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석이 된 소년

특정 시각이 되면 그 남자의 집 마당에 들실장이 몇마리 어김없이 모여들었다.

남자는 언제나처럼 실장푸드를 가지러 부엌으로 향했다.

친자로 추정되는 그룹인 마당의 실장석들에게 남자는 항상 먹이를 주고 있다.

친실장은 머리가 좋은 개체답게 다른 실장석들에게 이곳의 위치를 절대로 가르쳐주지 않는다.

가르쳐주면 천한 실장석답게 금세 소문이 퍼져 이 마당이 실장석으로 넘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들의 먹이 장소가 없어짐은 물론, 남자가 화를 내고 실장석들이 쫓겨날 것이 뻔했다.




"자, 먹이다"



남자가 친자를 부르며 실장푸드를 담은 펫용 접시를 놓았다.



"테치, 테치테치"



술렁이는 자들을 진정시킨 친실장은 남자에게 "데슨, 데스 " 인사했다.

친실장은 사람에게 감사의 말을 하고 있지만,

남자는 링갈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무슨 말을 하는지 관심도 없었기 때문에 적당히 맞장구를 친다.



"데스·데스데스"



친실장이 자실장에게 무언가 이야기하자 자실장은 겨우 먹이에 다가간다.

그리고 자실장을 밀치듯이 친실장도 먹이를 먹기 시작한다.



먹이를 다 먹자 친실장은 남자에게 한마디 "데슨" 인사하고 새끼를 데리고 마당에서 사라졌다.



남자는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듯한 느낌으로 친자에게 밥을 주고 있었다.

평범한 들실장이라면 정원에 눌러앉아 계속 키워달라고 말하거나, 밥을 더 내놓으라고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그 친실장은 남자에게 결코 더 요구해오지 않았다.

사려깊고 현명하게 행동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인간을 믿을 수 없는 것일 뿐이다.

길고양이처럼,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물론 남자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인간에게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는 친실장을 남자는 좋아했다.

바보처럼 응석부리며 모든 것을 인간에 의존하는 그런 성격의 실장석이 남자는 싫었다.

어딘가 자신과 같은 것을 느끼고, 그 관계를 즐기며, 남자는 친자에게 계속 먹이를 주었다.



빈 먹이 접시를 들고 유리문을 닫자 누군가가 유리를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캉캉 마른 소리에 남자가 되돌아보지만 아무도 없다..

잠시 문을 보고 있자 뭔가 딱딱 유리에 부딪쳤다.



남자는 또 버릇이 나쁜 들실장이냐고 생각했다.

가끔 그 친자 외에도 우연히 헤매다 뜰에 들어온 들실장이 있다.

던진 돌에 창문이 한번 깨진 경험이 있는 남자는 황급히 문을 열었다.



눈앞에 실장석 한마리가 남자를 올려다보고 있고, 손에는 돌멩이가 쥐어져 있다.

그 실장석은 돌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남자에게 데스데스 손을 내밀었다.



"칫, 또 분충의 구걸이냐"



남자가 째려보고 손으로 실장석을 쫓아내자. 실장석은 몸을 기울이고 남자를 노려보았다.



"뭐야 이놈? 실장석 주제에 나한테 불평하는 거냐 "

"야! 여기 너 같은 놈이 올 데가 아니야,

밥이라면 다른 곳을 찾아봐라, 네게 줄 먹이는 없다 "



".....주절주절 시끄러운 데스"



뭐? 남자는 생각했다, 실장석이 남자에게 불평한 건 둘째치고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따로 링갈을 통하지 않았는데도 분명히 남자의 귀에 직접 목소리가 들린 것이다.



"어?? 넌 실장석이잖아.. 왜.."



"데스우?.. 데스데스"



"속이지 마, 아까 제대로 말하고 있었잖아"



실장석은 잠시 기다리라는 듯한 얼굴을 했지만 포기했는지 말문을 열었다.



"아까 실장석에게 먹이를 주는 것을 보았던 데스"

"그래서 오마에가 애호파라고 생각한 데스"



실장석의 말에 남자는 놀라서 실장석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음.. 외형은 평범한 실장석으로 보이는데"

"잠깐.."



남자가 손을 뻗자 실장석은 경계하며 뒤로 물러섰다.



"무, 무슨 짓인 데스!"

"하항~ , 오마에 오레를 학대할 생각인 데스"



오레? 지금 오레라고 말했다, 그말은 녀석은 마라실장이란 건가.



"학대할 생각은 없어, 네가 너무 희한해.."

"그래! 밥을 줄테니 방에는 올라오진 마 "



"저, 정말인 데스?!"

"오레의 이름은 타쿠야라고 하는 데스"



왠지 인간같은 이름이잖아, 남자는 타쿠야라는 실장석을 집으로 올렸다.



"여기가 오마에의 집인 데스, 혼자 살고 있는 데스?"



"아, 부모님도 죽었고 지금은 나 혼자야"



"죽은 데스? 부모 따위 죽으면 좋은 데스"



이상한 놈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언행도 왠지모르게 인간같아 흥미가 생겼다.



"기다려, 지금 푸드를 가지고 올테니"



"자, 잠깐 기다리는 데스, 가능하다면 푸드가 아니라 닌겐의 음식이 좋은 데스"



남자는 사치스러운 놈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아, 알았다" 대답하고 부엌으로 향했다.



"이정도지만 실장석에게는 진수성찬이지"



남자는 어젯밤 먹다 남은 음식을 익혀서 가져왔다, 슈퍼에서 염가 판매하고 있던 고로케이다.



접시를 실장석 앞에 놓자 "이런 것밖에 없는 데스?" 투덜대면서 먹기 시작했다.

고로케 두 개를 깨끗이 먹어치운 실장석은 긴장이 풀렸는지 대자로 뻗어 쉬기 시작했다.



"자, 빠짐없이 말해주지 않을래. 네가 인간의 말을 할 수 있는 이유를."



실장석은 일어나 양손을 모으고 잠시 생각했다.



"오마에.. 오레의 말을 믿는 데스?" 물었다.



"인간의 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믿을 수 없는데, 새삼 믿냐고 물어도 똑같지."



"알겠는 데스, 오마에를 믿고 말하기로 하는 데스"

"오레는 지금 이런 꼴을 하고 있지만 원래는 닌겐이었던 데스"



원 인간이라고 말하는 이 실장석은 전에 살던 집에서 미도리라는 실장석을 기르고 있었다.

14세였던 소년은 이지메로 인해 집에 틀어박혀 등교 거부를 계속하고 있었다.

방에서 전혀 나오지 않는 날이 계속되자 부모도 그런 소년을 걱정했다.

어머니가 쓸쓸할 거라고 근방에서 주운 실장석을 소년의 대화 상대로 준 것이 시작이었다.



소년은 점차 미도리에게 마음을 열고 무엇이든지 말하기 시작했다.

그것과 비례하여 방에서 전혀 나오지 않게 되었다.

이전에는 식사 시간 정도는 방에서 나왔지만, 이제는 그것마저 없어졌다.

어머니가 식사를 방 앞에 놓으면 어느새 깨끗이 비워졌다.



방에서 미도리에게 자신의 불만 등 이것저것을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들릴 뿐이다.





"내 눈치를 보는 부모가 싫었던 데스, 한마디로 말해 짜증난다고 생각한 데스"

"학교 애들도 그런 데스, 괴롭히는 놈들이나 구경꾼 놈들이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생님 모두 싫은 데스"

"오레의 말을 조용히 들어주는 미도리만 좋았던 데스, 다른 건 필요 없었던 데스"



"이봐 이봐, 히키코모리인 너를 지탱해준 건 부모님이라구,

너의 밥이나 입은 것도 부모님이 준 것일텐데 "



"이야기는 아직 중간인 데스, 아무튼 끝까지 듣는 데스"



"그러던 어느 날 오레는 미도리에게 말한 데스, 미도리가 부럽다고"

"미도리는 미래나 여러가지를 인간에 의존하면 살 수 있는 데스"

"하지만 오레는 부모가 죽으면 혼자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데스"

"아 오레도 실장석으로 태어났으면이라고 한 데스"



"그랬더니 미도리의 눈이 빛난 데스"

"링갈에는 (정확히 와타시도 인간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데스)로 표시된 데스"



"어느새 눈앞에 오레가 있던 데스, 오레의 모습을 보니 오레가 미도리가 된 데스"

"오레의 모습을 한 미도리는 (실장석의 인생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은 데스) 인간의 말로 그렇게 말하고 오레를 집어든 데스"



(투덜투덜 시끄러운 주인님이었던 데스 듣는 쪽도 지치는 데스)



"(주인님은 필사적으로 살아가는 법을 아는 것이 좋은 데스) 오레는 창 밖으로 버려진 데스"

(데프프 ♪ 걱정하지 않아도 되도록, 주인님의 역할은 미도리가 잘해보이는 데스)

(바보같은 주인님보다 와타시는 잘 할 자신이 있는 데스,

주인님 같은 것이 있으면 와타시의 세상에선 솎아내기 확정인 데스)



"그리고 오레는 필사적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데스, 잔반을 찾아다니고 동족식으로부터 도망쳤던 데스"

"다행히 뇌와 언어는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실장석을 따돌려온 데스"



이야기를 들은 남자는 눈앞의 실장석이 원래 인간이었던 것을 알았다.

그러나 연민 같은 감정은 전혀 일지 않는다.

그보다 소년으로 바뀐 미도리라는, 인간의 모습을 한 실장석이 궁금했다.



"이야기는 알겠어, 아무튼, 넌 지금부터 어떻게 할 셈이냐?"



"그, 그건... 생각해보지도 않은 데스"

"원래 살던 집에 돌아가고 싶지만 이 모습을 믿어줄 리 없는 데스"

"게다가 매일매일 살기도 벅차서 오늘 먹을 밥이나, 동족과 학대파에게서 도망치는 것이라든가 다른 일이 많은 데스 "



남자는 "후후후" 코웃음쳤다.



"뭐가 이상한 데스, 오레는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데스"



"아니 미안 미안, 웃을 생각은 없었지만"

"지금 너는 틀어박혀 있을 때보다 상당히 열심히 사는 것처럼 보여서"



"여, 열심인 것이 아닌 데스,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는 데스"



"흥미가 생기는데, 들려주지 않겠나? 실장석이 된 감상이란 거 말야"



실장석 모습의 소년은 지금까지의 생활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인간과는 달리 손가락도 없고 다른 실장석과 말도 통하지 않는다.

매우 튼튼하다고 생각했던 이 몸도, 추위와 더위 모두 느꼈다.

다치면 금방 낫지만, 아픔은 인간과 다르지 않다.

게다가 이 옷은 매우 얇고, 곧 찢어지고 해져버린다.



인간이 공원에 왔을 때 도와달라고 인간의 말로 이야기했지만,

"뭐야 이놈!" 하며 전혀 믿어주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믿어주지 않아서 죽을 뻔한 이후 인간의 말로 말하는 것은 숨겨왔다.

먹이를 구하는 것도 다른 실장석에게 들키지 않도록 몰래몰래 해야 한다.

세력권이 있는 실장 사회는 외부자를 싫어하고, 외부자가 발견되면 살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러운 수건으로 몸을 감싸고 자도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몸이 얼어 잠들지 못하는 날도 있었다.

인간이었다면 죽었을 법한 상황에도 실장석의 몸은 회복 능력만은 특별했다.

얼어붙은 몸도 볕을 쬐 해동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원래대로 돌아온다.



공복감은 언제 어떠한 때에도 신기하게 찾아왔다.

아무리 먹어도 금방 배고파져버려, 먹이를 찾느라 행동력의 대부분이 소비됐다.

그 결과, 썩은 음식도 예사가 되어버려, 어쨌든 무엇이든 배에 집어넣고 보았다.

식중독도 안 걸리고, 실장석은 이런 부분은 적당히 강했다.



한번 집에 간 적이 있었지만, 자신의 모습을 한 미도리에게 살해당할 뻔했다.

미도리는 "다음에 오면 무조건 죽이는 데스"라고 말하고,

소년을 위협한 후 어딘지 모르는 곳까지 데려가 놓아주었다.



소년은 실장석에게 없는 지식을 사용하여 먹이를 구하는 장소나 위기 회피 능력을 익히고 있었다.

그리고 눈앞의 남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사정을 알게 된 이상, 오마에는 오레를 키울 의무가 있는 데스"



남자는 "응? " 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왜 내가 너를? "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않은 데스?"

"오레는 원래 인간이고, 함께 있으면 말벗도 되는 데스"

"그게 다가 아니고, 지식은 인간과 다르지 않은 데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데스"

"존재 자체가 기적에 가까운 오레는 희귀 동물이므로 보호하는 것은 필연인 데스"

"오마에는 오레를 지키는 데스! 아니 그게 아니라 오레가 이 집에 있어주는 데스"

"그러므로 감사하는 데스, 오레는 매우 유능하고 도움되는 데스"



남자는 "과연 네 말대로일지도" 라고 답했다.

실장석은 흐흥, 것보라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남자는 유리문을 열고 실장석을 안아올려 마당에 집어던졌다.



"데벳!" 얼굴부터 바닥에 떨어지자 실장석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남자는 머리를 긁적이며 차갑게 쏘아붙였다.



"미안하지만, 나는 분충놈이 질색이야"

"네 모습은 인간으로도 실장석으로도 충분히 분충이야"

"나는 분충을 키울 생각따위 전혀 없다"



"아 그래 그래, 너에게 좋은 것을 가르쳐주지"

"미도리를 설득해주지 않을래?"



실장석은 "설득 데스?" 반문했다.



"너희 집 미도리라면 내가 가능한 한 좋은 삶을 약속하지"

"너는 집에 돌아가서 미도리를 설득하는 거야, 여기에 오면 약속된 멋진 생활이 기다리고 있다고"

"나는 너에게 관심은 없지만 미도리에겐 매우 흥미가 있다"



"무, 무슨 말인 데스! 미도리는 매우 위험한 실장석인 데스"

"인간을 실장석으로 바꿔버리는 데스"



"그러니까"



실장석은 뜻을 알 수 없다, 이 남자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싶은 건가.



"너를 보고 생각했다, 이렇게 알찬 생활이 가능하다면 실장석도 괜찮다고"

"나는 평생을 인간으로 살면서 지쳐버렸어"

"상하관계 인간관계라는 것에, 일을 해도 스트레스가 쌓일 뿐이다"

"만약 미도리가 우리집에 오면 이렇게 부탁할 거야"





"아, 실장석이 잠시라도 돼보고 싶다~"





실장석 모습의 소년은 남자의 이야기를 듣자 도망치듯 남자의 집 마당에서 뛰어나갔다.




-끝

댓글 3개:

  1. 데에에 재미있는데스 하지만 열린결말이 살짝 아쉬운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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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다시오면 무조건 죽인다했으니까 일부러 보낸거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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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뎃,그냥 편리하게 쫓아내기 위한 핑계인줄만 알았는데 생각해보니 미도리는 다시 눈에띄면 얘기 들어보도 않고 무조건 실각시킬거라고 분명히 말한데스..저 자는 이제 마라된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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