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실장을 샀다


펫숍에서 팔리고 있는 중실장.
중실장은 싸다.
펫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실장석은 거의 다 자실장이다.
일반적으로 실장석은 자실장이 가장 작고 귀여워서, 잘 팔리기 때문이다.
같이 진열되어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체실장보다는 자실장을 고른다.
실장석을 좋아한다면 역시 어릴때부터 키우고 싶어하는 것이다.
학대파에게도 테치테치 우는 소리는 가학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최고로 좋다.
다 성장해버린 실장석은 가격을 깎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

엄격한 훈육과정을 통과했기 때문에 자실장도 성체도 기르기 쉬운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판매자 입장에서 보면 덩치만 커다래서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데다,
먹이도 쓸데없이 많이 쳐먹어서 배설물 처리도 만만치않다.
수고만 많이 들 뿐 이득이 없다.
먹이를 주지 않고 자신의 배설물을 먹이면 편하겠지만,
그렇게 하면 비위생적으로 보여 가게의 인상이 나빠져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다 성장해버린 실장석을 펫숍에서 취급하는 일은 별로 없다.
팔리지 않고 남은 펫용 자실장은 거의 다 울음소리가 변하자마자
머리도 옷도 빼앗긴채 싸게 팔리게 된다.
그래도 팔리지 않으면 처분당한다.
정말로 잘 훈육된 극소수의 실장석만이 살아남는다.



중실장의 가격은 자실장의 반값도 안되며 성체실장보다도 싸다.
왜 성체쪽이 더 비싼가? 성체는 아직 쓸데가 있기 때문이다.
성체실장의 거의 대부분이 팔리지 않아서 처분당한 동료에 대해 알고있다.
자신도 처분당할까봐 전전긍긍한다.
성체실장은 매일 주인을 맞아 팔려나가는 자실장들을 본다.
그럴 때마다 팔리지 않는 자의 슬픔과 비애는 깊어만 간다.
그래서 성체실장을 사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은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고생한 만큼을 보답받는 꿈을 꾼다.
그렇게 꿈에 부푼 성체실장을 구렁텅이로 쳐박아버리는 재미가 있다.
그렇다. 성체실장을 사가는 것은 거의 전부가 학대파다.
하지만 성체실장이 자실장보다 더 비싼값에 팔리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보통의 자실장을 사서 올렸다 떨어뜨리기를 하는 편이 낫고,
제법 요령이 붙은 학대파는 공원에서 들실장을 잡아다가 쓸 수도 있다.
이도저도 귀찮은 사람을 위한 떨어뜨리기 전용의 훈육 서비스도 있다.
성장하면 이런 모습이 됩니다~ 라고 견본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중실장은 어떨까.
중실장은 울음소리가 [테스-] 로 성체에 가깝게 바뀌여 영 귀엽지가 않다.
크기도 미묘하다.
장난치는 것처럼 괴롭히기에는 크고, 본격적인 학대를 하기엔 너무 작고 약하다.
그리고 정신적으로도 성체실장만큼 절실한 것이 없다.
뭐든 어중간하다. 그래서 인기도 없고 싸다.
중실장을 사는 사람은 그다지 까다롭지 않다.
중실장이라서 산다! 라고 하는 집착도 없다.
중실장이라고 하는 것에 별로 의미도 없다.
그냥 싸니까 사는거다.
엄격한 훈육과정을 통과한데다 똑똑하고 말잘듣는 보증서 첨부의 가성비 최고 제품.
중실장을 사가는 사람도 대부분은 학대파다.



펫숍의 진열장에 팔리지 않는 중실장이 한 마리 있다.
중실장은 진열장의 한쪽 구석에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다.
유리벽에 붙여진 종이에는 80%세일이라고 적혀있다.
하지만 중실장이 그 의미를 알 길은 없다.
펫숍의 자동문이 열리고, 모든 실장석의 시선이 모인다.
그리고 인간의 모습이 나타나자 [테츄우!!] 하고 매장의 모든 실장석들이 아우성친다.
모든 실장석이 추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주로 학대파가 사가는 훈육 실패의 결과물들과,
학대용으로 싸게 팔리는 분충들만이 그런 행동을 한다.
들실장보다 조금 더 깔끔하게 만들어줬다고 착각해버리는 분충들도 인기다.
분충들의 머리에 붙어있는 리본장식은, 뺏는 것을 즐기기 위한 서비스다.

제대로 된 훈육과정을 통과한 실장석들은 얌전히 있는다.
아첨을 못하게 훈육한 실장석들은 가만히 인간이 사주는 것을 기다린다.
태어나자마자 헤어진, 단지 밥먹고 낳는것만 계속하는 친실장.
친실장에게 배운 것은 오로지 하나, 인간에게 길러지면 행복해진다.
그래서 인간에게 길러지기 위해, 힘들고 고된 훈육을 받았다.
오직 길러지기 위해, 배운대로 참고 기다린다.


바닥의 케이스를 주욱 둘러보는 꼬마.
꼬마는 싸구려 분충을 가리키며 저걸 사달라고 한다.
아버지는 딸의 요청을 막고, 진열장의 얌전한 펫용 자실장을 사도록 설득한다.
천진난만한 아이의 눈에는 나대는 분충들 쪽이 귀엽게 보이는 모양이다.
조금 납득이 가지 않는 듯한 눈치였지만, 꼬마는 펫용 자실장 중 마음에 드는 하나를 골랐다.
점원은 그것을 조심스럽게 집어서, 꼬마의 손바닥 위에 놓는다.
자실장은 테치테치 꼬마에게 예의바르게 인사하고, 지금까지 같이 지냈던 동료들에게 작별을 고한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미소짓는 꼬마.


팔린 자실장은 꼬마의 가슴에 안겨 펫숍을 떠난다.
자실장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은 채, 팔리지 않는 동료들을 바라본다.
그 시선을 자신들을 향한 모멸이라고 멋대로 해석한 분충들이 날뛴다.
남은 펫용 실장석들은 그저 침묵 속에 선망의 눈길만 보낼 뿐이다.
팔려가는 동료들을 보내는 것이 이걸로 몇번째일까.

성체실장은 좌절 속에 고개를 푹 숙인다.
최대한 감정을 억제하도록 몇번이나 훈육받았는데도 자연스럽게 눈물이 흐른다.
중실장도 초조하기는 마찬가지지만 약간은 더 낙관적이다.
지금까지 오직 인간에게 길러지는 미래를 꿈꿔, 엄격한 훈육을 통과했다.
팔리지 않고 남은 동료들이 차례로 처분당했지만 자신은 살아남았다.
그러니까, 아직은 희망이 있다.
다음에 팔리는 것은 자신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몇번이고 자신을 위로한다.
그러나 그 기회를 수없이 날려먹은 끝에 궁지에 몰린 것이 옆에 진열되어 있는 성체실장이다.
그것이 중실장의 가까운 미래의 모습인 것을 알 길은 없다.



오늘 하루도 몇 마리나 되는 펫용 자실장들이 주인을 찾아 이곳을 떠난다.
팔려나가는 (학대용)분충들도 몇번이나 중실장을 비웃었다.
펫숍의 자동문이 열릴 때마다 기대로 마음을 부풀리지만,
벌써 몇 번째 배신당한 것인지 셀 수조차 없다.
옆의 성체실장은 항상 중실장을 위로한다.
아마 동병상련의 기분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침내, 이별의 때가 온다.

매장에 온 남자가 성체실장을 가리킨다.
너무나도 기뻐서, 좋아 어쩔줄 모르는 성체실장.
기쁨 속에 보이는 안도의 감정.
오랫동안 고생한 끝에 마침내 보답받은 것이다.
중실장은 기분이 착잡하지만, 신세를 진 성체실장을 축하해준다.
답답한 진열장에서 나와 남자의 품에 안긴 성체실장은 데스데스 중실장에게 중얼거린다.
그것은 표면적으로는 중실장을 격려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선택받은 자의 여유, 우월감, 실장석만이 민감하게 느끼는 모멸의 표정이 있었다.
중실장은 분하고 속상해서 고개를 떨군다.



다른 실장석이 팔리는 일은 수없이 있었다.
하지만 중실장이 가장 오랫동안 같이 지냈고 서로 힘이 되어준 성체실장이 팔린 것은 대단한 쇼크였다.
남자는 성체실장을 품에 안고 계산대로 향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성체실장을 도로 데리고 와서 진열장으로 되돌려 놓는다.
시간이 멈춘 듯 멍하니 있는 성체실장.
남자는 점원에게 다시 뭐라고 말한 뒤 다시 중실장을 꺼내 계산대로 향한다.
예상 밖의 일에, 중실장 역시 시간이 멈춘 듯 가만히 있다.
펫숍 내의 모든 실장석이 유리벽에 얼굴을 바싹 붙인 채 보내는, 선망의 눈길을 받던 성체실장.
남자가 성체실장을 되돌리고 중실장을 사서 펫숍을 나갈 때까지의 시간은 정말 짧았다.
재빨리 계산을 끝마치고는 미끄러지듯 사라지는 남자.
모두 어안이 벙벙해진 채 중실장에게 배웅인사조차 하지 못하고 A자형의 입을 헤 벌린채다.
작별인사조차 하지 못한 것은 중실장도 마찬가지다.
오직 분충들만이 시끄럽게 떠들고 있을 뿐.

남자가 바람처럼 사라진 뒤 그나마 성격이 좋은 몇몇 개체가 기도한다.

잘됐네요. 축하합니다. 행복하기를.
마침내 비원을 이뤄 인간에게 길러지는 행복한 꿈을 꾸었던 성체실장은,
몇번이나 훈육받은 것도 잊어버리고 유리벽에 달라붙은채 주저앉아 통곡하고 있었다.
미래는 바뀌었다.
하지만 몇 푼 안되는 중실장을 사가는 것은 대부분 학대파다.
팔린 중실장과 팔리지 않고 남은 성체실장 중 어느쪽이 행복할 지는 아직 모른다.



중실장은 아파트의 어떤 방에서 길러졌다.
길러진다고는 해도 방 하나를 통째로 쓰게 하는 일은 없다.
조금 큰 크기의 골판지상자가 두 개 있어, 하나는 침실이고 하나는 식당.
그곳이 중실장의 거주장소였다.
화장실이 없어서, 당연히 막 이곳에서 지내게 된 중실장은 참지 못하고 똥을 지렸다.
화가 난 남자는 중실장을 마구 두들겨 팬 후 세면장으로 데리고 갔다.
거기에도 골판지 상자가 있고, 펫숍 시절에 흔히 썼던 실장석용의 간이 화장실이 있었다.
눈물젖은 얼굴로 중실장은 그곳이 화장실임을 인식했다.
그 뒤로 중실장은 방안을 자유롭게 걸어다닐 수 있었다.
몇번은 화장실을 찾지 못한 채 똥을 지려서 남자에게 걷어차였지만,
반복해서 볼일을 보는 동안 마침내 화장실의 위치를 거억했다.
볼일은 오직 화장실에서만. 만일 이걸 어긴다면 벌을 받고, 계속 못하면 살해당한다.
자력으로 볼일을 보게 된 중실장은 머리를 쓰다듬어져, 환호성을 올렸다.



화장실을 기억하면, 이번에는 돌아다닐 때마다 매를 맞았다.
매를 맞고 상자로 되돌려진다.
상자로부터 나와서 서성이다가 남자에게 또 두들겨 맞았다.
중실장은 남자가 때릴 때마다 테엥테엥 울며 남자에게 용서를 간청했다.
왜 매맞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침내 골판지 밖으로 나가는 것이 무서워진 중실장.
남자의 모습을 살핀다.
아직 때리지 않는다.
중실장은 허둥지둥 화장실로 향해서 볼일을 본다.
아직 때리지 않는다.
안심한 중실장은 옆의 방으로 향한다.
그걸 본 남자는 중실장의 목을 집어올린 채 몇번이고 따귀를 때렸다.
같은 일이 몇번이나 반복된다.
그리고 나서야 중실장은 화장실 갈 때를 제외하면 골판지 안에만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해했다.
아픈것은 싫으니까 하지 않는다. 그것이 행복해지는 비결.
펫숍 시절의 훈육을 생각해내 중실장은 얌전히 상자 안에 쳐박혀 지냈다.
중실장은 남자에게 팔려 펫숍의 진열장보다 넓은 세계로 나왔다.
하지만 제거된 벽만큼 세계는 넓지 않았다.
화장실에 갈 때만 약간의 설레임이 있을 뿐, 펫숍 시절과 별로 변한것이 없었다.



하지만 나쁜 일 뿐만인 것은 아니다.
먹이는 펫숍 시절에 비하면 좋아졌다.
가끔씩 입맛에 맞지 않는 것도 나온다.
하지만 실장푸드와 별사탕뿐인 펫숍 시절에 비하면, 여러가지를 먹을 수 있는 것이 기뻤다.
그리고 상자 안에서는 텔레비전을 볼 수 있다.
화면이 움직이고 소리가 나오는 네모난 것.
남자가 없을 때는 볼 수 없지만, 중실장은 텔레비전을 보는 것을 정말 좋아했다.
처음에는 그저 두들겨 맞기만 해서 무서웠다.
하지만 이곳의 생활에 익숙해져, 똥을 지려서 매를 맞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그다지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주인은 아니었지만,
남자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말을 걸어주는 일도 가끔 있다.
중실장은 쓰다듬어지는게 기분이 좋고 안심이 되었다.
중실장은 자신의 주인인 남자를 정말 좋아했다.
중실장보다 자유롭게 사는 사육실장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장난감이 주어져 자유롭게 놀거나, 주인의 산책에 동행하는 등등.
하지만 그것을 알 길이 없는 중실장에게는 이 방 안만이 전부다.
밖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알 방법도 없다.
훈육받은 가르침을 지키고 계속 상자 안에만 있으면, 계속 살아갈 수 있다.
눈칫밥 먹던 펫숍 시절보다는 모든 면에서 훨씬 낫다.
중실장은 지금의 생활에 만족해서, 길러져서 좋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일주일이 지났다.
평소보다 조금 더 깊은 잠을 자던 중실장은 눈을 떴다.
그리고 아침의 볼일을 보기 위해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오른쪽 다리에서 위화감이 느껴졌다.
휘청거리다 버티지 못하고 무릎을 꿇는 중실장.
중실장은 오른쪽 무릎 근처를 굽혀본다.
왜인지 조금 아프다.
그래도 분대가 보내는 신호에 중실장은 급히 일어선다.
역시 오른쪽 무릎에 위화감이 있고, 조금 아프다.
하지만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중실장은 상자를 넘어서 서둘러 화장실로 향한다.
통증은 언제까지고 없어지지 않는다.
일어설 때나 앉을 때마다 저릿한 아픔이 느껴진다.
움직일 때는 아프지만, 골판지 상자 안에 얌전히 있으면, 불편함은 없다.
저녁때가 되어 남자가 돌아오면 중실장을 쓰다듬어 준다.
그리고 맛있는 밥을 먹고, 목욕을 한다.
중실장은 평소처럼 지냈다.



그 다음날, 또 깊은 잠으로부터 눈을 뜨는 중실장.
언제나처럼 아침 볼일을 보기 위해 일어나려고 한다.
다리를 펴서 일어나려는 순간 오른쪽 무릎에 통증을 느낀다.
하룻밤 자고도 전혀 나아진 것이 없는 통증.
기분탓인지 어제보다 더 아프다.
간신히 일어나 두 발로 선다. 아프다.
어제는 위화감 정도였던 것이 이제는 완전한 통증을 느낄 수 있을 정도가 되어있다.
살짝 걸음을 내딛으면 오른쪽 무릎에서 투둑, 하는 작은 소리가 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분명하게 느낄 수 있는 통증이 있다.
그것뿐만이 아니고 오른발이 왠지 모르게 무겁다.
중실장은 걷는다.
분대로부터 오는 급변의 신호를 막을 수가 없다.
신중하게 상자 밖으로 나가서 화장실로 향한다.
무릎이 아프다.
볼일을 보기 위해 다리를 구부릴 때도 아프다.
볼일을 본 후 일어설 때도 아파서, 자신의 똥 위로 쓰러질 뻔 했다.
중실장은 아픈 것을 남자에게 호소하려고 생각해봤지만, 곧 그만뒀다.
중실장은 훈육받은 것을 떠올린다.
인간에게 명령해서는 안된다. 뭔가를 요구해서도 안된다.
중실장은 말을 삼킨 채 무릎을 어루만진다.
또 투둑 하는 소리가 난 듯한 느낌이 들고, 아픔이 번진다.


중실장은 되도록이면 움직이지 않고, 안정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화장실 갈 때, 식사시간, 텔레비전을 볼 때를 제외하고, 줄곧 잠을 청했다.

또 그 다음날, 다시 깊은 잠으로부터 겨우 깨어나는 중실장.
그리고 일어나려고 다리에 힘을 준 순간, 격통이 몸을 꿰뚫는다.
중실장은 오른쪽 다리를 안고 비명을 질렀다.
오른쪽 다리, 특히 무릎이 아프다.
어제와는 달리 발끝이 무거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오른쪽 다리는 심하게 부어올라, 본래 원기둥 형태가 무너진 듯한 기분마저 든다.
그래도 화장실에 가기 위해 겨우 일어선다.
오른쪽 다리에 체중이 실리면, 뭔가가 부딫치는 소리와 함께 전류처럼 통증이 흐른다.
너무 아파서 그런지 온몸에 식은땀이 밴다.
이미 얼굴은 흐른 눈물로 젖어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중실장은 화장실로 향했다.
겨우 상자의 벽을 짚고, 그것을 넘으려고 한다.
하지만 간신히 벽을 넘었을 때 균형을 잃고 그대로 착지에 실패했다.
무겁고 아픈 오른쪽 다리가 그대로 바닥과 충돌한다.
중실장은 비명을 지르며 그자리에서 똥을 싸지른다.
잠시 뒤 오른쪽 다리의 통증은 가셨지만, 중실장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똥을 지렸다.
그것은 사육실장이 가장 하지 말아야 될 일 중의 하나.
화장실의 훈육은 몹시 엄격했다.
참지 못하고 지리면 용서없이 매맞는다.
중실장은 옛날에 받았던 훈육과, 이곳에 온 첫날의 일을 떠올린다.
화장실을 기억했는데도 똥을 지렸다면 심한 벌을 받는다.
중실장은 황급히 실수를 무마하고자, 자신의 실장복으로 바닥의 똥을 닦는다.
하지만 헛수고였다.
중실장은 필사적으로 바닥을 치우느라 남자가 이미 등뒤에까지 온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중실장을 뒤통수가 찌그러지는 듯한 아픔과 함께 기절했다.


깨어난 후 받은 벌은 엄했다.
처벌의 정도는 예전과 비슷했지만, 어디를 맞아도 오른쪽 다리가 울렸다.
매맞은 부위와 오른쪽 다리가 아팠다.
중실장은 눈물콧물로 범벅이 되어 몇번이고 용서를 빌었다.
실장복의 세탁이 끝날때까지 중실장은 독라로 굴려지고 있었다.
통증에 눈물을 끊임없이 쏟아 시야가 흐려져도, 테스우테스우 계속 잘못했다고 울었다.



그리고 3일 후.
오른쪽 다리, 특히 무릎의 아픔은 처음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해져 있었다.
하지만 계속 통증을 겪은 탓인지 중실장은 꽤 익숙해져 있었다.
통증에 익숙해진 것은 아니고, 오른쪽 다리를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생활에 적응했다.
가만히 앉아있어도 아프지만 그것은 어떻게든 참을 수 있다.
다행히 아픈 것은 오른쪽 다리 뿐이다.
중실장은 최대한 오른쪽 다리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노력했다.
상자를 넘을 때도 안 아픈 왼발부터 착지한다.
일어날 때나 앉을 때도 최대한 왼발에 힘을 싣는다.
걸을 때도 오른쪽 다리에 무게가 실리지 않도록 절뚝절뚝 걷는다.
텔레비전의 시간에는 골판지 벽에 기댄다.
그러나 목욕의 시간만큼은 별 수가 없었다.
중실장은 목욕을 좋아했지만, 오른쪽 다리를 씻는 시간은 말그대로 고문에 불과했다.
똥을 지리지 않도록 온몸을 긴장시켜 이를 악물고 참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렸을 때는 남자에게 실컷 두들겨 맞았다.
그것이 끝나면 겨우 안식의 시간이 찾아와, 중실장은 깊은 잠에 빠졌다.



아침, 중실장은 눈을 떴다.
이 생활에 익숙해진 중실장은 오른쪽 다리를 들어, 움직여서 통증의 유무를 확인해본다.
오늘도 아프다.
중실장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몸을 일으키려고 왼쪽 다리에 힘을 주었을 때,
갑작스러운 통증에 비명을 내질렀다.
왼쪽 다리도 아프다.
믿기 어려운 현실에 세상이 현기증이 나는 중실장.
한번 더 살짝 왼발에 힘을 줘 본다.
역시 왼쪽 무릎이 아프다.
대체 무슨 일인지 오늘은 양쪽 다리가 모두 아프다.
망연자실한 중실장.
하지만 그럴 새도 없이 찾아오는 신호에 배를 움켜쥔다.
양팔에 힘을 줘서 간신히 몸을 일으켜, 아픔을 참고 일어선다.
양쪽 다리 모두 아프지만 아직 왼쪽은 참을만하다.
진땀을 흘리며 상자의 벽을 넘는다.
신중하게 왼쪽 다리부터 천천히 착지를 시도해본다.
왼쪽 다리가 조용히 바닥에 닿는다. 아직 아프지 않다.
상자의 벽 위를 양손으로 잡고 왼쪽 다리에 서서히 체중을 싣는다.
돌연 왼쪽 무릎에 찾아온 통증으로 균형을 잃고, 중실장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반동으로 오른쪽 다리가 바닥과 강하게 부딫힌다.
신경은 통증을 빠르게 뇌로 전달하고, 정신을 잃을 정도의 통증으로 감각이 가득해진다.
팬티 속에서 미적지근한 것이 새고, 지독한 냄새가 퍼진다.
중실장은 나자빠져 천장을 바라보며, 테승테승 울기 시작했다.



이렇게까지 화가 난 남자의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거실에서 똥을 싼 채 쓰려져있는 중실장을 찾아낸 남자는,
부엌에서 나이프를 찾아와 손에 쥐고 있었다.
중실장은 남자의 손에 쥐어진 나이프의 의미를 모른다.
남자는 똥투성이가 된 채 테엥테엥 울고있는 중실장을 집어들고는 욕실로 향했다.
그리고 옷을 벗기고 난폭하게 넘어뜨린다.
중실장은 양쪽 다리로부터의 통증에 또 똥을 싸고, 대변의 선을 그린다.
남자는 커다란 손으로 중실장의 몸을 꽉 붙잡아 누른다.
그리고, 나이프가 중실장의 오른쪽 허벅지를 파고들었다.
중실장은 절규하면서, 자신을 누르고 있는 남자의 왼손을 양팔로 토닥토닥 두드린다.
그럼에도 상관없이 남자는 나이프를 쥔 손에 더욱 힘을 준다.
마침내 중실장의 오른쪽 다리는, 완전히 잘려 떨어져나갔다.
중실장은 울부짖는다.
남자의 손에 쥐어진 자신의 다리.
눈물과 똥이 멈출 기색이 없다.
그만해. 용서해줘.
데굴데굴 구르면서도, 피를 흘리고 있는 오른쪽 다리의 상처를 누른다.
이런 일을 당한 것은 중실장으로서도 처음이었다.
훈육받던 때에도 이런 일을 당한 적은 없다.
살해당할지도 모른다.
절망적인 상황은 중실장이 잊고 있던 본능을 일깨웠다.
중실장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오른손을 뺨에 대고 테스우~ 라고 울었다.
큰일났다, 고 생각했다.
펫숍에서의 혹독한 훈육을 떠올린다.
절대 해서는 안되는 아첨의 포즈.
중실장의 눈에 오른손을 높이 올리는 남자의 모습이 들어왔다.
죄송한테스죄송한테스죄송한테스
남자가 움켜진 주먹이 그보다 조금 큰 중실장의 머리와 충돌하고, 중실장은 기절했다.

남자는 샤워기로 욕실에 물을 뿌린다.
따뜻한 물은 중실장이 흘린 피와 똥을 씻어내려갔다.



눈을 떠보면 골판지 상자의 잠자리였다.
이느틈엔가 빼앗긴 옷도 다시 입혀져, 그리고 잘려나간 오른쪽 다리도 원래대로다.
신기한 듯 자리에 누워 오른쪽 다리를 천천히 들어 본다.
아프지 않다.
무릎을 굽히고, 힘을 줘 본다.
아프지 않다.
중실장은 기뻤다.
막 떠올린 귀신같은 남자의 모습도, 오른쪽 다리가 원래대로 돌아온 기쁨으로 덧칠되어버린다.
주인에게 당한 심한 일도 형편좋게 기억에서 지워져버렸다.
이번에는 그 기쁨이 배고픔에 의해 끊겼다.
그리고보니 오늘 하루 내내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평소의 영양상태가 좋았던데다 상처주위에 벌꿀이 발라져 회복은 빨랐다.
하지만 오른쪽 다리를 재생시키기 위해 꽤 에너지를 소모하고있다.
중실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양 팔에 힘을 주자, 격통이 엄습한다.

오른쪽 팔을 본다.
중실장은 조용히 오른쪽 팔을 들어본다.
그러자 오른쪽 어깨 근처에서 심한 통증이 느껴진다.

중실장의 표정은 어둡게 변했다.


하지만 한탄만 하고 있을수도 없다.
꽤 배가 고프다.
눈물을 참고 일어서려고 하자, 왼쪽 다리에도 통증이 느껴진다.
오른쪽 다리는 재생되어 아픔이 사라졌지만, 왼쪽 다리는 그대로다.
다행히 아픈것은 왼쪽 다리뿐.
이전과 같이 아프지 않은 다리에 힘을 줘서 일어난다.
잠자리 건너편의 상자에는 맛있어보이는 밥이 있다.
중실장은 살살 걷는다. 그 다음, 격통으로 쓰러졌다.
지금까지 썼던 것은 왼쪽 다리.
하지만 지금 아픈것도 왼쪽 다리.
왼쪽 다리로 버티는데 익숙해져서, 그만 평소처럼 걷고 말았던 것이다.
왼쪽 다리가 저릿저릿 아프다.
흘린 눈물을 닦으려고 오른쪽 팔을 올린다.
그러자 오른쪽 어깨가 미친듯이 아프다.
상자의 안쪽에서 중실장이 흐느끼는 소리가 난다.
중실장이 밥에 손을 댄 것은 그로부터 10분 정도 지나서였다.



오늘의 밥은 쿠키와 청포도였다.
중실장이 좋아하는 과자와 과일.
중실장은 설레는 마음을 누르며 신중하게, 아프지 않게 접시 앞에 앉았다.
그리고 식사를 하려고 손을 천천히 옮겼다.
먼저 싱싱한 청포도부터.
하지만 평소처럼 무심코 손을 뻗어버려, 격통으로 눈물을 흘린다.
정신을 가다듬고 왼손으로 집어올리려고 하지만, 청포도는 그대로 미끄려져 굴러간다.
그것을 본 중실장은 쿠키를 먼저 먹기 시작했다.
오른쪽 팔을 쓰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였다.
쿠키처럼 한손으로 들고 먹을 수 있는 것이면 문제가 없지만,
청포도처럼 미끄러운 물건은 양쪽 손을 전부 쓰지 않으면 불편하다.
중실장은 접시 위를 도망쳐다니는 청포도와 악전고투했다.
마지막에는 청포도를 엎드린채 양팔로 감싸안아 입으로 물어 간신히 먹었다.
접시 위와 중실장의 얼굴은 청포도즙으로 엉망진창이었다.
식사를 마친 중실장은 완전히 지쳐버려, 그자리에서 바로 낮잠을 자기 시작했다.
가끔 왼쪽 무릎과 오른쪽 어깨가 아프다.
중실장은 자면서도 테스테스 울었다.


저녁때가 되어 남자가 집으로 돌아왔다.
언제나처럼 식사와 목욕을 하고 텔레비전을 보다가 깊이 잠드는 중실장.

다음날이 되어 일어나는 중실장.
아침이면 사지를 움직여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일과가 되어버렸다.
지금 아픈 것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왼쪽 무릎과 오른쪽 어깨.
통증이 더 심해지지는 않은 것 같다.
중실장은 신중하게 아픈 곳을 확인하면서 일어나려고 한다.
여러 군데에서 통증이 느껴져서 골치가 아픈 중실장.
그러자, 지금까지는 아프지 않던 곳에서 통증이 온다.
중실장은 부들부들 떨면서 천천히 고개를 흔든다.
찌릿하는 아픔에, 중실장은 머리를 감싼 채 울었다.
오늘은 머리도 아프다.
하지만 울고 있을 수만도 없다.
이렇게 이곳저곳이 아픈 상황에서 실수라도 한다면...
중실장을 일어섰다.
다행히 일어날때는 아팠지만 자세를 안정시키자 머리는 더이상 아프지 않다.
가끔씩 틀리지만, 아프지 않은 오른다리에 힘을 주고, 간신히 상자의 벽을 넘는다.
올라가지 않는 오른쪽 팔을 벽 위에 걸어 오른발에 힘을 줘 넘는다.
그때 갑자기 두통이 중실장을 덮쳤다.
넘어질 뻔 했지만, 이번에는 어떻게든 참고 견뎠다.
이제 화장실까지 가는 일만 남았다.

새로 더해진 두통은 중실장을 더욱 괴롭혔다.
볼일을 볼 때도 찾아온다.
자세를 바꿀 때도 찾아온다.
움직일 때는 의식을 팔과 다리에 집중하기에 머리는 무방비 상태다.
아프지 않도록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다가도, 갑자기 머리에 엄습하는 통증.
그저 가만히 있는 것이 최선이었다.
하지만 가만히 있어도 두통은 가끔 찾아온다.
안식의 시간은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다.



해가 지고 남자는 집으로 돌아온다.
열렸다 닫히는 문의 소리.
중실장은 두통으로 힘들어하면서도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방에 팟 하고 불이 들어오고, 상자 너머로 남자의 모습이 보인다.
엄하지만 중실장이 좋아하는 주인.
정말 좋아하는 주인의 모습이 커진다.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오는 실루엣.
상냥하게 쓰다듬어 주는 커다란 손.
그것이 머리에 가까워지고... 중실장은 절규했다.
남자도 무심코 뒤로 물러선다.
중실장은 주인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그것은 머리에 대단한 고통을 주었다.
중실장은 머리를 감싸고 테스테스 울고 있다.
잠시 뒤 왼손으로 눈물을 닦고 겨우 고개를 올려, 주인의 모습을 찾는다.
남자는 이미 방 밖으로 나간 뒤였다.
좋아하는 주인의 미소를 보지 못했다.



그날 남자는 평소 이상으로 냉담했다.
가끔씩은 중실장을 안아 올리는 경우도 있었지만,
중실장이 비명을 지른 탓에 스킨십의 시간은 강제종료 되어버렸다.
그런 날의 저녁식사는 뭐가 나와도 별로 맛이 없다.
저녁은 별사탕이었다.
아침도 별사탕이었다.
항상 별난 것이 나올 수도 없다.
별사탕은 실장석에게는 된장국 같은 물건.
안심할 수 있는, 안도감을 느끼는 맛이다.
중실장은 그것을 정신없이 핥아 먹는다.
맛없다.
오늘은 정말로 따분하다.
스킨십의 시간이 없는 탓인지 따분하다.
텔레비전의 시간도 텔레비전보다는 남자를 바라보고 있는 시간이 더 길었다.
사육실장은 주인의 방해를 해서는 안된다.
가끔 엄습하는 두통에 자신도 모르게 소리지르려는 것을 참는다.
자신을 향했어야 할 미소, 그것을 텔레비전을 보고 웃는 남자를 보며 메우는 듯 하다.
그리고 목욕 시간은 절규의 시간이 되었다.
머리가, 오른쪽 어깨가, 왼쪽 다리가 아프다.
최근, 중실장은 좋아했던 목욕시간이 억겁의 세월처럼 느껴졌다.



잠의 시간.
지금까지는 만족스럽게 잘 잤지만, 오늘밤은 잠조차도 이루기 어렵다.
몸 여기저기가 삐걱거리고, 마디마디가 쑤신다.
머리와 어깨, 무릎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진다.
중실장은 식은땀으로 온몸을 적신 채, 얕은 잠과 깨어남을 반복했다.
그날 이래로 몸의 통증에 더해 불면증까지 왔다.
아픈 부위는 똑같다. 통증을 안고 사는 것에도 익숙해졌다.
하지만 불면증으로 인해 서서히 몸상태가 망가진다.
쑥쑥 크던 키도 성장을 멈추고, 자리보전을 하는 시간이 늘어갔다.
식사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두통이 일어난 때부터 어째서인지 식사가 호화롭게 됐다.
가라아게나 큐브스테이크같은 고기를 먹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중실장은 전혀 기쁘지 않았다.
고기덩어리를 씹으면 머리가 징징 울려온다.
맛있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두통이 심해진다.
차라리 별사탕쪽이 훨씬 먹기 편하다.
텔레비전을 보는 일도 거의 없어졌다.
남자의 스킨십도 줄어, 즐거운 시간은 거의 다 사라져버렸다.



길러진지 1개월.
또 밤이 찾아온다.
불빛이 사라지고, 어둠과 고요가 중실장을 감싼다.
움직이는 그림자.
그림자는 눈을 감고 자는 중실장의 열려진 A자 입에 관을 넣어, 살며시 액체를 주입한다.
그것을 다 마시고 깊은 잠에 빠지는 중실장.
잠시 뒤 그림자는 중실장의 왼쪽 팔을 꺾는다.
평소대로라면 아파서 눈을 떠야 하지만 일어나지 않는다.
완전히 잠든 것을 확인한 뒤, 그림자는 희미한 등을 켰다.
그 그림자는 중실장의 주인인 남자였다.
남자는 중실장의 옷을 벗기고, 나체의 중실장을 부엌으로 들고 간다.
그리고 넓적한 판 위에 중실장을 올린다.
테이블 위에는 작은 나이프와 핀셋, 그리고 몇 개의 작은 돌들이 놓여있다.

남자는 나이프를 쥔다.
그리고 중실장의 흉부에서 배꼽 위 부위까지 칼집을 넣는다.
거기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무엇인가를 찾는 남자.
오른쪽 가슴에 검지를 깊숙히 집어넣어, く자 모양으로 구부린 곳에 그것이 있었다.
양손으로 흉부의 칼집을 벌려, 그곳까지의 길을 만든다.
적색과 녹색의 피로 물든 위석이 남자의 손으로 꺼내어진다.
남자는 장난삼아 중실장의 위석을 손가락으로 튕긴다.
잠들어있는 실장석의 몸이 꿈틀 하고 크게 떨린다.
소리죽여 웃는 남자.
그리고나서 핀셋으로 작은 돌을 집어, 위석의 위치에 대신 채운다.
팥 크기의 조그마한 돌.
매끄럽지 않고 표면이 울퉁불퉁하다.
그것을 3개 정도 위석이 있는 위치에 집어넣고, 남자는 칼집을 낸 곳을 도로 닫았다.
칼집을 낸 부위는 꼬매거나 하지 않는다.
피를 닦고 벌꿀을 칠할 뿐.
상처에 얇은 종이와 같은 오블라트(전분으로 만든 얇은 박편)를 붙이고 처치를 마무리한다.
오블라트가 끈적하게 녹아 상처부위를 덮었다.
그다음에는 실장석의 말도 안되는 회복력에 맡긴다.


남자는 중실장의 옷을 도로 입히고, 상자의 잠자리에 되돌린다.

남자는 가끔 중실장을 수면제로 재우고, 이러한 수술을 반복해 왔다.
중실장의 몸을 나이프로 가르고, 상처부위에 조그마한 돌을 넣는다.
이렇게 하면 실장석의 굉장한 회복력 덕에, 돌이 들어간 채 상처는 낫는다.
보는 것만으로는 거의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중실장이 움직이려고 하면, 확실하게 영향을 준다.
근육이나 뼈가 움직일 때, 몸 안의 돌들에 부딫혀 통증을 유발한다.
남자는 조금씩 집어넣는 돌의 숫자를 늘리거나,
상황을 보면서 집어넣는 장소를 바꾸거나 하며 놀았다.
중실장은 아무것도 모른 채 남자에 의해 농락당하고 있었다.
그리고 중실장시기는 성장기다.
대략 20cm 전후, 조숙한 것은 15cm 정도에서 울음소리가 [테치]나 [테츄]에서 [테스]로 바뀐다.
그것이 기간은 제각각이지만 영양상태에 따라 빠르면 1개월정도,
길어도 3개월 안에 40~50cm 크기의 성체실장으로 성장한다.
성장이 빠른 것은 하루 3cm까지도 키가 자라는 일도 있다.
그런 성장기에 몸의 이곳저곳에 작은 돌이 채워지는 것이다.
자고 있는 동안에도 성장의 영향으로 돌이 움직인다.
이 중실장은 거의 항상 통증을 안고 살아야만 하는 것이다.



아침이 되자 중실장은 눈을 뜬다.
계속 불면증에 시달렸지만 어제는 수면제 덕분에 푹 잘수 있어서, 간만의 상쾌한 아침을 맞이했다.
중실장은 몸을 일으키려고 하는 순간, 그대로 가슴을 부여잡고 그대로 벌렁 쓰러져버렸다.
가슴에서 느껴지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통증.
매우 중요한 무언가를 빼앗긴듯한 감각.
가슴을 쥐어 뜯는듯한 통증에 중실장은 꺼억꺼억 죽어가는 신음소리를 낸다.
원래대로라면 방바닥을 굴러야 할 만큼의 통증이자만 다른 곳도 아프기 때문에 그렇게는 할 수 없다.
어젯밤 남자가 넣어놓은 작은 돌.
원래 위석이 있어야 할 위치에 놓여진 그것들이, 중실장이 움직이면서 같이 움직인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중실장이 알 길은 없다.
중실장은 가슴을 누르며 눈물을 흘렸다.
대량의 똥이 팬티를 넘어 질질 새고 있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가슴이 아프다.
도와줘, 남자에게 호소한다.
눈물을 흘리며 남자에게 몸이 불편한 것을 호소한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벌의 시간.



그때부터의 생활은 더욱 호화로워졌다.
남자는 중실장에게 장난감을 사줬다.
식사도 더욱 맛있고 다양한 것이 나온다.
하지만 중실장은 장난감이 있어도 놀 수가 없다.
맛있는 것이 나와도 만족스럽게 먹을 수가 없다.
호사스러운 생활보다도, 벌을 받지 않도록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다,
그 생각으로만 머릿속이 가득했다.
일어나면 머리와 가슴이 아프다.
아침, 중실장은 잠에서 깬다.
오늘도 고달픈 하루가 시작된다.



길러진지 2개월 후, 중실장은 움직이는 것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울음소리인 [테스]도 탁해지기 시작해, 조금만 있어면 성체가 된다.
하지만 온몸에 격통이 느껴져, 움직이지 못한다.
몸이 너무나도 무겁다.
중실장은 모르지만, 온 몸 곳곳에 이미 꽤 많은 수의 작은 돌이 집어넣어져 있다.
중실장은 그저 누운 채 천장을 바라보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시야에 주인의 모습이 들어온다.
중실장이 정말 좋아하는 주인님.
그 주인이 살며시 중실장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피부 밑의 돌들이 서로 스친다.
중실장은 너무나도 아파서 큰 소리로 운다.
그 울음으로 인해 진동이 온몸에 전해져서, 이곳저곳이 모두 아프게 된다.
주인의 손이 중실장의 오른쪽 팔을 살며시 쥔다.
오른쪽 팔에서 견디기 힘든 통증이 엄습한다.
중실장이 좋아했던 스킨십은 이제 고통 이외의 무엇도 아니었다.


그리고 목욕의 시간이 찾아온다.

알몸이 되어 몸의 구석구석을 닦는다.
그렇게나 기뻤었는데, 이제는 고통 뿐이다.
남자의 손이 중실장의 몸을 건드릴 때마다 몸 안의 돌들이 움직여, 신경을 자극하거나 상처입힌다.
참지못하고 소리를 내면 한층 더 심해진 통증이 번진다.
빨리끝내줘. 빨리끝내줘.
중실장은 울면서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겨우 목욕이 끝난 몸에 샤워기에서 물이 쏟아진다.
그것조차도 중실장에게는 미약한 아픔을 준다.
샤워가 끝난 후 얕게 물을 채운 욕조에 몸이 담그어진다.
오늘은 항상 쓰던 목욕통이 아니고, 넓은 욕조다.
제대로 앉을 수 있다면 여유롭게 머리를 내놓는 것이 가능한 깊이.
남자는 중실장을 욕조의 구석에 기대듯 앉혔다.


몸이 따듯한 물에 잠긴다.
겨우 편안해진 중실장은 온몸의 힘을 뺐다.
평소와는 다른 장소인데도 어떤 의문도 가지지 않는다.
돌연 미끄러지듯 중실장의 상반신이 엎어져, 얼굴부터 물에 잠긴다.
중실장은 황급히 일어나려고 손발을 움직인다.
그러자 온몸을 덮치는 격렬한 통증.
꼬르륵 큰 거품을 토해내며, 전신이 완전히 물 속에 잠긴다.
결코 중실장에 빠질만한 깊이가 아니다.
일어나기만 하면 머리를 물 밖으로 꺼낼 수 있다.
물의 깊이라고 해봐야 중실장의 배꼽 정도까지다.
하지만 일어날 수가 없다.
몸의 통증 때문인것도 있다.
하지만 그 전에 머리가 무거웠다.
가뜩이나 큰 머리에, 가장 많은 숫자의 돌이 집어넣어져 있는 것이다.
숨을 쉴 수 없는 괴로움에 팔과 다리를 버둥거린다.
몸부림치다가 벌렁 누운 채 물속에 잠겨버린다.
꼬륵꼬륵 작은 거품을 내고 천정을 향해 손을 뻗는다.
도와줘, 도와줘, 주인님, 살려줘.
수면이 일렁이고 그 너머로 남자의 얼굴이 보인다.
중실장은 남자의 표정을 알 수가 없다.
단지 흔들리는 수면 너머로 보인 모습은, 중실장에게는 미소짓는 모습으로 보였다.
아파, 도와줘, 괴로워, 아파, 괴로워, 살려줘, 주인님.
중실장은 아픔조차 잊고 손을 뻗는다.
정말 좋아하는 주인의 미소를 향해.
중실장은 울고 있었을까.
흐르는 눈물은 물에 섞여 알 수가 없다.
그리고 힘이 다한 중실장의 몸이 천천히 이완된다.
총배설구로 똥이 새면서 물이 흐려져, 남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큰 거품을 토해낸 중실장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겨우 잡은 사육실장의 행복.
주인님이 있는 행복.
중실장은 주인의 미소 뒤에 있는 악의를 알지 못하고, 아픔으로 가득찬 행복한 생애를 보냈다.



또 팔리지 않았다.
펫숍의 한쪽 구석에 있는 성체실장과 새로 들어온 중실장이 한숨을 쉰다.
자실장들과는 달리 그들의 미래는 어둡다.
엄격한 훈육을 통과한 가성비 최고의 실장석들은, 오늘도 학대파에게 팔리는 것을 학수고대하며 기다린다.



-끝

댓글 6개:

  1. 데스웅~ 마마가 돌아온 데스~오로롱 오로롱
    시간이 너무지나서 성체가 되버린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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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환영하는데스! 어서 오시는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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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데뎃! 닝겐상! 돌아온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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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마마가 돌아온데스! 마마가 돌아온데스! 이게 꿈인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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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잘 봤다 시간이 안 아깝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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