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특한 엄지

그 엄지실장은 매우 행복했다.
태어나기 전부터 태교에서 "이 세상의 근사함"을 들었고, 태어나서는 자상한 어미와 점원으로부터 사랑받았다.
다양한 훈육과 교육으로 고생한 적은 있지만, 불만을 표시할 마음도 들지 않는 혜택받은 환경이었다.


그리고 생후 일주일만에 새 주인에게 구입되는 행운도 따랐다.

어미나 점원들과의 이별은 매우 슬프고 안타까웠지만, 주인은 그런 엄지를 한층 더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항균 처리된 청결한 플라스틱 수조, 많은 지능 계발용 완구, 고급 실장 푸드, 충분한 음료수와 에어컨 설비.
애완동물 가게에 있을 때보다 더 후한 대우를 받았고 엄지는 진심으로 기뻤다.
주인에게 감사의 마음을 말하고, 무언가를 받을 때마다 웃는 얼굴로 인사했다.
엄지는 절대 주인에게 폐가 되지 않을 것, 절대 반항하거나 버릇없는 말을 하지 않을 것을 마음 속으로 다짐했다.
그 결의는 어린 엄지치고는 매우 드물게 강고한 것이었다.


엄지는 인간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태도를 가져야 하고, 자신에게 허락되는 것이 어느 정도까지인가를 지식이 아닌 감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매우 우수하고 희귀한 개체였다.


레치레치, 레치이♪


오늘도, 주인이 놀아준다.
수조 위로 손을 뻗어 검지손가락을 눈앞에 어른거린다.
엄지는 그것을 붙잡으려고 열심히 쫓는다.
겨우 꽉 껴안으면 그 온기에 잠시 멍하니 있다가 손가락을 푼다.
그러면 주인은 다시 눈앞에서 검지를 흔든다.


레치레치, 레치이♪


엄지실장을 운동시키기 위한 행위인데, 그녀에게 이것은 가장 즐거운 놀이였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도 주인과의 접촉은 없다.
하지만 이 놀이는 정말 좋아하는 온기도 얻을 수 있다.
원래라면 아직 어미에게 안기고 싶어할 무렵의 엄지이다.
그런 그녀에게는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주인은 아주 성실한 성격으로, 엄지를 부지런히 잘 돌봐주었다.
그리고 엄지도 주인의 태도를 충분히 이해해, 조금이라도 잘할 수 있도록 작은 뇌를 풀 회전시켰다.


어떻게 하면, 주인님이 기뻐할까?
와타치는 기쁜데, 주인님도 재밌을까?

이것저것 생각하고, 이것저것에 기뻐진다.
주인이 천천히 굴려준 탁구공을 온몸으로 받아 밀면서, 엄지는 이 작은 수조 안에서 펼쳐지는 행복한 생활에 감사했다.
그리고, 바라건대 이것이 언제까지나 계속되길 빌었다.


잔뜩 놀고, 가득 먹고, 마시고, 욕실에서 씻었다.
주인이 손수 만든 특별한 파자마로 갈아입히고, 헌옷조각으로 만든 이불로 감싸준다.
겨드랑이에는 이미 세탁·건조한 실장복이 촘촘이 접혀 있다.
내일 아치부터는  이것을 직접 입을 수 있게끔 훈련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처럼 주인이 입혀주지 않는다.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엄지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옷을 직접 입는다는 어려움에 대한 불안과 주인이 좋아해줄 거라는 기대가 뒤섞인다.
평소보다 30분 정도 늦었지만, 엄지는 그런 기쁨 속에 천천히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다음날 아침 엄지는 여느 때처럼 스스로 일어나, 눈을 비비며 이불 속에서 나와 옆구리에 접혀 있던 실장복을 꺼내 재빨리 갈아입기 시작했다.
파자마를 벗고 접어서 단정하게 편 이불 위에 놓는다.
팬티까지 한번에, 실장복을 머리부터 확 뒤집어쓴다.
한순간 넘어질 뻔했지만, 겨우 버티고 소매 속으로 손을 뻗는다.
머리를 내는 데 십분 정도 걸렸지만 엄지는 멋지게 갈아입었다.
계속해서 구두를 신는다.


레치레치, 레치-♪


스스로도 놀랄 만큼 완벽했다.
이 상태라면 내일부터는 더 빨리 제대로 입을 수 있을 것이다.
엄지는 이 성공에 떨면서 주인이 빨리 수조를 들여다보기를 기원했다.
하지만 그날 아침 주인은 왜인지 수조를 들여다보지 않았다.
평소와 같은 자리에 어느새 먹이와 물이 준비돼 놓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엄지가 한시간 넘게 뚜껑을 올려다보고 난 후였다.
주인은 그날 밤이 될 때까지 방에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엄지는, 결코 울거나 날뛰지 않고 혼자 놀며 기다리고 있었다.


이튿날에 주인은 또 여느 때처럼 엄지를 대해주었다.
하지만, 이틀에 한 번 정도의 페이스로, 밤부터 다음날 밤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엄지는 무척 쓸쓸했지만 그래도 꾹 참고 말하지 않았다.
자신이 불평하는 것으로 주인의 비위를 거스르는 것이 무엇보다 싫었기 때문이다.
도저히 외로움을 견딜 수 없을 땐 이불 속에 숨어 소리죽여 울었다.


레에에..... 레치이, 레치이.......


심심할 때는 주인이 손가락으로 굴려준 탁구공을 살짝 껴안고 온기가 조금 남아 있진 않은지 표면을 쓰다듬는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정말 좋아하는 주인과의 거리가 자꾸자꾸 멀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였다.


엄지가 주인 곁을 찾아온 지 벌써 2주가 지나려고 할 때,
보기 드물게 저녁에 돌아온 주인은 또다른 인간과 함께였다.
낯선 목소리가 실내에 울려퍼지고 엄지의 불안을 부추긴다.
엄지는 이불 속에 머리부터 숨고 잠든 척하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리고 주인이 평소처럼 상냥하게 말걸어주길 기다렸다.



어, 뭐야? 너 뭐 기르고 있네? 보여줘-


응, 잠깐만.


갑자기 수조가 들어올려져 어딘가로 운반된다.
큰 흔들림에 놀란 엄지는, 더욱 이불 속으로 몸을 밀어넣지만, 이윽고 반대편에서 불쑥 얼굴을 내밀어버린다.


수조 벽 저편에서는 갈색 머리의 화려한 얼굴을 한 처음 보는 인간이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에-, 엄지실장! 역시 토시 군, 좋은 거 기르고 있잖아-


그, 그래? 왠지 쑥스럽네♪


이렇게 깨끗이 하고 있다니 대단한걸, 토시 군도 깨끗하니 좋지?
내건 금방 더러워져버리니까 항상 힘들어서-


그래?


잠시 후, 수조 위에서 불쑥 검지손가락이 내려온다.
그 동안 받지 못했던, 끌어안기 놀이야!
엄지는 이것을 보자마자 반사적으로 달려나와 약간 구리빛인 가느다란 손가락을 꽉 껴안았다.


레챠아♪ 레치레치, 레치잇☆


앗-、귀여워♪


그렇지!


휙!!


페칫!


다음 순간 엄지는 수조 반대편에 세차게 부딪쳤다.
후두부와 등을 심하게 부딪쳐 엄청난 통증이 전신을 휘감는다.
너무도 심한 아픔에 울음소리는커녕 신음마저 나오지 않는다.
눈물과 침, 그리고 여기 와서 처음 흘리는 똥으로 몸을 더럽히면서 엄지는 데코핀 모양으로 멈춰 있는 갈색의 검지손가락을 응시했다.


어라-、이녀석 대단해, 전혀 울지 않잖아ー
토시 군、잘도 이런걸 데려왔네ー


어디선가 들려오는, 기억에 없는 목소리.
그리고 다시 엄지에게 덮쳐오는 손가락.
간신히 일으킨 상반신을 검지와 엄지손가락에 잡힌다.


레챳?! 레치잇!?


뿍、뿍、뿍


허공에 매달린 채 이마와 뒤통수에 느리게 통증을 느낀다.
보면 다른 집게손가락들이 아마색 머리카락을 팔랑팔랑 흩뿌리고 있었다.
그것들이 자신에게서 잡아뜯은 것들이라고 이해하는 데 넉넉히 10초 정도가 걸렸다.
엄지는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 불붙은 듯 울음을 터뜨렸다.


레챠아아아아아아아!!! 레챠아아아아앗!!!


아하하, 역시 대머리로 만들면 운다니까ー


그、그만! 뭐하는거야?! 엉?


어ー? 응、엄지를 귀여워 하는 중이지ー


갑자기 손가락이 떠나고、엄지는 하늘로 내던져졌다。


레벳?!


오른쪽 옆구리로 지면에 부딪쳐, 오른팔과 오른발이 부러진다.
일어나지 못하게 된 자신의 몸을 보고 다시 울부짖는 엄지.
어디선가 주인의 큰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무슨 소리야ー? 왜냐면 엄지니까?
딱히 특별할 것도 없잖아、이런거ー
토시 군도 이러려고 기르는 거잖아ー?


낯선 무서운 소리가 다시 울렸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 갈색 손가락이 다가온다.
이번에는 제대로 알아채는 것보다도 빨리 옷몸의 몸이 마구 찢겼다.
똥이나 토사물, 피로 더럽혀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무수한 갈색 손가락이 능숙한 움직임으로 엄지를 어지럽힌다.
완전히 벌거벗은 엄지는 집요한 데코핀을 계속해서 온몸에 맞으며 수조 안을 수차례 왕복했다.


그만해! 그만하라고! 왜 그런짓을 하는거지?!


엉? 너 혹시 이녀석 애호하는 거야? 바보야?


바보같은 소리 하지마! 펫이란 게 그런거 아냐!? 너도 그런 귀여운 강아지가 있으면서...


있지, 우리 개랑 실장 같은 거 같이 놓고 말하지 말아줄래? 짜증나니까.


짝! 하는 마른 소리가 의식이 몽롱해지는 엄지의 귀에 닿는다.
그리고 나서 몇번인가, 의미가 불명확한 언쟁이 계속되고, 곧 무언가를 내던지는 듯한 소리도 들린다.


레...레치......


아-진짜! 왜 그딴 똥벌레를 귀여워하는 거야! 믿을 수가 없네!
엄지같은거 짜부러뜨리고 노는 거 말고 쓸모없잖아? 진짜 이상한 거 아냐 너?


쨍강!


지잇!!


다음 순간, 엄지는 그 어느 때보다 심하게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저 얼마 안 남은 의식마저 잃었다.
수조채로 바닥에 내던져진 것이다.
몇번이나 튕겨지며, 그때마다 몸이 손상된다.
수조 안을 왕복할 정도의 기세는 엄지에게 치명상을 입히기 충분했다.


추하게 녹색과 적색으로 얼룩진 엄지는 죽기 직전 주인의 외침도 알아듣지 못했다.


주인이 2주간 생각하고 또 생각한, 매우 중요한 이름을 - -


◇◇◇


"그럼, 다녀올게、푸치"


레치이♪


작은 엄지실장은, 수조 속에서 가장 좋아하는 주인님의 외출을 배웅했다.
다정한 주인에게 길러진 지 사흘째였지만 엄지는 무척 큰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가 든 수조 위쪽에는 커다란 금이 한일자 모양으로 아로새겨져 있었다.



-끝

댓글 17개:

  1. 이유없는 학대를 하는 학대파는
    운치 보다도 못한 똥 쓰레기인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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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남의 실장석을 주인이 하지 말라는 앞에서 학대하는 학대파는 지능이 없는 인분충 쓰레기인데스
    사회성이 없는 찐따인게 틀림없는데샤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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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사육실장을 주인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학대하고 다치게 만들었다는건 남의
    사유재산을 훼손한건데 법적으로 소송
    쳐 걸리고 싶은게 아닌 이상 저렇게 한다는건
    저 학대파의 대가리가 빡대갈 이라는거지
    저런것들은 소송 제대로 걸어서 보상받고
    인생은 실전이다 라는걸 보여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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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씹인분충새끼인데스... 빨리 인실좆을 해야하는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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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나는 분명하게 학대파지만,,
    주인이 있는 사육실장을, 주인이 하지 말라는데도 굳이 학대한다고? 심지어 그 주인은 자신의 친구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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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작성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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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학대파련 집의 개새끼도 던지면서 놀면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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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뭐 똥벌레의 운명이란게 저런거 아니겠나. 사육이 되든 아니든 좋은 꼴로 죽을 수 없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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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학대를 하기 전에 법은 지키라고 ㅋㅋㅋ 인분충년 남의 것 좀 건들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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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그, 그만둬~!
    찐따냄새 오지는 대사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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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와 댓글 시발 루리웹 새끼들 존나 기어들어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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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오로롱_공원참피온의_탄생데스우2021년 11월 21일 오전 4:25

    아 친구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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