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봄이 되었지만 아직 으스스해 겉옷을 벗을 수 없는 시기의 일이었다.
회사에서의 스트레스로 고민하다가 쉬는 날에 기분 전환으로 강변에 산책 나왔을 때의 이야기다.
내가 입사했을 때 선배였던 그녀는 나에게 상냥한 선배라기보다는 누나 같은 존재였다.
어느날부터 그녀와 '그'가 사귀게 되자 우리는 점차 멀어지고 왠지 말도 할 수 없게 되어 있었다.
그런 일도 있어서 조금 쓸쓸했다고 기억하는 우울한 기분이 나를 감싸고 있던 시기의 일이었다.
큰 강의 하류인 이 곳은 강물의 흐름을 보고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된다.
흐름도 완만하고, 떠있는 쓰레기 역시 천천히 흘러간다.
하구에 서면, 어수선한 작은 만 같은 장소에 여러가지 쓰레기가 잔뜩 쌓여 있다.
누군가 버린 빈 캔이나 페트병, 어린이 장난감이나 스티로폼이 부서진 조각.
많은 쓰레기 중 포장용 테이프로 빙빙 묶인 작은 종이 박스가 있었다.
그 종이 박스는 빈 신발상자인지 두꺼운 종이로 되어 있고 크기는 정사각형 구급 상자보다 약간 작았다.
다만 포장 테이프로 전체를 휘감았기 때문에 물에 젖지 않고 외부에서 안을 볼 수가 없었다.
평소대로라면 이런 종이 상자를 난 거들떠 보지도 않았겠지, 그때의 우울했던 기분 때문이었을까....
아니, 어쩌면 다를지도, 내가 종이 상자에서 뭔가를 느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릎을 꿇고 손을 뻗어 종이 상자를 잡아 올렸다, 의외로 무거운 감촉이 언짢았다.
종이 상자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분나쁜 분위기에 조금 주저했지만 뭔가에 이끌린 듯 붙은 테이프를 떼기 시작했다.
"어두운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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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실장석 전문 펫숍에서 그 자실장은 태어났다.
출산 전용 실장석에게서 태어난 자실장들은 혈통서를 받고 그 숍에서 팔린다.
이윽고 새로운 주인 밑에서 행복인지 불행인지는 몰라도, 새로운 생활이 시작된다.
출산 전용으로 꼽혀 개조된 실장석은 보통 실장석보다 한 번에 많은 새끼 실장을 출산한다.
오늘 태어날 자실장도 그런 자들 중 한 마리가 될 것이었다.
"데스 ~ 웅... 데힛"
"좋아 훌륭해, 그렇게 척척 낳아야 내가 돈을 벌지"
"그나저나 점장님, 오늘은 특히 많네요"
"음, 평소라면 10 마리 정도인데, 벌써 14마리째야"
"앗! 이 녀석 또 낳고 있어요 "
"데 데 데 데후 ~ 웅"
마지막으로 태어난 자실장을 보고, 점장과 점원은 얼굴을 마주보았다.
"점장님, 이 녀석은 안 되겠네요"
"아, 이 녀석은 어쨌건 너무 작네"
" ""군, 미안하지만 항상 쓰던 상자를 갖다줘"
점원은 나가서 숍의 창고에서 빈 신발상자를 가져온다.
그 상자에, 막 태어나 아직 눈도 뜨지 않은 자실장을 물건 취급하듯 아무렇게나 던진다.
"참.. 이렇게 상해서 태어난 건 팔 수도 없으니"
"너도 자실장만 낳아야 되니까, 잘 생각해서 낳아라"
"하지만 점장님, 이번 14 마리는 제대로 된 개체니까, 이 녀석 탓하긴 불쌍하죠"
"오 그래, 그래 너희들은 그 병신과 달리 무척 귀여운데"
점막을 핥아 떼낸 건강한 자실장들을 보며 점장은 눈을 가늘게 뜨며 기뻐한다.
자실장들도 제각기 상자에 버려진 동생 자실장의 흉을 본다.
"너희들은 혈통서라고 부르는 말하자면, 아주 특별한 물건을 가지고 있어"
"저깄는 실장석과는 다르니까, 자랑스러워해도 좋다구"
"특별한 테치 특별한 테치"
"당연한 테치, 와타치타치가 고귀한 존재인 것은 당연한 테치"
"정말인 테치 오네챠, 저 바보 동생과는 태생이 다른 테치"
"테치치치치 ♪"
"테챠챠챠챠 ♪"
친실장은 자실장들을 안고 앞으로의 일어날 일을 상냥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와타시가 마마데스, 그리고 저게 닌겐상"
"오마에타치는 앞으로 상냥한 닌겐상에게 팔려가는 데스"
'좋은 데스? 혈통서에 걸맞게 좋은 아이가 되어 닌겐상에게 사랑받는 데스"
"그 병신의 길을 걸어버리면 안 되는 데스"
"오마에타치에게 밝은 미래가 약속되어 있는 데스"
친실장의 말에 자실장들은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로 수긍하고, 그 중 장녀인 자실장이 친실장에게 질문했다.
이 자실장은 자매 중에서도 특히 영리하고 상냥한 개체였다.
"상자에 갇힌 막내 이모토챠는 어떻게 되버리는 테치이?"
"왜 모두 함께이지 않은 테치 왠지 불쌍한 테치"
자실장의 질문에 친실장은 눈을 가늘게 뜨고 기뻐하며 부드러운 얼굴로 대답했다.
"오마에는 정말 상냥한 아이인 데스, 마마는 무척 우쭐해지는 데스"
"하지만 연민은 금물인 데스, 그 자는 태어난 자체가 실수인 데스"
자실장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실수.. 테치이?"
"그런 데스, 그 자는 모두보다 상당히 작았던 데스"
"작은 정도면 와타치가 지켜주는 테치"
"와타치는 오네쨩인 테치, 이모토챠를 지키는 것은 당연한 테치"
"마마아 작은 이모토챠를 다시 같이 살도록 닌겐상에게 말하는 테치"
자실장의 대답에 친실장은은 곤란한 얼굴을 했지만 곧 마음을 바꿔 자실장을 나무랐다.
"닌겐상에게 명령하다니, 말도 안 되는 데스!"
"너도 그 놈과 함께하고 싶은 데스? 마마는 매우 슬픈 데스우"
"그 녀석이 있으면 오마에타치 모두가 불행해지는 데스! 그 정도를 장녀인 오마에가 모르면 어떻게 하는 데스!"
"이제 된 데스우! 다시는 그 놈을 입에 올리지 않는 데스!"
"또 말하면 오마에도 버려주는 데스, 알아 들었으면 대답하는 데스!"
갑작스런 서슬에 장녀와 다른 자매들도 떠들다가 파랗게 질렸다.
주위의 자매들도 각각 장녀를 욕하기 시작하자 결국 장녀는 울어버렸다.
"테치이이이 미안한 테치이"
"마마 말 듣는 테치 이제 이모토챠 이야기하지 않는 테치"
"버려버리는 테치 버려버리는 테치"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에엥"
친실장은 흐느껴 우는 장녀를 껴안고 원래의 부드러운 얼굴로 돌아와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했다.
"알면 된 데스, 오마에는 너무 상냥해서 걱정인 데스"
"오마에 하나도 나쁘지 않은 데스, 나쁜 것은 모두 그 놈인 데스"
장녀는 친실장에 달라붙어 힘껏 끌어 안았다.
"마마, 마마! 더 꼭 안아주는 테치"
"곤란한 자인 데스우, 이 자는 장녀면서 응석받이인 데스우"
"뭔가 이것저것 하고 있는거 같네요, 점장님"
"아, 초기 교육이지, 내일부터는 우리가 녀석들을 맡아야지"
"오늘 정도는 응석부리게 해줘도 돼"
"그런데 점장님, 이 녀석은 ..."
점원의 시선 끝에서 상자에 던져진 자실장이 자신의 몸에 달라붙은 점막과 여전히 씨름하고 있었다.
본래라면 친실장이 핥아주었을 점막도 태어나자마자 상자에 넣어졌기 때문에 아직 떼지지 않았다.
보통 자실장보다 작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엎어져 어미를 찾는 자실장. ,
정작 친실장은 이미 이 자실장을 포기하고 잊으려 하고 있다.
"마마, 마마, 어디 있는 테치 빨리 점막을 핥아주는 테치"
"어디인 테치 눈이 잘 보이지 않는 테치"
"빨리 할짝해주는 테치"
빛 정도만 구별하는 자실장의 눈은 막에 싸여 아직 희미하게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럼 뭐, 원망할 거라면 미숙아로 태어난 자신을 원망해줘"
그렇게 말하고 점원은 빈 상자의 뚜껑을 씌워 주위를 테이프로 칭칭 감았다.
갑자기 모든 것이 어두워진 상자 안에서 자실장은 놀란다.
깜깜한 속에서 누군가가 상자를 부스럭 부스럭 움직이고 그 때마다 자실장은 불안에 휩싸인다.
"깜깜한 테치 아무것도 모르겠는 테치"
"마마 어디인 테치...."
"무서운 테치 무서운 테치 .."
포장용 테이프로 단단히 보강한 점원은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이제 절대 도망 못 갈걸"
"그럼 점장님, 바로 이 녀석을 버리러 갑니다"
"누가 보지 못하게 하고 와"
"알겠다고요, 한두번도 아니고"
자실장이 든 상자는 난잡하게 조수석에 던져지고 차는 투기 장소인 작은 강으로 향한다.
자동차에 실려 있는 동안에도 자실장은 몸 이곳저곳을 상자에 부딪치며 계속해서 어미를 찾고 또 울었다.
차를 철망이 쳐진 곳에 대고 조수석 창문을 열어 거기서 상자를 던졌다.
강이라고 해도 용수로로 사용하는 듯한 인공적인 작은 강이어서, 낮은 철망 너머로 쉽게 던질 수 있다.
풍덩 물보라를 일으키며 흘러가는 상자를, 점원은 차창 너머로 바라본다.
바로 차를 몰아 원래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이 강의 흐름은 매우 빨라 상자 안의 자실장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고 있었다.
물에 떠내려가면서 상자는 여러 번 기울어진다, 자실장은 그 때마다 차량의 흔들림보다 격하게 몸을 부딪친다.
"테아아아! 어떻게 된 테칫"
"걋.. 아픈 테치, 게훙게보아!"
"마마아! 마마아아아아아!"
"도와주는 테치! 도와주는 테치이이이이이!"
몇번이나 몸을 부딪치는 와중에 몸이 문질러져 자연스럽게 자실장을 쌌던 점막이 벗겨져간다.
한 시간 이상 지났을까, 갑자기 상자의 흔들림이 누그러졌다.
"테에..? 조용해진 테치"
상자는 용수로를 빠져나와 작은 강에 들어왔다. 흐름이 완만해져 상자가 기울어지는 일은 없었다.
잠시 고요한 시간이 생기면서, 자실장은 상자 속을 우왕좌왕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실장의 머리가 상자의 키를 늘릴 수는 없는 법, 여러 번 부딪쳐 넘어지면서 상자의 천장을 확인했다.
서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자 자실장은 엎드려 기면서 벽을 몇 번이나 돌고 돌아 곧 이 깜깜한 공간의 넓이를 가늠하게 되었다.
"혼자밖에 없는 테치, 일어서면 머리를 부딪쳐버리는 테치"
"너무 좁은 테치, 그리고 왜 혼자 여기 있는 테치"
"모르는 것 투성이인 테치 ... 도대체 마마는 무슨 일을 당한 테치"
"딸이 이렇게 쓸쓸한데 믿을 수 없는 테치"
침착해진 자실장은 자신의 처지에 대해, 친실장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불평하기 시작한다.
왜 자신은 이런 어두운 곳에서 외로이 혼자 있는지, 아픔을 호소해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어미를 본 적도 없는 자실장은 친실장이 어떤 모습인지조차 상상하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도 모르고, 자신의 손이 어떻게 생겨먹은지도 모르고 있었다.
차곡차곡 감긴 포장용 테이프가 일체의 빛을 차단하고 있었으므로, 어둠을 더듬으며 기어다니며 도는 수밖에 없었다.
덜컥
상자가 모래톱의 돌에 걸려 멈추고, 자실장은 친실장이 도우러 왔다고 생각해 엎드린다.
"마마! 마마 테치! 분명 마마가 와타치를 도와주러 온 테치"
상자를 토닥토닥 열심히 두드리지만 아무 반응도 없다.
벽을 두드리던 중 자실장은 상자가 걸린 돌을 탁하고 한번 종이 너머로 두드렸다.
"테차아아아아아아아!"
"이 녀석은 마마가 아닌 테치이!"
"마마가 이렇게 아플 리 없는 테치이이!"
자실장은 그대로 웅크려 왠지 비참하게 울기 시작했다.
"테에에에엥.. 이상한 테치이"
"이상한 테치, 이상한 테치"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데, 어째서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테치"
자실장은 상자 안쪽에 누워 뒹굴면서 손발을 버둥 버둥대며 힘껏 울었다.
잠시 그렇게 울고 있었지만 울자 피곤해져 어느새 자실장은 잠들어버렸다.
밖에서 목소리가 들리자 자실장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눈을 뜨자 사방이 깜깜한 것은 변함 없었지만, 그만큼 청각이 발달하고 있었다.
"무엇인 테치이? 소리가 들리는 테치"
다가온 것은 동네 아이들 두 명이었다.
두 사람은 매일 이 강변에서 노는 것이 일과였는데 우연히 그 자리에 종이 박스가 걸려 있었다.
"이거 봐, 웬 박스가 떠다니는데"
"진짜네, 테이프로 칭칭 감다니 왠지 중요해보이는데"
"비싼 물건일 수도 있어, 주워보자"
아이들은 눈을 반짝거리며 박스를 집어들고 찬찬히 바라보았다.
들어 올려지는 상자 안에서 자실장은 갑작스런 부유감과 들어본 적 없는 소리에 공포의 울음을 높였다.
"뭔가 떠있는 테치이?... 이상한 목소리도 들리는 테치"
"뭐가 들어 있을까"
"의외로 무겁네 이거"
소년 중 하나가 상자를 흔들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흔들리자 안의 자실장도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몸을 부딪친다.
"티잇, 테챳, 테칫"
상자 속에서 목소리가 들리자 소년들은 귀를 상자에 바짝 대 듣는다.
"왠지 테치테치 거리지 않냐"
"응, 내용물이 실장석 새끼같네"
"쳇.. 실망이네"
"실장석 따위 재미없어"
소년들은 자실장이 들어간 상자를 바닥에 내던지고 도움 닫기를 해 힘껏 강쪽으로 걷어찼다.
퍽! 소리나며 상자가 걷어차 날려지자 하늘 높이 날아 아까의 돌이 있던 강으로 떨어졌다.
"체아아아! 테그우! 걋"
상자는 함몰됐지만 테이프로 감겨 있기 때문에 튼튼해서 찢어지지는 않았다.
걷어차인 충격으로 자실장은 기절했고, 상자는 또다시 강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졸졸졸 물소리에 자실장이 깨지만 여전히 눈앞은 어둠이 모든 것을 덮고 있다.
자실장은 몸을 움직이고 이변을 느꼈다, 왼팔이 이상한 방향으로 구부러져 있는 것을 통증으로 알 수 있다.
오른손으로 왼손을 만지려고 하면 왼쪽 옆구리에서 격통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자실장은 왼손이 골절되면서 갈비뼈도 몇개 부러진 듯하다.
"콜로옥 .. 하아 하아??? 아픈 테치"
"왜 이렇게 아픈 테치? 배도 아프고 손도 움직일 수 없는 테치"
"콜록, 콜로옥"
몸을 비틀 때마다 통증으로 기침이 나고, 입에서 뭔가 미지근하고 늘어나는 액체가 나와 손에 묻는다.
깜깜해서 자실장은 그것이 피인 줄도 모르고 있었다.
엉덩이 주변도 미끈거리고 있다, 걷어차 날려지며 배를 강타했을 때, 똥을 많이 흘리고 있었다.
손에 들고 냄새를 맡아 보면 냄새가 심해서, 자실장은 이 물체가 똥이라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냄새는 상자 속을 채우고 있었지만, 자실장은 그것을 신경쓸 수 없었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느껴지는 격통도 어둠 속에서 원인을 알 수조차 없다.
가만히 통증이 줄어드는 자세로 견딜 수밖에 방도가 없었다.
"배가 고픈 테치이 .. 콜록"
"하지만 .. 먹을 것 따위 여기 없는 테치"
"아픈 테치.. 비참한 테치.. 슬픈 테치.. 배고픈 테 .. 외로운 테치.. 우우 .. 으으 윽"
여러가지 생각이 작은 자실장에게 공포가 되어 밀려온다.
그러나 어둠이 모든 것을 삼키자 그저 캄캄한 속에서 자신의 존재조차 없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자실장의 행복 회로는 본 적이 없는 어머니의 모습을 상상으로 그려나간다.
하지만 자실장에게 어미는커녕 태어나서 본 것은 희미한 빛밖에 없었다.
그 밝은 빛은 매우 따스한 느낌이라 애매한 존재인 빛 자체를 어머니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마마는 와타치를 싫어하는 테치"
"와타치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데 테치?"
"도움이 필요한 테치.. 도와주는 테치 도와주는 테치 도와주는 테치 도와주는 테치 도와주는 테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테치... 무서운 테치 무서운 테치 무서운 테치 무서운 테치 무서운 테치"
자실장의 정신은 이미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육체적인 고통보다 고독한 자신이 비참하기 짝이 없었다.
어디에도 갈 수 없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의지할 이도 없는 오직 어둠뿐이었다.
이윽고 자실장이 들어간 상자는 지류였던 강에서 주류가 되는 큰 강에 들어온다.
거기서 며칠 동안을 그냥 흘러갈 뿐이었다, 자실장은 대부분의 시간을 움직이지 않고 체력의 보존을 도모한다.
자실장이 유일하게 본 희미한 빛만이 모든 희망이었다.
곧이어 강의 소에 들어서 그 자리를 끝없이 빙빙 돌고 있었다.
자실장에게 있어서 며칠인지도 모르고 영원이라고 생각되는 나날이 하염없이 흘렀다.
첨벙!
누군가가 자실장이 들어간 상자를 들어올렸다. 분명 마마이다, 자실장은 두근거리면서 뚜껑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마마를 만나면 좋은 아이가 되는 거야, 미움받지 않도록 해야 해.
먼저 어떤 말을 할까, 아니면 안겨서 응석을 부릴까?
치이익 테이프가 찢어지는 소리가 나고, 자실장은 영원과도 같은 외로움에서 해방된다고 생각하자, 자연히 눈물이 나 얼굴이 엉망진창이 되어가고 소리가 그친다.. 지금 자신의 외로움은 끝난다.
벌컥
뚜껑을 열리자 강렬한 빛의 저편에서 누군가가 다정하게 자신을 보고 있다.
그것은 태어날 때 본 희미한 빛과 비슷하게, 아주 따스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마마 테치.. 만나서 반가운 테치이.."
자실장은 빛 너머의 어머니에게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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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봉인된 테이프를 떼어내고, 상자의 뚜껑에 손을 댔다.
그 때 뭔가 기묘한, 그 따뜻한 공기가 상자 주위를 감싸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상자를 열자 거기에는 자실장이 부글부글 녹아내리고 있었다.
썩어 하얗게 탁해진 눈은 나를 보고 있고, 내 눈에 선명하고 강렬하게 그 모습이 새겨졌다.
자실장은 엎드려 있는 것까, 이미 골격도 일부 드러나기 시작해 시체에서 나는 독특한 냄새에 나는 구역질이 일었다.
즉시 뚜껑을 닫고 이 자실장에 대해 생각했다.
이상하게도 나는 자실장이 왜 이렇게 됐는지 바로 알아버렸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이 자실장은 그저 측은하고 불쌍하다.
어머니의 온기는커녕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죽어갔다, 존재 자체를 소외당하고 미움받았다, 한번도 안겼던 적도 없이.
자실장은 계속 여기서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견딜 수 없는 기분으로 가득해졌다.
내가 이 상자를 주운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확신하며 합장하고 상자를 또다시 강으로 흘려보냈다.
나는 알았다, 이 자실장의 영혼은 뚜껑이 열렸을 때 이미 여기서 떠난 것이다.
"외로웠구나.. 이제 괜찮아.. 천국은 외롭지 않아"
점차 멀어져가는 상자를 바라보며 내 고민이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 깨달았다.
내일 선배를 만나면 웃으며 인사해야지.
그리고 나는 아주 짧은 생을 살았던 자실장에게 감사를 드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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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짧게 차근차근 정성들여 썼습니다.
見張り(파수꾼)
쪽바리새끼들 합장하는거 왤케 좆같지
답글삭제사실은 살아있었다 결말로 가면 좋았을 텐데 아쉽네
답글삭제걍 갈아서 변기에 흘려보내면 간단한데 굳이 사람들 눈에 띌 수도 있는 상자에 넣어서 강에다 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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