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날

최근 드물었던 대형 태풍의 접근으로 회사에서 퇴근 명령이 떨어졌다.

하지만 통근하는 데 쓰는 전철은 이미 멈춰있었다.

높으신 분들의 판단이 늦은 데에 짜증을 내면서, 걸어서 돌아갈 수 없을 정도의 거리도 아니었기에 어쩔 수 없이 걸어가기로 했다.

다행히 바람은 강했지만 비는 그치고 있었다.

나는 의지를 굳히고 밖으로 나왔다.



얼마나 걸었을까...


평소에는 전철 창문으로 바라보던 길을 바람에 밀려 조금씩 걷다가 귀에 익숙하지 않은 소리를 들었다.

무슨 소리야? 아니, 소리라고 해야 하나, 목소리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도대체 뭐지?



.........데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뒤다!

나는 뒤에서 들리는 소리인 것을 깨닫고 순간적으로 몸을 돌렸다.

거기에는 무서울 기세로 이쪽으로 오는 실장석의 모습이!

너무나도 이해할 수 없는 사태에 혼란스러워 하면서도 몸은 다가오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마음대로 움직...



...데에에에에에에에에데갸오궤츠!!



부딪치려는 순간, 손에 든 통근 가방으로 녹색 물체를 땅에 내팽개쳤다!

보니 발밑에 녹색 얼룩이 생겼다...

도대체 뭐였지?

주위를 둘러보니 수많은 실장석이 바람에 날려 허공을 맴돌고 있었다.




대형 트레일러조차 뒤집힐 정도의 강풍이었다.

실장석 정도의 무게로는 어쩔 수 없이 바람에 날려진 것이었다...

바람이 약해진 타이밍에 땅으로 급강하를 하는 실장석...



데갸! 데규아! 테쟈!



크기와 상관없이 단말마를 지르며 차례 차례 으깨지는 실장석...

하늘에서 실장석이 떨어진다...

마치 어딘가에서 본 영화 같은 광경이었다.

하지만 화가 나있던 나에게는 절호의 기회.

이론에 따른다면 영화와 같은 전기톱을 쓰고 싶지만, 공교롭게도 그런 물건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강풍에 날아온 건가 싶은 나무 토막을 줍고 이제 막 떨어지기 시작한 녹색 물체를 목표로 찌르기 시작했다.



데부구아아!?



둔한 충격 후 고깃덩어리로 변한 실장석.

아까까지의 화가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바로 '쾌감'이다.

거기에서 더 이상 멈추지 않았다.

멈추지 않고 떨어지는 녹색 덩어리를 목표로 계속해서 나무 토막을 내려쳤다!

둘러보니 조금 전까지 해수(害獸)였던 것이 근처에 뒹굴고 있었다...



녹색 해수를 거의 다 잡으니 체력도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미 짜증같은 것은 당연히 걷혔기 때문에 이제 좋다고 생각하고 집에 돌아가려고 한 바로 그때였다.

갑자기 바람이 그쳤다.

다음 순간



데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멀리 하늘로 날려진 실장석이 한꺼번에 떨어지던 것이었다.

아무래도 근처 큰 공원에서 살았던 무리가 송두리째 날려진 것 같았고 그 수는 지금까지와 비교할 수도 없었다.

하늘을 뒤덮으려고 하는 녹색의 대군.

이제 도망갈 곳은 없다...



"살아서 돌아간다면, 무조건 직장 옮긴다."



나는 나무 토막을 들고, 녹색의 대군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끝

댓글 5개:

  1. 지금까지 이런 퇴근길은 없었다
    이것은 현실인가 블록버스터 영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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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하늘에서 똥덩어리들이 떨어지는 데스우.. 너무 무서운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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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영화와 같은 전기톱 어쩌고 하는 부분은 영화 샤크네이도 얘기하는 거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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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데프픗 닌겐상은 그런 운치같은 영화를 보는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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