담아오는 테치이!!!
어쩔 수 없다고 하면 키우게 해주지 않을 것도 없는 테치이!!"

자실장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등뒤에서 데갸데갸 하고 욕설을 퍼부어 대지만, 물론 상대하는 사람은 없다.
정신을 차리고 일어서자, 눈앞에는 인간의 발바닥이 있다.
고무 밑창의 들쭉날쭉한 기하학적인 무늬가 자실장의 시야를 가득 매운다.
그것이 자실장의 머리 위로 내려오는 것은 매우 느리게였다.
자실장의 뇌리에는 언니 자실장의 말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빨리 도망치는 테치, 이모토챠!!'

그렇게 말하고선 동생을 밀치고곤, 자신은 인간의 발밑으로 날린 언니 자실장.

"오네챠, 살려ㅈ..."

철퍽하고 흙탕물을 짓밟은 듯한 소리를 내며 언니 자실장은 죽었다.
하지만, 동생 자실장의 눈바로 앞에서, 머리와 아주 가까운 곳에서 딱 밑창이 멈췄다.

"어이고 위험햇다"

발을 멈춘 것은 중년의 산시였다.
내리던 발을 치우자, 그곳에는 경직된 자실장의 모습이 보인다.
신사는 그자리에서 허리를 낮춰 눈높이를 자실장에게 맞추었다.

"괜찮으냐, 다치진 않았냐?"

다정하게 그렇게 말을 건다.
그 목소리와 눈빛에 자실장이 경련하더니 몸과 표정이 녹아 내린다.

"테... 테챠아아아아앙!!"

자실장은 주저앉아서 성대하게 똥과 눈물을 흘려재낀다.

"어이고 참, 곤란한 아기로구만. 어미는 어디로 갔니"

신사는 익숙하다는 듯이 가방으로부터 실장링갈을 꺼낸다.

"닌겐에게 죽임당한 테치이이, 오네챠도 닌겐에게 짓밟혀 버린 테치이, 모두모두 죽어버린 테챠아아.."
"가엽게도 혼자뿐이구나?"
"그런 테치이, 이제 집에는 아무도 없는 테치. 와타치 혼자뿐인 테치, 구더기쨩은 있지만, 구더기쨩은 고기나 다름없으니 와타치 혼자인 테치"
"그래 그래... 괜찮다면 우리집에 올래? 건강한 자실장이 한마리 갖고 싶었단다"

자실장은 물론 흔쾌히 수락했다.
신사는 피식 웃으며 비닐봉지를 꺼내서 자실장을 그 안에 넣었다.
자실장은 요람처럼 편안하게 흔들리는 비닐봉지 안에서 막 태어났을 시절의 일을 추억했다.
지금보다도 더 어렸을 적에, 친실장은 자매를 비닐봉지 안에 넣어 다녔다.
비닐봉지 안에서 언니 자실장과 구더기와 함께 몸을 부딫히며 지내던 시절.
서로의 체온으로 따뜻해지곤 했던 그립고도 기분좋은 기억.
몸이 커서 제 발로 걷기 시작했을때부터는 서로의 마음까지도 멀어진듯 하였다.
언니 자실장은 언제나 손이 가는 구더기만 귀여워하고 나는 조금도 신경써주지 않아.
너무나도 멍청한 구더기를 괴롭힌 것은, 구더기 편만 들어주는 언니가 싫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제멋대로 굴어서 마마한테 맞으면 아픈곳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것이 기뻐서, 일부러 얻어맞은 적도 몇번이나 있다.
언니의 관심을 구더기로부터 빼앗는 것이 좋았다.
좋아했다, 가족의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있었다.

"오테챠... 꼭 천국에서 와타치를 도와주는 테치"

자실장은 비닐봉지 바닥에서 혼자서, 뚝뚝 눈물을 흘렸다.

"혼자는 쓸쓸한 테치... 하지만 착한 닌겐상이 같이인 테치
와타치는 친절한 닌겐상의 집에서 오네챠와 마마의 몫까지 행복하게 사는 테치!"



친실장은 독라가 되버린후 풀려났다.
후두부에는 선명하게 고무장화의 밑창 무늬가 찍혀있다.
머리는 절반은 함몰해서, 귀에서 잿빛의 뇌가 튀어나와 거대한 우동처럼 흔들흔들거리고 있다.
의식은 또렷하지만, 혀가 잘 움직이지 않고, 손발도 자유롭게 움직이지 않는다.

"데베, 데베베베베베"

친실장은 눈알을 빙글빙글돌리며 기어서 골판지 하우스로 돌아왔다.
거기에는 구더기가 한마리, 무른 똥으로 궤적을 그리며 기어다니고 있었다.

'레후~, 마마레후~"
"데베, 우지챠아, 데데데데"
"레프~ 마마 이상한 레후~"
"데쟈, 우지챠, 자자근동새"

"작은 오네챠는 집에 없는 레후~ 뛰쳐나가버린 레후~"
"어딧간 데.."
"모르는 레후~, 배고픈 레후~"
"데휴--, 데에에에..."

몸이 성치 못한 지금, 친실장이 의지할만한 것은 자실장 뿐이었다.
그 자실장이 없어졌다는 말을 듣고는 친실장은 의기소침해졌다.
성격에 문제가 있는 차녀다.. 반드시 인간에게 길러달라고 하면서 뛰쳐나갔을 것이다.
그 분충 상대로 인간이 어떤 대응을 할지는 눈에 뻔하다.
적어도 장녀라도 살아 있다면...

모아논거라곤, 비닐에 싸서 땅에 묻어놓은 쿠키가 몇개 그리고 구더기뿐이다.
이걸로 몸이 회복할때까지 살아남을 수는 있을것인가.
들실장들으로서 테어나, 이런저런 수난을 극복해 살아남아 왔다.
그 친실장조차도 눈 앞에 캄팜해질 만큼의 절망감.
고달픈 현실 앞에 행복회로도 너덜너덜해져 망상의 세계 속으로 달아날수 조차 없다.

적어도, 자자.
잠자는 중이라면 현실을 잊게 할 수 있는 행복한 꿈을 꿀지도 모른다.
친실장은 몸을 눕히고, 레후레후하고 기어다니는 구더기의 목소리를 멀리한채, 의식을 잃어갔다.

"레후레후~ 마마~ 자는 레후~?"

꿈속에서는 불꽃이 춤추고 있다.
생물처럼 친실장에게서 벗겨낸 옷과 머리카락 위에서 춤추고 있다.

"우지챠 배 꼬륵꼬륵하는 레후~ 응가도 괜찮으니 먹고 싶은 레후~"

인간은 비웃고, 친실장은 절규한다.
무엇보다도, 아이보다도, 어미보다도, 자매보다도, 잃을까 두려워했던 자신의 반이나 다름 없는 것이 불타고 있다.
아무것도 없어도, 그것만 남아있다면 안심이었다.
태어날때부터 같이했던, 마음의 버팀목.

"일어나는 레후~, 응가해주면 하는 레후~"

머리카락과 옷만이 들실장으로서 살아가는 친실장의 프라이드였다.
사육실장과 같은 모습과 형태.
사육실장과 와타시가 뭐가 다르단 말인가.
사육실장은 운이 좋고, 와타시는 운이 좋지 않은것 뿐이다.
와타시는 언제라도 가슴을 펴고 인간을 맞이할 수 있다.
그것이 헛된 꿈이라고 할지라도, 가능성은 0이 아니다.
머리카락과 옷만 있다면, 분명 언젠가 인간이 와타시를 맞이하러 온다.

"레후~? 마마의 귀에서 뭔가 튀어나온 레후~ 똥 레후~?"

하지만 머리와 옷을 잃었다.
사육실장으로 향하는 다리를 잃었다.
와타시는 사육실장이 될 수 없다.
평생 들실장이다.
아이도 동료도 모두 더러운 똥벌레다.
와타시는 평생 불행하다.
먹을 수 없는 콘페이토도 스테이크도 스시에도 손이 닿질 않는다.
친절한 주인님을 만날 수도 없다.
주인님과의 사이에서 귀엽고도 귀여운 아이들을 낳을수가 없다

"레퍄아~! 맛있는 레후~!! 이런거 처음 먹어보는 레후~!!
부들부들하고 푹신푹신한 크림같은 레후~ 이것이 스테이크인 레후!?"

미안해, 마마는 너희들을 낳을 수가 없단다.
천사 같은 나의 아이들, 주인님과의 사랑의 결정.
주인님과의 다리는 불타서 무너지고 말았단다.

"안에 아직 있는 레후, 우지챠 먹는 레후~ 전부 레후"

맛있다 맛있어.
마마의 스테이크, 맛있다.



자실장은 신자의 집에 들어와서, 스테인레스제의 넓은 싱크대에 내려졌다.
거기서 따뜻한 물이 나와 몸에 달라붙은 똥을 씻어낸다.
자실장은 찌르는 것처럼 차가운 물밖에 몰르는 몸에 처음으로 맞이한 따뜻한 물에 넋을 잃고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있다.
신사는 숨이 막힐 것처럼 피어오르는 악취에도 얼굴을 찌푸리는 일 없이 미소를 짓고 있다.
대충 몸에 뭍은 똥이 흐르는 물에 녹아내리자, 신사는 자실장에게 옷을 벗으라고 한다.

"확실히 깔끔하게 해야지"

자실장은 조금 부끄러운듯이 몸을 꼬더니, 두건을 내리고 매듭을 풀었다.
그리고 몸을 덮고 있던 옷을 탈피하듯이 벗는다.
다음으로, 발끝에 캡처럼 달라 붙어 있는 작은 구두를 포옹하고 벗는다.
마지막으로 신사를 올려보며 눈치를 살피다, 천천히 부끄럽다는 듯이 팬티를 벗었다.
그것을 한데 모아서, 신사에게 가져다 준다.
신사는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그것들을 받는다.

실장세제로 거품을 낸 통안에서, 신사의 손은 자실장의 몸을 정성껏 씻어낸다.
부드러운 털이 달린 칫솔은 간지럽히는 듯하여 자실장은 테챠테챠하고 울음소리를 낸다.
자실장의 몸은 물에 색이 배지 않을때까지 반복해서 세척되었다.
거품을 씻어내고 하얀 타올 위에 올라선 자실장의 모습은 몰라볼 정도이다.
때가 범벅이 되어 갈색이었던 피부는 투명하게 비칠듯이 하얘졌다.
한껏 엉키고 오물로 굳어버려 막대기처럼 되버렸던 머리카락을 빗자, 우아한 아마포색깔의 명주실처럼 변했다.

"놀라운데, 정말 미인이구나"

자실장은 가뜩이나 새빨간 얼굴을 더욱 상기시키곤, 테츄웅하고 감사의 울음소리를 냈다.

"자아, 그럼 옷을 빨테니 기다리는 동안, 이거라도 먹거라"

신사가 자실장에게 건넨 것은 알록달록한 콘페이도였다.
자실장은 무의식적으로 테챳 하고 소리를 냈다.
콘페이토를 받자마자, 정신없이 달려든다.
신사는 흐뭇히 웃으며 자실장을 바라보며, 빨래판을 꺼내서 실장복을 빨리 시작했다.
폭신폭신하고 따뜻한 수건 위에서 자실장은 신사의 커더란 등을 바라보며 콘페이토를 빨고 있다.

"테츄~웅, 몸이 폭신폭신 미끈미끈한 테치, 타올 푹신푹신한 테치
콘페이토는 아마아마하고 맛있는 테치. 주인님은 매우 친절하신 테치, 너무 행복해서 무서운 테츄--"

자실장은 머리에서 은은히 김을 내면서, 작은 몸에는 넘쳐 터질듯한 행복감에 취해있다.

"오네챠에게도 이런 행복감을 맛보게 하고 싶은 테치
마마에게도 우지챠에게도 이런 행복을 나눠주고 싶은 테치
하지만, 오네챠는 분명 천국에서 똑같이 행복가득인 테치
오네챠는 착한 아이니까 하느님으로부터 잔뜩 보상받았을 테치
와타치도 착한 아이니까, 오네챠와 같은 곳으로 가는 테치"

신사는 세탁한 실장복을 탈수지를 깔아 놓은 망위에 올려 놓는다.
실장복은 얼룩진 오물이 제거되어 선명한 그린과 순백이다.
고무장갑을 스테인레스제의 뚜껑달린 쓰레기통에 버리고, 신사는 자실장을 향해 돌아본다.
먹고 있던 콘페이토를 끌어안은 채로, 자실장은 타올을 뒤집어쓰고는 잠자고 있다.
신사는 손 끝으로 툭툭하고 자실장의 배를 찔러본다.
자실장은 꼼짝하지 않은채로, 규칙적으로 테프- 테프- 하고 숨소리를 내고 있다.
신사는 바늘을 꺼내더나, 다시 자실장의 배를 찌른다.
역시 자실장은 반응이 없다.

"잘 들어먹은 모양하네"

신사는 자실장의 의식과 통각을 빼앗아간 먹다만 콘페이토를 주워 쓰레기통에 버린다.
새로운 고무 장갑을 꺼내더니, 자실장의 몸에  스프레이 소독액을 뿌린다.
수술도구 세트에 냉장고에서 비커를 꺼내들고선, 예리한 메스로 자실장의 흉부를 절개한다.
손 끝으로 뭔가 찾듯이 내부를 조사하고선, 주변을 들어올리곤 핀셋으로 위석을 꺼낸다.
미리 준비해둔 실장부활제가 들어있는 비커에 위석을 담근다.
묻어있던 붉은 체액의 궤적을 남기며, 위석은 투명한 액체 속으로 잠겨간다.
다음은 머리를 메스로 한바퀴 빙 자국을 내곤 스르륵하고 두피를 벗긴다.
노출된 두개굴에 드릴로 몇군데 구멍을 뚫고, 회전칼날을 이용해 구멍을 연결해서 머리를 연다.
두개골을 뜯어내자, 통조림의 뚜껑을 열었을 때처럼 내용물이 쏟아진다.
탈지면으로 체액을 제거하자, 핑크색의 탄탄한 뇌가 모습을 보인다.
신사는 팔팔한 뇌를 양손가락 끝으로 잡고는 스윽하고 꺼낸다.
한 손으로는 뇌 형태를 유지하면서, 뇌간을 메스로 절단한다.
그리고, 냉장고에 꺼낸 비커에 들어있던 다른 뇌와 내용물을 교체한다.

"좋아, 딱 맞네"

접착제로 두개골을 접합시키고, 피부는 실장퍼티로 붙인다.
실장 퍼티는 금방 피부에 흡수되어 절개흔적은 곧 빨간 흔적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신사는 기지개를 켜더니 더러워진 장갑을 버린 후 담배에 불을 붙인다.
자실장은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타올에 쌓여서 새액새액 잠자고 있다.
그 표정이 이따금 느슨해지며 미소가 떠오른다.

"도대체,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신사의 얼굴주름이 더욱 깊어지더니, 후웃하고 담배연기를 내뿜는다.
그리고 문득 쟁반 위에 올려둔 뇌에 눈길을 돌린다.

"자아, 잠시 쉬었으니 남은 일을 처리해볼까.."

다음날 아침 일찍 후타바 동물병원 문앞 계단에 한 명의 소년이 앉아 있었다.
손에는 도자기 저금통을 안고서, 불안한 표정으로 문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다.

"어 다이지군, 빠르네"

문을 열고, 신사 ------ 수의사 후타바 토시아키가 얼굴을 내민다.
다이지라고 불린 소년은 고개를 숙인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어.. 그녀석은..."

토시아키는 빙긋하고 웃어준다.

"말했지, 실장석이라면 선생님에게 맡기라고. 물론, 수술은 성공이란다"

파악하고 소년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반짝반짝 빛나는 소년의 눈동자가 눈이 부신듯 토시아키는 눈을 가늘게 뜬다.
들어오라는 듯이 토시아키가 문 앞에서 반쯤 비켜주자, 소년이 병원안으로 뛰어들어온다.

"와아 선생님 대단해요!!"

수술대 위에는, 어제 토시아키에게 발탁된 자실장의 모습이 있다.
소년은 손가락 끝으로 자실장의 앞머리를 간지럽힌다.
그러자 자실장은 테츄웅하고 달콤한 울음소리를 내며, 간지럽다는 듯이 몸을 꼬아댄다.

"자아, 새로운 주인이란다, 인사하려구나"

토시아키의 목소리에, 자실장은 허리를 펴고는 빼꼼하고 소년에게 머리를 숙인다.

"대단해요! 실장석이은 똑똑하구나!"
"개체에 따라서 다르지만 이 아이는 제법 영리한것 같구나."
"그럼 수술비지만..."
"으음.. 그 아이는 다이지군이 책임지고 키울거니?"
"당연하죠!"
"그럼, 이번은 처음이니까.. 라는 걸로 해줄까"



만면에 웃음을 띄고 문에서 나오는 소년에게 남자는 부딫힐뻔 했다.

"오, 다이지인가. 조심하라구"
"히라노 아저씨, 이거 봐요. 나의 실장석!"

소년은 양손에 안은 자실장을 내보였다.
자실장은 신기하다는 듯이 히라노의 얼굴을 올려다 본다.

"뭐야, 악취미로구나. 실장석이라니..."
"이 아이, 매우 현명하다고요!"
"뭐라는 거냐, 실장석 따윈 공원 수돗가나 더럽히는 변변찮은 녀석들이라고"
"너는 그런거 하지 않지이?"

소년의 목소리에, 자실장은 물론 그렇다고 하는듯이 테츄웅하고 울었다.



"뭡니까 그 자실장."

히라노는 진찰대 위에서 애견 페스를 누르며 토시아키가 발톱을 깍아나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어제 다이지군이 가져왔는데, 밟힌건지 찌그러져서 사경을 해매던 녀석을 고쳐준 거야"

토시아키는 숙달된 솜씨로 페스의 발톱을 차례차례로 깍아나간다.
페스도 익숙해져서 침착하게 있는다.

"헤에, 역시 실장석은 어처구니 없네요. 다진고기가 하룻밤만에 재생하다니"
"아니, 뇌와 위석 이외에는 전부 교체한거야"
"그거 왠지 사기 같은데요"
"잘 된거 같아. 제대로 실장인격도 교환된거 같고. 신체의 원래 주인은 분충이였던거 같지만, 다진고기가 되버린 쪽은 원래 현명한 개체였던거 같아"

"흐음, 그런데 말이죠. 다이지군 집은 음식점이잖아요. 실장석 따위를 키우게 해줄까요?"
"뭐어, 다시 야생으로 돌아가면 그건 그거대로 좋지 않을까. 나도 절반은 취미로 한거고 말야"
"역시 토시아키씨, 학대신사는 건재하네요.."
"칭찬해도 깎아주즌 않는다고. 하지만 저건 어때?"

토시아키는 싱크대 위의 비커를 턱으로 가리켰다.

"뭡니까 저거, 뭔가 그로테스크한데 말이죠"
"그 신체의 전 주인이야"

비커 안에는 뇌와 신경조직이 적록색의 공허한 눈동자들과 함께 떠있으며, 바닥에는 위석이 가라앉아 있다.

"표본?"
"아니, 살아있어"
"그럼 자신의 몸이 타인에게 빼앗겨서 사육당하는 것을 지켜보게 하는 겁니까?"

토시아키의 입꼬리가 빙긋하고 올라간다.
베스는 뀨웅하고 작게 울고는 불안하게 주인을 쳐다보았다.

"정말 선생님은 악취미 데츄네에~ 안그래 페스?"

그런 페스를 어루만지면서 히라노는 말했다.

"자 끝났단다. 수고했어 페스. 히라노군. 비용은 언제나처럼 천엔이다."



비커 안.
자실장은 눈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한 다른 누군가가 다이지라는 소년에게 안겨서 길러지러 가는 모습을 감을 수도 없는 눈동자로 빠짐없이 보고 있다.

(도대체 왜인 테치)

비명을 지르고 싶어도 입이나 목도 없다.
뇌는 공허한 신호를 보내지만, 비커를 채운 활성제에는 파문하나 조차 일어나지 않는다.

(저것은 와타시가 아닌지 테치)

눈물을 흘리고 싶어도 눈물샘이 없다.
지리고 싶어도 장기도 배설할 구멍도 없다.
공허한 신호가 신경조직 말단에서 사라져간다.

비커를 기웃거리는 그럼지가 있다.
자실장은 쳐다보려 하지만 그러지 못한다.
움찔움찔하고 눈 근육이 수축할 따름이다.

토시아키는 허리를 낮추고 싱크대 위에 있는 자실장과 눈높이를 맞춘다.
손에는 비커속 뇌와 연결되있는 링갈이 들려있다.

(주인니임)
"아~ 테스테스. 들리니?"
(들리는 테치)
"아아, 괜찮아 보이는구나. 귀가 없으니까 육성은 들리지 않는단다"

(잘 모르겠는 테치, 와타치는 어떻게 된 테치카?)
"신체를 불쌍한 자실장에게 나누어 줬단다"
(테챠아!? 역시 그건 와타치였던 테치!!)
"그렇단다. 너였던 몸이지. 어쩌면 짓밟혔다고 하는 네 누나일지도 모르겠네"

(오네챠는 죽은 테치, 구질구질한 똥처럼 되버린 테치!!)
"이야~ 정말이구나. 묘사한 대로 완전 똥같았단다. 그런걸 가지고 왔을때는 어쩔줄 몰랐지만 다행히도 뇌의 절반이상과 위석이 무사했단다. 솔직히 저렇게 잘될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지"
(속인 테치! 와타치를 키운다고 한 테치, 소중히 해준다고 말한 테치!! 와타치를 행복하게 해준다고 한 테치, 마마와 오네챠의 몫까지 행복하게 되는 테치!! 내놔, 와타치의 신체를 돌려주는 테치!!)
"뭐어, 신체는 사육실장이 되었고 그 내용물도 지금 이렇게 소중히 하고 있잖니. 속였다니 듣기 안좋구나"

토시아키는 툭하고 비커를 건드린다.
노출된 신경에 유리와 물을 통해 전달되는 약간의 충격이 무시무시한 고통이 되어 전달되어 자실장을 괴롭힌다.

(데갸아아-------------------!!!)
"으음, 비명이 링갈을 통해 텍스트로만 보이는건 재미없구만. 뭐어 네 몸에서 네 언니가 행복하게 살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럼 된거 아닐까? 다만 아픈 동물이나 그 주인을 놀라게 하면 안되니까 낮에는 냉장고 신세지만 말야."

그렇게 말하며, 토시아키는 자실장이 들어있는 비커를 내장고에 넣었다.

(어두운 테치, 추운 테치)

냉장고 안에서, 자실장은 생각하는 것만 할 수 있다.

(여기는 맘에 안드는 테치)

(그것은 정말 오네챠엿던 테치카?)

(고귀하고 아름다운 와타치를 질투해서, 빠가닌겐을 이용해 도둑질한 테치?)

(용서하지 않는 테치)

(지옥에 떨어지는 테치)

(죽여버리는 테치)

(손발을 먹어치워버리는 테치)

(독라로 만들어버리는 테치)

(하지만 저건 와타치의 몸인 테치)

(먹어버리는 테치, 전부 먹어버리는 테치)

(그러면 전부 원래도로 돌아가는 테치)

(손도 발도 몸뚱이도, 머리도 옷도, 전부 먹는 테치)

(그러면 전부 원래대로인 테치. 고귀하고 아름다운 와타치를 상냥한 주인님이 길러주는 테츄♪)

(데프프)

(데프프, 데프프)

(데갸프, 데쟈, 데갸갸갸갸갸)

(돌려놔, 내 몸 돌려놔)

(오네----------------------챠
우지챠아-------------------------
마마마마마---------------------------------)

(내놔, 내놔, 내놔, 내놔, 내놔)

(내몸내몸내몸내모내몸d후와쟈j후에후에)

그날 저녁, 토시아키는 냉장고에서 비커와 링갈을 꺼냈다.
링갈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자의 나열이 영원히 반복되고 있었다.
로그를 쳐다보며 토시아키는 한숨을 내쉬었다.

"으음, 역시 맞지 않는건가.."



다이지 소년이 가지고 돌아간 자실장은 소년의 방에서 키우기로 했다.

"알겠니, 소리내면 안돼? 먹이는 잔뜩 두고 갈테니까 조금씩 먹어야돼. 똥은 이 안에 싸는거야. 절대 엄마한테 들키면 안되니까 말야."

자실장은 끄떡끄떡하고 고개를 끄떡였다.

소년이 학교에 간 사이, 자실장은 청소하던 다이지의 어머니에게 간단히 발견되었다.
그날밤, 소년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맞았다.



자실장은 어머니의 손에 의해 원래 살던 공원으로 되돌아가게 되었다.
자실장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죽었다고 생각했더니 살아있고, 키워진다고 생각했더니 버려진다.
자실장은 얼떨떨한 가운데, 낯익은 공원의 익숙한 풀숲을 지나서 집으로 돌아간다.

골판지 하우스 안은 어둑어둑했다.
단 하루만에 찾은 집인데 묘하게도 그리운 느낌이 든다.
자실장은 가족의 모습을 찾는다.

"마마, 이모토챠, 우지챠?"

집 안쪽에서 데에- 하고 소리가 들린다.

"마마?"

자실장은 집안으로 들어가, 목소리가 난 쪽으로 몸을 돌린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자, 희미하게 독라의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한다.

"테챠앗 누구인 테치!?"
"데후--"
"깜짝 놀란 테치, 마마인 테치. 왜 독라가 돼버린 테치?"
"데후데후~ 데후~"

"마마,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는 테치, 우지챠와 이모토챠는 어디간 테치?"
"데후~, 우지챠데후~"
"마마, 불쌍한 테치.. 분명 학대파에게 습격받아 이상해져버린 테치... 이모토챠와 우지챠도 모두 슬픈 일을 당해버린 테치.."

자실장은 독라를 껴안고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이제 와타치에게는 마마밖에 남지 않은 테치. 사육실장이 되지는 못했지만 마마와 와타치가 함께라면 분명 괜찮은 테치!"

독라는 그런 자실장의 말을 듣고 있는지 아닌지, 엎드린채로 방을 기어다니기 시작했다.

"데후데후~ 프니후~"

독라는 빙 돌아서는, 손발을 버둥버둥거리며 팽창한 복부를 천장을 향해 내민다.

"데프프, 마마, 우지챠같은 테치"

자실장은 왠지 모를 현기증을 느끼면서도 독라에게 장단을 맞추어 배를 쓰다듬어 준다.

"프니프니후~, 우지데후~~~"

뿌직부찍하고 튀어나온 배설구에서 방안으로 똥이 나와 흩어진다.
머리에 똥이 묻은 자실장은 경직해버리고 말았다.
그 얼굴에서 순식간에 핏시가 가시더니, 불안함에서 공포로 감정이 바뀐다.
자실장은, 골판지 하우스의 출입구와 독라를 차레차례 쳐다본다.
뭔가 결심한듯이 출입구를 향해 발을 옮긴다.

"데후~ 응가 나온후, 베 꼬르륵, 밥, 밥, 밥"

자실장의 앞에, 스윽하고 독라가 기어와서는 탈출구를 막는다.

"마마.. 마마가 아닌지 테치..?"
"와타지, 우지챠, 귀, 귀응가, 머먹으, 원하는, 마싰는----!! 오네챠도.. 주..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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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이 공포네

댓글 8개:

  1. 훈훈하게 가다가도 배드엔딩으로 직행하는 이게 실장맛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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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뇌를 파먹은 구더기가 친실장을 장악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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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구더기가 뇌 안쪽에서 파먹다가 친실장이 신체재생하면서 인격이 섞인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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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위석이 2개
    듀얼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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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분충 일가는 행복해질 자격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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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애초에 뇌 튀어나와도 살아있는 시점에서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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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오우 살짝 섬뜩함이 묻어나는 스크엿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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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구더기가 왜이렇게 말이 많냐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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