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12월. 아직 그 양반의 생일까지는 시간이 있는데도, 마을은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일색.

X'mas가 뭐라고. 정부의 음모여?

이놈이고 저놈이고 들뜬 낯짝 해서는……

고개를 숙이고 걷고있던 내 시야에, 문득 녹색의 물체가 보였다.

내 발치에 다가온 것은 실장친자. 겨울의 추위에 당해버린 것인지, 자실장은 한 마리밖에 없었다.


바들바들 떨면서 자실장을 두 손으로 들어올리더니 「데스우」하고 짖는다.

휙 하고 자실장을 집어들어주니, 친실장은 표정이 확 밝아지더니, 꾸벅 인사를 했다.

그대로 떠나가려는 친실장의 머리를 쥐고 들어올린다.



「데, 데스우?」



혹시?하는 표정을 하는 친실장을 지그시 바라본다. 녹색의 옷과 붉은 눈동자. 녹색과 붉은색……



「너, 전나무 같은 색이구나」



그리고 자실장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자실장도 기묘하다는듯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있다.

이게 전나무라면 이쪽은…

나는 두 녀석을 집으로 데려가 어항에 넣고, 도구를 사러 떠들썩한 거리로 나섰다.







화분에 흙을 넣고 친실장의 발이 묻힐 정도로 흙을 채운다. 넘어지지 않도록 버팀목을 대서 친실장을 고정한다.



「사흘동안 이러고 있어줘. 이러면 감기에 들지 않는다더라」



단순한건지 멍청한건지, 둘 다인게 분명한 친실장은, 내 말을 믿고 사흘동안 그러고 있었다.

사흘 후, 친실장의 발은 훌륭하게 뿌리를 내렸고, 친실장은 실장나무가 되어있었다.

영양제를 흙에 부어주니 기뻐했다.



수조 안의 자실장은 요 2,3일 동안 돌봐준 보람이 있었는지, 나를 신뢰하는 모양이다.

크리스마스답게 옷을 붉게 칠해주겠다고 하니 기꺼이 옷을 벗어 내어주었다.

대신해서 행주를 넘겨주니, 약간 추운건지 「테츙」하며 재채기를 했다.

자실장의 옷을 페인트로 빨갛게 칠한 후, 곳곳에 솜을 붙였다.

일을 마쳐보니 벌써 24일의 아침이었다.



새롭게된 옷을 자실장에게 입히고, 입 주위에 솜으로 만든 수염을 풀로 붙여준다.

거울을 보여주니, 텔레비전과 책으로 산타의 존재를 알고있던 자실장은 무척 기뻐했고,

실장나무가 된 친실장도 딸의 화려한 모습에 기뻐하며 짖었다.



「잠깐 나가볼까」



오후 8시, 나는 손수레에 자실장산타와 화분에 담긴 친실장을 얹고 밤의 공원으로 나섰다.

이 마을에서 가장 커다란 공원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실장석 격리작업이 행해졌기에 말끔히 깨끗해져있었다.

여기저기에 행복해보이는 커플들이 보인다. 가족끼리 나온 일행은 없었다.



나는 천천히 자실장산타를 낚시줄로 친실장나무에 매달고, 기름을 골고루 부었다. 자실장이 숨막혀한다.

그대로 성냥으로 불을 붙이니 자실장의 새된 비명이 울려퍼진다. 얼마 있어 친실장의 비통한 외침도 울렸다.

메마른 겨울 공기, 실장석이라는 종족이 가진 기름기도 더하여, 기세좋게 타오르는 자실장.

나는 손수레를 밀면서 내달렸다.



「산타클로스 반대ーーーー! 산타클로스 반대ーーーーー!!」



커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친다. 자실장을 매단 낚시줄에 불이 옮겨붙고, 친실장도 불타기 시작한다.



「크리스마스 반대ーーーー!! 공공장소에서 끈적거리지 마라ーーーー!!!!」



절규를 지르며 불타오르는 실장친자를 태운 손수레를 밀면서,

거칠게 달리는 나에게 위험을 느낀 커플들은 공원에서 도망쳐나간다.

뒤쫓으려던 나는, 살짝 얼어있던 땅바닥에 다리를 접질려 와장창 넘어졌다.

나와 함께 넘어진 손수레에서 실장친자가 떨어져나왔다.

자실장은 벌써 이글이글 타고있을 뿐이고 움직이지도 않지만,

불타면서도 화분에서 풀려난 친실장은 움직일 수 있는 두 손을 써서 자신의 새끼를 향해 질질 기어갔다.

움직이지 않게 된 자신의 새끼를 쓰다듬으며 데스우데스우 말을 걸었지만,

이윽고 그 소리도 잦아들더니 어느새 들리지 않게 되었다.

친자가 부둥켜안고 한 덩어리의 잉걸불이 되어가는 실장석의 위에, 눈송이가 띄엄띄엄 내리기 시작한다.

그 광경을 보고있던 내 눈에서 눈물이 2, 3방울 떨어진다.

저 실장석조차 자신을 사랑해주는 누군가가 있는데.

그런데 나 자신은 어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지 않았나.

노력을 차일피일 미루는 사이에, 소중한 사람들을 하나하나 잃었다.

그런 끝에 공원에서 난동을 부리고, 그조차도 만족스럽게 하지못해 땅바닥에 엎드러있다.

멀리에서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경찰차의 사이렌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몸을 일으켜, 그것과는 반대의 방향으로 도망쳤다.



공원에는 한 줌의 재가 된 실장친자만이 남았고, 그 위에 눈이 살포시 쌓이기 시작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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