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기 실장 랩(LAB) (1~20)

2005년 11월 ~ 06년 1월 사이에
모 게시판에 썼던 스크립트의 컬러 버전이다.
이번은 대학의 "연구실(랩)"을 무대로 하고 있지만
대학의 조직과 구내 묘사 같은 부분이 많은 것은
뭐 어쩌다보니.
수시로 업데이트 예정 (41화도 있는데 컬러를 칠해논다는 뜻)





주요 등장 인물
주인공 : ""(읽기는 불명) 여러모로 둔감.
짓소지 박사: 캠퍼스 내의 낡은 연구동에 있는 이상한 박사.



전번 데빌이 안티히어로 풍인데 반해
(부정기 실장 데빌 : http://www7a.biglobe.ne.jp/~nekuneku/dv00.html)
랩은 미연시, 어드벤처 풍으로 써보았다.
(결과적으로는 다르지만)
하지만 하려고 한 것과 그것에 대한 반발 때문에
내용 전개가 뒤섞여버려 왜인지
금욕적인 내용이 되어버린 것은 반성해야되나?
그리고
41화까지 있는데다가 (미해결 사항도 많다)
1화분도 상당히 길기 때문에
읽는 사람은 (있으려나?) 각오하도록.
아무튼, 내 흑역사를 흔적으로 남기는 것이 목적이니까.















제 1 화



앞으로 이야기할 것은 나 ""이 체험한 사실,

혹은 꿈같은 이야기이다.

20년 전, 우파루파, 목도리 도마뱀 등의

희귀 생물 붐 속에서

짓소지(実装寺) 박사에 의해 발견된

"신식물 실장석", 사람들은 이 새로운 생명에 매료되었고

붐은 순식간에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박사 자신도 지위와 명성을 얻었으며

인생의 절정기를 맞고 있었다.

그러나,

박사의 전성기는 갑자기 막을 내렸다.

마약 중독 과거,

수많은 데이터 조작을 고백해 "실장석'을 부정하고,

세계적으로 기록이 말소되어, 박사는 실장석과 함께 사라졌다.

그리고 현재,

나는 낡아빠진 대학 실험실에서

짓소지 박사의 조수를 하고 있다...





제 2 화



내가 지인의 소개로 짓소지 박사의 조수를 시작한 것은

2년 전 봄의 일이었다.



박사 "그래, 자네가 아르바이트... 실례지만, 뭐라고 읽어야 하지?"

나 " ""입니다"

박사 " ""... ""군. 특이한 이름이군"

나 "처음 만난 사람들은 다들 그러더군요."

박사 "그럼 ""군, 일 소개를 할까.

   우선 안쪽에 있는 서류를 항목별로 정리해주었으면 하네"



가리킨 방향에 천장까지 층층이 쌓인 서류가 있었다.

멍하니 있는 나에게 박사가 말했다.



박사 "뭐, 그건 나중에 하고 차나 한잔 하지. 자네는 커피인가? "

나 "카페인은 안 마셔요..."

박사 "그럼 이걸 들지."



박사는 어지러운 선반에서 어울리지 않는 찻주전자를 꺼냈다.



나 "그런데, 박사님은 어떤 연구를 하시는 건가요?"

박사 "... 자네는 "신식물 실장석'이라고 아나? "

나 "이름만이라면... 큰 붐이었지만

  사건이 있어서 사라졌다는 것밖에 모르죠"



박사는 씨익 웃으며 테이블을 덮은 천을 제거했다.



나 "앗 이건? 설마 실장석"

박사 "내가 발견자이자 세계 유일의 연구자야.

   이 아이는 마지막 실장석이고"

나 "진짜는 처음 봤어요. 이게 식물입니까?

   인형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만... "

박사 "녹색 부분은 잎이고 손발로 보이는 것은 뿌리야.

   훌륭한 식물이지."

<< 기기기 ... 데스우~ >>

나 "말했어! 움직였어요! 박사님!? "

박사 "빛과 바람에 반응한 거야. 목소리처럼 들린 건

   체내의 따뜻한 공기가 숨구멍으로 빠지는 소리야"






제 3 화



짓소지 박사의 조수 (잡일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1주일이 지났다.

박사는 하루종일 '신식물 실장석'의

관찰 및 데이터 수집에 몰두했고.

그동안 나는 천장까지 쌓인

파일을 정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필연적으로 박사와의 대화는 아침과 오후 3시

티타임에 한정되어 있었다.

오후의 햇살이 실내를 부드럽게 비춘다.

관측 장비는 어느것이나 낡아빠졌지만

최신식 장비와도 스펙상으로는

빠지지 않을만 아니라 오히려

상위 기종에 버금가는 성능을 보이고 있었다.

박사는 역설했다.



나 "...도무지 그렇게 훌륭하게 보이진 않네요"

박사 "연구 장비의 성능은 노력과 근성에 달려 있네. ""군"



나는 테이블에 놓여 있던

실장석이 없어진 것을 깨달았다.



나 "앗 실장석이 없어졌어요!"

박사 "뭐?... 저기 있잖나"



뒤돌아보니 물을 담은 샬레 안에 실장석이 서 있었다.



나 "언제 넣으신 건가요?"

박사 "? 스스로 들어갔을 거다"

나 "설마 식물이 걸어갔다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

박사 "아까웠어, 움직이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들어"

나 "... (박사님이 몰래 움직인 거잖아요..) "

박사 "잘 봐, 다리 모양의 뿌리가 가지 모양으로 돼 있어서

   수분의 흡수를 돕고 있어.

   이 행동을 나는 목욕이라고 부르고 있지만서도 "



실장석의 등이 핑 당겨지기 시작했고,

그것은 풍선인형 같은 움직임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제 4 화



오늘은 드물게 짓소지 박사가 외출해서

내가 두시간 정도 "신식물 실장석"의 관찰을 맡았다.

박사에게 관찰 동안 부디 손대지 말 것을 주의받았고,

할 일이라고는 기계가 뱉어내는 데이터를 체크하는 것 뿐이었다.



나 "...질린다. 그나저나 정말 식물인 걸까,

   인형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데... 움직이지 않는"



빛이나 바람에 반응한다고 하는데

한시간 동안 라이트로 비추어도 부채로 부채질해도,

데이터에 반응은 없었다.

틀림없이 박사는 오래 전에 정신이 나가서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망상에 빠진 거야.

나는 바보스러운 기분이 되어 관찰을 끝냈다.

그 때,

바람 때문에 실장석의 위치가 어긋나 거울로 몸이 향하고 말았다.

<<기기기... 데스우 ~ 데스 ... 기기기>>

숨구멍에서 소리가 심하게 새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클레이 애니메이션처럼 고개를 갸웃거리며 상체를 숙였다.

마치 거울 속 자신을 위협하듯...



나 "서, 설마. 식물이 적대감을 보이다니"



이 일을 박사에게 이야기해도 그저 응,응하고

데이터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나 '도대체 뭡니까? 이 식물은?"

박사 "자연스러운 데이터는 잡히지 않았구만... 응?

   자네는 실장석 붐일 땐 분명히..."

나 "초등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붐에 대해선 잘 몰라요 "

박사 "그랬나? 뭐, 머잖아 자세히 알게 될테니.

   그것보다, 자, 좋은 홍차를 갖고왔어.

   마시세"



실장석에 대해 스스로 조사하는 수밖에 없는 듯하다.




제 5 화



점심 때가 되면 박사는 외출하기 때문에

나는 언제나 연구동 뒤편에서 혼자 빵을 먹고 있다.

중학생 시절부터 먹어온 「100엔짜리 잼빵'이다.



박사 "뭐야? ""군, 자네 항상 이런 데서 식사하나?"

나 "바, 박사님... 식사하러 나가신다고..."

박사 "아니 이제부터네.

   난 분명히 구내 식당에서 식사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 "하지만 저는 여기 학생도 아니고, 돈도.."

박사 "괜찮네, 좋은 걸 가르쳐주지"



나는 억지로 끌려갔다.



박사 "이곳 "대학 샐러드'는 수제 무농약,

   게다가 싸다! 최고야"



그러면서 눈앞의 쟁반에 쌓인 녹색 산을 먹기 시작했다.

모두가 외부인인 나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박사 "혼자도 좋지만 젊은 사람끼리 교류도 하고 그래야지.

   그렇게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네"

나 "그런가요... 지금도 충분히 편합니다"

박사" 그건 "진정한 고독을 모르는 사람"이나 하는 말이네.

    도움이 필요할 때 아무도 부를 수 없고,

    스스로 해결도 할 수 없다.

    자네는 그런 사태에 빠진 적이 있나? "

나 "... 모르겠습니다 "

박사 '자네를 너무 연구실에만 가두었나?

   이번에는 이동관찰을 하면서 구내를 안내하지"




제 6 화



오늘은 짓소지 박사의 원거리 출장으로

연구실 아르바이트 휴무.

한가함을 주체못한 나는

"신식물 실장석'에 대해 알아보고자

시립 도서관에 갔다.



솔직히 지인에게 아르바이트를 소개받기까지

실장석따윈 잊고 있었던 것이다.

내 세대는 실장석 붐 세대와는 다르다.

찾아봐도 실장석에 관한 책은 놀랄만큼 적다.

당시 잡지에서도 특집에 불과하다.

여하튼 20년 전 얘기다.

그래도 지방 신문 등에서 정보를 몇가지 얻었다.



당시의 희귀동물 붐 속에서

짓소지 박사에 의해 세계에 알려진 실장석은

순식간에 인기를 끌었다.

CF, 완구 등으로 상품화도 됐을 정도다. 하지만.

박사로부터 연구용으로 각국 기관에 보내진 실장석은

운송 또는 실험 도중에 시들어버렸다.

그 존재의 진위가 의심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갑자기 박사는 전세계에 고백하기 시작했다.



실장석에 관련한 데이터는 가짜로

공개한 것은 태엽인형이라고.



증거로 제출된 인형은 투박한 구조였지만

본인의 고백이니 효과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 후 박사는 자취를 감췄다.



20년 후

이 쇠퇴한 대학 연구실 하나에서

스스로 존재를 부정했던 것의 연구를 다시 시작했다.



그럼 내가 본 움직이는 실장석은

박사의 장난이었을까?

그런 것 때문에 그는 실험하는 척을 하고 있었을까?

만약 진짜 실장석이라면

왜 20년 전에 명예를 버리고

부정할 수밖에 없었는가?



의문은 끝이 없다.

하지만 그것을 박사에게 묻는 것은 더욱 아니다,

내 관심이 향하는 곳은 박사가 아니라

"신식물 실장석"이기 때문이다...




제 7 화



조수 (잡일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났다.

짓소지 박사가 연구실에 차곡차곡 쌓아둔

서류 정리를 시작한 지 벌써 수개월.

테이블을 둘러싸고 있던 서류도 얼마 안 남았고,

구석의 천정까지 쌓인 산도 이제 조금이다.

정면으로 박사의

"신식물 실장석' 관찰 공간이 보이는 곳.

그 너머가 연구실의 입구이다.

박사는 실장석을 놓고

안쪽의 실험도구의 데이터를 주시하고 있다.

나는 아까부터 반쯤 열려 있는 문 너머에

어슬렁거리는 고양이가 신경이 쓰였다.



나 "박사님, 같은 고양이가 입구에 계속 얼굴을 내밀고 있는데요..."

박사 "뭐라고? 이런, 환경에 이변이 일어날 지도 모르겠군"

나 "아? 아니, 저는 실장석에 해코지하는 건 아닐까해서"

박사 "흠, 늘 먹이를 받으러 오는 흰고양이라면 있지만..."



고양이쪽을 확인하니 검은 고양이 같다.

벌써 실내에 들어와 있다.

나 "검은 고양이예요? 박사님, 안에 들어왔는데요"

박사 "그 녀석은 악몽이다, 쫓아내.

    실장석을 먹으려고 항상 노리고 있는 거야"



내가 다시 고양이를 봤을 때는 테이블에 올라와

사냥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고양이를 쫓아내려고 손을 올렸지만 한 발 앞서

고양이는 실장석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나는 후회했다.

고양이보다 실장석을 지켜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고양이의 공격은 빗나갔다.

그렇기보다는 실장석이 넙죽, 또 넙죽 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고양이는 서류에 발이 미끄러져 굴러 떨어졌다.

실장석은 빙글 빙글 회전하면서

쪼그려 앉은 듯한 모습으로 멈추었다.



나 "바바바, 박사님! 보셨어요?

    실장석이 고양이의 공격을 피했어요!!"

박사 "뭐라고? 바보같은 소리하면 안 되네.

   고양이가 뛰어드는 바람에 흩날린 것 뿐이야."

나 "하지만 그렇게 훌륭하게 피하다니'

박사 '우연이야 ""군. 실장석은 식물이야.

    다소 움직이긴 하지만 그런 고도로 발달한 생물은 아니라고"



나는 이해가지 않았지만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제 8 화

오늘은 드물게 짓소지 박사에게 손님이 찾아왔다.
한 사람은 전통 옷을 입은 노인, 다른 한 사람은
보라색 정장에 상스러운 타이를 맨 남자,
아마 대학 학장이나 비슷한 사람일까.
그들은 실험실에 들어서자마자 관찰 중인 실장석을 응시했다.



노인 "짓소지 군! 이건 이야기가 다르잖나!
   아직 피지 않았나!"



두 사람은 박사에게 따지며 힐문을 시작했다.
놀이니 퇴거니 하는 불온한 단어가 난무한다.
두 사람은 소파에 툭 앉아 다시 심하게 나무랐다.
귀를 기울이고 있던 나에게 차를 내와, 라고 말해서
가져가면 "이딴 차를 누가 마시라고!" 퇴짜맞는 상황.
보다 못한 박사가 나에게 실장석을 맡겨 밖으로 내보내주었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외부까지 울릴 정도.
나는 복도에서 안을 엿보는 여성을 발견했다.



나 "저, 누구신지...?"
여성 "아무래도 박사님은  바쁜 것 같네...
   너 새로 아르바이트하는 사람이지?
   나는 이시다 미라이야 (石田未来).
   우리 연구실이 여기서 옮기기 전에는
   박사님께 자주 차를 얻어마셨지. "



그녀는 금발 벽안, 늘씬한 몸매에 새파란 정장을 입고 있었다.

미라이 "어머, 실장석이잖아! 꽤 커졌네.
    내가 있었을 때는 초록색 콩나물 같았는데 "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그녀는 박사에게 안부를 전해달려며 떠났고
몇시간만에 두 사람이 불만을 토하면서 연구실을 나갔다.
연구실로 돌아가자 테이블에
「리조트 플랜」이라든지
「판매 계획」같은 서류가 흩어져 있는데
박사는 특별히 숨기려는 내색도 없었고
나도 물어보지 않았다.
미라이 씨가 왔던 것을 말하자
박사는 매우 유감스러운 듯
끙 신음하면서 냉장고에서 큰 상자를 꺼내왔다.



박사 "그러면, 이건 우리가 독점해도 된다는 건가"



눈앞에 보석 모양의 양과자가 늘어서 있다.



박사 "그 여자, 미인이지만 여전히 운이 없구만"
나 "...저는 그 숏케이크를 먹어도 괜찮겠습니까"
박사 "유감인데, 내 전용 케이크야.
   다른 건 전부 다 먹어도 상관없어"




제 9 화

박사 "아, 안돼! 잊고 있었다"



짓소지 박사가 "신식물 실장석"
관찰 중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가 싶더니
나에게 헬멧과 휴대 관측기를 장착시키고
자전거 열쇠를 넘겨주었다.



나 "...? 저, 박사님? 제가 무엇을 하면"
박사 " " ", 자네, 앞으로 내 사이클론 호에 실장석을 올리고
   대학교 외벽을 따라 돌아주게"
나 "엣!? 여기 꽤 넓은데요?"
박사 "그래, 해가 질 무렵에 돌아오게.
   연구실 열쇠는 항상 두는 곳에 있네.
   실장석의 데이터는 이것으로 수신할 수 있어."



박사는 실장석의 머리 부분에 안테나를 콕 꽂고
나에게 주었다.



나 "아무튼 박사님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연구실 뒤에서 사이클론 호에 올라탔다.
밟을 때마다 삐걱삐걱 소리가 났다.
외벽은 미정비 구간이 많아서 달리기가 여간 곤란한 게 아니었다.
나는 실장석을 넣은 바구니가 빈 것을 깨달았다.



길을 되돌려 찾다가 오래된 체육관 에 도착했다.
인기척이 없어서 안에 들어가보았다.
나 ""치아쿠칸(치악관)"...? 전통 무술인가?"
여성 "파괴류 유술이다, 누구냐? "



뒤돌아보니 땅딸막해다고 해야 할지,
어쨌든 작고 굉장한 체형의 여성이 서 있었다.

여자 "서클 참가 이외의 용무゛면 돌아가시지, 형씨?"
나 "아니, 그 열매, 아니 초록색 인형을 떨어뜨려서..."
여자 "이거"인가? 흥, 당신 짓소지 아저씨네 조수인가.
   이번에 차 한잔 마시러 간다고"
나 "나는 "" 이라고 (이 여자도 박사와 아는 사이인가...) "
여자 " ""? 이상한 이름이네.
   나는 이시즈카 이타메(石塚炒女)야. 순수한 소녀란 뜻이라나"



그녀는 안쪽에 가서 상의를 벗기 시작했다.



이타메 "볼일 끝났으면 가시지, " "씨?"
나 "저기, 다른 사람은 없어?"
이타메 "나와 사범인 짓소 아저씨 뿐이야"



그녀는 내복을 입고, 몸을 이쪽을 향하고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쾅 쾅 발을 울리는 소리가 체육관 안을 울린다.
체형에 비해 동작이 민첩하다.



나 "그럼 난 볼일이 있어서 실례할게요. (보긴 안좋네)"
이타메 "응, 또 와 " "씨"




제 10 화

짓소지 박사에게서 "신식물 실장석"을
바구니에 담아 외벽을 돌며
관찰해달라고 당부받은 지 벌써 한 시간.
외벽은 일부가 확장 공사로 끊어졌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우회해 부지를 가로지르기로 했다.



곳곳에 무리한 공사에 반대하는 항의 집회가 열려
혼잡했다. 구경할 겸 바구니를 들고 내려간다.
나는 열기와 권유에 압도돼
계속 누군가가 흰옷의 소매를 잡고 있는 것도 깨닫지 못했다.
혼잡한 곳을 벗어나자
낯선 여자가 눈물을 흘리며 소매에 매달리고 있었다...



나 "?? 도대체 누구신지?"
여자 "죄송해요... 걷고 있으면 사람들에
   휩쓸려 빠져나갈 수 없어서... 그만
   실장석이 보이니까
   박사님이 와준 줄 알고..."
나 "어? 당신도 박사님을 아는 거에요? "
여자 "박사님은 연극 동아리에 각본을 제공해주세요.
   제가 홍차를 받으러 가기도 하고요."
나 "(음, 한번도 본 적이 없는데 밀회라도 하는 건가)
  저는 아르바이트로 조수를 하는 ""입니다. 잘 부탁해요"
여자 "아 저는 이사와 루이(石和涙) 에요.
  죄송해요. 우는 버릇이 있어서...
  울어버린 거 같아요 ... "



그녀는 실장석을 안고 계속 나의 소매를 잡고 있었다.
눈물이 버릇이라고 할 법도 한 게
뺨에 난 눈물자국이 마치 흉터같았다.



나 "저는 관찰 중이라 죄송하지만 이만"
루이 "아, 미안해요... 저, 답례라도 하고 싶으니
   나중에 서클에 들러주세요.
   박사님께도 안부 전해줘요 "



눈에 눈물이 가득한 채 그녀는 총총히 떠나갔다.



제 11 화

"신식물 실장석" 을
사이클론 호 바구니에 실은 지 두 시간,
대학 확장 공사에 길이 막힌 나는
외벽을 따라 달리는 것을 단념하고
공사장 펜스를 따라가기로 했다.



대규모 확장과 개축이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 대학은 경기가 좋은 것일까?
원래 다양한 학부를 (대책없이)
넓은 부지에 두고 있는데
여기에 또 뭘 짓겠다는 것인지...
얼마 전 실험실에서 호통을 친
이사들과 뭔가 관계가 있을 것 같다.



그런 것을 멍하니 생각하다보니 바구니에 있던 실장석이
돌풍에 날아가는 것에 반응할 수 없었다.
공사로 언덕과 늪을 밀며 조성하고 있기 때문에
산에서 바람이 캠퍼스에 직접 불어닥치는 것이다.



실장석은 변전 시설 울타리를 넘어
기계인형 학부 건물에 떨어졌다.
나는 경비원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찾았지만
찾을 수 없다...
설마 지하 송풍구에라도 빠진 것일까.



? << 기가! 우기깃 거수자 발견입니다 우게>>
나 "우와? 뭐야 이 로봇은?"
여자 "어머, 미안~.
    S·K·Y는 식별 코드가 없는 사람에게는
    경고없이 공격하게 되어 있어 ~
    그니까 도망쳐!"
나  "우갸-저린다고!!
   이 녀석 실장석을 들고 있잖아!?"
여자 "어머머, 혹시 당신 짓소지 박사님 쪽 사람?"
나 " ""입니다. 돌려줘. 우갸악"
여자 "나는 이시노세 소라야. (石ノ瀬ソラ)
    이 로봇은 박사님이 기본 설계를 담당했다구"
나 "호게게 또 박사님 우교오오오! "
소라 "어머 어떻게 된 거야? "
나 "그러니까 그만하게 해..줘..우갸!"



제 12 화

"신식물 실장석"을 사이클론 호 바구니에 실어
외벽을 둘러보는 여정도 네 시간이 지나 드디어 골
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멍청하게도
실장석을 까마귀에게 뺏겨버렸다...
그리고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몇 시간 뒤 구내 방송이 들렸다.



<< 구내 정비반에서 전파합니다.... 그러니까 ...
  뭐야 이거? 뭐라고 읽어... 실례했습니다. 아, 어,
   카깃캇코 씨,
   짓소지 연구실의 카깃캇코 씨
   분실물 신고가 있으니
   시급히 대학 행정과로 와주세요 >>



나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정문 앞 건물에 돌진했다.
현관 앞에 도착하자
흑백 디자인의 옷을 입은 모델풍의 여성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자 "빨리 왔네, 음-
   당신 이름 뭐라고 읽어야 되려나 "
나 """입니다"
여자 "..."" 그렇게 읽는 방법이 있었다니...
    나는 분실물과의 이시이토 이로코(石糸色子)야"
나 "서로 특이한 이름이네"
이로코 "요즘엔 멋대로 잘라내서
     젯코(絶子)라 부르는 사람이 있어서 곤란해...
     응, 떨어뜨리면 안돼"
나 "다행이다. 실장석이야. 사실 까마귀가 낚아채가버려서"
이로코 "맞아 ""군, 실험실에 돌아가지? "
나 "응, 왜? "



그녀는 나의 귀에 속삭였다.
좋은 냄새가 났다.



이로코 "내일 오후에 이사들이 그리로 간다고
     박사님께 전해주지 않을래? "



왜 전화로 연락하지 않을까 하고
의아한 표정을 짓는 나를 보자
그녀는 더 얼굴을 가까이 대고 말했다.



이로코 "어디까지나 소문이지만, 박사는 이사회에 감시당하고 있어
    전화도 도청되는 것 같아"

그녀가 얼굴을 뗄 때, 머리칼이 가볍게 나의 볼을 스쳤다.




제 13 화



대학 내 확장 공사의 영향으로
산에서부터 바람이 직접 부지로 밀어닥쳐
연일 폭풍과도 같은 지경이었다.
그런데도 짓소지 박사는
"신식물 실장석'의 야외 관찰이라며
나에게 관측기를 들게 하고 중앙 광장으로 온 것이다.



나 "웃왓, 박사님 무리에요~ 바람이 너무 셉니다"
박사 " ""군, 연구는 어떤 조건이라 해도
      게으름 피우면 안 되네. 후곡!"



부러진 나뭇가지가 박사의 얼굴을 강타했다.

나 "박사님, 괜찮습니까?"
박사 "으으으, 심두멸각하면 뭐라더라."

(역주 : 심두멸각(心頭滅却) 이면 화중유량(火中有凉)이라 - 모든 생각을 떨쳐내면 불조차 서늘한 법이라)



실장석 관측 준비를 하고 있는 곳에
몇몇 그룹이 박사에게 말을 걸어왔다.
점차 학생들이 모이기 시작해
모두 박사에게 감사를 표하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기구 너머로 보며
부러워졌다.
이만큼 인망이 두텁고 다채로운 인물을 나는 본 적이 없다.
그런 만큼 그가 과거에 저지른 잘못의
수수께끼가 두드러지는 것이다.
이야기를 일단락지은 박사가 실장석을 손에 들고 바람을 보기 시작했다.



박사 "좋아, 때가 적당하군.
   ""군 장비 체크하게. OK니까"
나 "언제라도 OK입니다만 ... 뭐죠?"
박사 "오늘의 관측은 이것이다, 욧!"



박사는 바람에 맞게 실장석을 하늘 높이 던졌다.



나는 "아아 무슨 짓을!"
그러나 실장은 떨어지지 않고 공중에 멈춰 있다.



박사 "보다시피, 실장석은 바람이 강한 날에는
    머리 모양 잎을 펼쳐서 프로펠러 모양으로
    호버링이 가능해. "
나 "그렇다 쳐도 굉장히 균형이 맞군요 "
박사 "실장의 머리에는 인간으로 말하면
   '전정 기관(耳石)'에 해당하는 고급 균형 기관이 있는 것이다.
    내가 식물인 실장에 석(石)이라는 글자를 붙인 이유 중 하나지"




제 14 회

이사장의 대호령 아래
대규모 확장 공사가 시작되자
캠퍼스 환경은 격변했다.
언덕과 숲을 밀어낸 것으로
산에서 불어오는 돌풍이 부지를 직격하고
땅을 깊이 파낸 영향으로 지반이 약해지기 시작해
곳곳에 함몰이 발생하고, 봉쇄된 시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짓소지 박사는



박사 "이사에겐 거듭 충고했어,
   후타바시에는 물에 관련된 지명이
   많으니까 지반에 유의하라고"
나 "아까 이로코씨가 손 좀 빌려달라고
  전화했어요. 구내 정비도 힘드네요"
박사 "여기는 괜찮아,
   옛 건물은 확실한 곳에 세워졌으니까"



철제 창틀에 실리콘으로 고정된
두꺼운 유리가 오후 돌풍의 직격탄을 맞고
바리바리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연구실 앞 공터를 덮고 있던 낙엽은 더 이상 없고,
땅은 이슬이 날아가고 초목이 말라 시들기 시작한다...



박사는 쓸쓸하게 밖을 보고 있었다.



박사 "자연이란 약한 것이야, " "군..."
나 "...그러니 조금이라도
  인간이 지켜나가야 하죠"
박사 " " "군, 자연이란 사람과 접촉했을 때 없어지는 거야.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붕괴의 과정을 따르느냐 마느냐야."



나 "... 하아, 앗 박사님!? 실장석의 모습이!"
  
"신식물 실장석"이 키릿키릿 소리를 내고 있다.



박사 "음, 슬슬 탈피하는 시기로군"



세로로 균열이 생기고
<<파-콘!>> 소리가 났다.
껍질이 두 동강나 떨어진다.



나는 "히잇...어? 모습은 하나도 안 변한 듯한데"
박사 "이곳 환경에서는 진화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거야,
   그것보다 껍질을 먹자. 맛있어"
나 "?? 진화? 근데 이걸 먹어요?"
박사 "젖은 전병맛이랄까"




제 15 화

연구실의 천장까지 쌓여 있던
파일 정리도 겨우 최하층에 도착했다.
바닥에 있는 세개의 골판지로 보이는 물체는
습기를 띠고 있어 무겁다,
그리고 냄새도 나서 어쨌든 복도에 내놓고
양지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내용물은 원고지, 분명히 짓소지 박사가
'신식물 실장석'에 대해 정리한 자료의
출판을 준비한 것 같다.
최종 일자는 15 년 전 봄, 박사 스스로가
실장석 붐의 막을 내리는 고백을 한 해로 기억된다.



내용은 실장석의 발견에서 관측 해부도에 이르는 상세한 자료.
원고는 점차 추상적인 표현으로 바뀌기 시작하고
결국은 문자가 아닌 어떤 계보도나 세밀화 스케치와
휘갈겨진 낙서로 채워진다.



나 "15 년 전에 모든 실험이 종료되었다...
  그렇다면 박사가 하고 있는 이 관찰은 무엇 때문에 하는 걸까."



마지막 스케치를 넘기려던 찰나
밥을 주는 고양이들과 함께 박사가 나타났다.



박사 "앗 그런 곳에 있었나 .
   오래된 물건은 모두 가져오게.
   오후에 돌풍이 불기 전에 태워버리게"



나는 상자를 안고 박사를 따라갔다.
눈앞에 스케치의 페이지가 살짝 보였다.
그것은 검게 칠한 것 같은 새까맣기만 한 페이지로 보였다.
박사는 원고를 주저없이 불에 태운다.



나 "소중한 원고는 없나요"
박사 "젊음의 소치라 할까, 옛날 나는
   내 성과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맹신하고 있었네.
   그게 극에 달한 게 이거야. 그러나 이 세상은 그렇게 되지 않고
   실장석의 존재 의의에 누구 하나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들에게 실장은 곧 돈이었던 거야."



나 "하아, 하지만 아까울 건 없어요.
  이만한 자료는 어디에도 없었죠."
박사 "괜찮아, 이제 세계는 구원받았어"



박사는 스케치를 불에 던졌다.
거기에 무엇이 그려져 있었는지 이해하는 것은
훨씬 나중의 일이었다.



제 16 화

연구실을 채우고 있던 파일 정리도
겨우 마무리돼 실내 분위기는 상당히 바뀌었다.
원래 "신식물 실장석"
관측 장비 외의 것이 없는 곳이었지만
텅 빈 그 모습은 무언의
"작별 인사"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감상을 품은 나와는 달리 박사는
각 서클에서 의뢰받은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요즘 박사는 실장석을 나에게 맡겨두고
관찰을 보는 일도 적어졌다.
사실 나도 관찰에 질려서
관찰 도중 실장석을 움직이거나
찔러서 반사 운동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창문에 햇빛이 비치기 시작하는 점심 전에
실장석에 햇빛을 쬐기 위해 창문에 옮겨놓고 나갔다.



돌아와보니 실장석이 반대 방향으로 서 있다.
제대로 방향을 바꾸지만
역시 어느새 방향이 달라져 있다.
여러 번 같은 상황이 발생하자 고치기에 앞서
나는 실장석 스스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오래간만에 호기심이 솟아나
깜깜한 상자에 넣고 회전시키면
전정 기관이 마비되는지 실험해보았다.



하지만 몇번을 해도 결과는 동일.
정확히 "남쪽"을 향하고 있다.
나는 조금 무서워져 박사에게 보고하기로 했다.



박사 "뭐! 몇시부터였지? 아까? 그랬구만"
나 "뭐가요? 도대체 뭐가"



박사는 서둘러 정밀 측정을 시작했다.
역시 "남"을 가리켰다.
그리고 GPS 단말기에 수치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박사는 의뢰받은 대량의 서류를 일기라도 써서
마무리하라고 나에게 나눠주며 지시하고 서둘러 외출했다.



설계도에서부터 연극의 극본, 작곡, 수식 등을
몇십분만에 정리한 것도 놀랍지만
'남'을 향했다는 정도의 사실에 박사가 놀란 것이
나에게는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이 날부터 박사의 소식이 끊어졌다.



제 17 화

짓소지 박사가 소식을 끊은 지 일주일.
이사들은 박사와 연락이 되지 않는 것을 알자
실험실 장비와 자료 등을 모두 가져갔다.



이사 "자네, 짓소지에게 전해두게,
   우리는 우리 자체 플랜으로 가겠어!
   그리고 한달 동안 연락이 없을 경우에는
   구 연구동은 폐쇄하고, 해고해주겠다고"



결국 남은 것은 홍차 세트와
내가 주머니에 숨겨둔
"신식물 실장석" 뿐이었다.
무슨 까닭인지 박사도 이사도
지금은 실장석에 관심이 없는 듯하다.
그 데이터로 무엇을 알 수 있단 것인지...
연구실은 그저 빈 방이 되어버렸지만
나는 매일 성실하게 실내 청소도 할 겸 나왔다.
실장석도 여기서 안정되는 듯 보였다.



그런 나를 보다못해
구내에서 만난 사람이 모이게 되었다.



이시다 미라이 (오른쪽) "저기, 박사님 장기 출장은
              드문 일이 아니야. 안심하해"
이시즈카 이타메 (중앙) " 뭐, 박사님이 힘들진 않을까 걱정되네.
              너는 실장석을 잘 지키라구゛"
이사와 루이 (왼쪽) " ""씨, 어때요? 기분 전환 겸
          연극 동아리의 연습이라도 참가하시지 않겠어요?"
이시노세 (중앙 상단) "혼자서는 외롭지? 이 전기 인형
            S·K·Y의 인공 지능을 상대로 체스라도 할까?'
S·K·Y (왼쪽 하단) <<우기기, 체스 죽인다>>
나 "모두 감사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박사님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을게요.
  소라 씨, S·K·Y가 저를 노려보고 있으니까 밖으로 내보내줘요.
   그녀석은 너무 적극적이라구 "



그렇게 한달이 지난 어느 날 이른 아침,
나는 연구실 소파에 앉아 있는 박사를 발견했다.



박사 "응, 여어, " "군 안녕하신가. 좋은 아침이야."



제 18 화

연구실 퇴거 기한인 한달 직전에
짓소지 박사는 돌아왔다.
내가 기한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자, 박사는 놀라는 내색도 없이



박사 "그런가, 마침 이곳을 닫으려고 생각하던 참이야.
   짐도 이사들이 가져간 건가?
   잘 됐잖나! 수고를 줄였어."



어안이 벙벙한 나에게 박사는
미안한 표정을 하며 사과할 겸
돌아가는 길에 술을 사기로 했다.



저녁, 도시 전철 후타바 선 가드레일 밑 작은 술집에 들어갔다.



가게 주인 "아이고, 어르신 오셨습니까, 어서 어서 오세요!"



단골가게답게 적당히 주문해도 충분한 요리가 나왔다.
잠시 후 손님도 들어오기 시작하고,
모두 박사의 얼굴을 보고는 가볍게 인사를 나눈다.
밥을 다 먹자



박사 "마스터, 저거 부탁하네"



나온 것은 '짓소지'라고 쓰여진 술병.



가게 주인 "이 녀석은 어르신이 발명한 신종 술로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고 숙취가 남지 않는 이상한 술이야!"



나는 마셨다, 실컷 마셨다.
불안과 불만을 흘려넣었다.
정신이 들자 박사가 나를 업고 걷고 있었다.



박사 "일어났나?,
   자네가 이토록 술이 약한지 알았으면
   마시게 하지 않았을 것을"
나 "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박사님께 경례! 충성!!"
박사 "... 휴,
   오늘은 우리 아파트에서 쉬고 가게"



싸구려 아파트의 2 층에 올라가
나는 이불에 누웠다.



아침이 되자, 가벼운 두통을 느끼며 창가에 있는 박사를 보았다.
항상 쓰던 어두운 안경을 벗은 맨얼굴의 박사,
근심에 찬 표정.
왜 그런 얼굴을 하고 있을까.
내가 박사의 본모습을 본 것은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었다.





제 19 화

연구실을 잃은 박사는
도와주고 있던 서클을
견학하며 다니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견학이라고는 해도 그냥 보고 있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지도를 하는 등
고문으로서 책임을 다했다.



오늘은 파괴류 유술 도장에서 이타메 씨와
대련을 두시간 내내 하며 그녀에게 전수했다.
도중에 박사와 대학이 내려다보이는 작은 언덕에 올라
확장 공사를 하는 모습을 보러 갔다.



나 "부지의 1/3은 수몰해버렸군요"
박사 "억지로 공사를 진행했으니까,
   업체도 공사보다는 수몰된 장비를 회수하는 것에 혈안이야"
나 "대학도 학부를 줄인다네요,
   이곳은 무너질 것입니까 "
박사 "보게나, 철새가 도래하기 시작한 것 같아.
   이대로 습지가 성장하면 여기는 좋은 휴식처가 될 거야"
나 "...자연 과학 연구에 안성맞춤이겠네요"
박사 "그래, 잘 풀리면 원래대로 바로잡히는 것이지"



(몇년 뒤, 정말 이곳은 국내 최대의
 습지를 가진 대학 시설로 정평이 나게 되었다)



돌아가는 길에 박사는 이시다 미라이 여사를 만나러 갔다.



박사 " " "군, 미안하지만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어주겠나"
나 "? 하아, 네"
박사 "미안하네"



두 사람은 몇분간 만난 뒤 악수하고 헤어졌다.



박사 " " "군, 기다리게 했지. 그럼 갈까 "



박사는 수줍은 듯 미소를 지으며 돌아왔다.
나는 어찌 된 일인지 안절부절 못했다 ...



박사 "아, 잊을 뻔했군, 자네는 이거"



그렇게 말하고 봉투를 나에게 주었다.
내용물은 항상 보던 홍차 세트가 들어 있었다.



박사 "이런 내가 자네에게 줄 수 있는 것이라 하면
   이정도밖에, 안 되겠지? "




제 20 화

나와 박사는 예의 선술집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고 몇시간 뒤 헤어졌다.
이번에는 주량을 조절했기 때문에 만취하지 않고
내 발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귀가해 박사에게 받은 '홍차 세트'를 늘어놓는다.
거무죽죽한 실험실에 있던 유일한 가구.
혹시 이시다 여사와 관련된 물건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나에게는 지난 일이다.
찬장에 넣으려고 했을 때 포트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쥐거나 바퀴벌레일까? 주의해서 열자
"신식물 실장석'이 들어 있었다.
박사가 무심코 넣어놓은 채
나에게 전달했음이 틀림없다.
서둘러 박사의 아파트로 향했다.



전철역에서 걷기를 15 분,
부근은 괴상하리만치 고요하다.
아파트에 다가갈 수록 귀가 심하게 울리고
나는 현기증을 일으킬 뻔했다.
문을 노크한다.
잠시 후 대답이 왔다.



여자 "누구야"



허를 찔려 무심코 방 번호를 다시 확인했다.



나 "? 에 그게 " "입니다. 박사님께 잊어버린 물건을 드리러.."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문이 열리고
억지로 손이 잡혀 당겨졌다.



여자 " 왜 이 필드에 침입한거야?"



자그마한 여자가 한명,
실내는 두꺼운 렌즈 너머로 본 듯한 세계가 되어 있다.
내가 그렇게 취했었나.



나 "? 그 - 박사님은... 당신은 누구?"
여자 "나는 미사오, 짓소지 미사오(実装寺操)야.
   박사는 여기에 없다고. 로스트 했어"
나 "? 난처한데... 이걸 전해주시겠어요? "
미사오 "... 역시 그것을 가지고 있었나.
    이건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게 좋아."



그렇게 말하고 내 눈앞에서 문을 닫았다.
귀울림이 멎었다.
다시 문을 열자
거기엔 빈방이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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