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요리점 번헌정(빵콘정)』 -『훈제 구더기의 완두콩 두부와、녹색 소스 무침』

 - 토대가 된 요리 

붉은 등불이 늘어선、뒷골목에 조용히 자리 잡은、미식가 사이에서 나름대로 이름이 알려진 가게

『실장요리점 번헌정(빵콘정)』

오늘도 퇴근길에 들른 직장인이나、근처에 사는 단골손님。
그리고 드물게 실장 요리를 찾아、이 지역 밖으로부터도 손님이 모여들었다。

왠지 그리운 엔카(애수가 담긴 대중 가요, 트로트와 비슷함)가 흘러나오는 이 가게 안에서、
점원은 주인장 한 사람뿐。

그럼 오늘은 어떤 요리가 나올까。



『훈제 구더기의 완두콩 두부와、녹색 소스 무침』



큰 편백나무 판을 아낌없이 사용한 카운터。
오늘도 손질해둔、자실장이나 저실장이 힘차게 테치테치 레후레후 울고 있었다。

카운터 앞에는、다다미 한 장이 깔려있었지만、지금은 아무도 없었다。
간판 실장인 출산석、우마미쨩이 데ー…데ー거리며、나란히 깔려있는 방석 위에서 데굴데굴 구르고 있었다。

밖에는 비가 오고 있었다。

그렇기에 오늘은 손님이 적을지도 모르겠다。
주인장이 케이스 안에 있는 저실장을 달래고 있자、손님 한 사람이 뛰어 들어왔다。

바스락바스락 우산을 접어 물방울을 밖으로 털어내며、비에 젖은 코트를 벗은 남자는、혼자라도 괜찮은 지를 주인장에게 물어보았다

「어서옵쇼」

그 말은 이 손님을 대할 때 내는 인사였다。
주인장은 남자가 마음에 들어하는 술은 술잔에 부은 뒤、카운터에 앉아있는 남자의 앞에 내어놓았다。

「오늘은 무엇으로 하시겠습니까」




접시 위에는、연녹색 빛을 띈 우유빛 두부가 놓여져 있었다。
그것 이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소금조차 뿌려져 있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은 단골인 남자가 마음에 들어하는 음식이었다。

그리고、이곳은 실장 요리점이기에。

나오는 음식이 실장 요리인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 두부 옆에 살짝 놓아진 것은、포대기를 벗긴 독라 구더기쨩、지소에비였다。

「레풋…케풋……레후우…」

약간 갈색으로 그을려진 구더기쨩은、아무래도 훈제되었는지、조금이나마 벛꽃나무 톱밥의 향이 나고 있었다。
콜록콜록 말라버린 목으로 소리내며、구더기쨩은 상황 파악이 안 된 건지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러자、눈앞에 놓여있는 부들부들한 완두콩 두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구더기쨩은 눈을 빛내며、레후거리며 기쁜 소리를 냈다。

그리고 그대로 덜그럭거리며 접시 위로 기어올라、두부에 착 달라붙었다。
구더기쨩보다 한참 큰 완두콩 두부。
하지만、매마른 구더기의 몸은、스폰지가 물을 빨아들이듯이、점점 배를 채워갔다。

맛있다는 듯이 꼬리를 흔들거리며、구더기쨩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배에 살짝 부엌갈이 들어간 사실을 말이다。


「역시、좋은 일 하고 계시네요」

「…………………천만의 말씀이십니다」

「데스ー(천만의 말씀이신 데스ー)」


왠지、우마미쨩이 주인장의 흉내를 내며 손님의 옆에 서 있었다。
양 눈을 반짝거리면서、깜박이더니만、다시 다다미 자리로 돌아갔다。
희한한 성격을 가진 우마미쨩은 이 가게의 명물이었지만、지금은 그것보다 먹는 것에 집중하자。
남자는 접시로 눈을 돌렸다。

정신을 차릴 땐、접시에 있던 완두콩 두부가 깨끗이 비워져 있었다。
한 조각도 남아있지 않은 접시 위에는、배가 불룩하고 튀어나와 엄청나게 커진 구더기쨩 1마리밖에 없었다。


배가 부른 것인지、렛푸라고 소리 내는 구더기쨩은、빙그르르 주위를 둘러보고、눈앞에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를 발견했다。

「우지챠 배부른 레후〜 자기 전에 프니프니해줬으면 하는 레훗… 프니후ー!프니후ー!」

큰 닌겐상은 상냥한 생물。자신을 기쁘게 해주는 프니프니를 잔뜩 해준다。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위석에 기억되어있는 구더기쨩은、망설임 없이 데구르르 굴러 배를 남자에게 보였다。

배부르다、정말 행복하다、이제 잘 시간이라고、배를 내보인 순간。
배에 새겨놓은 균열이、팟하고 열렸다。

「레삐이!?」

충격으로 크게 눈을 열어젖히고、입에서 혀를 내밀은 구더기쨩。
그리고 “맛있게 돼주어서 고맙다”라고 말하며、젓가락을 잡은 남자。


『훈제 구더기의 완두콩 두부와、녹색 소스 무침』이 완성되었다。


터진 구더기쨩의 배로부터 넘쳐 나오는 두부는、고기와 깊은 맛이 우러나온 지소에비즙이 섞여、
고명이 올려진 모습이 되었다。

부르르르 무너질 듯한 그것을 입에 옮겨、한 입 먹으니。


맛있다!


몸을 흔들며 달아나려는 구더기쨩을 손가락으로 누르고、두부를 하염없이 입으로 옮겨갔다。
완두콩 두부엔 벛꽃 톱밥의 향이 배어、지소에비 고기의 탱탱한 식감을 잘 살려주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손님은、레삐이ー레뺘아ー라고 우는 구더기쨩을 두부와 함께 입에 넣고 、사케를 들이켰다。

레뺫이란 최후의 소리를 들으면서、손님은 만족감을 느꼈다。

“응응”거리며、주인장이 고개를 끄덕이고、접시를 치웠다。


남자는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이 순간을、자신에 대한 포상으로 여겼다。
남자의 지친 몸과 마음을、구더기쨩과 완두콩 두부가 개운하게 해주었다。

술을 몇 잔 더 마신 다음、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또 와주십시오」

「데스데ー(또 와주시라는 데ー스)」

눈을 반짝거리며、우마미쨩이 또 손님의 옆에 서있었다。
손님은 조금 머리를 어루만져 준 다음、비 내리는 밖으로 힘차게 나갔다。

주인장은 엇갈려 들어오는 다른 손님이、단체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뭐야、오늘도 바쁘겠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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