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 이야기, 구더기쨩 회유기


뎃데로게~♪ 뎃데로게~♪

"또 태교의 노래? 미도리는 좋은 어머니가 되겠구나"
"데스! 와타시는 죽은 마마나 자매의 몫까지 열심히 사는 데스. 산처럼 많은 자를 낳아 기르는..."
"그런 것보다 상어 이야기 하자!"
"데에... 또 상어 이야기인 데스우? 이미 몇백번은 들은 데스우."
"그럼 앞으로 만번은 더 들려주마. 그럼, 상어란 말이지.."

사육실장 미도리는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이 주인님의 상어 이야기를 듣는다.
뱃속의 새끼들에게 태교의 노래를 들려주고 싶지만, 니트라 한가한 주인님이 방해한다.
항상 열성적으로 상어 이야기를 계속 해대는 것이다.
그래도 주인이 상어 이야기를 시작하자, 뱃속의 아기가 활발하게 움직인다.
뭐 상관없나, 하고 배를 부드럽게 쓰다듬는 미도리.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출산의 날...

"힘내 미도리이! 초! 힘내라!"
"뎃 뎃 후우- 뎃 뎃 후우"

물을 채운 욕실 세면대 위에 걸터 앉은 미도리가 힘을 준다.
그러나 새끼가 언제까지고 태어나지 않는다.

"이건 상당한 대물인 데스우. 분명 건강하고 활발한 자실장인 데스우."
"머리가 보였다고 미도리! 좀만 더!"

뎃~스~~~~웅 하고 마지막으로 힘을 쥐어짜자 '퐁'하고 태어났다.

"텟테레~!"

"이건... 구더기쨩이다. 좀 큰데.. 10cm 정도?"

갓 태어난 구더기쨩은 세면대 속에서 레후레후하며 꼬리를 흔들고 있다.
그런 구더기를 배를 감싸안은 미도리가 엉덩방아를 찧고선 보고 있다.

'데? 배가 꺼져버린 데스. 커다란 구더기쨩 한마리뿐인 데스?"

건강한 자실장이 태어날 것이라고 상상했던 미도리는 한마리뿐, 그것도 구더기쨩이 태어난 것이 난감한듯 하다.
미도리는 커다란 구더기쨩을 세면대에서 안아 올린다.

"레후~, 레, 레레레!? 고통..스러운 레후~, 숨을 쉴... 수 없는 레... 후..."

물에서 꺼낸 순간 구더기쨩이 고통스러워 한다.
꼬리를 파닥거리며 혀를 내밀곤 얼굴이 점점 보라색이 되어 간다.

"미도리, 구더기쨩이 힘들어 한다고. 숨을 쉴 수 없는거 같은데"
"데데에!? 구더기쨩? 구더기쨔~~~~앙!? 주인님, 어쩌면 좋은 데스우?"
"세면대로 되돌려 놓으면?"

세면대 속으로 돌아가자 구더기쨩은 건강해졌다.
얼굴과 옷 사이로 뽀글뽀글하고 수포가 나온다.

"도대체 어떻게 된 데스우? 주인님 가르쳐주시는 데스."
"으음, 아마 내가 매일 상어 이야기만 해서 자신이 상어라고 착각해 버린게 아닐까"
"데데에!? 그럼 왜 이렇게 큰 구더기쨩 한마리뿐인 데스우?"
"육식 상어 중에는, 배속에서 몇 개의 알을 낳든 태어나는 것은 한마리 뿐이라는 종이 있어. 왠지 아니?"
"모르는 데스우."

"그것들은, 마마의 뱃속에서 서로 잡아먹으니까"
"데.. 그렇다는 것은"
"구더기쨩이 다른 자매를 먹어버린 거겠지. 그 영양분으로 자라나 거대화한거고"
"데에!? 설마~데스우..."

벌거벗은 채 미도리는 오로로~롱하고 욕실의 타일에 앉아 울기 시작한다.

"레... 레힛 레히잇!?"

그 때 세면대 속의 구더기쨩이 다시 고통스러워하기 시작했다.
세면대의 물의 산소가 다 떨어져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레후레후... 숨이 안...레후~, 죽..죽는 레후~"
"데데에! 주인님! 구더기쨩이 힘들어하는 데스, 어떻게든 해주시는 데스!"
"괜찮아? 자매를 먹어치운 구더기쨩인데도?"
"그래도 배를 앓고 낳은 와타시의 자인 데스우, 죽게 두지는 않는 데스우!"
"그래. 알았다"

주인은 목욕탕에 수조를 가지고와서 물을 담았다.

(설마 이 탱크를 본래의 목적으로 쓰는 날이 올줄이야..)

물을 채운 수조에 고통스러워하는 구더기쨩을 넣어 거실로 옮겼다.
그리고 옛날에 블랙바스와 블루길을 기르던 때에 쓰던 공기 펌프를 어디서 가져왔다.
그것을 구더기쨩를 걱정하는 미도리가 찰싹 붙어있는 수조에 설치한다.
하는 김에 바닷물에 가까운 편이 좋을거 같아서 수조에 소금을 뿌렸다.

"이걸로 괜찮겠지."
"데에에, 주인님 감사한 데스-"
"감사하는 레후~. 그래도 조금 짠 레후."
"뭐어, 좋은게 좋은거지"

구더기쨩은 기분좋게 꼬리를 흔들며 수중을 헤엄쳐 다닌다.
헤엄치면서 뿌륫뿌륫하고 처음을 똥을 싼다.
자매는 구더기쨩에게 소화되어 배출되고 말았다.

"구더기쨩 다메데스. 사육실장은 똥은 화장실에서 하지 않으면 버려지는 데스우."
"레후? 화장실은 어디인 레후?"
"데... 어딘가 구석에서 싸는 데스우."
"알겠는 레후~"

구더기쨩은 수조 구석으로 가서 똥을 싸지만, 똥이 그대로 금붕어의 똥처럼 구더기쨩의 엉덩이에 붙어 흔들린다.
구더기쨩은 남자가 뭔가 해냈을 때의 표정을 하고선 마마에게 말했다.

"마마, 제대로 한 레후~ 배 프니프니해주는 레후~"
"이 구더기쨩 다메다메한 데스우.."

친자를 보면서 주인은 크게 하품했다.
이미 한밤중이다.
주인은 니트라 생활습관이 미쳐 날뛰고 있지만, 미도리의 출산 때문에 자지 않고 계속 깨어 있었던 것이다.

"그럼 난 이제 잔다. 슬슬 옷 정도는 입으라고"
"데?"

미도리는 출산을 위해 옷을 벗은 이후 계속 알몸이었다.
주인의 지적에 이얏하고 손으로 가슴과 사타구니를 가리고 퐁~하고 뺨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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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후, 미도리가 당황하여 인터넷 서핑 중이던 주인의 방에 달려 들어왔다.

"주인니임, 구더기쨩의 모습이 이상한 데스-."

거실의 수조를 들여다보자, 구더기쨩의 상태가 매우 약해보인다.
상당히 쇠약해졌다.
살풍경했던 수조 속은 주인이 넣은 수초나 돌 덕분에 화려하다.
작은 소리로 뭔가 중얼거리길래 링갈을 써보니, 졸린 레후~하고 말하는 듯하다.

"으음, 이건.."
"알고 있는 데스 주인님!?"
"아니, 잘 모르.. 아니아니. 아마 잠을 못 자서 쇠약해진 거겠지"
"왜 그런데스? 전기가 켜져있어서 그런 데스우? 지금 당장 끄는 데스!"

"그렇지 않아. 상어란 말야 호흡하기 위해서 항상 헤엄치지 않으면 죽어버리는 생물이라고. 즉 멈춰서 자고 싶어도 숨이 막히기 때문에 자질 못한다고. 이대로라면 쇠약사하겠는데"
"어, 어떻게 하면 좋은 데스우?"
"굳게 믿어서 상어가 되었다라... 좀만 기다려봐"

그렇게 말하곤 주인은 실을 가져왔다.
콘페이토를 실에 묶는다.

"콘페이토! 콘페이토 데스-!"
"바보, 너를 낚기 위한 것이 아니다. 어이 구더기 쨔~앙"

주인이 수조를 툭툭 두드리자, 구더기쨩이 졸린듯한 눈을 돌린다.

"무슨 일인 레후~? 구더기쨩은 졸린 레후~."
"구더기쨩, 이걸 보는거야"
"레후~? 콘페이토레후~. 맛있어 보이는 레후."

구더기쨩이 콘페이토를 바라보자, 주인은 콘페이토를 흔들흔들 흔들기 시작했다.

"당신은 점점 졸려옵니다~."
"이미 졸린 레후. 하지만 답답한 레후."
"구더기쨩은 넴리브카가 됩~니다~. 구더기쨩은 넴리브카가 됩~니~다."
"레후? 구더기쨩은 넴리브카인 레후?"
"그래... 구더기쨩은 넴리브카가 됩~니다~"
"구더기쨩은... 구더기쨩은 넴리브카인 레후~, Zzzzzzzz"

물 속을 떠돌던 구더기쨩은 곯아떨여저서 천천히 바닥에 가라앉아 간다.
그것을 본 미도리는 당황했다.

"구더기쨔아~앙! 멈추면 죽어버리는 데스!"
"큰소리 내지마. 구더기쨩은 넴리브카가 되었으니 헤엄치지 않아도 괜찮아."
"뭐가 좋은 데스우? 이대로라면 죽어버리는 데스!"

"알겠냐, 넴리브카라는 상어는 헤엄치지 않고도 숨을 쉴 수 있는 상어라고. 통칭 화이트팁이라고 하고 얌전한 성격이지. 이녀석은 아가미와는 별개로 존재하는 분수공이라는 구멍으로 아가미로 보내지는 바닷물을 빨아들일 수 있어. 덕분에 멈춘 채로도 호흡이 가능하다고. 얌전한 성격이니 지금까지의 멧새상어 모드 구더기쨩이랑 다르게 만지더라도 물리지 않는다구"
"대단한 데스우! 이걸로 구더기쨩을 마음껏 프니프니 해줄 수 있는 데스우!"

미도리는 구더기쨩의 이빨 자국 투성이인 오른손을 보며 기뻐하였다.
그런 미도리를 보면서 주인은 크게 하품을 했다.
주인은 니트라 생활습관이 미쳐 날뛰고 있지만, 게시판에서 떡밥이 터져서 불타오르고 있었기 때문에 자지 않고 깨어있었던 것이다.

"그럼 난 이제 잔다. 슬슬 옷 정도는 입으라고"
"데?"

미도리는 목욕하기 위해 옷을 벗은 다음 구더기쨩의 이변을 눈치챘기 때문에 알몸이었다.
주인의 지적에 이얏하고 손으로 가슴과 사타구니를 가리고 퐁~하고 뺨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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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한달 후.
미도리가 수조 속의 구더기쨩과 이야기하고 있다.
수조 뚜껑을 열고 구더기쨩의 먹이인 콘페이토를 조금 뺏어먹긴 했지만.. 수조에 떨어뜨린다.

"구더기 쨔~앙, 콘페이토 밥인 데스~."
"레후~♪ 콘페이토 맛있는 레후~♪"
"구더기쨩 그렇게 급히 먹으면 다메인 데스-."
"싫은 레후! 마마가 말한대로 천천히 먹었더니 녹아버린 레후! 구더기쨩 이제 속지 않는 레후웅!"

주인은 그런 친자의 따뜻한 모습을 보며, 난처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레후웅~이라고 했지만, 구더기는 수조 용량의 삼분의 일을 차지할만큼 커져버렸다.
주인은 미도리를 부른다.

"뭐인데스? 주인님?"
"미도리, 내가 니트인건 알고 있니?"
"알고 있는 데스우.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굴뒹굴하는 데스."
"그래. 그래서 구더기쨩은 이제 키우지 않는다"

"데!? 왜 그런 데스!?"
"구더기쨩은 지나치게 커져서 지금의 수조로는 더 이상 키울 수가 없어. 그렇다고 새로운 수조를 사려니 돈이 없고. 먹이값도 어마어마하고, 똥 치우는것도 장난 아니지. 그래서 내일 바다에 풀어줄거야. 그 편이 좁은 수조에 갇혀 있는 것보다 상어 구더기쨩한테도 행복할거라 생각해"

"데에에... 그런... 데스."
"너도 새끼와 이별할 때가 된거지. 나도 슬퍼. 하지만 어쩔수가 없단다"
"데... 알겠는 데스. 자의 행복을 바라는 것이 어미인 데스. 내일 바다에 놓아주는 데스우."
"알아줘서 기쁘구나. 이제 잘까. 슬슬 옷 정도는 입으라고"
"팬티는 입고있는 데스. 게다가 언제나 나체족인 주인님한테 듣고 싶지 않은 데스"

한 사람과 한 마리는 눈물을 훌쩍거리며 수조의 구더기쨩을 바라보았다.
구더기쨩은 배가 가득차선 레후레후하고 코를 골고 있었다.
그날 밤엔 거실에 이불을 깔고 모두 같이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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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저녁, 차에 구더기쨩의 수조를 싣고 해안을 향했다.
주인은 수조를 들어 모래사장으로 운반했다.
그 뒤를 미도리가 터벅터벅 따라간다.
그런 미도리에게 주인이 말했다.

"헤어지기 전에 그렇게 풀죽어 있지 마라고. 힘차게 구더기쨩을 보내주자고"
"데, 그런 데스. 어미가 훌쩍훌쩍하면 안되는 데스. 최후에는 웃으며 헤어지는 데스우."

물가에서 수조를 내린다.
낯선 경치에 구더기쨩이 두리번두리번 거리고 있다.

"구더기쨩, 이거 먹는 데스우."
"콘페이토 레후! 이렇게 많이 먹어도 괜찮은 레후?"
"괜찮은 데스, 상관없는 데스. 잔뜩 먹는 데스."

바다에 풀어준다고 해도 먹이를 구하지 못할수도 있다.
한 사람과 한 마리는 상상만 할 수 있을 뿐, 구더기쨩에게 바다에서 먹이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줄 수 없다.
이날 오전에 구더기쨩에게 바다의 지식을 쑤셔 넣으려고 했지만, 구더기쨩은 내용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했다.
오후엔 종일 구더기쨩 주위를 얼쩡거리기만 했다.
여행을 떠날 구더기쨩을 피곤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뭍에 있는 동안에 배불리 먹여주자고 둘은 생각했다.
맛있게 콘페이토를 먹어치운 구더기에게 미도리가 얘기하기 시작했다.

"구더기쨩은 지금부터 바다로 돌아가는 데스."
"레후? 구더기쨩 버려지고 마는 레후? 싫은 레후. 구더기쨩은 마마와 주인님과 항상 함께 있는 레후."
"틀린 데스, 버리는게 아닌 데스. 구더기쨩은 독립하는 데스. 이제 어엿한,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마마의 소중한 구더기인 데스."
"싫은 레후. 모두 사이좋게 사는 레후."
"어리광 부리면 안되는 데슷!"

미도리는 강하게 말했다.
구더기쨩은 처음 화내는 마마한테 놀라서 레- 하고 울었다.

"주인님이 가르쳐준 데스. 생명은 바다에서 태어난 데스. 바다 속은 풍요로운 데스. 구더기쨩을 상냥하게 받아주고, 때때로는 엄하게 꾸짖어 주는 데스."
"레후-"

침묵이 찾아왔다.
백사장은 석양을 받고 시뻘겋게 타오르고 있었다.

"알겠는 레후."

구더기쨩은 불쑥 말했다.

"구더기쨩은 혼자서 가는 레후. 자립하는 레후. 하지만... 하지만 또 마마와 주인님을 보고 싶은 레후."
"다시 만나는 데스. 살아 있다면 꼭 만나는 데스. 게다가, 떨어져 있어도 구더기쨩과 마마와 주인님은 언제나 함께인 데스!"
"마마... 안녕히 계시는 레후. 주인님도 안녕인 레후.
"아아. 다시보자꾸나 구더기쨩"
"이제 가는 레후. 수조에서 꺼내주시는 레후."

주인은 구더기쨩을 수조에서 안아 올렸다.
구더기쨩을 미도리에게 맡겼다.
미도리는 구더기쨩을 사랑스럽다는 듯 껴안았다.

"어느샌가 엄청 자라버린 데스"
"레후-"

미도리는 구더기를 파도에 맡겼다.
좁은 수조 속에 있었기 때문에 자유롭게 헤엄치는 것은 오랜만이었지만, 구더기쨩은 능숙하게 파도를 가르며수평선의 석양을 향해 헤엄쳐 나아간다.
조금 지나자 구더기쨩의 모리는 바닷속에 잠겨 보이지 않게 되었지만, 가끔 물 위로 머리를 내밀며 조금씩 멀어져간다.
마지막으로 파도에서 머리를 내밀고

"레후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웅웅..."

라고 큰소리로 울더니 그 이후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한동안 둘은 석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인이 돌아갈까, 라고 말하자 미도리가 데스우하며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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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오자 주위는 이미 컴컴해져있었다.
거실의 평소의 장소에 수조를 올려놓고 둘이서 저녁식사를 마쳤다.

"감사히 먹은 데스."

미도리는 전부 먹고 식기를 물로 씻은 다음, 거실 구석에 있는 골판지 침상에 기어 들어간다.
주인은 차가운 편의점 도시락을 맛없다는 듯이 먹고 있다.
주인이 앉는 식탁의 자리에서는 싫어도 텅빈 수조가 눈에 들어온다.

구더기쨩이 없어져버렸다.
이제 거실의 문을 열어도 구더기쨩이 기쁜 듯이 이쪽을 바라보는 일도, 그 웃음소리가 들리는 일도 없다.
미도리는 주인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데면데면한 채로 잠들어 버렸다.
수조를 향해 등을 돌리고선 떨고 있다.
집안이 고요한게 꼭 모든 것이 죽어버린 것만 같다.
수조는 내일 마무리 짓자!
식은데다가 왠지 모르게 짜기까지 한 밥을 후벼파면서 마음 속으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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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레후~♪ 바다에는 이상한 생물이 가득한 레후~♪"

그 때 구더기쨩은 바다 속의 풍요로운 자연을 보면서 기뻐하고 있었다.
달빛이 바다 속을 비추고 있다.

"생선씨 안녕한 레후~"

물고기는 처음 보는 신기한 생물을 보고 부리나케 도망쳐 쳐렸다.
해저에는 산호가 퍼져있고, 낙지와 게, 무리지은 자그마한 물고기가 헤엄쳐다니고 있다.

"아름다운 레후~ 대단한 레후~ 넓은 레후~"

구더기쨩은 어두운 바다 속을 눈을 번쩍이며 안으로, 안으로 헤엄쳐 들어간다.
구더기쨩은 넓고 넓은 대양 속을 향해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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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 후

"헤이 조오지~, 아직도 한마리도 낚지 못했다고오? 승부는 아무래도 내 승리구만!"
"오우 리처~드~, 승부는 이제부터라고~. 죠스를 낚아서 일발역전 해줄테니 말야~!"

털이 수북한 두 명의 외국인 아저씨들이 크루저에서 낚시를 하고 있다.
리처드는 이미 다섯마리나 낚아 올렸지만, 조지는 매번 허탕치는 중.
여기서 커다란 녀석을 낚지 못하면 승부에 져서 밥을 사야만 한다.
아니, 밥 따윈 상관없다.
이것은 남자의 진검승부!
서두르는 조지의 낚싯대에 반응이 왓다.

"왓다왔다왔다왔다~~~~~!"

조지가 재빨리 릴을 감는다.

"왜그래 조오~지!?"
"리처~드. 왔다고! 이 녀석 대물이라고!"

낚싯대가 휘청하고 휘어진다.
조금씩 릴을 감아 꺼내자, 무언가가 해수면 가까이 떠올라 온다.

"뭐지? 녹색 물고기?"
"피쉬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잇!!"

낚아 올린 무언가는 공중에서 호를 그리며 크루저 안으로 떨어졌다.
떨어진 순간, 녹색의 포획물이 레베엣!하고 비명을 지른다.
이상한 생물이 걸려들었다.

"뭐냐 이 생물은. 알고 있어? 리처~드?"
"본 적은 있어 조오~지. 분명... 내가 자주 가는 게시판에 잽(JAP)녀석들이 이녀석의 사진을 올린적이 있어"

녹색의 생물은 레후~ 레후~하며 버둥버둥 거린다.
낚시바늘이 입으로 들어갔다가 코 아래 부근을 뚫고 나와 날카로운 끝부분을 반짝이고 있다.

"아픈 레후~ 아픈 레후~"
"레후레후 하는게 기분 나쁘다고. 하지만 크구만. 잽보다도 큰거 아냐?"
"HAHAHA, 하지만 내 기억엔 이 생물은 손바닥 사이즈였다고 생각되는데. 우선 바늘을 뽑을까. 설마 물어뜯거나 하진 않겠지"

바늘을 빼내자 구더기는 얌전해졌다.
레후레후하며 온화한 소리를 낸다.

"닌겐상 감사하는 레후-."
"죠오~지, 이 생물은 말을 할 수 있는거 같다구"
"진짜냐고 리처~드. 희귀한 거라면 팔면 돈 좀 되는거 아닌가?"
"잽에게 팔자고 죠오지. 하지만 이녀석 물고기가 아니니까 승부는 노~ 카운트라고 조~오지"

"그건 아니지 리처~드 HAHAHAHAHAHAHAHAHAHAHA"
"HAHAHAHAHAHAHAHAHAHAHAHAHAHA"
"레후!? 숨이 막히는 레후... 고.. 통스..러.. 레..후."

박장대소 하고 있는 아저씨 두 사람이 타고 있는 크루저 주위에 갑자기 그림자가 생겨난다.
물속에 크루저보다 큰 무언가가 있다.
그 무언가가 크루저 바닥에 부딪쳤다.

콰아아앙

크루저가 충격으로 크게 넘실거린다.
레후~하고 낚아올려진 구더기는 치솟아 오르더니 바다에 떨어졌다.

"뭐지!? 뭔가 일어나건가 리처드!?"
"몰라! 고래라도 부딪쳤나?"

"레에에에에에에에에후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이번에는 태양이 가려지더니 크루저에 그늘이 생긴다.
적색과 녹색의 눈동자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다.

"닌겐사앙... 와타시의 자를 돌려주는 레후우..."

"NO!!!! 몬스터!!!"
"도망치자고 리처~드! 배를 버려!"

"돌려줘 레후~~~~~!"
"마마-"

엄청나게 큰 구더기가 레훗하는 소리가 난 쪽을 보자 자신의 새끼가 있었다.

"무사한 레후?"
"괜찮은 레후-"

친자가 감동의 재회를 하는 동안, 배는 엔진이 터져라고 달아났다.

"오마에는 바보인 레후. 바늘이 달린 먹을건 먹으면 안된다고 가르쳤을 것인 레후."
"죄송한 레후. 마마의 등에서 피가 나오는 레후. 마마 괜찮은 레후?"

엄청나게 큰 구더기의 등은 상처 투성이였다.
배 밑바닥에 부딪쳤던 것인지 대부분 오래된 상처라 치유되었지만 새로운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건 간지럽지도 않은 레후. 마마가 진심이 되면 퀸 엘리자베스호라도 침몰시키는 레후. 그래도.."
"비행기만은 봐주는 레히!"
"그런 레후. 자아, 착한 자니까 마마의 껍질 속으로 들어가는 레후. 집으로 가는 레후"
"알겠는 레후"

작은 쪽의 구더기는 마마의 껍질 속으로 들어간다.
마마의 껍질 속은 따개비나 해초가 번식하고 있어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었다.

커다란 구더기는 크게 원을 그리듯 딥 블루의 바다 속을 헤엄친다.
수면에서 쏟아지는 빛의 선을 받고 커다란 구더기의 몸이 반짝반짝 빛난다.
수압의 변화에 견딜 수 있도록 천천히 바다 밑으로 잠수해 간다.
그 사이에 새끼에게 여러 얘기를 하주었다.
멧새상어에게 습격당했을 때의 이야기, 산호가 일제히 산란해서 바닷속이 밤하늘이 된 이야기, 미도리가 태어났을 때의 이야기, 그리고 마마의 마마의 이야기, 주인님의 이야기.
구더기는 바다 속에 떠다니던 꽃가루 혹은 산호의 정자로 모르는 사이에 임신했었다.
잠시동안 '레후레로레~♪ 레후레로레~♪'하고 구더기쨩의 태교의 노래가 머나먼 바다 속까지 메아리 쳤었다.
출산하자 커다란 구더기 한마리만 태어났다.
어미가 된 구더기는 새끼에게 어머니 미도리의 이름을 붙여주었다.
미도리는 이름을 받은 기쁨을 탈분으로 표현했다.

"집이 보이는 레후"
"집인 레후~. 빛나니까 멀리서도 보이는 레후. 하지만 눈을 감아도 눈 부신게 옥의 티인 레후."

친자는 어떤 나라의 가라앉은 잠수함을 집으로 삼고 있었다.
물론 커다란 구더기는 들어가지 않는다.
미도리는 잠수함이 크기 찢어진 구멍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갔다.

"뼈닌겐상 다녀온 레후~"
"제대로 얌전히 기다리는 레후. 미도리, 알겠는 레후?"
"와타치도 마마와 같이가고 싶은 레후~"
"안돼는 레후. 실장석의 자는 집에서 집을 지키는 것이라고 마마는 마마의 마마에게 비운 레후."
"알겠는 레후~. 열심히 집 지키는 레후."
"잔뜩 자고 잔뜩 자라는 레후"

커다란 구더기는 새끼를 남겨놓고 심해로 내려간다.

(오늘은 대왕오징어를 노리는 레후. 그런데 닌겐상을 만나는 것은 정말 오랜만인 레후! 마마와 주인님도 잘지내는 레후? 주인님은 취직한 레후? 이번에 만나러가는 레후. 그 자를 데리고 가는 레후.)

구더기는 어두운 심해로 열심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끝



 이야기 전개가 너무 카오스라 놀랐습니다. 이것이 열도의 수준인가....

댓글 10개:

  1. 갑자기 크리처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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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작정하고 이야기를 산으로 보내는 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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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똥닌겐 주인이 생태계를 교란시킨레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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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구더기가 아무리 성장했다고는 하나 야생물고기를 이기다니ㄷㄷ.. 상어나 고래등 포식자들도 있었을텐데 우째 10년째 살아있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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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상어 이야기했다고 상어 되는 놈인데 바다에서 10년 사는 정도야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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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말하는대로 이루어진다는 교훈+1
    댓데로게 +1
    애호-1
    상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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