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뇨 구덩이의 기억

고갯길 갓길에 차를 세우고 나는 "후우" 한숨을 쉬며 눈을 감았다.
하코자키 인터체인지부터 논스톱으로 시골 마을까지 5시간.
종일 차만 탄 나는 조금 지쳐 있었다.


"아직 한낮인가"
대시보드의 디지털 시계는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전에 타던 70계 체이서쪽이 운전도 즐거웠는데.."
신차로 구입한 마크 X지만 편한만큼 재미도 없어서 반년도 채 되지 않아 질렸다.




(체이서)




(마크 X)


중얼거리며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나고 자란 시골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산과 산 사이에 낀 이 곳이 내 시골이다.
평탄한 길 없이 어디를 걸어도 비탈길과 계단이 이어진다.
목적지인 집은 여기서 1km 더 가야 한다.
먼 곳에 주차한 이유는 조금 걸으면서 향수에 잠기고 싶었기 때문에....
아니... 근처에서 멈추면 마을 사람들이 알아채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길을 따라 맑은물이 흘러 은어 낚시철이 되면 낚시꾼들이 찾는다.
그 외에는 차가 고개로 지나갈 뿐인 마을이지만 20년만이라면 어딘지 부끄러움이 있었다.


내려서 옆길로 들어서자 지금까지의 정돈된 아스팔트 도로가 확 변한다.
옆길은 몇년째 방치된 가느다란 균열 투성이 아스팔트길.
갓길 언저리는 아스팔트 조각이 너덜너덜 부서져 자갈과 뒤섞인다.
그 틈이 깊어 거기서 잡초가 자라고 있었다.


마을에 들어서는데 인기척이 없다.
당연하다, 지금은 쇠퇴해 거의 노인밖에 살지 않으니까.
그리고 홀로 사는 어머니도 그 노인들 중 한 명이다.


"데스.."


갑자기 들린 불쾌한 목소리..
귀를 기울이자 여기저기서 데스데스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칫" 한번 혀를 차고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조금 걸어가면 2단(약 2,000m²) 정도 넓이의 밭이 있고 그 앞이 나의 고향집이다.


마른잎이 퇴비가 된 흙은 보통 흙보다 검어 토양의 양분이 풍부하다고 짐작케한다.
밭에는 어머니가 먹을 야채를 심었고, 크기에 비해 종류가 다양했다.


"데스우.."


밭의 한켠에 있는 분뇨 구덩이 옆에 실장석이 있었다.


인분은 유해하다고 하여 현대에는 사용되지 않고, 밭에 인공 퇴비를 섞어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작은 마을에서 지금도 인분이 사용되고 있다.
이 마을은 옛날부터 드물게 인분을 사용하지 않고 대신 실장석의 배설물과 낙엽을 발효시켜 밭에 뿌리고 있었다.


실장석의 배설물이라니 아마 터무니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사실 실장석의 배설물은 인간의 배설물에 비해 세균이 적다.
적은 영양소밖에 얻을 수 없는 실장석에게 영양을 섭취한다는 것은 생사가 달린 문제이다.
그래서 끝까지 영양을 짜내면 소화할 수 없는 섬유나 요소가 풍부한 대변이 된다.
실장석의 배설물이 녹색인 것은 엽록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다는 증거로, 그것이 인산과 칼륨을 땅속에서 생성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아무튼 마을 사람들은 그런 것까지는 몰랐겠지만..


이 마을은 실장석을 한집에 최소 한마리 이상 밖에서 키우며 남은 야채 찌꺼기따위를 주고 있다.
먹이를 주는 대신 그 배설물은 반드시 분뇨 구덩이에 본다는 훈육이 되어 있었다.
실장석은 밭 옆에 있는 분뇨 구덩이에 매어놓는 게 보통인데,
어쩐지 어머니는 실장석을 매어놓지 않고 방치해서 실장석은 한가로이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데스?"


나의 존재를 눈치채고 그 실장석이 다가온다.
여전히 어머니는 실장석에게 상냥한 듯하다.
다른 집에서는 실장석을 거칠게 다뤄서 인간을 무서워해 가까이 오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데스데스" 양손을 모아 내미는 모습으로 보아 나에게 뭔가를 달라 하는 것이다.
근처의 분뇨 구덩이를 들여다보니 밝은 녹색을 띤 액체 상태 변이 들어 있다.
발효가 진행되면 배설물이 액체에 가까워져 색이 엷어지는 것이다.
그 액체 변 속에서 구더기 실장이 경단 모양 덩어리를 여러개 만들며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 덩어리를 보니 어린 시절 그 구더기 경단을 향해 돌을 던지곤 하던 일이 떠올랐다.
돌에 맞을 때마다 경단은 비명을 지르며 흩어지고 다시 덩어리가 되려고 모여든다.
나는 질릴 때까지 몇번이고 그 덩어리에 돌을 던졌다.


"똥 투성이가 돼서 혼났지.."


그 실장석을 무시하고 현관 미닫이 문을 덜컹거리며 연다, 이 마을엔 열쇠를 채우는 집은 한곳도 없다.
현관에서 복도 끝 막다른 곳까지 눈에 담는다, 20년만의 집은 기억 속보다 매우 좁게 느껴졌다.
그러고보니 마을 자체도 작은 느낌이었다.


안쪽으로 들어가 항상 어머니가 앉아 있던 거실에 들어간다.
거기에는 어머니가 밥상 앞에 앉은 채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에 온 것은 어머니에게 건 전화가 계기였다.
도쿄에 사는 나는 정기적으로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고 있다.
항상 소식을 주고받고, 어머니의 건강을 묻고, 시시껄렁한 대화를 반복할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주에 전화기 너머 어머니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장본인인 나에게 물어본 것이다.
이름을 말하자 몇번이나 반복하며 기억하려는 듯했다.
아무래도 어머니는 치매를 앓고 있는 것 같다.



"어머니.."


내 부름에 잠시 간격을 두고 "켄지...니" 자신없는 듯 묻는다.


"아 그래 아들이야"라고 대답한다.


오늘 온 것은 어머니를 도쿄에 있는 집에 데려가기 위해서였다.
그 연락은 전화로 몇번이나 했으니 어머니도 알고 있을 것이다, 잊어버리지 않았다면.


"준비는 해놨어."


시선의 끝에 가방이 두 개 놓여 있었다.
짐이 저것뿐인가 생각했지만 많으면 또 곤란하니 안심되었다.


듣자하니 마을 사람들과는 이야기가 끝났고 밭이나 토지는 양도했다고 한다.
큰 돈도 안 될 뿐더러 방치해도 골치아프니 됐다고 했다.


짐을 들고 현관을 열자 그 실장석이 빙긋 웃으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던 게 정답인가.


"여깄어요 하나코"


어머니의 손에 푹 삶은 야채가 가득 든 그릇이 쥐어져 있었다.


"오늘이 마지막이니까 실~컷 맛보라고.."


그렇게 말하는 어머니의 얼굴은 쓸쓸했다, 이 살장석과도 오늘로서 작별이니까 그럴 것이다.


하나코라고 불린 실장석은 차가워진 조림에 얼굴을 파묻고 먹고 있었다.
그 사이에 나와 어머니는 이 집을 떠났다.


10분 정도 걸어 마을 밖 도로로 나왔다.
나는 잊은 물건이 있다고 어머니에게 말하고 "잠깐만 기다려" 하고 어머니를 뒤에 남겨 집으로 돌아갔다.


빠른 걸음으로 분뇨 구덩이에 가자 하나코는 아직 먹이를 먹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가만히 쳐다보며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


그릇 바닥까지 싹싹 핥아 만족했는지 배를 문지르며 "게훗!" 트림했다.


"이제 다 먹었지?"


나는 하나코를 목 뒷깃을 잡아서 들어올린다.
정신이 든 하나코는 나에게 "뎃스웅~" 아양을 떨기 시작했다.


풍덩!


하나코는 분뇨 구덩이에 떨어졌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하나코는 당황해 저실장 경단에 매달리려고 한다.
하지만 구더기가 떠있는 정도로는 하나코를 떠받칠 부력을 낼 수 없다.
"레뺘레뺘" 비명을 지르며 구더기 실장들이 가라앉는다.


나는 옆에 있던 돌을 집어들고 하나코의 이마를 겨누어 힘껏 던졌다.


"데아!"


돌은 이마 한가운데에 명중해 하나코의 이마가 떡 벌어졌다.
거기서 대량의 피에 섞여 핑크색 뇌가 뚝뚝 떨어졌다.


다시 돌을 손에 쥐고 몇번이나 하나코를 향해 돌을 던진다.
마치 초등학생 때 구더기 경단을 향해 던졌던 것처럼.
나는 어느새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데자! ""데가아아아!"


돌이 명중할 때마다 비명을 지리는 하나코, 왜 자신이 그런 꼴을 당하고 있는지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런 것을 생각할 겨를도 없나?
안구가 튀어나아고 팔이 날아가며 액체 변이 상처에 스며든다.


"데쟈아아아"


마지막으로 던진 큰 돌이 정확히 얼굴 한가운데에 맞아 코에서 피를 뿜으며 눈을 흰색으로 까뒤집는다.
큰 비명을 지르고 하나코는 액변 속에 얼굴을 처박고 푹 엎어져 실룩실룩 경련했다.


"이제 끝났나.."


하나코의 시체를 확인하고 나는 어머니가 있는 곳으로 걷기 시작했다.
이 마을의 규칙에 집의 대가 끊길 때 그 집의 실장석도 끊긴다는 것이 있다.
어머니는 이제 잊어버렸겠지만, 법은 지켜야 한다.
그것이 이 마을에서 태어난 운명인 것이다.
그것은 인간이나 실장석이나 마찬가지여서, 하나코의 운명은 어머니가 이 마을을 떠날 때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사실 어머니를 데리러 온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나는 실장석을 죽이러 왔다, 초등학생 때의 기억이 몇년이 되어도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오늘이 그것이 실현됐다, 게다가 성체실장 상대로.


땀투성이가 된 나는 멈춰서 숨을 고르고 씩 웃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이 푸르다..이 마을에서 보는 하늘은 도쿄보다 훨씬 높게 느꼈다.
희고 얇은 구름이 구더기 실장 덩어리로 보인다.
바닥이 없는 푸른 천개는 그 연녹색 분뇨 구덩이와 같을지도 모른다, 하나코는 태어난 분뇨 구덩이로 돌아갔다. ··.



-끝

댓글 4개:

  1. 테에에엥 마마 믿고 있었던 테츄!! 테? 오네쨩이 없다는 테치? 저...절대로 내가 먹은 것이 아닌데샷!!!

    답글삭제
  2. 오태식이 돌아왔구나

    답글삭제
  3. 돌아올 줄 믿고 있었던 데수웅

    답글삭제
  4. 돌아온데스! 궁금한게 있는데스 "꿈을 꾸고 있었다" 이 작가 이름좀 알려주는데스. 너무 명작이라 궁금한데스,..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