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실장의 임신은 금물


데슨 데슨 데슨~ 데스우~ 뎃데로게에엑 뎃데로게에에에엑


방안을 끊임없이 싸돌아다니면서 실장석 특유의 울음소리를 내고 다니는 이 성체실장은 내 친구의 실장석이다. 항상 정기적으로 나에게 실장석에 관해서 물어보는 친구였다.
실장석은 이렇게 하면 싫어하는 것인가, 저렇게 하면 좋아하나 이러면 혹시라도 실장석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기타 등등 나에게 자문을 구하면서 실장석을 기르는 친구다

실장석을 기르는 사람, 실장석을 기르지 않는 사람 각각 자신의 취향에 따라서 어떻게 생각할려는지는 모르지만 나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면 실장석은 역시 그닥 썩 좋은 생물은 아니였다. 내 지론은 나의 주위사람들도 대부분 다 알고 있었고 그들 또한 공감을 했기에 실장석을 기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에 갑자기 친한 친구 한 녀석이 실장석을 기르겠다고 상담을 하러 왔던 것이다. 그게 벌써 반년 전 일이었다.


눈앞에서 데스데스데스 거리면서 앞으로 자를 가질 생각에 신나서 난리 부르스를 치는 실장석을 보고 있노라니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하고 어떤 면으로는 괘씸하기도 하고 또 어떤 면으로는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듯 무관심한 마음이 들어서 한마디로 말하자면 지금 나의 심정은 복잡 미묘한 심경이었다.

그 친구는 멋적게 머리를 긁적긁적 거리면서 "역시 애완동물이지만 아무래도 생명체니까 새끼를 낳게 해주는 거도 주인의 의무랄까...책임이랄까...그렇게 자가 가지고 싶다고 보채기도 하고 지금까지 잘해왔으니까 상으로 줘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라는 이유로 나에게 또 실장석의 육아방법에 대한 자문을 구하러 왔다.


자를 가지는 실장석에 대한 취급방법을 나에게 묻고 싶어서 왔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나에게는 여기까지가 한계였다. 이 이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취급을 해야되는지 어떤 것이 올바른지 잘 알지 못했다. 내가 친구놈에게 조언을 해준 내용들은 전부 객관적인 입장에서 실장석의 생태와 실태를 알려 준 것 뿐이지 딱히 이것이 실장석을 취급하는 올바른 육아방법이다! 하고 알려준 적은 없었다.

그런 설명방식이 오히려 꽤나 이 친구놈에게는 어떤 종류의 신뢰감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실장석은 기본적으로 제대로된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는 것.

의사소통이라고 해봐야 일방적으로 실장석이 테치테치 울음소리를 내면서 자기 욕구를 말하는 정도라는 것.

따라서 실장석에게 명령을 내리고 그걸 따를거라고 기대하지 말라는 것.

실장석의 배변가리기나 간단한 식사예절조차 몇주, 길게는 한 달을 훈육한 결과 겨우겨우 나온 행동이니 이 이상은 무리라는 것.

식사는 실장석이 떼쓴다고 주지말고 항상 일정하게 줄 것.

기분이 내킨다고 사람이 먹는 식사를 주지 말 것.

한번 맛있는 먹이를 주면 그 뒤로 그 이하의 음식을 먹게 하기는 굉장히 힘들다는 것.

떼를 쓴다고 자꾸 원하는 것을 들어주면 주인을 오히려 아랫사람으로 여길 가능성이 있다는 것.

붙임성(손을 뺨에 대고 고개를 갸웃 하는 행위)을 하는 행동은 주인을 자기맘대로 이용해 먹으려는 심사이니 엄중히 처벌할 것.

집을 지어주되 시중에서 파는 고급스러운 집 대신 골판지 하나를 구해서 만들어 줄 것.

집안에 자유롭게 놔두면 집이 자신의 것이라고 착각하므로 함부로 풀어주지 말 것.

모든 것이 주인의 손에서 나온다는 것을 확실하게 인식 시킬 것.

그리고 무엇보다 절대 자를 가지지 않게 하는 것. 혹시라도 가지게 되면 나에게 와서 상담하라는 것.

등등...


대충 실장석에 대해서 아는 범위 내에서 일방적인 편견없이 있는 그대로를 알려줬었다. 나 자신이 그렇게까지 실장석에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감안해서 말하기 전에 속으로 되내어보고 검토하여 알려줬었다. 이러한 노력이 보답받았던 것인지, 친구는 남보라는 듯이 실장석을 매우 교과서적으로, 이상적으로 사육해냈다.

처음에 실장석을 기르고 싶다는 친구에게 그건 절대로 추천할만한 짓이 아니라고 말한 내가 무안할 정도로 친구와 친구가 실장숍에서 사온 자실장은 너무나도 잘해 나갔다. 친구는 엄할 떄는 무척이나 엄했으며 확실하게 상과 벌을 구분하여 실장석을 처벌했다. 친구 스스로 생각해 볼때 이건 필요없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자실장이 아무리 떼를 쓴다고 해도 들어주지 않았으며 얼마 안되는 지능으로 꾀를 부리면 바로 낱낱이 그 꾀를 꾸짖고 엄한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면서도 가끔가다가 맛있는 것과 옷을 사주면서 자신이 실장석에 대한 애정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자실장이 토라질 때나 일부러 꾀를 부리는 기색이 보일 때, 그것을 풀어준다고 이런 것들을 제공하는 일은 일절 없었다. 반항하면 아쉬운 것은 애완동물일 뿐. 주인이 애완동물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다. 주인과 애완동물에 대한 입장을 확실하게 잡고 사육하는 훌륭한 사육자였다.


친구놈의 정성어린 사육방법도 물론 이런 이상적인 관계를 만든 주요 원인이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것보다 자실장의 타고난 재능이 무척이나 컸었다. 펫숍에서 출하한 상품 중에서도 중상위 권에 드는 그런 개체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대부분 실장석의 지능은 개뿔이나 풀뜯어먹는 소리와 다름없다.

펫숍에서 출하시키는 기준은 먹이를 먹을때 사람 눈이 찌푸려지지 않을 정도를 지키는 것과 빵콘하지 않고 화장실을 이용해서 똥을 싸는 것 두가지다.

여기에 스스로 몸을 청결하게 한다거나 자기집을 청소를 한다거나 하면 좋기야 하겠지만 배변가리기와 식사예절 두개만 기준으로 삼아도 실장숍의 출하 합격률은 급격하게 낮아진다. 훈육으로도 한계가 있다. 처음 몇번을 시도해서 배변가리기와 식사예절을 못하는 개체들은 백번을 떄려죽여도 배우지를 못한다. 사리 분별할 이성 자체가 없기 떄문에 학습자체가 불가능했다.

사육하는데 꼭 필요한 그 두가지만 해도 그럴지언데 그 이상을 요구하는건 한마디로 도저히 보통 실장석에게는 무리라는 거였다.
그렇기에 저 두 가지 기준만 어떻게든 지켜내면 실장숍에서는 일단 출하를 시킨다.

하지만 출하된 대부분의 실장석들이 정말로 식사예절과 배변가리기를 왜 해야 하는지 이해하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반복된 체벌로 훈육을 당해 그냥 그렇게 하고 있을 뿐이다.


실장 브리더가 했던 방법대로 그대로 따라서 사육한다면 별 문제 없을 것이지만 그 사육 방법이라는 것은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면 지독한 학대나 다름없기 때문에 대부분은 자신만의 사육방법을 고안해서 사육실장을 기르겠노라고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몇 주나 되는 긴 시간동안 체벌과 학대를 가하면서 간신히 정착시킨 예의범절과 배변가리기인데 그 체벌과 학대가 끊긴채로 사육을 하면 분충성이 점점 드러나게 되는건 너무나 당연한 일인 것은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알거라고 생각한다.

사육실장이 되고나서 슬슬 긴장이 풀리니 어쩌다가 한번 빵콘을 하고, 한번 했으니 그 빈도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해서 완전한 똥쟁이 똥벌레 분충이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다. 주로 반년 정도면 길게 간 편에 속한다.

실장석은 자실장에서 성체실장으로 되는데 3개월 정도가 걸리기에 이쯤되면 귀엽지도 않겠다, 똥은 지리겠다, 냄새도 나겠다 이러면서 처분된다. 실장석을 한번도 안기른 사람은 있어도 두 번을 기르는 사람은 없다! 라는 유행어가 나돌 정도다.


친구놈이 엄중하게 자실장을 사육한다고는 했지만 그래봐야 그건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의 입장에서고 본래 실장 브리더들이 보기에는 코웃음을 칠 정도의 체벌과 훈육이었다. 그나마 이 실장석은 애완동물과 주인 사이의 관계를 이해할 만한 지능은 가지고 있었기에 이 반년간 잘해오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무리인 이야기었다.


사람들이 괜히 자신들의 사육실장이 임신을 하게 되면 처분해버리고 죽여버리는게 아니다.

친구와 실장석은 매우 잘 해왔지만 나는 이것보다 더 잘 해온 사람들이 실패한 경우를 많이 알고있었다.

실장석이 이기적이라든가, 사람이 학대파라든가 애호파라든가 이런 차원을 뛰어넘어서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그렇기에 입이 부르틀새라 절대 자기 실장석을 임신시키지마라고 친구놈에게 수백번 이야기하고 다짐을 받아냈었다. 잘 해나가고 있는 둘이었기에 더 그랬다.

이 뒤가 어떻게 될지는 뻔했기에 눈앞에서 뎃데로게~ 뎃데뎃데뎃데로게에~ 외치는 실장석을 보고 측은한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역시 이건 아니다 싶어서 눈앞에서 아직도 멋쩍게 웃고있는 친구에게 실장석에게 임신을 시키는 건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다고 몇번이나 이야기했지만 왠지 모르게 친구는 막무가내였다. "아무리 그래도" "걱정마라 잘 될 거다" 라면서 지금까지 이정도로 실장석을 기른 경험이 있다면 문제없다고 오히려 거꾸러 나를 안심시키려고 했다.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고 몇 번이나 계속 이야기 하다가 이런건 자신이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역시 이해하지 못할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친구에게 실장석의 임신에 대해 간단한 몇 가지 조언을 해주고 집 밖까지 배웅해줬다.

그리고 그닥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실장석이 임신하고 자를 낳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실장석이 자를 낳은지 3일째 되자 친구는 다시 내 집에 찾아왔다.

친구는 기쁜듯이 엄지실장과 자실장들이 얼마나 귀여운지 나에게 한참동안 자랑하면서 언제든 시간나면 자기 집에 놀러오라고 말했다. 실장석이 낳은 자는 총 7마리로 엄지는 그 중에서 1마리 밖에 없다고 한다.

지금은 아직 새끼라 뭘 잘 몰라서 예의범절과 배변가리기는 못한다고 했지만 친실장이 애들을 훈육하고 있어서 곧 얼마안가 금방 배우게 될거라고도 말했다. 생각보다 반년동안 친실장에게 정이 많이 들었는지 엄청나게 신뢰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조금 기가 찼지만  나는 굳이 내색은 하지 않은 채로 뭔가 어려운 일이 있으면 그떄가서 주저말고 연락하라고 넌저시 말을 했다. 친구놈은 가볍게 흘려 들으면서 알았다고만 대답하고 돌아갔다.


실장석이 자를 낳은지 정확히 7일이 되는 날에 벌써 문제가 생겼다고 연락이 왔다.

다름이 아니라 7마리 자실장들과 성체실장을 먹이려니 사료값이 엄청나게 든다는 것이 문제였다.

친구는 실장석의 먹이를 중고급형으로 맞춰서 제공하고 있었다. 반년 동안 친실장을 사육하면서 점점 주인과 애완동물간에 신뢰를 하게 되고 정을 붙임에 따라 애시당초 주던 싸구려 먹이보다는 아무래도 좀 더 맛있고 좋은 먹이를 주게 된 것 같았다.

고급형 실장석 먹이는 꽤나 비싼 가격이었지만 이정도를 주는 것은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먹이를 점점 업그레이드 한 것이었다.

자기가 이뻐하는 실장석에게 요정도를 투자하는 거는 주인의 의무라고 생각하면서 한 행동 같았다. 나름 각오를 하고 그런 결정을 내렸던 거겠지만 실장석이 자를 낳게 된 지금은 그게 독이 되어 버린 거라고 생각이 된다.

실장석 하나였다면 별 문제가 없었을 터였다. 적당량 사서 먹이 시간에 맞춰서 그 실장석에게 제공하면 되니까. 문제는 자를 낳게 된 지금은 먹는 입이 여덟개로 늘어나서 도저히 산술적으로 감당이 되지 않았다.

 자기의 수입에서 이정도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하고 수입의 일정비율을 실장용품으로 계획하고 지금껏 사육해왔는데, 여덟마리로 증가해버리니 실장용품으로 나갈 비율이 자기 수입에서 펄쩍 뛰어버린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필수적으로 먹이의 질은 낮추고 값싼 실장푸드를 친실장과 자실장들에게 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번 고급형으로 먹이를 제공받은 실장석. 그 이상을 먹을 수는 있어도 그 이하를 먹게 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친실장의 경우라면 어떻게든 처음의 경험이 있으니 몇번 훈육하고 체벌하면 해결되는 일이었지만 자실장의 경우에는 절대 그것이 불가능했다. 이미 부드럽고 아삭아삭한, 향기로운 향이 나면서 입에서 한참동안 단내를 풍기게 하는 고급 실장푸드를 태어나면서 먹어온 자실장은 싼 푸드를 먹이로 받자마자 골판지 집 밖으로 내던졌다. 아예 먹이로 인식을 안하는 듯 했다.

어떻게든 강제로 싸구려 푸드를 먹이니 구토를 하고 피눈물을 흘리고 빵콘을 하고 보통 난리가 아니라는 거였다.

이렇게 자실장이 고급푸드 외에는 아예 먹지도 않고 입에 대지고 않을려고 하는 문제 말고도 또 하나가 더 있었다. 바로 자실장들이 먹는 양이었다.

자실장때부터 성체실장까지 기른 친구놈이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부분이지만 자실장과 성체실장 사이에 먹이를 먹는 양은 자실장 쪽이 더 많다.

자실장 시절에는 먹이를  주면 끊임없이 주는대로 처먹고 똥으로 뱉어낸다. 이것이 바로 실장석이 아무리 떼를 쓴다고 해도 먹이를 주지말고 항상 때마다 엄중히 맞춰서 주라는 이유이다.

오히려 성체가 되면 이 이상 자랄 여지가 없어서 그런지 식사량 자체는 줄어든다. 여기는 사육실장과 들실장 중에서 가장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들실장은 자실장들에게는 먹이를 더 적게 준다. 사육실장은 오히려 자실장들에게 더 많은 먹이를 준다. 이 차이는 바로 분식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른 차이다.

자실장은 먹고 나면 일정 부분 영양을 소화하고 나머지 부분은 그냥 전부 똥으로 만들어서 내보낸다.

영양흡수효율이 극도로 매우 안좋다. 이 똥에는 여전히 영양성분이 그대로 남아있기에 들실장들은 자실장이 똥을 싸면 그걸 또 자실장이 먹게 만들어서 적은 음식물로도 충분히 성장하는데 무리가 없게 생활한다.

 반면 사육실장의 경우에는 입맛이 오를대로 올랐기 때문에 실장푸드를 소모하면 소모했지 영양분이 남아있는 똥을 다시 먹는 경우는 없다.

이런 관계로 사육실장에서의 자실장들은 분식을 하지 않기 떄문에 성체실장보다 먹이를 더 먹게 되는 기괴한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친구놈은 이런 악순환의 싸이클에 걸려서 나에게 연락을 한 것이었다. 나에게 뭔가 조언을 바라는 눈치였으나 더 이상 해줄 조언 자체가 없었다.

한번 맛있는 먹이를 주면 그 뒤로 그 이하의 음식을 먹게 하기는 굉장히 힘들다는 것.

이건 이미 예전에 충고를 했던 적이 있었고 그떄도 한번 이렇게 되면 나도 어찌해야 할지 잘 모르기 때문에 알아서 주의하라고 이야기했었다.

친구는 몇번 아쉬운 소리를 하더니 기운이 없는 소리로 전화를 끊었다.

친구놈은 결국에는 어쩔 수 없이 먹이를 전부 최저의 실장푸드로 교체한 것 같았다. 그러기 않고서는 파산해 버릴테니 방법이 없었겠지만. 그렇게 해놓고도 약간 문제가 되는 점이라면 싼 먹이로 바꿔도 들어가는 비용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거였다.




먹이의 문제로 나에게 상담을 구한지 2일이 지나자 다시 또 연락이 왔다.

이번에는 분충이 문제였다.

자실장들 중에서 도저히 구제하지 못할 분충이 나왔는데 이를 어찌하면 좋겠냐는 것이었다. 새끼실장들들을 어미실장에게 훈육을 맡기고 예의범절과 배변가리기를 가르쳤는데 아무리 해도 전혀 행동거지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자실장들이라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그려러니 했지만 벌써 2주 가까이 되어가는데도 예의범절 하나 못익히고 똥인지 된장인지 못가리고 질펀하게 싸고다니는 꼬라지가 도저히 감당이 안된다는 거였다.

개중에 겨우 2~3마리 정도는 어떻게든 하나하나 배워가고 있었고 나머지는 나아질 기미가 보여지지 않아 이건 분충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자신이 직접 솎아내기를 하려고 했지만 그 친실장이 자기앞을 막아내면서 방해를 한다고 했었다.

 이건 분충이라고 말을 하고 친실장을 설득해 보려고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귀엽디 귀여운 자신의 자라고 감싸안고 자기 손에서 떼어놓아 보호하려고 한다는 거였다. 그러면서 아이들을 먹일 먹이나 내놓으라면서 붕쯔붕쯔 손을 위 아래로 휘젓는 행위까지 한 것이다..

안그래도 수입의 대부분이 실장용품으로 나가는 마당에 주인의 말에 반항을 하다니 울컥한 친구는 엄청나게 화가나서 친실장에게 자실장들이 왜 아직도 예의범절과 배변가리기를 못하냐고 질책하였고 자기가 니네들 똥치워주고 밥주는 노예새끼로 생각하냐면서 주제도 모르고 까부는 못된 분충이라고 친실장을 매도했다는 거였다.

당연히 둘 사이는 매우 안좋아졌고 현재 거의 냉전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새끼실장들은 똥싸재끼면서 치프프프 난리 법석이었고.



떼를 쓴다고 자꾸 원하는 것을 들어주면 주인을 오히려 아랫사람으로 여길 가능성이 있다는 것

실장석의 배변가리기나 간단한 식사예절조차 몇주, 길게는 한 달을 훈육한 결과 겨우겨우 나온 행동이니 이 이상은 무리라는 것.

따라서 실장석에게 명령을 내리고 그걸 따를거라고 기대하지 말라는 것.


이 세 가지를 다시 친구에게 알려 준 뒤에, 친실장에게 자실장들을 가르치게 해서 배변가리기와 예의범절을 익히게 만드는 건 애초부터 무리라는 것을 말해주고 지난 반 년간 친실장이 자실장이었을 때부터 기르면서 응석을 자꾸 받아줬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너를 뭐든지 말하면 들어주는 그런 편리한 사람이라고 생각되고 있을 거라고도 말해주었다.

 푸드를 고급형 푸드로 제공했던 것도 결국에는 그런 응석을 받아주는 것과 비슷한 거라고도 이야기해주고 이런건 애초부터 조심해야 하는 일이지 이제와서 고칠려면 너무나 많은 수고와 시간이 들인다고 말해주고 전화를 끊었다.



다시 5일이 지나자 이번에는 친구가 내 집으로 방문을 했다. 꽤나 수척해진 얼굴이었다.

7마리 자실장들과 친실장 한 마리를 같이 데리고.

자실장들은 씻겨서 온 흔적이 역력했으나 빵콘하고 똥을 흘리고 다니면서 단번에 봐도 저능한 지능을 보이는 모습이었다.

얼핏보면 여지없는 들실장 꼬락서니나 다름없었고 친실장도 이전에 봤던 모습과는 다르게 분충끼가 도드라져 보였다. 지랄돼지같은 새끼실장들을 좋다고 핥짝거리면서 데스우~ 거리고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은 결코 보기좋은 장면은 아니였다..

친구는 여러가지 사정을 이야기하면서 자기가 사정이 좀 나아질 떄까지 잠시동안 이녀석들을 맡아주고 훈육도 시켜달라고 부탁했지만 그 저의가 뻔히 보였기에 나는 그 부탁을 정중하게 거절하였다.

그 뒤로는 거짓말같이 연락이 끊겼다. 이쪽에서 먼저 연락할 그런 상황도 아니었기에 역시나 실장석이 자를 가지면 안되는 이유는 이런거였었지~라고 생각하면서 잠깐 생각하고 잊어버렸다.



다음에 만날 때는 한 달 뒤인 날이었다.

이전과는 다르게 생기가 도는 말쑥한 모습이었다. 자실장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항상 곁에 달고다니는 친실장이 보이지 않기에 결국 그녀석들은 어떻게 됬냐고 물어보았다.

친구는 자신이 잠을 자는 사이에 자실장들과 친실장이 멋대로 산책을 나가 학대파에게 걸린 뒤에 죽어버렸다고 말했다.

정확히는 자실장들은 곤죽이 되고 팔다리가 뜯기고 라이터가 지져진 채로 왔으며, 친실장은 위석이 빼내어져 집으로 돌아왔기에 언제 죽을지 몰라 눈물을 무릅쓰고 보건소로 데리고 가서 자신의 손으로 직접 처리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어쩐지 모르게 말하면서 친구는 매우 개운한 듯한 표정을 지었기에 역시 그런가. 하고 넘어갔다.

이 친구 역시 두 번 다시 실장석을 기르지는 않을 거 같다.

-끝

댓글 10개:

  1. 개념과 분충은 꽃가루 한입자 차이인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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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ㅋㅋ 주인도 병신인거지. 친구들한테 자문하면서도, 정작 따를생각이 전혀없음. 그럴거면 왜물어봐?
    그런점에서 주인이나 분충들이나 다른점이 없음. 지가 무슨 실수를 저지르는지 전혀 이해를 못함
    병신이 병신인거 알면 병신이 아니라는 노래가사가 딱 적용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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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네다혼모노찐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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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겁나 이입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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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ㅋㅋ윗놈들은 쿨찐인듯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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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쿨찐 ㅇㅈㄹ ㅋㅋㅋㅋ 이입찐인거 팩튼데 똑같은 이입찐 찔려서 분노의 쿨찐시전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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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자실장이 분충짓하면 일가실각이라는걸 가르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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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산책간다는 말 뭔가 분충 특성하고 안 맞게 귀엽고 순진한 느낌이 도드라져서 좋다. 없던 가학성이 끓어오르는 느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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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애호파를 자처하는 인간치고 제정신인 사람은 없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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