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꽃

최근들어 주인님의 태도가 갑자기 차가워졌다고,

「카스미かすみ」라고 이름지어진 실장석은 느끼고 있었다.

무엇을 해도 무시당한다고.



의심가는 구석은 있다.

자신에게 아이가 태어난것이다.



「물론 자들은 작고 귀여운데스. 하지만……」



그렇다고 애정이 머리수대로 나뉘어버린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이럴거였다면 아예 처음부터──

머리를 흔들어, 무서운 생각을 뇌리에서 떨쳐낸다.






                 ※







카스미가 이 세상에 삶을 받은 것은, 봄이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쌀쌀한, 3월의 초엽이었다.

공원의 화식 변기의 차가운 물로 심장이 오그라드는것 같다고 생각한 직후,

친실장의 냄새나는 혀가 점막을 핥아내었다.

그때에 느낀 체온이, 모친에게서 주어진 처음이자 마지막 온기였다.



마라실장에게 겁탈당한 결과인 원치않는 임신이었기 때문인지,

친실장은 자실장에게 거의 애정을 주지 않았다.



대신해서 동생들을 돌본 것이 네 자매의 장녀였던, 카스미였다.

집 주위에서 곤충을 잡아 그것을 먹이로 삼았다.

인간과 다른 들실장에게 들키지 않도록, 쓸데없이 짖지 않도록 하고,

같은 이유로 배변도 정해진 장소에서 하도록 가르쳤다.

이것들은 친실장에게 가르침 받은것이 아니었고, 본능이 자신에게 알려주는 행위를,

언니의 위엄으로 동생들에게 흉내내게 하는것 뿐인 일이었다.



걸핏하면 절망의 심연에 가라앉아 버릴것 같은 동생들을, 카스미는 달래었다.



동생들을 천천히, 팽이처럼 뱅글뱅글 돌리며 놀았다.

눈이 빙빙 돌게 되는 것이 재미있는지, 동생들은 웃으며 굴렀다.

카스미는, 이것이 특기였다.

발레리나처럼, 발끝으로 몇 회전이고 빙글빙글 돈다.

원심력으로, 치마자락이 펄럭 들려오른다.

그것을 보고, 동생들은 감탄의 소리를 높였다.



자연스럽게, 카스미는 동생들의 존경을 얻었다.

그것이 친실장에게는 괘씸했다.

모성의 발로때문이 아니라, 그저 카스미를 향한 시비거리로,

친실장은 먹이를 가지고 돌아오게 되었다.

「오마에는 오네쨩이니까 참는데스」라며,

싹트기 시작한 카스미의 모성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먹이는 동생들에게만 주어졌다.

동생들은 계획대로,

「이런 맛있는 것을 먹지 못하다니 불행한테치」라고,

지금까지 고생해서 돌봐주었던 카스미를 조롱했다.



이것으로, 이 집의 역학관계가 정해졌다.

즉, 친실장은 카스미더러 보란듯이 동생들을 무턱대고 사랑하고,

동생들은 친실장에게 무시받는 카스미를 가볍게 여긴다.

자매간에 밝은 웃음은 사라지고, 그 대신 비웃음이 만연했다.

카스미가 빙글빙글 돌아보아도, 심지어 욕설이 날아들 뿐이었다



카스미는, 똑똑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슬픔을 웃으며 잊어버릴 수 있었다.

먹이를 가져오지 못했다며 친실장에게 맞아도,

오늘은 인간에게 내쫓겼다고 친실장에게 걷어차여도,

카스미는 웃으며 그 아픔을 넘겼다.

그렇게 하는 것으로,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이라면서.



중실장 정도의 크기가 되자, 어미를 대신해서 카스미가 먹이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인님」을 만났다.







                 ※







그 남자는, 한가해지면 공원에 찾아왔다.

먹이를 뿌리고, 들실장이 모여드는 것을 바라본다.

먹이를 가지고 있는 한, 이라는 조건이 붙긴 하지만, 들실장 상대라 하더라도,

자신이라는 존재가 필요되어진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기뻤다.

그럴 정도로, 얄팍한 인간관계밖에 가지지 못했던 것이다.



언제나 무리에서 멀찌감치 있는, 먹이에 달려들지 않는 중실장의 존재를,

남자는 눈치채고 있었다.

무엇이고 간에 탐욕스러운 주위의 인간들에게서 동떨어진, 자신을 비추는 거울같이 느껴졌다.

남을 밀칠 정도의 기개가 있었다면, 편하게 지냈을 것을.

중실장을 향한 것인지, 자신을 향한 것인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먹이를 먹어치운 들실장들은, 감사를 표하지도 않고,

어디론가 떠나가버린다.

그 후에 중실장이 다가와, 남은 부스러기가 없는지 살펴본다.

그것이 안쓰럽다고 생각한 남자는, 매점에서 팝콘을 사서 주었다.

중실장은 기뻐하며, 빙글빙글 돌아보였다.



그런 일이 몇 번인가 계속된 어느 일요일, 그 날은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이래서야 실장석은 없지않을까,

방 안에서 우울한 하루를 보내기는 싫다면서, 남자는 비안개가 피어나는 공원을 걸었다.

물웅덩이에 한 마리의 중실장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중실장이었다.



남자는 알 도리도 없었겠지만, 그날도 친실장은 카스미에게 먹이를 모아오라고 명령했었다.

아침부터 비를 맞았기에, 카스미는 체온을 한참 빼앗겨있었다.

고열로 휘청휘청거리다가, 길가에서 쓰러져버렸다.

그랬던 것을, 남자가 발견한 것이다.



돌봐주지 않으면 안된다.

남자는 나중 일은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운동복이 더러워지는 것도 신경쓰지 않고,

식어버린 중실장의 빼빼한 몸을 안아들었다.







                 ※







하지만 남자와 중실장의 생활은, 순풍에 돛 단 뱃길처럼 되지는 않았다.



우선, 눈을 뜬 중실장이 공황을 일으켰다.

친실장이 해야할 교육을 했더라면,

실장석에 있어 인간에게 주워진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중실장이 알고있었을 것이다.

그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갑작스런 환경의 변화에 당황하고, 추태를 보였다.

침대에서 일어나서는 「테에ー엥, 테에ー엥」하며 쓸데없이 짖고,

장소를 가리지 않고 똥을 흘린다.



그러자 남자는 화냈다.

일단은 고함을 치고, 그래도 진정되지 않으면 따귀를 때린다.

중실장은 한층 더 겁먹고 지려버린다.

그것은 그저 남자의 화를 북돋을 뿐이었고, 결국은 담배불로 「지지기」를 당했다.

뜨거움과 아픔에, 중실장은 기절했다.



이 시련을 이겨내고서,

중실장은 간신히 여기가 자신의 새로운 생활공간이라는 것을 인식했고,

남자를 새로운 가족, 자신이 섬길 주인이라고 이해했다.



그리고 「카스미」라는 이름을 부여받았다.



남자쪽은 어떤가 하면, 꽤나 귀찮은 일이었기에, 도중에 카스미를 공원에 돌려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번 곁에 실장석을 두고나니, 도무지 떠나보낼수가 없었다.

아무리 바보같은 들실장이라 해도, 집 안에 누군가가 있어준다는것 만으로도,

이상하게도 기분이 진정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스미는 이해력이 나빴다.

똥을 지리는 일은 없어졌지만, 몇 번이나 가르쳐도 뒷정리를 하지못했고,

빨래의 방법도 익히지 못했다.

목욕을 할때마다, 비누와 샴푸의 사용법을 가르쳐주지 않으면 안되었다.



경이적인 재생능력을 가진 실장석을, 폭력으로 훈육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남자도 때리고, 차고, 담배불을 가져다대며 카스미를 훈육했다.



일상적인 폭력은, 남자의 가학성을 부채질하고, 자제심을 마비시켰다.

언젠가부터는, 훈육을 위한 폭력이, 폭력을 위한 폭력으로 변화했다.

일거리가 잘 되지않으면 때리고,

인간관계에 지치면 걷어찼다.



카스미는, 그것을 견디었다.

자신이 고통을 견디기만 한다면, 지금의 관계가 유지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있었기 때문이다.



고통을 필사적으로 참아내는 카스미를 보고, 남자의 안에 의구심이 솟아났다.

자신은 어째서 카스미를 주워왔는가, 하고.

실장석을 학대하고 싶었기 때문인가? 아니다.

스트레스 발산의 도구가 필요했는가? 아니다.

비를 맞고있는게 불쌍해서였는가? 그것도 있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남자는 일찍 양친을 여의고,

의무교육을 마칠때까지는 친척들 사이를 전전하며 지냈다.

얄팍한 혈연관계는, 희미하게나마 기대를 품게만들었기에,

때로는 생판 남보다도 잔혹했다.

자신에게는 아무도 손을 내밀어 주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카스미에게 폭력을 휘두르고있다.

무리였다.

가족의 애정을 알지도 못하고 자란 자신이, 누군가와 함께 지낸다니,

처음부터, 무리한 일이었다.



남자는 카스미와 함께, 그 공원으로 나갔다.

힘닿는 범위에서, 최대한으로 단장을 해주었다.

익숙치도 않은 손재주로, 뒷머리에 각각 리본을 매어주었다.

100엔숍에서 산 어린이용 파우치를 어께에 걸어주었다.

그 안에 카스미가 좋아하는 카린토를 담아서.

(* 역자주: 카린토- 맛동산 비슷한 일본과자)



카스미는 크게 기뻐하며 빙글빙글 돌았다.

처음에는 자신의 뒷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다음으로는 남자에게 기쁨을 전하기 위해.

치마자락이 핑그르르 들려올랐다.



잔디밭 옆에서 공놀이를 하고, 모래밭에서 놀았다.

산을 만들고, 굴을 파는데에 열중해있는 카스미를 놔두고,

남자는 혼자서, 공원을 떠나려고 했다.



이러는게 낫다.

자신과 함께 있어봤자, 카스미는 불행해진다.



하지만, 미련은 있었다.

결고 뒤돌아보지 않겠다고 생각했지만, 무심코 뒤를 돌아보게 되어버린다.



눈물을 흘리고, 콧물을 흘리며, 전력으로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카스미가 있었다.

그 모양으로 보아서, 똥도 지린 모양이다.

남자의 발에 매달려서, 절대로 놓지않겠다며, 카스미는 힘을 주었다.

눈물과 콧물과, 그 외의 체액으로, 청바지 자락은 질척질척 해졌다.



「돌아가서, 같이 빨아야겠군」



남자도 또한, 시련을 이겨낸 것이다.







                 ※







「그랬는데도, 주인사마는 너무하는뎃승」



자신의 아이들을 어르는 남자를,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카스미.

남자는 익숙치 않은 손놀림으로, 네 마리의 자실장의 기저귀를 갈았다.



「아아ー, 정말이지, 너희들은, 부욱부욱 하면서 말이야.

 조금도 자제라는 걸 모르는걸까. 참말로, 제 어미 닮았단 말이지」



남자의 말이 푹 하고 찔러들어온다.

분명히 자신은 헐렁한 편이었지만, 그날 이후로는 똥을 지리지 않았을 터이다.



「와타시는 화장실은 금방 익혔던데스」



그렇게 말하는데도, 그냥 무시한다.

자실장을 돌보는데 정신이 없다.



기저귀를 간 자실장은, 차례대로 일어나고,

테챠테챠 짖으면서 방 안을 걸어다닌다.

자신이 이 집에 왔을때에 이렇게 떠들었으면, 맞아서 날아가버렸을 터이다.



「오마에들, 좀 조용히 하는데스. 이웃집에 폐가 되는데스」



자실장은 도무지 말귀를 들어먹질 않는다.

그러자 남자는, 풀백식 태엽으로 달리는 미니카를 꺼내들었다.

찌르륵 하는 소리를 내며 뒤로 당기고, 손을 놓는다.

미니카가 달려나간다.

자실장들이 그것을 좇아 달린다.



「테챠ー!」



벽에 부딛히는 미니카.

한 마리의 자실장도 달리던 기세를 못이겨, 벽에 머리를 찧어버린다.



「이런이런, 이녀석」



카스미보다도 먼저, 남자가 자실장을 안아들어 달랜다.

그 모습은 마치, 젊은 아빠와 같은 것이었다.

카스미는 슬픈듯이, 내밀었던 손을 아래로 내렸다.



장녀가, 카스미 쪽을 보며, 「테챠아」하고 웃는다.

웃으면서, 다가온다.



「음, 무슨일이니?」



남자가 장녀쪽을 본다.

장녀는 카스미를 가리키며, 「텟챠아」하고 짖는다.



「너희는 정말로 신기하구나」



남자는 말했다.



「가끔씩 아무것도 없는 벽을 빤히 바라보고 말이지.

 아니면 너희들 실장석들에게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보이는걸까?」

「데에엣!?」



남자의 말에, 카스미는 기겁했다.

남자의 눈에, 자신이 비치지 않아?



확실히 이상했다.

어느샌가, 남자의 말이 이해되게 되어있었다.

어떻게 된 일이지?



아아, 그랬던데스.

와타시는 정말로 이해력이 나빠서 곤란한데스.



「와타시는 죽임당했던데스」







                 ※







두 눈이 녹색이 되어, 카스미는 임신의 조후를 나타내고 있었다.

남자는, 솔직하게 기뻐했다.

살림살이를 생각하면, 이 이상 부양가족을 늘리는 것은 빡빡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가족이 늘어난다는 것에 기쁨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남자가 자신의 임신을 기뻐하고 있다는 것이 전해진다.



카스미는 남자에게 공원에 가자고 졸랐다.

모친에게, 자신도 모친이 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이다.



남자의 방을 자신의 집이라고 느끼게 되고 나서도,

친모와 동생들을 잊지는 않았다.

오히려, 만나지 못하는 시간에 비례해서, 그리움이 커져갔다.

아무리 싫었던 일을 잊어버린다고 해도,

가족과 함께 지낸 시간이 불행했다는 기억은 남아있다.

그럼에도, 피를 나눈 육친이다.

얼굴이라도 한 번 봐두고 싶었다.



이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도,

친실장의 교육이 불충분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들생활을 지내는 실장석에 있어서는 「어리광」에 다름 아니었다.



카스미에게 안내받으면서, 남자는 공원 안쪽으로 걸어들어갔다.

만삭이 된 배는 터질 것처럼 커다랗다.



덤불 안에 골판지상자, 그리고 그 안에 지저분한 친실장이 있었다.

충분한 거리를 두고있는데도, 악취가 닥쳐온다.

골판지상자 바닥에 들러붙어있는 머리털과 작은 뼈다귀를 알아챘더라면,

이후의 참극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남자는, 친자의 대면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기에, 카스미의 손을 놓았다.

카스미는 혼자서 골판지상자에 다가간다.

「마마」라고 부르자, 등을 돌리고있던 친실장이 돌아본다.

헤어지고 몇 개월밖에 안되었는데도, 친실장은 확연히 늙어있었다.



「오마에, 이제와서 뭐하러 돌아온데스?」

「이모토들은? 밥 찾으러 나간데스?」

「그 차림새는!」



친실장은, 카스미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말했다.



「흥, 주워져서 사육실장이 된데스?

 그래서 와타시들을 비웃으러 온데스?」

「그런거 아닌데스으!」

「오마에가 없어지고나서 먹이를 얻지못해서, 이모토들은 죽은데스」



자신이 잡아먹었다, 라고는 말하지않는다.

카스미는 충격을 받았다.

자신때문에, 동생들이 죽었다고?



「그런데스, 오마에가 이모토들을 죽인데스!」



친실장은 골판지상자에서 나와, 카스미 앞에 섰다.

남자에게는 감동의 친자 대면으로 보였다.

하지만, 직후의 순간에 비극이 찾아왔다.



「그러니까 언니인 오마에도 와타시에게 먹히는데스!」



넋을 잃고 서있던 카스미를, 친실장이 머리부터 물어뜯었다.

자신의 새끼들을 비롯하여, 동족을 죽인 경험이 풍부한 친실장은,

일격으로 카스미의 위석을 물어 부쉈다.



남자는 한순간, 무슨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득달같이 달려가서, 두 손으로 카스미를 집어들고, 친실장을 걷어찼다.

이녀석을 죽이는 것은 언제라도 할 수 있다, 지금은 어서 병원에 데려가야한다.



하지만, 위석이 부서진 카스미의 호흡은 돌아오지 않았다.

수의사는 「뱃속의 새끼들은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었다.

보아하니 들실장이고, 어미도 없이 키우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처분하는 것도 선택지의 하나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지금의 남자에게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어리석은 질문이었다.







                 ※







「잠깐 기다려라, 금방 밥을 줄테니까」



「테챠ー」「테에ー엥」하며, 배고픔을 호소하는 자실장들에게 남자가 대답한다.

따뜻하게 데운 우유에 적신 식빵 모서리를, 이유식 대신으로 준다.

「테츄ー웅」하며, 기쁨의 소리를 지른다.



남자가 확실하게 모친 역할을 해내는 것에, 카스미는 안도했다.

그와 동시에, 이것은 자신이 죽어버렸기 때문이라고, 강하게 인식하게 된다.

그래, 와타시는 죽은데스.



「와타시는 바보같은 실장석이었지만,

 죽으면 이 세상에 있을수 없다는 정도는 알고있는데스.

 차라리 죽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으면 좋았을뻔한데스」



하지만, 자신이 죽었다는 것을 잊고있었다고 알기라도 한다면

분명히 주인사마가 놀릴것인데스.

이젠 마마가 됐으니까, 언제까지고 바보인 채로 있으면 안되는데스.

모순되는 마음에, 카스미는 갈등했다.



카스미의 모습이 사라지려고 하고있지만, 장녀에게는 아직도, 모친의 모습이 보였다.

「테치ー」하고 짖으며 다가온다.

「그런데스!」하며, 카스미는 마지막으로 떠올렸다.

장녀를 똑바로 세우고, 팽이처럼 빙글빙글 돌렸다.



「텟츄ー」하며 크게 기뻐하는 장녀.

균형을 무너뜨리지도 않고, 발끝으로 빙글빙글 돈다.

치마가 펄럭 떠오르고, 그 아래의 기저귀가 보인다.



「너, 너……」



남자는 그것을 보고, 먹고있던 빵을 떨어뜨렸다.

마치 카스미가 살아돌아온것 같지않은가.



「그런데스, 그런데스」



현세에서 사라지려고 하는, 카스미가 주억거린다.

와타시는 이대로 사라져버리는데스.

그래도 와타시를 언제까지나 잊지 말아주길 바라는데스.

그러니까, 이 자의 이름은……



「네 마마는 말이지, 만났을 때에는 중실장이었으니까, 봄 즈음에 태어났을거야.

 그래서, 봄의 꽃인 안개꽃에 맞추어『카스미』라고 이름붙였지」



남자가 꽃에 해박한 것은, 모친에게 물려받은 것이었다.

전해지지 않을것을 알면서도, 남자는 장녀에게 말을 걸었다.

카스미의 일을 떠올려버렸기에,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고서는 있을수 없었다.



「안개꽃의 꽃말은, 『깨끗한 마음씨』.

 네 마마는 바보였지만, 마음씨가 맑았다고 생각해, 아마도.

 그래서, 그런 일을 당한것이지만」



응응, 그러니까 그 자의 이름은……。



「그러니까, 『카스미』라는 이름은 팔자가 사납다는게지」



그럴수가, 말씀이 너무 심한데스우.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으니, 지금 이름을 정해버리자.

남자는 어머니의 유품인 『꽃 도감』을 팔락팔락 넘기며, 이름을 찾는다.

꽃가루로 아이를 만드는 실장석에게는, 꽃의 이름이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버베나, 일본명 하나테마리──좋아, 너는 『마리』다.

 꽃말은……」

「데에, 거기까지는 듣고나서 가고 싶은데스우」



카스미의 소망도 헛되이, 의식이 사라졌다.

현세와 완전한 이별을 고했다.



「꽃말은 『가족의 화합』. 응, 내가 지었지만 좋은 센스네.

 너는 언니니까, 확실히 해주렴.

 실업보험이 끊길때 까지는, 제 역할을 할 수 있어야하니까」



그렇게 말하며, 남자는 마리라고 이름지어진 자실장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텟치ー」하면서, 무슨 말이었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마리는 두 손을 들어올리며 대답했다.



자신의 식사는 뒷전으로 남은 세 마리의 이름을 고민하는 남자에게,

옷장 위에 놓인 사진 속의 카스미가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것은, 떠나보낼 각오를 했던 날에 찍은 사진이었다.



그 사진액자에는, 리본이 매어져있다.

그 때와 마찬가지로, 비뚤비뚤한 모양으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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