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요리점 번헌정(빵콘정)』 -『실장 연어 알 덮밥과 친실장 차즈케』


 - 연어알 덮밥

 - 오챠즈케(밥에 차를 부은 물밥 요리)


붉은 등불이 늘어선、뒷골목에 조용히 자리 잡은、미식가 사이에서 나름대로 이름이 알려진 가게

『실장요리 번헌정(빵콘정)』

오늘도 퇴근길에 들른 직장인이나、근처에 사는 단골손님。
그리고 드물게 실장 요리를 찾아、이 지역 밖으로부터도 손님이 모여들었다。

왠지 그리운 엔카(애수가 담긴 대중 가요, 트로트와 비슷함)가 흘러나오는 이 가게 안에서、
점원은 주인장 한 사람뿐。

그럼 오늘은 어떤 요리가 나올까。


『실장 연어 알 덮밥과 친실장 차즈케』



큰 편백나무 판을 아낌없이 사용한 카운터。
케이스 안에선、오늘도 건강하게 자실장과 저실장이 테치테치 레후레후라고 울어대고 있었다。
그런 소리에 섞인、뎃게ー 뎃게ー란 색다른 소리。
대나무 틀에 실로 옳아 매어진、아귀 실장이 연처럼 매달려 있었다。

그것은 이제 그런 시기가 왔다는 것을 알려주는、기대를 모으는 겨울의 진미였다。

햇볕에 잘 말려진 아귀 실장은、매달린 아귀 실장과 조금 다르다。
그것은 몸의 크기는 중실장 정도로、제대로 살아있는지、양 눈이 녹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퍼석퍼석 마른 건어물 같이 되어있었지만、배만큼은 불룩 튀어나와있었다。

주인장은、메뉴판에、분필로 힘차게 글씨를 썼다。

【아귀 실장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우마미쨩에게 건네주었다。

「뎃스데ー스」

민소매 차림인 우마미쨩은、뎃뎃데라고 소리내며 가게 앞에 놔두었다。

밖은 겨울 분위기가 나고 있었다。

“슬슬 전골요리를 준비해놓지 않으면 안 되겠군“ 이라며、짧게 깍은 수염을 요리조리 돌리면서、
주인장은 주변에 있는 지소에비쨩(실장 새우 – 식용 저실장)을 손끝으로 어루만졌다。


17시에 개점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을 무렵。한 손님이 가게로 들어왔다。
들어가는 걸 주저한 것일까、그 남성 손님은 가게 앞에서 안을 슬쩍 들여다보고、각오한 것처럼 가게로 들어왔다。
‘본 적이 없는 얼굴이군、처음 온데다가…실장 요리의 초심자 같은데’。

「어서옵쇼」

「데스데ー (어서오시란 데ー스)」

평소와 같은 주인장과 우마미쨩의 한마디。

어디에 앉을지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남자의 앞에、주인장이 손수건과 차를 내놓자、
안도하며 자리에 앉은 남자는、
흠칫거리며 눈앞에 울고있는 지소에비쨩과 지소코(식용 자실장)을、훝어 보았다。
주인장은 객석에 링갈을 내놓았다。

『손님 테치〜♪ 아타치 어떤 요리로 되는 테츄?』(※요리 모드 번역)

라는 지소코의 소리에、남자는 헛하고、놀란 표정을 지었다。

「……음 저기………추천하는게 있나요?」

「……………………예、오늘은 좋은 아귀 실장이 들어왔습니다」

슬쩍、주인장이 연처럼 매달아 놓은 아귀 실장을 보여주었다。

「우왓……깜작이야…음……그럼…저걸로……」

‘언뜻 보면、메마른 아귀 실장은 무섭지만’。
‘그 맛은 끝내주는데…’。
‘주문은 받았지만 상세한 지시가 없다면、그걸로 하는 게 좋겠군’。
생각을 떠올린 것만으로 얼굴이 발그레해진 주인장을 보고、초보자 손님은 몸을 떨었다。


케이스 위。아귀 실장을 틀에 매달아 놓은、그 아래엔…

다시마 국물・진간장・술・향신료와 허브를 집어넣은 자루・실장 기름…그리고 적당히 들어간 활성제。
그것들을 섞은 액체를 구체에 채워 넣은 다음。그 구체를 실장옷을 꿰맨 소쿠리에 집어넣었다。
그리고、옆에 있는 IH 쿠킹 히터로 온도를 체온 정도로 맞추면 준비는 끝난다。

「뎃게ー…뎃게ー…데…데갸!?」

아귀 실장의 녹색인 양 눈을、빨간 식용 염료로 강제 출산 모드로 바꾸었다。
놀란 아귀 실장은 날뛰었지만、대나무 대에 묶여있었기에 움직일 수 없었다。

「텟테레ー♪」
「텟테레ー♪」
「텟테레ー♪」
「텟테레ー♪」
……………
………

태어나기 시작한 지소코、그 중에서 2마리를 빼내어、다른 용기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나머진 전부、조미액이 들어있는 소쿠리 안에 넣었다。
처음엔 작아도 건강한 새끼가 태어났지만、잠시 있자 태어나는 건 거의 태아 수준의 새끼였다。
보통이라면 태어나는 순간 죽고 말테지만、지금은 활성제의 힘이、조미액 안에 있는 새끼 들의 눈을 깜박거리게 했다。
그리고、퍼석퍼석 마른 친실장으로부터 태어난 새끼이기에。
새끼들은 어떻게든 영양을 얻고자、조미액을 점점 마셔갔다。

그 사이、새끼를 낳아가며、죽어가던 아귀 실장의 양 눈을 적록색으로 돌려놓고、
몸을、새끼들과 같이 준비해둔 활성제가 들어간 다시마 국물에 담가주었다。

태어난 새끼는、그 무렵쯤 충분히 조미액을 마시고、불룩하게 몸을 부풀리고 있었다。
자 실장 연어알이 완성됐다。

*************************

내 앞에 내놓아진 요리는、언뜻 보면 알의 크기가 고르지 않은 연어 알 덮밥이었다。
단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아직 새끼들이 살아있다는 것이었다…。

「레아-」

「레휘…」

라는、작은 소리가 들려온다。

직장 선배에게 소개받았긴 하지만、이건 정말 별난 요리네…。

근처엔 사발과 작은 접시 그리고 맑은 국물。
작은 접시엔 갈색 점막을 두르고 있는 엄지 정도의 새끼가 와사비로 무쳐져 있었고、
맑은 국물엔 통통한 자실장 1마리가 포가 된 상태로 떠있었다。

솔직히、기분 나쁜걸。

일단 합장한 다음、흠칫하면서 와사비 무침부터 먹어보았다。
점막이 남은 새끼는 기분 나뻤지만、맛은 좋았다。
혀로 주르륵 굴려보고、곱씹은 다음 느껴지는 일본 와사비의 알싸한 향、그리고 씹히는 식감 이건 정말 멋지군!

「오오!」

그만 탄성을 질러버렸다。
뭐야 이거、맛있는데!?

다음은、맑은 국물。
된장은 적갈색 된장이군、뭐지、독특한 뒷맛인데。

「………지소 미소(실장 된장)、뇌수라네」

주인장이 나직이 말해주었다。
그렇군、이건 적갈색 된장에 뇌수…지소 미소를 섞은 거군。
독특한 맛이지만 깊은 뒷맛이 남는군。
뇌수라고 하면 좀 그렇지만、이건 게의 등껍질을 좀 달게 만든 것과 같은 진미인데。

상상이상으로 어느 음식이던지 간에 맛있는걸、그럼、오늘의 메인 요리는 뭘까나。
어디까지나 이 두 가진 전체요리니까。
살아있다는 게 좀 저항감을 들게 하지만、이건 먹지 않을 수 없겠는데。

한 숟갈、우묵한 숟가락으로 초밥용 밥처럼 퍼내봤다。
아직 레후레후 작게 소리 내고 있었지만、참을 수 없어 한입 먹어보았다。

「레엣」

팟하고 씹는 이 사이로、흘러넘치는 즙。
여러 맛이 섞인 조미액과 지소코의 육즙이、입 속에서 춤을 췄다。

형용할 수 없는 맛이군!

식감은 연어 알과 달리 탄력이 있고、한 번 씹을 때마다、지소코의 생명력이 넘쳐흐르는 것 같다。
먹고、씹을 때마다、터지는 지소코의 목숨。
그리고 다시마 국물과 육즙과 절인 밥의 하모니가 나를 감싼다。

아아、이건 손을 멈출 수 없겠는데!

어느새 절반밖에 남지 않아 있는 그것을、다시 먹으려고 우묵한 숟가락을 뻗었을 때。

「실례하겠습니다」

내 옆에 무언가 탁 놓여졌다。

「……………데게ー………」

거기엔 아귀 실장이、커다란 냄비에 넣어져 있었고、그 아래에 있는 풍로에 주인장이 찰칵 불을 붙였다。


「………이 녀석의 국물을 밥에 부은 다음、떠먹어 주십쇼…」

냄비가 끓여진 잠시 뒤。
게이지 위에 놓인 컵 안에서、파킨이란 소리가 났다。
아무래도 꺼내둔 위석이 갈라진 모양이다、그것과 동시에 주인장이  아귀 실장의 시체를 냄비에서 꺼냈다。

그리고、맛있는 냄새가 나는 냄비에서、그 국을 한 숟갈 퍼내어。
살짝 덮밥에 부었다。

은은한 흰 빛을 띄며、두둥실 피어오른 실장 연어알의 향기。
침이 넘어간다。

쏴르륵、자른 김과 썰린 파가 뿌려졌다…

『실장 연어알과 친실장 차즈케』이 완성되었다。

알밥만으로 그렇게나 맛있었는데、그걸 넘어서는 게 있었다니…。
삼종의 하모니에 친실장으로부터 배어나온 국물의 향기、그리고 깔금한 국물의 맛이 섞여、
승화라고 표현해야할 정도의 변화가 일어났다。

전부 한 가지에서 태어난 맛이다、그렇기에 어울릴 수밖에 없다。

이미 그 음식은 내 입으로 급하게 들어가고 있었다。
맛있다、맛있어、정말로 맛있어。
어느새、내 눈앞엔 빈 그릇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마지막엔、남아있던 국물을 사케와 섞어 마신 다음、행복감에 휩싸였다。

선배의 말은 잘못된 게 아니었다。
이렇게나 맛있을 줄은。
희생된 아귀 실장에게 합장하며、잘 먹었습니다!

주인장은 카운터 너머로 빙긋 웃었다。
그의 발밑엔、언제나처럼 우마미쨩이 손에 그릇을 들고 춤을 추고 있었다。







문득、그릇 위를 보자 자실장 2마리가 앉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테챠?」

「텟츄ー?」

푹신푹신한 천위로、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쪽을 본 자실장。
그 애들은 그 때、맨 처음 따로 빼두었던 자실장이었던 거 같은데。
자실장들은 부드러운 천 위에서、나와、옆에 있던 모친의 시체를 번갈아 보았다。

「데스뎃스우 (이 애들은 산으로 돌려보내려는 데스우)」

우마미쨩은 그렇게 말하고、2마리를 어미의 곁에 놔두었다。
그릇에서 아장아장 기어 나온 자실장은、모친의 가슴을 빨아대며、
젖이 나오지 않아 치이치이 울어대며、그 자리에서 안심한 것인지 잠들어버렸다。

최근엔 산실장의 수가 줄었다고 한다。
실장 요리점으로선 이 사태에 대해 고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나 맛있는 요리란 건、딱 봐도 알 수 있는 것이었지만、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이건 또 먹어도 물리지 않을 요리였다。

가게에 들어가기 전엔、‘너희도 맛있는 새끼를 낳아주렴’이라고 생각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나는 잠든 자실장들의 머리를 어루만져주었다。


*************************(덤)

『아귀 실장의 구원받는 꼬마(발음이 아귀와 같음)』

아귀 실장이 들어왔다는 말을 듣고、한 달 만에 다시 찾은 번헌정。
가게로 들어가니、안에서 단골손님의 떠들썩한 목소리와 함께、주인장과 우마미쨩의 소리가 들려왔다。
역시、평소와 다름이 없는걸。
그편이 낫지。

따뜻한 점내에 들어와 긴장을 풀자、아귀 실장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은 아직 남아있었나 보다。
기쁜 마음에 미소가 지어졌다。

빈 카운터 한 곳에、재빨리 전체 요리가 놓아졌다。
그것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지소코 조림이었다。
주인장은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건、주문해볼까。

「오늘은 뭘로 드릴까요」

으음、모처럼 먹는 아귀 실장이다。
실장 연어 알 덮밥도 포기하긴 너무 아깝지만、역시 정통적인 저걸로 시켜야겠다。

「구원받는 꼬마、전골로 부탁드려요」

「……………알겠습니다」

「뎃스데ー(알겠는 데ー스)」

톡톡 발밑을 지나간 우마미쨩이、가게 안에서 풍로를 가져와 나에게 건네주었다。

「고마워 우마미쨩」

「데ー데에ー(고마운 데스ー)」

인간의 말을 따라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지만、이상한 실장석이로군。
그녀의 손에서 풍로를 건네받아、카운터 위에 올려놓았다。

거기에 탁、아귀 실장이 들어간 뚝배기가 놓아져 만반의 준비가 갖추어졌다。
찰칵 불을 켜고、스르륵 코로 들어오는 우려낸 국물의 맛있는 냄새。
그런데 이쯤에서、설명하도록 하겠다。


구원받는 꼬마란 건、아귀 실장을 먹는 아주 대중적인 방법 중의 하나다。
전골에 넣을 국물은 뭐든지 상관없다、일본식이든 중국식이든 돼지뼈 국물도 괜찮다。
크림 같은 건 약간 이 요리에 어울리지 않을지 모르겠지만、드물게 넣어서 먹는 사람도 있다。
뭐、어쨌든 들어가는 건 대에 묶여진 이 아귀 실장이다。
햇볕에 말려진 이 녀석의 몸에선 좋은 국물이 나온다。
불을 떼 잠시、끓였다가 불을 줄였다하는 화력 조절을 절묘하게 하여、
이 녀석이 금방 파킨사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
이 과정을 대충하면 맛있는 국물을 우려낼 수 없다。

국물이 끓으면 태내에 있는 새끼가 열로 날뛰기 시작하며、
생명의 위기를 느꼈는지 친실장은 양 눈 붉게 물들인다。그리고 출산이 시작되야하지만…。

「뎃게ー아아아! 데갸아아아아아악!」

대에 묶여진 아귀 실장은、냄비에 집어넣어지기 직전에 총배설구가 꿰매어져 출산을 할 수 없다。
이대로라면 죽고 말아! 살려줘! 라는 말을 하는 순간에、먹는 사람은 냄비에서 아귀 실장의 배 부분을 내놓고、쓱 잘라버리면 된다。
그러면 안절부절하지 못해하며 몸부림치는 아귀 실장의 배로부터、새끼가 점막을 두른 채 뛰쳐 나온다。

이렇게 『아귀 실장의 구원받는 꼬마』가 완성된다。

배에서 튀어나온 새끼는、태어난 기쁨과 살아남았단 희망으로 빙긋이 웃으며 태어난다。

「렛테레ー♪」
「텟테레ー♪」
「테윳테레ー♪」

그런 새끼를 젓가락으로 잡고、점막에 쌓인 뒷머리를 손가락으로 뽑아낸 뒤、입에 던져 넣으면 된다。
이 땐、머리를 뚝뚝 뽑아내며 먹는 것이 정석이다。
새우의 머리를 제거하는 요령으로 뚝 스르륵 쓱 뽑아내면…음 맛있는데。

몇 마릴 가지고 즐기다가、냄비 국물에 담가주자。

「테갸ーーー읏테햐ーーーー앗!」

갑자기 들어간 열탕에 몸이 달아오르면、같은 크기로 입을 쫙 벌린 다음에 나오는 한 마디。

「테쨔앗!」

오도독 머리를 씹으면、맛있는 지소미소가 튀어나온다。
손을 더럽히는 방법이지만、이 맛을 느끼는 데엔 별 것이 아니었다。

이 때、태내의 새끼가 없어질 경우 재빨리 다음 과정으로 이행한다。
근처에 놓여진 붉은 식용 염료로、빈사한 아귀 실장을 강제 출산 시킨다。
몸을 떨며 거품을 문 아귀 실장의 배에서、투툭투툭이란 소리가 난 잠시 뒤。
파킨이란 위석이 갈라지는 소리가 나면 적당한 시기가 온 것이다。

아귀 실장의 배를 쭉 째면、그 안에는 삻아진 태아가 나타난다。
이게 또 진미라 할 수 있다。

허둥지둥 스프를 떠서、먹을 때 느끼는 맛은 다른 맛과 비견할 수 없다。
이건 국물에 담가먹어도 좋고、밥에 얹어먹어도 좋다。
아아 맛있다、뚜둑뚜둑거리는 식감에 오랫동안 남는 깊은 풍미。
생명을 줘서 감사하다란 생각이 든다。

남은 국물엔、밥과 알을 섞어서…。
오늘도 맛있는 실장 요리에 합장。잘 먹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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