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실장이 보내는 겨울


봄이 지나고, 여름을 넘어, 가을을 보낸다.
이것은 어느 현(県)에 사는 산실장들의 이야기이다.



산실장이 보내는 겨울



봄에 낳은 자(仔)들을 기른다.
여름에 사냥을 가르치고, 먹을 수 있는 열매 등의 정보를 자실장들에게 전한다.
가을에 낳은 자들.... 추자(秋仔)는 산신령의 사자이기 때문에 폭포에 흘려 보낸다.
그리고 겨울.

이곳 산실장들에게 정말로 즐거운 시간은 메마른데다 외출의 기회도 줄어드는 겨울이다.

원래 이 산은 매우 풍족하기 때문에, 산나물, 과실, 벌레, 나무열매 등 먹을것이 잔뜩 있다.
뿐만 아니라 위험한 동물이나 천적 같은 것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대개의 산실장들은 이렇게 좋은 조건 아래서 월동하기에 곤란하지 않을 정도의 식량을 단기간 내에 모아둔다.

그리고 산실장들은 어떤 취미에 남겨진 시간을 모두 소비하는 것이다.

"그쪽 집의 '그건' 어떤 데스?"
"좋게 만들어진 데스우"
"그러면 맛을 비교해보는 데스"

호두 껍질을 손에 든 두마리 실장석이 월동용 굴 속에서 마주본다.
껍질 속에는 무슨 액체가 가득차 있다.

그리고 산실장들은 그것을 단숨에 원샷한다.

"뎃스~웅! 올해의 술도 최고의 맛인 데스우"
"데데...산머루의 맛이 나는 데스. 제법인 데스-"
"그쪽의 술은 어떤 데스?"
"같이 마셔보는 데스"

산실장들은 뿌리에 뚫려있는 다른 구멍에 듬뿍 고여있는 액체를 호두 껍데기로 퍼올린다.

"맛있는 데스우! 야생의 맛인 데스우!"
"우리집 술은 은은한 맛이 좋은 데스-"

그렇다. 실장석들이 마시고 있는 것은 과실 따위를 잘라 뿌리에 난 구멍에 넣어 발효시킨 술.
통칭 '실장주'라고 불리는 것이다.
'원숭이술'의 일종인 이 실장주를, 산실장들은 각 집마다 1, 2종 정도씩 만들어 낸다.
(★원숭이가 머루로 담군 술을 산속에서 지내던 목수에게 대접했다는 일본 민담이 있음)

그것은 지루한 겨울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최고의 사치품인 것이다.

"테츄? 마마들 뭐 마시는 테치?"
"오마에도 마셔보는 데스"
"테치...."

자실장이 쭈뼛쭈뼛 탁한 실장주를 입에 댄다.
삼각형 입을 크게 벌리고 몸을 뒤로 젖힌다.

"테헷, 테헷.... 쓴 테치이.."
"아직 일렀던 데스우? 하지만 익숙해지면 분명 맛있는 데스"
"봄이 되면 오마에도 성체실장데스. 술맛에도 익숙해지면 좋은 데스우"

그렇게 말하면서 성체실장들은 술을 마신다.
자실장도 어린애 취급 받았다는 것이 화가 날만한 나이인지 무리하여 실장주를 마셔댄다.

"뭔가 어질어질하는 테치... 기모찌이이 텟츄~웅"
"그것이 취한다는 것인 데스"
"너무 많이 마시면 토해버리는 데스. 적당히 하는 데스우"

알딸딸한 자실장의 머리를 쓰다듬는 친실장.
외적이 별로 존재하지 않는 이 산에서는 자실장으로 지내는 기간이 일년 정도로 길다.
이 자도 내년 봄에는 독립한다. 조금, 쓸쓸하다.
친실장은 술을 입으로 가져가면서 그런 것을 멍하니 생각했다.

이 산에 사는 산실장은 성체실장부터 자실장에 이르기까지 실장주를 즐긴다.
알코올이 위석의 강도를 높혀주는데다, 실장석 간의 충돌 등을 회피하게 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도 작동한다.

이 지방의 산실장들에게 실장주는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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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달밤에 두마리 성체실장석이 바위 위에 걸터앉았다.
'둥근 바위'라고 산실장들에게 불리는 그 바위는 최고의 경치 때문에 연회할 때에도 사용된다.

한마리는 양쪽 눈이 녹색. 배도 커진걸 보면 임신한 것이 분명하다.

한마리는 두건의 오른쪽 귀부분이 없다. 용감한 산실장이다. 오른쪽 귀도 동료를 지키다 얻은 명예로운 부상을 입었다.
오른쪽 귀 자체도 세균이 들어간 것인지 재생되지 않아 사라진 채이다.
그러나 그 산실장은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두마리는 한잔의 술을 천천히 입에 대었다.

"오네챠, 너무 마시면 뱃속의 자들이 만취하는 데스우"
"이 산의 실장석이라면 태어날 때부터 술을 마시는 건강한 자들이기를 바라는 데스"

두마리는 자매였다.
그리고 언니는 번식기가 봄과 가을로 갈려진 산실장 치고는 특이하게도 겨울에 임신했다.
오바바(큰할망구)님이 '신에게 선택된 자들'이라고 공표한 산실장들의 행복의 상징.

용감한 동생은 그런 언니를 지키고, 상냥한 언니도 그런 동생을 소중히 여겼다.
오늘 저녁은 달이 눈부시다.

"오네챠는 이제 곧 출산인 데스우. 얼마나 귀여운 자들이 태어날지 기대되는 데스"
"그런데스... 마마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던 데스..."
"데스우...."

두마리의 마마는 두마리가 어렸을 적에 사라졌다.
두마리는 공동체에서 길러져서 마마를 모르는 자들이었다.

"마마는 어째서 와타시와 이모토챠를 두고 가버린 데스우..."
"오네챠, 그 일은 잊기로 약속한 데스"
"데에...."
"오바바님이 말해주시지 않는다면 누구에게 물어도 마찬가지인 데스."

언니실장은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
생명의 고동. 확실하게 느껴지는 새로운 새싹들.

"... 너무 몸이 차가워지면 몸에 해로운 데스"
"데스우..."

동생은 언니의 몸을 염려한다.
조금 쓸쓸하게, 두마리는 잔에 남아있는 술을 들이킨다.
행복의 맛을 음미하며 두마리는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가족을 지켜면서 살아가자.. 라고
부드러운 달빛이 굴로 돌아가는 두마리를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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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동이 시작된지 보름 정도.
이변은 느닷없이 일어났다.
산실장 콜로니의 굴에 연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뭐, 뭐인 데스우!?"
"테벳테벳, 연기인 데스우!"
"눈이 아픈 테치-!!"

혼란에 빠진 실장석들.
불안하게 뱃속의 자들을 문지르는 임신한 실장석.
그리고 그런 언니를 끌어안는 동생실장.

그때 콜로니 안에 훨씬 커다란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산불인 데스-!! 빨리 밖으로 달아나는 데스우-!!"

산불. 화상이라고 하는 근원적인 공포에 겁을 먹은 산실장들.
공포는 순식간에 전염되고 산실장의 절반이 굴에서 뛰쳐나간다.

동생실장은 삼각입을 손으로 막은 채 의아해 했다.
뭔가 이상하다.
산불을 경험한 적은 없지만, 본능이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임신실장은 모두에게 뒤쳐지면서도 달려나간다.
뱃속의 자들을 생각한다면 빨리 안전한 장소로 대피해야만 한다.

"오네챠 기다리는 데스우!!"

동생실장은 그것을 말리며 뒤쫓아 밖으로 뛰어나갔다.



다음 순간, 부드러운 자루 같은 것에 산실장들은 사로잡혔다.

"데갸아-!?"
"뭐인 테치-! 어떻게 된 테챠아-!!"

농협의 쌀포대로 만든 함정에 간단하게 걸려드는 산실장들을 향해 사냥꾼은 만족스럽게 웃는다.
굴의 비상 탈출구(몰아내기 위해 사용한 연기가 나오기 때문에 간단하게 위치를 알 수 잇다)에도 함정이 있다.
도망치려고 했던 산실장들은 일망타진되고 있었다.

"야~ 이 성체산실장 좀 보세요! 임신했는데요?"
"쩌는데... 겨울철에 임신한 산실장이라니, 삼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일인데"

이윽고 사냥에 한창이던 남자들은 가득찬 쌀포대를 짊어진다.

"그러고보니 아직 둥지 안에 산실장이 있는데, 이놈들은 안잡나요?"
"반만 잡아도 괜찮아. 이녀석들, 그러니까 실장주를 빚는 산실장들을 멸종시키면 안되니까"
"그렇군요..."
"너는 산실장 사냥이 처음이라 말해두는 거지만, 둥지를 부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지"

산나물을 전부 캐버리면 다음 해에는 입수할 수 없다.
같은 이유로 산실장의 절반은 좀 더 살도록 하는 것이다.

"... 뭔가 이녀석들한테 진짜로 술 비스무리한 냄새가 나는데요?"
"자실장이고 성체실장이고 겨울 내내 술을 마시고 사니까... 고기에 술이 잘 배여서 얼마나 맛있는데~"
"헤에"

실장주는 산실장들의 최대의 즐거움이다.
그러나 인간들이 이들을 노리는 이유로도 작용하는 최대의 불행이기도 했다.

"굴에서 도망치라고 소리지른 미끼실장석은 어떻게 할까요?"
"그것도 일단 데리고 돌아가자. 내년까지 살아남으면 똑같은 임무를 맡겨야 하니까"
"배신자는 고생이네요"

미끼실장석이라고 불린 독라 성체실장은 죄의식과 겨울산의 추위에 떨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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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임신실장은 자루에 담겨 운반되었을 때의 충격으로 출산하고 말았다.
그 때 인간이 너무나도 아쉽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것은 잊을 수 없다.

"이런, 이녀석 양눈이 빨갛게 되버렸네. 오랜만에 손님한테 임신실장 통구이를 대접하려고 생각했더니"
"그래도 술을 마시며 지내던 겨울 산실장이 막 낳은 자실장이잖아요"
"그래. 살아있는 소프트쉘 크랩보다도 레어하지"

인간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는 없엇다.
하지만 친실장은 막 태어난 자들이 전원 납치되어 갔을 때, 인간이 자신에게 예를 표했다는 것만은 어떻게 알아차렸다.

"데에에에엣.... 자들을 돌려주는 데스우... 데에에에엣"
"오네챠...."

자매 산실장은 서로 얼싸안고 울었다.
인간들이 자신들을 잡아서 어떻게 할지는 모른다.
다만 막 태어난 자들은 죄가 없으니까..
적어도... 적어도 심한 짓은 하지 말아 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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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나날들.
어느 날, 자매실장을 포함한 네마리 정도의 산실장들이 들어있는 수조에 인간이 다가왔다.
산실장들을 사냥한..... 산실장들을 납치한 인간이다.

산실장들은 강하게 위혐한다.

"뎃-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오오~ 활기차구만? 그럼 한마리 데려간다"

언니실장을 잡으려고 하는 손.
그것을 동생실장이 가로막고 물어 뜯는다.

"이, 이모토챠 그만두는 데스!"
"오테챠는 데려가도록 두지않는 데스우-!!"

두꺼운 고무장갑을 물어뜯을 기세로 이를 들이대는 용감한 동생실장.

"이녀석이 건강하니 좋겠는데... 두건이 찢어진 이상한 꼬라지를 하고 있지만"

그대로 왼손으로 동생실장을 잡고 인간은 옆의 방으로 들어갔다.

"이모토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오네챠의 자들을 되찾아 오는 데스-!!"

그렇게 기세 좋게 외치는 동생실장.
그러나 인간의 손에서는 벗어날 수 없었다.

"데...."
"그래 그래, 얌전히 있으렴"

옆방에 들어가자 인간이 세명.
그리고 동족의 냄새가 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동족의 피냄새가 났다.

거기에 더해 좋은 냄새가 나는 그릇.
그것을 본 순간, 동생실장은 외쳤다.
분노와 절망을 담아 목청껏 소리 질렀다.

"데에에에에에에에!!! 닌겐들은 와타치들을 먹는 데스우우우우우우우우!!!"
"아, 이새끼 시끄럽네!?"
"가끔 그래. 이렇게 반골정신이 있는 실장석이 있어"

인간들이 겁먹을 틈을 타서 자실장은 계속 외친다.

"모두 도망가는 데스우--!!! 오네챠의 자들도 모두 잡아먹힌 데스우우우우우우!!"

그 목소리는 분명히 옆 방까지 들렸다.
언니실장의 비명이 커졌다.

"이놈이!!"
"데갸아!!"

계속 소리지르는 동생실장의 머리를 식칼 자루로 때리는 인간... 아니, 요리사.
적록의 피가 흐르고, 의식이 몽롱해져가는 동생실장의 옷이 찢겨나간다.

"데, 데에... 오마이들 따위한테... 지지 않는 데스우..."

계속 반항하려고 하는 동생실장이지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바로 머리카락도 피부도 벗겨내지고 말았다.

"자아~ 이빨 아프신부운~"
"데...."

펜치를 꺼낸 요리사를 향해 동생실장이 우물거린다.
그것이 뭔지는 모른다. 하지만 분명 딱딱한 것이다. 분명 아픈 것이다.
그 상상이 발을 묶어버린다.

"알겠냐, 산실장은 이를 뽑으면 얼굴채로 먹을 수 있다고. 그럼, 흐음.."
"데기이!!"

요리사가 다른 두사람(견습)에게 요리 순서를 가르치면서 동생실장의 이빨을 펜치로 뽑기 시작했다.
비명. 저항. 옆방에서 들려오는 언니실장의 비명소리는 멀기만 하다.

"이걸로 이빨은 끝인가..."
"데헤, 데헤데헤"
"...한 수 배웠습니다"

고통과 상실감에 한심하게 울 수밖에 없다.
문자 그대로 '이빨 빠진' 자신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동생실장은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그럼 다음은 고기를 부드럽게 해보지"
"데헤-..... 헤-! 데헤, 데휴헤-!!"

요리사는 칼등을 이용해 동생실장을 때리기 시작했다.
검푸르게 부풀어 오르는 몸. 부서져가는 뼈.

실장석은 스트레스를 주거나 때리거나 하면 고기에 맛을 더하는 성분이 증가한다.
그것은 산실장도 예외는 아니다.
고기가 부드러워지고 저항도 약해져서 요리하기 쉽다.

몰아치는 구타의 폭풍 앞에서 뭍에 오른 문어처럼 꿈틀거릴 수밖에 없는 동생실장.
그 모습에는 모든 산실장들의 존경심을 모았던 용맹함은 보이지 않는다.

"이녀석 귀가 병신이구만... 원래라면 팔면 안되는데, 성체니까 살집도 있으니까 귀만 잘라"
"데헤에에에에!!"
"술을 마시고 자란 귀중한 산실장이니까. 식용실장적에게 술을 먹여서 기른 '고주망태(へべれけ)실장'과는 식재료의 레벨이 다르단 말야"
"그렇군요"

동생실장의 자랑인 오른쪽 귀에 이어 멀쩡한 왼쪽 귀도 잘려 나간다.
그 귀는 나중에 실장미미가(ミミガ, 귀요리)가 된다.
탄탄한 식감과 콜라겐이 가득한 고급 식재료이다.

"좋아 좋아, 아팠니? 그럼 소독이다"
"데헤....."

동생실장의 입에 한 스푼의 액체가 들어간다.
그것은 레드와인이었다.
산실장에게, 동생실장에게 있어서는 행복의 맛.
술의 맛이다.

"맛있니?"

요리사는 웃으며 삼각입 속에 깔때기를 수셔 넣는다.
통증과 고통으로 바둥거리는 동생실장.

거기에 요리사는 레드와인을 병째 부어넣는다.
술에 익사하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마시는 동생실장.

'이제 싫은 데스우!! 술은 이제 못 마시는 데스우!! 멈추는 데스, '행복의 맛'은 이제 필요없는 데스우우우우!!'

동생실장의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렀다.
혼자서는 어쩔 수 없는 폭력 앞에서 언니와 함께 술을 마시던 행복한 기억이 희미해져 간다.

삼각입에서 와인이 넘쳤다.

"응, 이 정도면"
"데베엣 데베에에에에에에!!"

기세 좋게 술을 토해내는 동생실장.
급격히 술을 마신 탓에 의식이 날아가 버린다.

"이렇게 술을 먹이고 일분만 기다려"

그리고 식칼로 재빨리 손발의 말단부, 목, 그리고 동생실장의 목을 가른다.
피가 흘러 나온다. 엷은 껍질 한장만 남기고 내장이 전부 밖으로 나온다.

"분대를 망가뜨리지 않고 내장을 순식간에 제거하시다니, 역시 대단하시군요"
"아니 뭐 이짓도 오래 해먹었으니까.. 침어처럼 내장을 상처입히면 고기에 냄새가 배여서 못쓰게 되니까 주의하도록"

요리사는 견습들에게 요령을 가르쳐주면서 내장을 쓰레기통에 버린다.
동생실장은 만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내장이 처분되는 모습을 깊은 의식 속에서 절망에 빠진 채로 바라보고 있었다.
통증이 없는 것 또한 너무나도 무섭다.

"피뽑기와 내장 처리가 끝나면 다음으론 전신을 술에 절여서..."

요리사가 설명하면서 동생실장의 상처에 레드와인을 들이붓는다.

'의식을 잃어서는 다메데스.. 의식을 잃어서는 다메데스..'

그런 말을 되새기는 동생실장의 눈앞의 세계는 어둠에 휩싸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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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소스가 곁들어진 주정뱅이 산실장 소테.
이 시기에만 메뉴에 올라오는 산 근처 호텔의 인기 메뉴.
술을 먹고 자란 산실장의 향기로운 맛과 부들부들한 육질.
그윽한 감귤의 향과 올리브 오일의 오묘함.

그것은 먹어본 자만이 아는 겨울철 별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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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언니실장은 계속해서 울어댔다.
동생실장이 인간에게 요리된 이후 차례차례 동료들이 끌려가더니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평소에 마셔댄 실장주 덕에 강화된 위석은 자괴라고 하는 안이한 죽음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오우, 옆에 있는 수조 좀 쓸게"
"데...."
"데에에에에..."

옆에 놓인 수조 속에는 꼴사나운 독라 실장석이 있었다.
지금 막 인간의 손에 들려온 것이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확실히.

"오마에는 와타시들의 굴에서 도망치라고 했던 닌겐의 앞잡이 데스우---!!!"
"데히이....! 죄송한 데스우, 죄송한 데스우!"

수조의 벽을 탕탕 두드리면서 언니실장은 분노를 표출한다.
동생과 자들이 죽은 원인이다.
원망하지 않을리가 없다.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 데스우--!! 지옥에 떨어지는 데스!! 시달리다 죽는 데스아!!!"

부들부들 떠는 독라 실장석.
언니실장 쪽을 향해 도게자를 한다.

"죄송한 데스우.... 자, 자들이 납치당했던 데스우.."
"...데스?"
"여기에 끌려올 때 꽃가루 경단을 억지로 먹게한 데스우..."

도게자한 상태로 울면서 독라 실장석은 사정을 이야기했다.

"그렇게 임신한 자들이라도, 와타시에게는 너무나 귀여웠던 데스.... 몇번이고 계속 낳았지만, 그 때마다 끌려간 데스"
"데...."
"닌겐에게 협박 당한 데스우!!! 자들을 무사히 돌려보내고 싶으면 사냥을 도우라고 이상한 기계를 통해서 말했던 데스-!!"

자신도 자들의 귀여움을 안다.
하지만, 그래도..

"그래서 와타치들을 속인 데스...?"
"용서해주는 데스우우우우우!! 훈육이라면서 쳐맞은 데스, 말을 안들으면 밥을 주지 않았던 데스우"

창문에서 스며드는 겨울의 공기보다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동생실장.
이 피골이 상접한 비참한 독라는, 자신의 자들의 귀여움 때문에 산실장들을 잔뜩 죽였다.
용서할리가 없었다.

"어이, 밥이다"

거기서 끼어든 사냥꾼... 요리사... 아니, 뭐든간에. 아무튼 인간의 목소리.
그 손에 들려있었던 것은 옅은 머리칼의 자실장이었다.
두건의 오른쪽 부분이 없어져 있고, 귀 자체도 재생하려는 기색이 없다.

언니실장에게는 낯익은 모습이었다.

"육녀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죽은 줄 알고 있었던 나의 자.
마지막으로 안아 올렸던 막둥이.

그것을 본 순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이쪽으로 오는 데스! 육녀, 육녀-!!"
"그래 그래, 너도 이 자실장이 먹고 싶냐?"

날뛰는 언니실장.
요리사는 실장링갈을 휴대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 자의 어미가 눈 앞의 성체실장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동족을 먹인 산실장의 고기는 냄새가 나니까 먹을 수 없게 된단다. 미안해"
"데....."
"그러니까 얘한테 줄게"
"데에에!?"

자실장은 독라 실장석의 손 안으로 떨어졌다.
독라 실장석은 동족을 먹은적이 없는 것인지 망설이고 있다.
하지만, 배가 꼬르륵댄다.
텅 빈 배는 솔직했다.

"그녀석 태어날 때부터 귀가 없고 발육도 나빠서 팔수가 없거든. 밥 대신에 먹어라 먹어, 배고프잖아."
"그만두는 데스우-!! 먹지마는 데스!! 그건 와타시의 육녀인 데스우---!!"
"데에에에..."
"그 자는 와타시의 천사인 데스우!! 귀가 없는 이모토챠와 똑같은 몸으로 태어난... 와타시의 보물인 데스-!!!"

인간의 시선. 언니실장의 노호. 그리고 주위의 소란을 이해할 수 있는 지능도 없는지 눈을 감고 꿈틀거리는 육녀라고 불린 자실장.

"마마아..."

자실장은 자신을 들고 있는 독라 실장석의 손을 쪽쪽 빨기 시작했다.
온기를 찾고 있는 것이다.

"죄... 죄송한 데스우!!"

사죄하면서 독라 실장석은 자의 머리를 한번에 물어뜯었다.
색깔이 연한 아름다운 머리카락이 입가에서 튀어나왔다.

"뎃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오마에는 산신령님에게 벌받는 데스!!!"

그것을 보고 있던 인간이 흠칫할 정도로 언니실장은 커다란 노성을 질렀다.

"죽어!! 쿠소실장 데스우!!! 오마에가 지옥에 갈때까지 와타시는 오마에를 계속해서 저주하는 데스-!!!"
"죄송한 데스, 죄송한 데스.... 배, 배가 고파서 어쩔 수 없었던 데스우...."

빌면서 자실장의 남은 몸을 먹는 독라 실장석.
그것을 보고 자신도 먹이를 달라고 언니실장이 칭얼되는 것이라고 생각한 인간은,

"자, 이거라도 먹고 있어라. 독한 녀석"

라며 언니실장의 수조에 꿀과 허브와 레드와인이 따로 들어있는 트레이를 넣었다.

"사이좋게 지내라 너희들. 배신자라곤 해도 동료니까"

그렇게 말하고 인간은 떠나갔다.
후에 남겨진 것은 울면서 자실장을 먹는 독라와,
자신의 자가 먹히는 모습을 볼 수밖에 없는 언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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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실장은 얼마나 눈 앞의 독라를 매도했을까.
목소리가 갈라져도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저주에, 떨면서 사죄의 말을 되뇌이는 독라.

그때, 창밖으로부터 바람이 불어왔다.
밤바람은 두마리 실장석 사이로 불면서 주변의 냄새를 뒤섞는다.

그 냄새에 언니실장은 이상함과 그리움을 느꼈다.

"데.... 이 냄새는..."
"데데?"

얼굴을 든 독라도 깨달았다.
수조의 벽에 가로막혀서 알기가 어려웠지만, 눈앞의 성체실장석의 냄새는.

"마마... 데스우..?
"데... 와, 와타시가 산에서 납치된 때에 아직 자실장이었던, 장녀 데스우?"

저주하던 배신자는 마마였다.

그리고 독라의 눈앞의 산실장은 장녀.. 즉 독라가 아까 먹었던 자실장은.

"와, 와타시는 손녀를 먹..먹..... 데베에에에에에"

너무나도 큰 충격으로 토하는 독라.
그 토사물 속에 빨강과 초록으로 빛나는 두 눈알이 보인다.

'데에에에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에에에에엥!!"

울 수밖에는 없는 언니실장.

"죄송합니다 데스우!! 마마를 용서해주는 데스우!!! 죄송한 데스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사과할 수밖에 없는 독라.

다시 한번 산에서 불어온 찬바람이 두 실장석 사이를 지나간다.
그 모습을 한없이 냉혹하게 빛나는 달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끝

댓글 5개:

  1. 실장모녀손녀덮밥을 하지못해서 아쉬운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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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역시 양식보단 천연이 더 맛난 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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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역시 실장석은 부조리 요소가 충분히 섞여있는게 재미있음. 특히 이 작품에는 실장석에 컴플렉스 느끼는 애들이 모든 실장석은 분충이라고 발광하는 댓글 싸대면서 분위기 망치지 않아서 더 괜찮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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